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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운동화 2005-07-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 허공을 향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 짙어가는 어둠이 그대의 목을 조이려 할 때, 한밤중에 잠깨어 나는 과연 무슨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를 가늠해 볼 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이 미칠 때. 잠이 그대를 돌처럼 굳어지게 할 때, 대낮은 그대를 속여 위로한다. 그러나 밤은 무대 장치조차 없다.

*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 그것은 불가능한 일 -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이 곳이 최고봉인지 바로 앞이 낭떠러지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들었다. 지금까지는 4륜 구동 승용차로 조심스럽게 올라오면 올라 올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비포장 좁은 도로도 끝이 났다. 희미하게 난 수풀 길을 몇 백미터 가다보니 더럭 겁이 났었다. 며칠 째 계속된 비로 심기가 사나울 대로 사나워진 뱀이라도 밟으면 나는 어쩌지? 하는 생각은 연이어 휴대폰도 차에 두고 와서 구조 연락도 취하지 못하고 인적 없는 곳에서 죽지나 않나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 길이 내가 찾아가는 주사암(朱砂庵)가는 길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산 입구에서 마을 사람들이 일러 준 대로 올라 왔지만 도중에 갈림길이 너무 많았었다. 나의 감각에 맡기고 안개가 이끄는  대로 올라왔지만, 이제는 돌아갈 것을 염려해야만 했었다. 책에까지 소개된 절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정표 하나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주사암은 사람들을 꺼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처님이 이런 사소함에도 나에게 시련을 주시고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자위했었다.

발걸음을 돌려 하산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책에 나온 약도로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안개가 시야를 가려 위험하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들 어떠리!

내 몸과 마음은 이미 물의 요정들에 의해 맑아질 대로 맑아졌는데...


 

 


오르던 중에 사주암이 아닌 사실만 확인하고 스쳐지나갔던  돌기둥 앞에  멈춰 섰다.

마음을 흠뻑 적셨고 배도 몹시 고프니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만교사라는 절에 들어가 주사암 가는 길을 물어 볼까?

 


잠시 머무는 동안 절 앞에 가꿔 논 텃밭이 눈에 들어 왔다.

촌에서 자랐기에 저 밭에 얼마나 큰 정성이 들어갔는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계곡에 몰린 안개와 산사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렇게 정성껏 밭을 일군 스님과 한번 대화를 나눠 봤으면 ... ...  더 볼 것도 없이 인자하신 분이 분명할 것이다.'

어느새 발길은 절의 사립문 앞에 멈춰 있었다.

 


법당은 아니 보이고 조촐한 농가가 눈에 들어왔다.

끈에 묶인 백구 한 마리가 더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신나게 짖어댔다. 조용히 법당을 한번 둘러보고 가고자 하는 길손인데,  백구 때문에 조용한 산의 모든 만물의 눈들이 나에게 쏠리는 듯 했다. 안쪽으로 몇자죽 내딛었을 때, 발은 마당에 딱 달라붙고 말았다. 이번엔 시커먼 개가 나를 쏘아보며 곧장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릴 적 큰 개에게 놀란 적이 있어 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산길을 가다 범을 만난 사람처럼, 오랜만에 오금의 위치를 확인했고 오금이 저려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안 물어요. 안 물어."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개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지 나를  안심시키며 스님이 나타나셨다.

"허허, 안 문대두. 좀 물리면 또 어때?"

스님께서 내게 다가서시니,  개는 금세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어댔다.

"어떻게 오셨우?"

"아, 예."         재빨리 가방에서 '우리 산 옛 절' 을 꺼내 주사암 (p.112)을 펼치고 두 장 더 넘겨 절벽 사진을 찾았다. 개의 뜨거운 혓바닥이 가방을 받친 손에 느껴졌었다.

" 책에 나오는 주사암을 찾아 가는 길이었는데 안개에 길을 잃고 3시간 동안 헤매다 길을 여쭈려고 왔습니다. ^^"     스님께 책을 건네 드리며,

"사진에 나온 절벽위에 오르고 싶어서요"

"지금은 많이 변했어, 이리로는 안개에 길을 찾기 힘들지. 국도를 따라 아화로 가다보면 푯말이 있을 거야. 그리로 가 봐."

" ... ..."

"이리로 와서 좀 앉지."   

농가로 보이는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독기를 품었던 개는 어느새 선량하기 그지없는 눈을 하고 내 옆에 앉았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몇 번인가 넓적한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텃밭은 스님께서 직접 가꿔셨나요. 너무 보기좋습니다."

"절을 돌보는 사람이 가꿨지.  그 사람의 선친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도 침으로 고치는 기인이었네. 땅 속까지 훤히 들여 다 보는 도통한 사람말일세. 이곳의 풍수를 말 해줄까? 자네는 복이 많아, 보통 사람들은 이곳이 기가 세서 그냥 지나치는 데 이곳으로 들어 왔으니 말일세. 겉모습에 끌려선 안 돼, 이곳에 절벽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지. 나를 따라 오게."

농가에서 백 미터 못 미치는 곳에 드디어 대웅전이 나타났다. 이동 중에 스님은 내게 안 좋은 일이 있어 찾아 왔냐고 물으셨고 산을 좋아하고 비가 올 때 산에 오르고 싶어진다고 했었다. 내가 한의대생인 걸로 착각하시는 듯해서 부산에서 기계를 만지는 사람인데 기계소리에 산이 몹시 그리웠다고 말씀드렸다.

폭포까지 나를 안내하시고 스님은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백제군 수 천 명이 이 계곡에서 목숨을 잃었지. 이 폭포를 따라 붉게 물들여 피가 흘렀으니 지금도 이 곳엔 백제 병사들의 원혼이 떠 돌고 있지.  큰 절에서 몇 십년 도를 닦은 스님도 이 절에선 오래 버티지 못 해."  하시며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눌러대던 나의 옆으로 다가 오셨다.

"어때, 마음이 편안해 지시나?"

"예, 무척 아름답습니다." 폭포가 시작되는 위쪽이 몹시 궁금해졌으나 궁금증을 누르고 대답했었다.

" 올해 ****** 인가?" 

" 예?"

"세속 나이가 몇 인가?"

"다섯 입니다."

"스물 다섯?  서른 다섯?" 내가 스님의 연세를 가름할 수 없었듯 스님도 나의 나이가 수상한 모양이였다.

"서른 다섯입니다. "

"내가 많아, 반말해도 괜찮아."

" 아, 예. ^^"

" 이 곳의 풍수를 말 해줄까?"  따라오게."

스님는 잰걸음으로 나아가시며 이 절의 풍수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귀를 쫑긋 세우고 뒤따르며 경청했었다.

" 대웅전이 앉은 뒷산이 용머리지. 용이니까, 대가리라고 해도 돼. 그리고 여기가 혓바닥이야. 혓바닥처럼 길게 나오지 않았나? 그리고 저 바위는 여의주야. 어떻게 저런 둥근 바위가 저 곳에 위치하고 있겠는가? 저렇게 큰 바위를 사람이 옮겨? 천만의 말씀이지. "

그리고 보니, 폭포에서 떨어져 흐르는 법당 앞 계곡물은 깊게 골을 파고 혓바닥처럼 휘어감아 돌고 있었다. 그리고 혓바닥 끝부분에 내려앉은 둥근 바위.

"지금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앉지만, 저 앞에 보이는 *** 과 ***.  풍수를 아는 사람들은 이 곳이 명당임을 대번에 알아차리지.  **거사도 이 곳에서 도를 닦으셨는 걸"

스님을 뒤따르며 한바퀴 휙 두르고나니 다시 농가의 텃마루에 걸터 앉게 되었다.  다시 좋은 말씁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대부분이 한자성어라 들어도 잘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혹세우민'이란 말은 알기에 귀에 쏙 들어 왔는데, 속세에서는 몰라서 죄를 범하면 어느 정도 죄가 감해지는데, 불가에서 모르는 것은 '중죄' 라 하시며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하시는 것이라며 마음을 잘 다스려 가슴으로 공부하라 하셨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내가, 마음으로 공부는 책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하고 여쭈니, 그런 책은 없다하시며 껄껄껄 웃으셨다.

차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손님들이 곧 오시기로 되어 있어 아쉽다하시며 나를 법당 쪽으로 다시 이끄셨다.  스님께서 거처에 들어가신 사이에 농가 쪽에서 경적소리가 들렸다. 오시기로 한 손님들이 오신 모양이었다. 책을 한 권 들고 나오신 스님께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손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신 스님은 나를 따라 농가의 사립문까지 배웅 나오셨다. 책을 읽고 막히는 곳이 있으면 다시 한번 들러라 하시며 법명과 전화번호까지 적어 주셨다.

이 무슨 귀한 인연이 있나싶어 산을 내려 오며 자꾸 뒤돌아 보게 되었다. 아직 산은 안개에 가렸고, 드디어 절은 산에 가려지게 되었다. 안개에 홀린 듯, 다시 찾으면 '만교사' 란 절이 애당초 없는 절은 아닐까싶다가도 가슴에 안긴 책을 확인하고는 꿈은 아닌 듯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비워 디카와 책을 말리기위해 펼쳐 놓았다.

마음이 흐뭇하여 방안을 이리저리 가볍게 왔다갔다 하였다.

스님이 주신 책.  "간 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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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oc 2005-07-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요?? 너무 좋다..

파란운동화 2005-07-12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릉도원... ... ㅎㅎ

그저께는 아주 고마운 산행이였죠. 할 말이 참 많아서 어제 저녁에 정리하려 했었는데, 씻고나니 새벽 1시인 것 있죠. 아침에 사진을 올리고 공장에서 짬나는 대로 사연을 적으려고 했었는데
일은 아직도 안 끝나내요.
그때그때 바로 정리하고 넘어가야지, 며칠 지나면 감정이 시들어 의욕이 사라지는거 있잖아요. 하지만, 수진씨도 궁금해 하시니 조만간에 꼭 올리께요.

혹시, 산이 안개에 뒤덮히고 비가 오락가락할 때 산을 오르신 적이 있나요?
그럴 땐, 계곡을 타지말고 능선을 따라 오르면
바람의 가속에 작은 물알갱이가 온몸을 두드리죠. 마구마구 사정없이... ...
그러면 산을 오르는 것을 멈추고 산 아래로 향하여 팔을 벌리고 서는 거예요. 바람에 맞서서... ...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물의 알갱이가, 물의 아기 요정들이 나를 비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뚫고 그대로 흘러가요. 나는 죽지도 않고 오히려 더 생기발랄해지죠.

아마 이런 경험을 하시게 된다면
제가 무척 고마울거예요.^^ 오랫동안.

저는 물의 요정들을 느끼기위해 갔었죠. 물론 산이 있어 가능하구요.

아니마 2005-07-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협아 오랜만에 들어왔네~~~
잘지내고 있지? 내가 결혼하니 둘이서만 문수경기장 갔다오고 좋았겠네~~
언제 한번 우리 집에 초대해야하는데 말이야~~ 다움주쯤 한번보자
결혼식 사진은 꼭 가지고 오세용~~~~
여기 어디니?
보고 쪼금 놀랐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하고 풍경이 많이 닮아서~~~
다음에 갈켜줘~~
더운데 더위 먹지말고..... 아무거나 집어먹으면 탈난다.
잘살아라~~

파란운동화 2005-08-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네게만 가리켜 줄 께.

빨랑 초대해라.
빨랑 초대 안 하면 ...
안 하면...

수경씨 사진에 콧수염 그렸뿐다. 히 히 히
 

 우리 몸에 2%의 수분이 부족할 때 가장 심한 갈증을 느낀다고 한다.

요즘 내 감성에 2%가 부족함을 문득문득 느낀다. 그 감성의 성분은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하고 생각하며 빗속에 잠긴 먼 산을 바라다보며 담배 연기를 날려보낸다.

이 책을 구입한 지는 3년이 지난 듯 한데, 시골집에서 짬짬이 다시 읽다보니 그 재미가 새롭다. 아예 가방에  넣어 부산으로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새로운 기분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대여하지 않고 사서 보는 이점인 것 같다.

하여튼, 누군가를 이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는 신의 특혜인 것도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 듯 나도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더 나아가 그 사람과 여생을 함께하고 싶다.

                                                                                 1권(부)까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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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5-07-0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베르테르랑 같은 옷 입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서 보았는데 전 좀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유부녀를 좋아하는 내용이었죠..? 아마도?? (감수성이 무뎌서 그런가봐요..이 책 읽으면서도 아무생각이 없었다는..문학이란 말에 읽어서 그런지??)

파란운동화 2005-07-0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 조회를 해 보니 2001년 11월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읽으며 밑줄이 간 부분과 지금은 상당이 다르다는 것이다.
의식의 성장인가? 연륜인가?


스스로의 정열이나 욕구에서 나온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이나 명예를 얻으려고, 그 밖에 다른 목적으로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언제나 천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원래 어떤 신기한 일이라도 쉽게 곧이듣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일단 곧이듣고 믿게 되기만 하면 단단히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파란운동화 2005-07-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 님! 반가워요^^
저도 처음 읽었을 땐 모1 님처럼 실망이 컸었죠. 그래서인지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책에도 나에게 맞는 궁합이 있고 사이클이 있다는 생각.
지금 다시 읽다보니 사이클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요.
모1 님도 틈나시면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

파란운동화 2005-07-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불현듯
어젯밤 늦게까지 자신의 얘기를 들려 준 베르테르의 안부가 궁금해 졌다.
내가 베개를 감싸안고 달콤한 꿈나라를 헤매 일 때
베르테르! 그대는 고통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베르테르! 일이 본격적으로 손에 잡히기 시작하는 10시까지 줄곧 나는 그대를 생각하였다네. 만약 나에게 다른 직원들처럼 점심 식사 후에 휴식이 주워졌었다면 그대를 안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그대의 얘기를 더 들어 주었을 것이네.
보시게, 나는 지금도 공장이지 않는가? 이제 막 일을 마쳤네.
지금도 집에 가서 자네와 마주 앉아야 할 지, 내일 일을 생각 해 씻고 자야 할 지 바보스런 고민을 하고 있네. 자네는 이렇게 말 하겠지. "일이 뭐가 중요해, 친구가 죽고 사는 기로에 섰는데... .... "
아! 나의 친애하는 벗, 베르테르.
조금만 참아주시게. 조금만 기다려 주시게.

* 우리가 아무리 힘이 약하고 고생이 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서 줄곧 앞으로 나아간다면, 비록 꾸물거리며 갈짓자 걸음으로 걸어간다고 하더라도 돛대를 달고 노를 저어가는 다른 사람보다도 어느 결에 앞서가게 된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거나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갈 때 비로소 참다운 스스로의 감정이 생기는 법이다.

* 그렇다면 제일 상위를 차지하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것은 남들보다 뛰어나게 통찰을 하고 남들을 손아귀에 장악하여 스스로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힘과 정열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한 수완과 지략을 갖춘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 아니, 그럼 됐어. 모든 것이 괜찮아!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면! 아아 신이여, 저를 만들어내신 당신이 그런 기쁨을 내게 마련해 주셨다면, 저는 평생 쉬지도 않고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저는 항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시름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의 이런 부질없는 소원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가 나의 아내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녀를 내 품에 꼭 껴안을 수 있다면... ... 아베르트가 그녀의 날씬한 몸을 껴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빌헬름, 나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 같다.

* 나 혼자만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희망에 속게 되며 만사는 기대에 어긋나게 마련이다.

파란운동화 2005-07-0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름때를 벗겨내고
편안하게 자네와 마주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뻐꾸기 시계가 한번 짧게 울고 사라졌었지. 자네의 진지한 대화에 나는 다시 뻐꾸기가 나올 때까지만 자네와 함께하기로 생각했었다네. 그런데 웬걸? 똑바로 눈을 맞추고 나를 압도해 나가는 자네의 이야기에 밤이 깊어 가는 것도 잊고 정신은 낮처럼 맑았었다네. 그것은 오랜만에 맛보는 감각 말단까지 뻗치는 희열이었네.
베르테르! 눈치 쳤었나? 내가 담배 피우는 타이밍도 잊고, 오줌보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다리를 꼬며 참으며 그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었다는 것을...
골계미를 무시한 자네의 무거운 이야기에 내 심장이 짓눌러 터질 것만 같았었네.
자네의 얘기는 끝에 다달아 자네는 재어놓은 권총을 자네의 머리에 겨누며 마지막으로 로테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는 찰라, 나는 자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향했었었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심장이 터져버렸을 것이네.
뻐꾸기가 세번 울었네. 아마도 자네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했네.

쁘띠아 2005-07-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팡팡...!!!



파란운동화 2005-07-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테르여!
오늘은 나의 얘기를 좀 들어 주시게!
내가 자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은 아마도 고교 시절일걸세. 근데, 그 소문은 아주 고약한 것이었네. 자네와 대화를 나눈 많은 사람들이 자네처럼 자살을 기도하고 또한 자살에 이른다는 것이었네. '참, 신기한 책도 다 있구나' 하면서 호기심이 일다가도 섣불리 자네에게 다가 갈 수 없겠더군. 아직 의식이 완전히 여물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네를 찾았다가 나도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따라 죽지 않나 겁이 난 것이지. 자네도 알다시피 난 겁이 많지 않는가? ㅋㅋ
그리고 나서 자네를 만날 기회가 몇 번은 더 있은 듯 하네. 하지만 아직도 자넬 만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다 3년 전, 나는 자네에게 어설프게 다가갔었네. 첫 대면에서 나는 실망이 무척 컸었네. 자네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꼈었지. 그렇지않다면 독일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번역)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에 이르렀었다네.
아! 그런데 베르테르!
오늘에서야 비로서 자네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었네.
베르테르, 이 친구를 용서하시게.

* 눈을 감으면, 이마 속으로 마음의 시력이 집중되어,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곳에 말이다. 자네에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그것이 나타난다. 바다처럼 심연처럼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속에 깃들이고 내 이마 속을 꽉 채운다.

* 확실한 것을 알지 못할 때 우리는 곧바로 혼란과 암흑이 있다고 짐작하는 법이지. 그것이 우리 인간 정신의 특징이란 말이다!

* 아아, 어째서 당신은 무엇이든 한번 손댄 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그 정열과 격렬한 성격을 지니고 태어나신 건가요!

*** 어찌하여 그대는 나를 깨우느뇨? 봄바람이여! 그대는 유혹하면서 [나는 천상의 물방울로 적시노라]고 하누나. 허나 나 또한 여위고 시들 때가 가까웠노라. 나의 잎사귀를 휘몰아 떨어뜨릴 풍우도 이제 가까웠느니라. 그 언젠가 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나그네가 내일 찾아오리라. 그는 들판에서 내 모습을 찾겠지만, 끝내 나를 찾아내지는 못하리라.


파란운동화 2005-07-0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아!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데, 듣는 순간 베르테르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을 했었단다. 그래서 네게 부탁한거지. 항상... ... 고마워^^

비가 세차게 내린다. 집에 어떻게 갈까 걱정이다.
하지만 빗소리는 좋고 주말까지 줄기차게 왔으면 좋겠다.
비를 맞으며 산에 오른 적 있어?
주말에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산에 오르고 싶다.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고 이맘 때면 항상 하는 생각이다.^^
전번 주에 비도 적당히 오고 딱 좋았는데
오르지 못해서 내내 후회가 되더라.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바쁜 중에 나의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받다니 ... ...
어떨 땐 네가 나보다 더 어른스럽다.
 

술은 싫지만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분류의 사람이다.

솔직히 나는 술이 싫다.

술을 마시던 안 마시던 항상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는 생각인데, 술을 마시면 어지럼증이 생겨 내 의지대로 몸을 추스리기도 힘들어지니, 덩달아 마음까지 불쾌해 진다. 피곤할 땐 더 그렇다.  지금이 딱 그렇다.

취했다.

취했으면 잘 일인데,  글을 쓰고 싶다.

그 동안 못한 얘기를 이 곳에 토해 펼쳐 내고 싶다. 그러나 그 역시 쉽지 않다.

이 생각 저 생각이 실타래처럼 서로 뒤엉켜

이 생각을 펼쳐 보이려고 한 가닥을 잡고 뽑아내어 보지만, 그것은 한 줄도 못 가서 뚝 잘려 민망스럽게 끝을 드려낸다.

저 생각 역시 머릿속에선 아름다운 조명을 받다가도 종이 위에선 맥을 못추고 쉽게 지워져 버린다.

갑자기 허무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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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5-07-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드셨길래.....취했다그러실까?
취함에 기준은요?
혹? 소주 반병?

파란운동화 2005-07-0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술, 소주... . 'ㅅ'만 봐도 메스껍다.

형님 주량이 한 병이니 한 병을 조금 넘겼지, 아마. ㅎㅎ
 



스템 한 쪽 부분 가공,

M12 나사가 나 있다. 오후엔 밀링에서 사각으로 밀어냈다. (사각은 아래 사진에서 확인 )

 



1 미터 넘는 스템.

Φ30인 스테인레스를  Φ22로 98㎝를 절삭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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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5-06-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업실 기계가 모두 강철로 되어있네요
이상할거 하나없는데,
왠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항상 조심하시구 안전에 신경써주세요...^^

파란운동화 2005-06-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쁘띠아!
모든 기계가 그렇듯, 알고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무턱대고 경솔하게 대하면 큰 일 난다는 것을 가끔씩 경험한단다.
다행히 나는 겁이 많아서 아주 조심하지. ㅎㅎ

아래 사진이 범용 선반인데,
사람이 일일이 범용 선반으로 하던 일을 CNC로 대처한 것이지.
CNC는 범용 선반에 컴퓨터를 붙여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지.

파란운동화 2005-06-2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공해 보고 싶었던 스템의 나사 부분.

요번에도 납기에 쫒겨 내가 가공하지 못하고 공장장이 가공해 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분홍산업의 임가공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템의 나사(기어)부분을 가공해 보고 싶어서, 내가 우겨, 소재를 받아 왔었는데

가공비에 비해 가공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우리는 분홍 산업의 수주를 포기했다. 

 

아쉽지만

또다른 형태의 기어 가공이 언젠가 있으리라 본다.


쁘띠아 2005-06-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몰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