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 학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아니 어쩌다가는 흘린다 13
-노영민
2007년 10월 17일 3백17만9천원의 월급을 받았다
너무 많이 받았다
우리 학교 야간 경비 할아버지보다 4배 이상 일하지 않았다
청소 아줌머니보다 4배 가치 있는 일 하지 않았다
죄가 될 만큼 많이 받은 거다
월급 받는 일이 죄가 되어서야 되나 그래서
나는 변명을 만든다
내 쉰 목소리를 돌려받았다
내 부은 발을 돌려받았다
수업 뒤 내 어지럼증을 돌려받았다
수업에서 흘렸던 내 진땀을 돌려받았다
내가 먹은 눈치밥을 돌려받았다
입시 과목 아니라 드러내고 잠들려하는 아이들이 내게 준 수모를 돌려받았다
많든 적든 이 정도 일 안하고 이 정도 수모 안 당하고 월급 받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나는 월급을 너무 많이 받은 거야
이도 좋다 저도 좋다 어설프게 뻗은 내 양다리 양시양비론을 돌려받았다
있는 것을 없다 하고 없는 것을 있다 한 내 외눈 거짓을 돌려받았다
두고 보자, 좀 더 두고 보자 내 잔머리 기회주의를 돌려받았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내 낯 두꺼움 뻔뻔스러움을 돌려받았다
월급 받을 일 아니라 이건 내 호주머니 오히려 털어 내놓아야 할 일이로구나
할인매장 계산원 아주머니보다 4배 친절하지 않았고
주차장 관리 알바생보다 4배 허리 굽히지 않았고
콩나물 두부 매장 아주머니보다 4배 목청 돋우지 않았는데
2007년 10월 17일 3백17만9천원의 월급을 받았다
너무 많이 받았다 (2007.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