수줍은 새색시인 듯, 사진 속의 나(맨 우측)는 입맵시나 눈맵시가 가관이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볼 때면 나는 항상 즐거워진다. 아마도 옆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 교생이 500여 명으로 각 학년이 1, 2반밖에 없는 조그마한 시골의 초등학교를 다녀서, 도시에서 졸업한 또래들 보다 우리들의 우정은 각별했다. 요즘은 친구의 결혼식이나 명절이 되면 가끔씩 만나게 되는데 친구들의 나이살은 보이지 않고, 내 눈에는 이 사진속의 모습으로만 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몇 안되는 어릴 적 기억의 단편속에 이 사진에 대한 기억도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초등학교 1학년(78년)때 가을소풍을 갔다 왔는데, 소풍에서 폼 잡고 찍은 사진의 필름이 모두 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중에 번호 순서대로 5명씩 잘라 사진을 다시 찍어 주신 것이다. 우리가 어깨동무하고 앉은 뒷쪽 벽은 학교 화장실인데,  지금도 성함이 또렷이 기억나는 담임 선생님께서  "사진에서 화장실 냄새 나면 어떡하지?"라는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히 울린다. 그 말씀에 친구들이 웃고있고 나는 속으로 웃는지, 웃음을 참는지...

백 고무신도 신고 하물며 까만 고무신을 신은 친구도 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나를 잘 입혀 주신 부모님이 새삼 고마워지고, 친구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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