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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그만하고 장사 잘하세요.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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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김민선씨가 미니홈피에 미국 쇠고기 관련 글 쓴 걸 문제 삼아 한 쇠고기 수입업체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잖아요. 전여옥 의원은 공인인 연예인들은 그 발언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고요. 근데 유명한 연예인은 공인인가요? 그리고 왜 1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A 첫째,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 본 교사 주야장천 주장해 왔던바, 재탕한다. 연예인은 공공(公共)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公公然)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그 영업 내용이 퍼블릭한 게 아니라 그 영업 장소가 마침 퍼블릭할 뿐이라고. 선출된 것도, 세비 받는 것도 아닌 그들에게 여느 자연인 이상의 공적 책무, 요구할 수 없다. 유명하다? 그럼 공적 가치 추구가 아니라 사적 싸가지 관리나 잘하면 될 일이다. 그마저 의무 아니라 개인 품성의 영역이고. 여기서 공인 운운하는 건 그저 사적 메모 하나에 거대한 공적 책임을 묻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둘째,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작년, 국방부가 불온서적 선정했다. 본 교사, 선정 즉시 해당 서적들 베스트셀러 됐단 점으로 보아 사회과학 서적의 만성적 판매 부진을 타개키 위해 기무사에 침투한 출판인 점조직의 음모가 틀림없단 ‘썰’을 유포한 적 있다만, 당시 삽질의 핵심은 어떤 책이 무슨 내용으로 왜 불온하다 판정되었나에 있지 않다. 핵심은 군이, 이전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서적들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불온하다 판단했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 거다. 그건 정치 행위다. 군이 왜 자본주의를 걱정하나. 군은 국방 걱정하라 있는 거다. 그렇게 군이 국가가 아니라 정권을 위해, 국방이 아니라 정치를 했다는 거, 그게 그 사건의 본질이다.
이 사건, 같은 맥락에서, 장사가 아니라 정치다. 주변 아는 변호사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승소 가능성, 거의 제로다. 그래도 한다. 왜. 스스로 실토한다. 버르장머리 고치려고. 기업이 승소 가능성 희박하고 돈도 안 되는 남의 버르장머리 따위를, 왜 자기 돈까지 들여 고치려 하나. 그것도 1년이나 지나서. 오히려 다시 시끄러우면 소비자 불안만 환기시킬 뿐인데. 그건 오히려 장사에 더 손해인데. 더구나 이제는 굳이 막아야 할 입도 없는데. 다들 이미 할 말은 다 했는데. 도무지 장사 쪽이 얻을 실익이 없다.
그러니 다시 튀어나오지 않도록 못 박아 두겠다는 그 버르장머리는, 실은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게 아닌 게라. 정부가 결정하고 진행하는 사안에 감히 나서서 반대하고 시비하는 버르장머리, 바로 그 국민 버르장머리를 뜻하는 게라. 한마디로 앞으로는 소송 감수하기 싫으면 주댕이 닥치라는 소리인 게라. 그 자기검열의 족쇄를, 모두의 머릿속에 채워두고 싶은 게라. 김민선은 그 대국민 협박의 홍보모델로 강제 징발 당한 게고. 그렇게 기업이 이익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장사가 아니라 정치를 했다는 거, 그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
2. 우리 정부가 클린턴 방북을 그 전날에야 통보받았다, 아니다 그 전주에 받았다 하는 논란이 있었잖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때 뭐 하셨어요?
언론에선 클린턴 방북 전날에야 통보받았다 하고 또 보수 쪽에서도 미국에 배신당했다는 말 나오니까, 청와대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단 말이지. 그래서 아니다, 그 전주에 받았단 해명, 즉각 내놨어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 워낙 다급하게 해명하다 보니 각하를, 미국 전직 대통령이 북한 방문해 김정일과 담판한다는 중차대한 외교적 사건이 있을 거란 통보를 받고도 휴가나 가버린, 개념진공 대통령으로 만들고 말았네. 청와대가 각하를 조져버린 거지. 어머, 이 자해를 워쪄. 각하는 클린턴 방북 직전, 휴가 가셨거든. 부시도 만나고.
그렇게 남북 현직 정상 두 사람과 미국 전직 정상 두 사람이 같은 주에 한반도에서 만난 건, 역사상 최초의 일이에요. 북쪽에선 김정일과 클린턴이, 남쪽에선 각하와 부시가 만난 거지. 그래서 클린턴은 김정일로부터 두 기자의 석방과 북-미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이끌어냈고, 각하는 부시로부터 “기부는 대단한 일”이란 칭찬을 이끌어 내셨지. 멋지지 않니, 우리 각하. 이럴 때 우린, 각하 힘내시라고 이런 구호 외쳐드리면 되는 거란다. 장하다, 이명박!
3. 와이에스(YS)가 디제이(DJ)와 화해했다는 보도가 크게 났던데, 진짠가요?
화해는, 상호 해원하는 거란다. 쌍방이 서로에게 가한 과거의 해코지를 마침내, 서로, 용서하는 거지. 근데 와이에스는 디제이를 만나지도 못했어요. 상호작용이어야 하는 걸 혼자로 족하다고 우기는 걸 우린 땡깡이라 하지. 게다가 정신이상, 독재자, 아이엠에프(IMF)도 디제이 탓 등등 무수한 저주와 비방은 전부 와이에스가 일방적으로 디제이에게 던진 거였지, 디제이는 와이에스를 그리 상대한 적 없거든. 그러니 와이에스가 디제이 관련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화해가 아니라 회개가 맞지. 이상.
PS-마감 직전, 서거 소식을 들었다. 너무 분하다. 그가 마지막 눈에 담고 간 장면들이, 시답잖은 무리에게 그 자신 평생을 바쳐 이룩한 가치들이 유린당하는 모습이었단 사실이. 그 대목, 결코 잊지 않으리.
당신 덕에, 떳떳했어요. 참, 고마웠어요. 이제 편히 잠드세요, 내 첫 번째 대통령님.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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