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수초동안만 비가 내렸다.
오려면 많이 오지...
몇 차례 이런 식으로 비가 오는 듯 했다.
(지금은 장맛비처럼 줄기차게 내린다)

정신 없이 바빴다. 아는 이가 로또복권을 사 주었으나 맞춰봐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할 뿐, 일에 치여 복권이 주는 망상도 잠시 잠깐 뿐이었다.
산이 생각났다.
산에 가고 싶다.
기계소리 멎은 곳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그곳에서 하루 푹 쉬었다 오고 싶다.

주말이 오려면 아직도 며칠 남았군!
비에 낙엽은 많이 지겠지.
... 졌겠지.
낙엽이 져도 상관은 없다.
나를 산에 버리고
나를 추수이고

그리고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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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11-1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비가 멎었네요...

겨울을 부르는 비겠죠!


파란운동화 2004-11-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니!

정말 고맙구나 ...

아니마 2004-12-0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 잘지냈나?

어쩌다 보니 친구가 그리워 찾아왔다네..

난 요즘 싸이질이 한창이지...

늙으막히 주책질이라네...

벌써 12월 이군. 좀 있으면 2005년이네...

세월의 속도에 경의를 표하며~~

 이겨울 잘보내시고 술한잔하며 서로의 일상을 안주삼자구~~

친구 잘살고있게나....


파란운동화 2004-12-0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안주를 장만해 둔지는 옛날이라네...^^

다만, 대작할 친구가 몹시 바쁠거란 추측으로...

파리를 쫓으며... 다시 안주를 데피고...

친구의 연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렇게 말이지... ^^
 


지금 이 시각에도 CNC는 돌아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 명이 두 대의 CNC를 돌리게 되는데 야간에 작업하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다.

그의 이름은 여 진표, 고향은 북건이라 한다. 나이는 25세. 수려한 외모에, 두 달 동안 겪어봐서 아는데 무척 성실하기까지 하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에 얼굴을 대하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진표에게 중국어를 배워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생한 원어민이 내 코앞에 있는데 가만히 내버려둔다는 것이 영 나답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기야 마음먹고 일을 떠벌렸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결혼해서 장인과 다정하게 바둑을 떠보는 것을 상상하며 바둑을 배워보려고 했으나 영원히 오목 수준으로 남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그래, 친구들아! 나 음치다)기타를 배워보려 했으나 두툽한 내 손바닥에 가려 기타 줄이 보이지 않는 핸디캡을 깨달아(물론 마음과 달리 손가락이 따로 놀기도 했지만) 포기를 했었고, 아무래도 전생에 유랑하는 선비였을거란 추측에 대금을 배워보려고 교재에 어렵사리 대나무로 만들어진 대금도 장만했으나 대금은 조카들 장난감이 돼버린 지가 옛날이다.

하지만 또다시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보이는 중국어에 도전하려한다. 중국어를 왜 배우려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글세 배랑이나 메고 혼자 훌쩍 중국에나 다녀올까 하는 것이 작은 이유라면 이유다. 중국인인 진표는 작업을 해야하고 나는 퇴근을 해야하니 기껏 두세 시간 같이 있을 수 있다. 작업에 방해되니 말을 잘 건넬 수도 없다. 그러나 나는 책을 샀다. 왜냐면 중국인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산이 있어 그냥 오르듯).또다시 나는 무언가를 하려하고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군대시절, 체구는 작지만  패기가 넘치시던 중대장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배운 것은 언젠가 써먹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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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CNC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공장에 것과 똑같은 모델이다.

 다양한 모양의 기계 부속품이나 나사 등을 가공하는데, 재주가 많은 놈이다.

예전에 선반에서 가공되어지던걸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놈이 대신한다.

 1/1000까지 수치를 제어할 수 있다. 물론, 컴퓨터가 부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COMPUTER NUMERICAL CONTROL의 이니셜 약자인 것이다.

옛날의 범용 선반을 손수레에 비유한다면 위 사진의 애는 콤바인 수준이다. 가공하고자 하는 물건의 도면이나 샘플을 보고 애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모니터에 입력을 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통상 프로그램 입력이라 한다.

지난 4월부터 넉달동안 김해직업훈련원에 다니며 프로그램 짜는 훈련을 수료했었다. 난 지금 현장(공장)에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난폭한 로봇에 맞서 싸우듯 기계앞에 섰으나, 조심스럽게 애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나의 손가락으로 1/1000까지 애를 제어할 날이 언제 올지, 아직 수습수준이라 기계의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존심이 쬐게 상한다.

이곳 '파란CNC'는 나의 직장인 공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과

직업과 관련된 나의 미래

그리고 가끔은 깨달음이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채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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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10-2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보그 정도 만드는 기계같군요!!

파란운동화 2004-10-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보그의 팔, 다리정도는 만들 수 있지.
주문만 해라.
택배로 보내줄께.
 


단순한 운동화를 신고 기계를 다루는 거친 일을 했더니 밑창이 뒤에서부터 헤어져 벌어지더니 옆구리도 5센티미터 넘게 벌어져 발가락이 다 보이는가 싶더니 급기야 바닥고무가 반 넘게 벌어져 걸을 때마다 혓바닥처럼 낼넘거렸다. 자연히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고, 보다못한 사장님이 안전화를 하나 사 줄까? 하셨다. 급구 사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안전화가 그 색깔이나 모양새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발로 떨어지는 낙하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가락부분으로 철편이 들어 있다고 하셨지만,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 이상한 모양새와 칙칙한 색깔의 신발을 신고 있으면 온갖 낙하물이 오히려 신발로 달려들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고심하며 지내다 생각난 것이 군화(전투화)였다. 그래서 전투화를 사기 위해 버스를 타고 40분이나 걸리는 국제시장에도 가보고, 신발장에 신지 않고 넣어 둔 군화가 없는지 친구들에게도 말을 해 봤으나 내 발에 맞는 치수는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신발 ( 사진, 오클리)을 발견하고 주문했었다.

어제 받아 신고 있는데, 정말 기분이 다 좋아진다. 일하다 아이처럼 몇 번이나 신발을 내려다봤다. 쇳가루와 기름이 많은 일터에서 신기엔 신발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모양새가 거친 일에 어울리고 칙칙한 환경에서 산뜻한 노란 색은 오히려 나의 기운을 돋군다. 같이 일하는,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어디에서 얼마 주고 샀는지 꼬치꼬치 묻길래 신발이 예뻐서 그런가보다 싶어 자세히 설명들렸더니, "나는 만 원짜리 신발 신고 일하는데, 일하면서 오만 원짜리 신다니... 헤헤해" 하며 안 해도 될 말을 한 말씀 하신다. 공장 내에서 무거운 것은 내가 다 옮겨다 주고 거래처를 수시로 오가면서 가장 활동성이 많은 내가, 나의 체중에 자재들을 올려놓았을 때 가장 부담을 느낄 나의 발을 위해 비싼 신발을 신기로 무엇이 허물이란 말인가? 그리고 오만 원이라니... 십만 원이 넘는 신발 인데 이월 상품이라 오만원인 것을. 아직도 칠만오천원에 팔리고 있는 곳도 있는데.. 그 아주머니 때문에 기분이 조금 상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신발을 내려다보면 금방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진다.

마음에 드는 신발신고 일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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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고싶다...

책을 읽고싶다...

운동을 하고싶다...

일년동안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다. 금연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흡연할 때보다 몸이 훨씬 가벼웠다는 것이다. 잠자리도 편안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흡연할 때보다 개운하다는 것을 금연한 지 보름정도 지났을 때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전엔 내 손에서 향긋한 비누냄새가 났었다. 나에게서 나는 담배냄새로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용케도 일년을 버텼지만 지금은 금연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금연할 마음은 꿀떡같으나 작심삼일이 아니라 단 세시간도 버텨낼 자신이 없다.

요즘, 수면시간은 길어졌지만 짧은 하루를 너무나 무기력하게 보내는 기분이다. 책을 읽고 운동 할 시간을 만들고 활기차게 하루를 가꿔야겠는데 모든 무기력함이 담배에서 연유한다는 생각이다.

담배를 피우며 담배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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