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가 CNC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공장에 것과 똑같은 모델이다.
다양한 모양의 기계 부속품이나 나사 등을 가공하는데, 재주가 많은 놈이다.
예전에 선반에서 가공되어지던걸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놈이 대신한다.
1/1000까지 수치를 제어할 수 있다. 물론, 컴퓨터가 부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COMPUTER NUMERICAL CONTROL의 이니셜 약자인 것이다.
옛날의 범용 선반을 손수레에 비유한다면 위 사진의 애는 콤바인 수준이다. 가공하고자 하는 물건의 도면이나 샘플을 보고 애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모니터에 입력을 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통상 프로그램 입력이라 한다.
지난 4월부터 넉달동안 김해직업훈련원에 다니며 프로그램 짜는 훈련을 수료했었다. 난 지금 현장(공장)에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난폭한 로봇에 맞서 싸우듯 기계앞에 섰으나, 조심스럽게 애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나의 손가락으로 1/1000까지 애를 제어할 날이 언제 올지, 아직 수습수준이라 기계의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존심이 쬐게 상한다.
이곳 '파란CNC'는 나의 직장인 공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과
직업과 관련된 나의 미래
그리고 가끔은 깨달음이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채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