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포도나무가 100여 그루 심어져 있고 포도나무 옆으로는 고추, 상추, 옥수수, 토마토, 콩 등의 작물을 심을 공간을 합쳐 300평 가량의 대지와 붙어 있다. 봄이 다가오면 포도나무의 가지치기를 해 줘야 하는데 사람을 사서 할 것도 없이 틈틈이 내가 해 버린다. 새로운 싹이 나올 한 두개의 눈을 남겨두고 냉정하게 잘라버리면 되는 것이다.

공동묘지처럼 조용하던 화단의 꽃들도 기지개를 켜고 잔디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것이 신기하고 일신우일신, 바로 그 자체이다. 그런데 내가 자른 포도나무의 잘린 단면에 맺힌 물방울을 발견하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포도나무는 살기 위해 조용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열매를 맺기 위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깊은 땅 속 물을 위로 뿜어 올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나무의 의지이다.

의지는 꿈의 부산물이 아닌가?

나무의 꿈은 새들이 씨앗을 멀리 퍼뜨리게 끔 탐스런 열매를 맺는 것이다.

지금... 나무는 그의 꿈을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 내 꿈은 어디에.

어디로 사라졌나?

포도나무 앞에서 숙연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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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4-0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만들고 무너트리고 또만들고.....
그런게 꿈인것 같아요...
"꿈이있다고 모든게 해결되는것도 아니고.......꿈이 없다고 인생이 안살아지는것도 아니지만..
그 꿈이란놈 ,,, 놓치지말아요...우리..

파란운동화 2004-04-0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면서...
많은 꿈을 만들고
다시 무너뜨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