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운동화를 신고 기계를 다루는 거친 일을 했더니 밑창이 뒤에서부터 헤어져 벌어지더니 옆구리도 5센티미터 넘게 벌어져 발가락이 다 보이는가 싶더니 급기야 바닥고무가 반 넘게 벌어져 걸을 때마다 혓바닥처럼 낼넘거렸다. 자연히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고, 보다못한 사장님이 안전화를 하나 사 줄까? 하셨다. 급구 사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안전화가 그 색깔이나 모양새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발로 떨어지는 낙하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가락부분으로 철편이 들어 있다고 하셨지만,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 이상한 모양새와 칙칙한 색깔의 신발을 신고 있으면 온갖 낙하물이 오히려 신발로 달려들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고심하며 지내다 생각난 것이 군화(전투화)였다. 그래서 전투화를 사기 위해 버스를 타고 40분이나 걸리는 국제시장에도 가보고, 신발장에 신지 않고 넣어 둔 군화가 없는지 친구들에게도 말을 해 봤으나 내 발에 맞는 치수는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신발 ( 사진, 오클리)을 발견하고 주문했었다.

어제 받아 신고 있는데, 정말 기분이 다 좋아진다. 일하다 아이처럼 몇 번이나 신발을 내려다봤다. 쇳가루와 기름이 많은 일터에서 신기엔 신발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모양새가 거친 일에 어울리고 칙칙한 환경에서 산뜻한 노란 색은 오히려 나의 기운을 돋군다. 같이 일하는,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어디에서 얼마 주고 샀는지 꼬치꼬치 묻길래 신발이 예뻐서 그런가보다 싶어 자세히 설명들렸더니, "나는 만 원짜리 신발 신고 일하는데, 일하면서 오만 원짜리 신다니... 헤헤해" 하며 안 해도 될 말을 한 말씀 하신다. 공장 내에서 무거운 것은 내가 다 옮겨다 주고 거래처를 수시로 오가면서 가장 활동성이 많은 내가, 나의 체중에 자재들을 올려놓았을 때 가장 부담을 느낄 나의 발을 위해 비싼 신발을 신기로 무엇이 허물이란 말인가? 그리고 오만 원이라니... 십만 원이 넘는 신발 인데 이월 상품이라 오만원인 것을. 아직도 칠만오천원에 팔리고 있는 곳도 있는데.. 그 아주머니 때문에 기분이 조금 상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신발을 내려다보면 금방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진다.

마음에 드는 신발신고 일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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