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默言)

                         - 문태준

 

절마당에 모란이 화사히 피어나고 있었다

누가 저 꽃의 문을 열고 있나

 

꽃이 꽃잎을 여는 것은 묵언

 

피어나는 꽃잎에 아침 나절 내내 비가 들이치고 있었다

말하려는 순간 혀를 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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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할...

 

그후로 지금까지

내 눈빛이 얼마나 허망한지

내 간과 쓸개가 얼마나 공허한지

내 영혼이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한지

이 모든 헛일이 나를 얼마나 비루하게  만드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어디까지,

내가 언제까지,

가라앉게 될지...

언제 바닥을 치고 드디어

떠오르게 될지...

 

그러므로 내게 '어색'이란 단어는 사치에 불과하다.

여전히.

 

내가 대범하지 못한 소인배라는 것을 알듯이

이 상황이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왜 돌아서서 후회할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왜 이러는지.

왜 이런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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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시 맞아요?

BRINY 2006-11-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군요.

해콩 2006-11-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울 다녀온 것, 눈치채셨군요? 브리니님 이거 극비인데..쉿!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거든요. 근데 어제 9시 뉴스에서도 이 지침을 알려주더라구요..ㅋㅋ

글샘샘, 詩스럽지 않죠? 누군가가 쓴 글이라는데.... ^^;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 정일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나는 혁명할 것이다, 조국에서

내 사랑의 시작은 신기루였고

내 사랑의 끝은 폐허였다

세계는 오래 전부터 하나인데

사랑하는 조국은 여전히 나눠져 있다

21세기는 하나뿐인 분단민족이여

나는 이 이분법이 이제는 지겹다

초원으로 가서 사랑을 하고 싶으니

쇠를 녹이는 끓는 사랑을 하고

칸이 될 수 있는 사내를 낳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고

네 제국을 만들라 유언할 것이다

고백하자면 반도는 사랑하기에 너무 좁다

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

칸이 아니면 또 어떠랴, 딸이 태어난다면

바람이라는 뜨거운 이름을 주고

초원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아시아의 처음에서 유럽의 끝까지

그녀의 시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

유라시아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나는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나는 몸에 꿈 하나 숨기고

남쪽과 북쪽의 국경을 넘을 것이다

국경을 넘는 것이 죄가 된다면

나를 구금하라, 대륙의 피에

반도의 피를 섞으려는 것이 유죄라면

나도 혁명가처럼 서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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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 죽을 것이다... ㅋㅋ 너무 비장미 넘치는 거 아닌가요?
몸살 나지 않으셨나요?

해콩 2006-11-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시이지요? ^^
어제... 같이 가신 저희 학교 샘 한분이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이 시를 슬쩍 내미시며 읽어보라시는 거예요. 아~ 멋지구나.. 멋있죠? 네.. 이거 저 주시는 거예요? 흠.. 가지세요.. ^^ 실은 버스 안에서 샘들께 읽어드릴려고 뽑아 왔는데...
저희 버스에서 서로 인사 나누는 시간은 생략했답니다. 그래서 제게만 살짝 보여주신 거지요. 사람들을 위해 좋아하는 시를 준비해오신 샘의 세심함과 이 시의 분위기... 너무 좋아서 바로 올렸어요.
오늘부터 축제라 문화회관에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1시간 관람하고 회식하고 학교로 돌아와 교지 작업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내일 전시, 공연 준비하구요. 몇몇 샘들이랑 아이들이 분주할 뿐... 하늘 낮게 가라앉은 고즈넉한 오후...
피곤은한데요 몸살 걸릴만큼 약골은 아니라서 말이지요... ㅋㅋ 혹시 글샘샘은 몸살? 어제 너무 추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살짝 빠져 소주도 한 잔 하고 덕수궁도 돌아본 모냥이더마 우직한 우리는 4시간 내내 그 자리를 지켰지 뭐예요..

글샘 2006-11-24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저를 따라 오시지 그러셨어요. 우린 너무 추워서 두번째 집회때 무교동 가서 낙지는 못먹고 소주 한잔 하고 왔어요. 훨씬 덜 춥던걸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해콩 2006-11-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도 알았으면 진작 따라갔을텐데 말예요... 담번엔 꼭 좀 챙겨주세요~
 
 전출처 : 바람구두 > 평생 나를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

"사랑의 궁극적인 형태는 비밀의 사랑이다.
살아가는 동안 줄곧 사랑으로 자신을 태우고,
사랑하는 자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사랑으로 인해 죽는 것, 그러한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평생 나를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
어쩌면 그것은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증오하므로
자신의 일부를 세상에 내 놓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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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구광본 -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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