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난민에 관한 그래픽 노블 When Stars Are Scattered 를 읽었고,

파키스탄 무슬림과 결혼한 한국인의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읽고,

성폭력에 관한 책 <교만의 요새>를 읽었더니 궁금해지는 책이 있었다.



2018년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인이 난민 신청을 한 일이 있었고, 이에 대해 한국 페미니스트의 입장이 갈렸던 일이 있었다. 이 책의 저자 국지혜라는 분은 소위 '랟펨' 래디컬 페미니스트이고, 열다북스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관련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 출판사를 처음 들어본다고 생각했지만, 찾아보니 이미 <포르노랜드>를 읽었었다. 












페미니즘은 대체로 여성뿐 아니라 대체로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을 걱정한다. 전세계 인구로 따지자면 여성은 소수가 아니고 여성이라는 집단이 균일하지 않으므로 모든 여성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억압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약자와 소수자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반대한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았고, 5년이 지난 지금에도 트랜스 젠더 여성의 모 여대 입학을 반대한 사건과 함께 종종 회자되곤 한다. 나는 주로 난민 신청을 반대한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말을 접해왔다. 


저번에 <교만과 요새>를 읽고 너무 관대하고 온건하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접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난민에 대해 <우리 안의 인종주의> 처럼 인도주의적인 태도로 이야기했기에, 이번에는 한국 랟펨의 입장을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국지혜씨가 한국의 랟펨을 모두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로 쓰는 글인데,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다) 



미주까지 포함해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이지만, 독자를 분노하도록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표현들 때문에 읽기가 불편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서 자꾸 책을 덮게 되었다. 내 태도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난민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단순히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 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혹하다고 생각한 것이 '난민 대량 수용이 일으킬 사회적 여파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목소리' 라는 언어로 돌아오니 참 마음이... 따가웠다. 



이 책은 일단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 을 비판한 다음 당시 예멘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종교 (이슬람교), 난민들의 다수 (90% 이상)가 20-30대 남성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성별과 종교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 (여성에 대한 태도), 그리고 같은 나라의 난민은 아니지만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교를 믿는 난민 신청자들이 2015년말-2016년 초 독일 및 유럽에서 저질렀던 성폭력 및 폭력과 같은 일에 대한 우려 등을 이야기하고 캐나다의 난민에 대한 정책(가족과 함께 오는 신청자에 한해 난민 비자를 주는)을 소개하며 페미니즘적 대안을 제시한다.



다 읽고 보니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크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예멘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근거로 예멘의 상황과 여성 인권에 대해 예멘 여성의 증언이 신뢰할 근거가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는데,


가부장제의 인질 상태에 놓인 여성들은 남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폭력 가해자를 옹호할 수밖에 없는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야만 할까? 상업화된 성착취에 생계가 달린 여성이 '성매매'를 노동이자 자기계발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를 곧바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식으로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것은 누구를 유리하게 하는가.

여성의 노예적 위치를 이용하여 '그들이 스스로 말하게 함으로써' 주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보여야 할 반응은 무엇인가.

(126-127쪽)



물론 모든 진술은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가정 폭력에 대해서도 여성들은 대체로 솔직하게 기술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그들의 증언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까지 주어질 수 있는가, 좀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다만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이런 투는 아니고 주변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지금껏 책으로 접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70년대 미국의 페미니스트가 대부분이었는데, 한국의 상황을 다룬 한국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책을 읽고나니 뭔가 한 걸음 내딛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두려워(?)하지 않고 더 읽어보려고 한다. 뭘 더 읽어야 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다락방님이 추천하신 윤김지영 교수의 책을 하나 읽어볼까 한다.



+ 누스바움이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극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관대함이 나은 것 같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도하차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난민을 무작정 수용하기에 앞서 여자들이 여성에 대한 안전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며, 이런 논의 과정은 급격한 난민 수용에 따라올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비하도록 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 P45

좌파가 주도하는 여성 운동은 여성을 다른 의제 뒤로 밀어버리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스스로 매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한다. ... 모든 각성한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문제에만 집중해도 성폭력과 성착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한다. 그런데도 게이 사기 결혼 논쟁이나 난민 문제 등을 앞에 두고 기존 여성운동권이 여성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 축소하고 여성의 경험과 감정을 지워버릴 때 대중 여성들은 불쾌감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 P50

좌파의 인도주의라는 환상과 낭만주의는 국내 테러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경제적 갈등을 유발하여 극우주의 선동을 이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P55

예멘 난민 사태를 대하면서 한국의 지식인과 엘리트 집단은 독일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상인데도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뭉뚱그려 극우 세력의 의견이라 매도하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성폭력에 대한 걱정을 인종혐오로 매도하는 좌파 운동권과 엘리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57

이들이 전쟁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으러 온 가짜 난민인가 하는 문제 역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 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다가 왔는가 하는 점이며, 그들 ‘조국‘의 사회 체제와 문화 속에 들어 있는 매우 극심한 여성혐오 사상이 그들 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P69

전쟁을 피해 한국까지 넘어온 예멘 난민 중 90%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예멘의 처참한 전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보다 처참한 여성 인권을 보여준다. 예멘 여자들은 인권이 낮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이다. 남자들은 아내와 딸, 늙은 어머니를 인질로 넘기고 도망갔다. ... 피란길은 위험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국경을 넘어와서 난민 지위를 받고 일자리를 얻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면 가족들도 불러들일 것이라고 순진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멘 내 여성 인권을 보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 중에 다수가 자기의 어린 아내나 딸이 지내야 할 집과 가축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국경을 넘었으리라고, 심지어 딸을 조금 더 넉넉한 형편의 늙은이에게 팔다시피 시집보낸 돈으로 넘어왔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개연성 있다. - P79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에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독신 남성을 배제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여자와 아이들부터라는 대원칙을 만들었으며 독신 남성은 받지 않기로 한 후, 비용을 들여서 비행기를 띄워 바다 건너 먼 곳에서 난민들을 데려다가 인도적으로 수용하였다. 20-30대 독신 남성이 혼자서 넘어올 경우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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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28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지향하며 그들을 지지하지만, 열다북스에서 지금처럼 좋은 책들을 계속 출판해주길 바라지만, 그러나 개인적으로 국지혜 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그리고 당연히 국지혜가 래디컬을 대표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이 책에서도 그렇고 제가 알고 있는 국지혜 개인적인 행보에서도 페미니즘을 어느 지점에서 넘어버려 살짝 어긋났다고 보이는 경향들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건수하 님이 말씀하셨던 ‘대책없는 온정주의‘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받아들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난민 문제에서도 그리고 트랜스젠더 문제에서도 저는 이 대책없는 온정주의, 혹은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현실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한다-혹은 현실감각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너무나 당연히 윤김지영 도 래디컬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저는 윤김지영 쌤에 대해서라면 래디컬들이 감각하는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그들의 편에 서고자 하면서 자신의 윤리감각도 잃지 않는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분도 엄청 욕 많이 먹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에게는 물론이요 래디컬 페미들 사이에서도 그랬습니다.

음 저는 저랑 의견이 다른 여성들-페미니스틀-에게 내가 선택한 이쪽이 맞다, 라고는 딱히 설득하고 싶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쪽을 지향하거나 지지해도 그들과 백프로 일치하는 의견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고, 그런데 저는 어쨌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감각하고 현장에 나가 젊은 여성들과 시위를 하다보니, 흘러흘러 여기로 왔더라고요. 개개인의 역사와 감각이 결국 그 사람을 지금 그 자리에 위치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음 저는 교만의 요새에서 마사 누스바움에게 너무 실망을 해가지고.. 사실 저는 ‘온건하다‘ 정도로 생각하기보다는 ‘장난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 꽃밭에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은 진흙탕인데요. 아무튼 건수하 님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빠샤!!

건수하 2024-10-28 17: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자주 인용하시는 <여자는 인질이다>도 열다북스 책이더라고요. 좋은 책은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국지혜라는 분에 대해서 아직 자세히 알 기회는 없었는데.. 이 책의 어투가 좀 불편했거든요. 저는 글은 특히 책으로 나올때는 좀 정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더 찾아보지는 않으려고 해요. 책이 아닌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 정제되지 않은 말을 보게될 것 같아서.. 물론 다락방님의 윤김지영에 대해 쓰신 부분을 보면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조심해야 하겠지만요.

윤김지영님 책은 공저 말고는 동생분?과 함께 쓴 <탈코르셋 선언>하고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이 있던데 혹시 더 추천하시는 책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누스바움은... 음 저는 온건하게 쓰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믿고 싶습니다. 교수들이 대체로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윤김지영님 책이 기대가 되네요).

다락방 2024-10-28 17:26   좋아요 3 | URL
[헬페미니스트 선언 그 날 이후의 페미니즘] 이 제일 처음 나온 책인데, 저는 이 책이 참 좋았거든요. 리뷰들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항의로(?) 출판사에서 절판한 걸로 알아요. 그래서 내용 보강해서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왔는데, 그게 [지워지지않는 페미니즘]일겁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동생분과 함께 쓴(언니였나..두 분이 쌍둥이거든요. 누가 언니인지 자꾸 헷갈려요.) [탈코르셋 선언]도 좋은데, 사실 코르세에 관련된 거라면, ‘쉴라 제프리스‘의 [코르셋]쪽이 한 방에 끝나지 않나 싶습니다.

덧. 윤김지영 쌤도 말투는 쎄지 않습니다. ㅋㅋ 심지어 [탈코르셋 선언]은 존댓말로 되어있어요.

건수하 2024-10-28 19:44   좋아요 0 | URL
땡투해서 담아뒀습니다! 무료배송쿠폰이 리필되길 기다리며… (아니면 다른 책을 더 담아서) ❤️

2024-10-29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10-29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건수하 님처럼 평상시에는 다분히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난민/트랜스젠더를 지지했는데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상황 아래에서도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반대할 거리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는 점에서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말씀하진 것처럼 다분히 감정적인 어투가 좀 거슬렸고 ㅋㅋㅋㅋ 저도 누스바움 언니처럼 관대한 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기존의 제 생각의 틀을 깨준 점이 있다는 면에서 5별....(저도 4.5별쯤)을 줬지만 그럼에도 저는 난민/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소위 ˝렏팸˝들의 생각하고는 결을 같이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영원히).

얼마전에 곰탱이한테 왜 렏팸들은 트젠을 배제하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MTF(Male to Female) 트젠들이 여성성을 과하게 추구하는 점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페미니스트들은 탈코 운동까지 하면서 그놈의 고정화된 여성성의 이미지를 없애려고 애쓰는데 트젠들은 도리어 그걸 추구한다고. 근데 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갖고 싶은 게 바로 그거라서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갖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 추구하게 되는?? 예컨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 결혼제도가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동성혼을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요. 아무튼 그래서 전 이해가 가는데..... 지나가던 렏팸한테 돌 맞을 소리 같군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29 09:54   좋아요 1 | URL
저는 반대한다기보다 제도상 약간의 조정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쓰기까지 이 책의 저자도 상당히 자제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약자 집단을 우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또 마음에 걸리긴 해요. 하지만 국가든 자선 단체든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은 만들어질 수 밖에 없을 거고, 그 기준에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좀 추가하고 싶다- 그 정도에서 타협하고 싶네요.

난민이나 트랜스젠더나, 온정주의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고민없는‘ 온정주의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래서 반성했을 뿐이에요.

트젠들이 여성성을 과하게 추구하면... 그게 페미니즘에는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생물학적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다 해도 여성 안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 지.. 그게 문제가 된다면 배제할게 아니라 랟펨도 여성에서 따로 떨어져 나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곰탱이 (언급하셔서 똑같이 씁니다 ㅎ) 께서 (...) 전에 남성 여성의 구분을 굳이 하지 않는다면 트랜스는 필요하지 않다고 쓴 걸 본적이 있는데 그게 더 편리해보이긴 하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여성에 포함시킨다는 뜻은 아니지만.

2024-10-30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3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민과 여성혐오 한권으로열다 2
국지혜 지음 / 열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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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좀더 정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저자의 독자를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글 (특히 초반부) 를 읽기가 불편했고 쉽지 않았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대책없는 온정주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 에 찔려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사례를 다루고 있는 랟펨의 책은 처음이라 나의 현재 상태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어서 별 다섯 개. 사실 다섯 개 보단 네 개 반 정도.


난민을 무작정 수용하기에 앞서 여자들이 여성에 대한 안전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며, 이런 논의 과정은 급격한 난민 수용에 따라올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비하도록 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 P45

좌파가 주도하는 여성 운동은 여성을 다른 의제 뒤로 밀어버리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스스로 매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한다. ... 모든 각성한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문제에만 집중해도 성폭력과 성착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한다. 그런데도 게이 사기 결혼 논쟁이나 난민 문제 등을 앞에 두고 기존 여성운동권이 여성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 축소하고 여성의 경험과 감정을 지워버릴 때 대중 여성들은 불쾌감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 P50

좌파의 인도주의라는 환상과 낭만주의는 국내 테러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경제적 갈등을 유발하여 극우주의 선동을 이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P55

예멘 난민 사태를 대하면서 한국의 지식인과 엘리트 집단은 독일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상인데도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뭉뚱그려 극우 세력의 의견이라 매도하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성폭력에 대한 걱정을 인종혐오로 매도하는 좌파 운동권과 엘리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57

이들이 전쟁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으러 온 가짜 난민인가 하는 문제 역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 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다가 왔는가 하는 점이며, 그들 ‘조국‘의 사회 체제와 문화 속에 들어 있는 매우 극심한 여성혐오 사상이 그들 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P69

전쟁을 피해 한국까지 넘어온 예멘 난민 중 90%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예멘의 처참한 전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보다 처참한 여성 인권을 보여준다. 예멘 여자들은 인권이 낮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이다. 남자들은 아내와 딸, 늙은 어머니를 인질로 넘기고 도망갔다. ... 피란길은 위험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국경을 넘어와서 난민 지위를 받고 일자리를 얻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면 가족들도 불러들일 것이라고 순진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멘 내 여성 인권을 보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 중에 다수가 자기의 어린 아내나 딸이 지내야 할 집과 가축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국경을 넘었으리라고, 심지어 딸을 조금 더 넉넉한 형편의 늙은이에게 팔다시피 시집보낸 돈으로 넘어왔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개연성 있다. - P79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에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독신 남성을 배제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여자와 아이들부터라는 대원칙을 만들었으며 독신 남성은 받지 않기로 한 후, 비용을 들여서 비행기를 띄워 바다 건너 먼 곳에서 난민들을 데려다가 인도적으로 수용하였다. 20-30대 독신 남성이 혼자서 넘어올 경우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P84

박혜정은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열다북스, 2020)에서 성매매라는 단어가 여성의 자발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단어임을 지적하면서 성을 ‘매매‘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남성의 여성 지배라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대안적 용어로 ‘상업화된 성착취‘를 제안한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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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코스타리카 소노라 센트로아메리카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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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이 많다고 쓰여있지만, 그리고 나는 커피의 신맛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달고 고소한 맛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미 재구매 했지만 또 구매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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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서제인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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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의 모음이 300개 들어 있는 책. 내가 혹한 문구의 이미지만이 기억에 남았겠지만, 대체로 그 문장들의 모음은 조금 기발하거나, 많이 솔직하거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인생의 진리 같은 문장들 이렇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몇 개의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초반에 있었던 이 문구가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초반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훌륭한 사진가는 자기가 꼭 시를 써야 한다고 우긴다. 어떤 멋진 에세이스트는 자기가 꼭 소설을 쓸 거라고 말한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어떤 가수는 자기가 작곡한 끔찍한 노래만 부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로서는 쓰고 싶지 않은 이런저런 것들을 글로 써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게 말할 때면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이 구절이 특히 마음에 남는 이유는 앞의 세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주어가 달라서, 익숙해진 리듬에서 조금 당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조금 꼬여 있는 듯한 문장 덕분에 집중해서 읽게 됐다. 그래서 사실 나도 그렇다- 라는 당연한 말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문구들이지만 맥락을 대략 알 수 있고 종종 재미있기까지 하다. 모성이나 돌봄에 관한 문구는 굳이 옮기고 싶진 않았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 5년 일기라는 걸 쓰고 싶어했었는데, 거기에 일상이 아닌 생각들을 쓴다면 이런 글이 나오려나. 글을 쓰기 싫어 도망치는 마음으로 이런 짧은 문구를 쓰는 사람의 긴 글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어떤 훌륭한 사진가는 자기가 꼭 시를 써야 한다고 우긴다. 어떤 멋진 에세이스트는 자기가 꼭 소설을 쓸 거라고 말한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어떤 가수는 자기가 작곡한 끔찍한 노래만 부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그러니 사람들이 나로서는 쓰고 싶지 않은 이런저런 것들을 글로 써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게 말할 때면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로마에서 내가 한 가장 가슴 설레는 경험은 포로 로마노로 걸어 들어가 고대의 돌 하나를 원래의 자리에서 집어 든 다음 다른 어딘가에 슬쩍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희망을 포기하고 괴로움에 굴복하는 일. 부처를 능가하는 완전한 초월에 이르는 일. 이 두 가지는 딱 한 가지 작은 특징만 제외하면 똑같아 보인다. 그것은 미소다. 미소 짓는 걸 잊지 말자.

덜 가진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관심을 우리 사이의 불균형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쓴다. 그럴 때면 도둑질을 하는 기분이다. 많이 가진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관심을 우리 사이의 불균형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쓴다. 그럴 때면 자선을 베푸는 기분이다.

나는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종종 놀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 친구들은 전혀 모르는구나. 그러면 이번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그 느낌을 즐기기 위해 나는 섹스, 약물, 우범지대처럼 사람들이 흔히 빠져드는 것들에 빠져들곤 했다. 그 갈망을 마침내 충족시킨 건 모성이었다. 모성은 멈추는 법도,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는 자기 소멸의 한 방법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더 외로워지는 동시에 덜 외로워졌다. 내가 덜 외로울 때는 이 특별한 외로움을 함께 느껴온 이름 없는 타인들, 알려지지 않은 수십억 명의 여성들을 떠올릴 때다.

우정, 결혼, 부모 됨, 자기 자신의 삶. 이런 것들처럼 끝나는 지점이 어딘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일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헌신이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내 삶의 중심은 글쓰기라고 주장하며 살아왔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내 삶의 중심이 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니 나로서도 쉽지 않다.
나는 그저 당신이 여기 이 세상에, 냉정할 만큼 완벽하고 확고하게 자아를 유지하는 일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세상에 나와 함께 있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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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14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별이네요!....엥? 아깐 5별이었던 거 같은데 4별로 수정?!
˝우정, 결혼, 부모 됨, 자기 자신의 삶. 이런 것들처럼 끝나는 지점이 어딘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일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헌신이다.˝ 이건 정확히 저도 밑줄 그은 문장..... (수하님하고 저랑 겹치네요! 은곰탱이는 안 했을 거 같은데...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14 13:21   좋아요 1 | URL
제가 대체로 후한 경향이 있는데 ㅎㅎ 5별 하려다 너무 후한가 싶어서 4별로 바꿨어요.
하나 더 번역되어 있는 <망각 일기>가 궁금해지네요.

잠자냥 2024-10-14 13:37   좋아요 1 | URL
<망각일기>도 저는 4별 줬어요. 일기 쓰고 싶어짐...ㅋ

건수하 2024-10-14 13:51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은 일기 안 쓰시나요? 전 써보고는 싶은데 게으르....

잠자냥 2024-10-14 14:0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일기랑 다이어리 안 써요.

독서괭 2024-10-14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3년일기 사서 쓰고는 있는데.. 맨날 오늘 뭐했고 뭐했고 밖에 없어요 ㅋㅋ 이런 단상은 절대 안 나오더라고요. ㅋㅋ 전 그냥 스케줄 기록으로라도 써보긴 하려고 합니닼

건수하 2024-10-14 15:25   좋아요 2 | URL
오늘 뭐했고 아닌걸 써보려고 하면.... 안되려나요 ㅎㅎㅎ
일단 일기를 쓰시는 독서괭님 칭찬해드립니다!

저도 5년일기 써봐? 하다가 3년이라도 써볼까 말까 하는 중..

희선 2024-10-15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보는 일기는 늘 비슷한 거 써도 다른 사람들이 본다 생각하고 쓰는 건 비슷한 거 덜 쓰는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쓴 거 또 쓰지만... 새롭거나 다른 거 쓰는 건 쉽지 않네요


희선

건수하 2024-10-16 16:37   좋아요 1 | URL
희선님 일기를 쓰시는 군요... 하긴 매일매일 새로운 걸 쓰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가끔은 저런 단상을 건질 수 있다면 일기 쓸 맛이 나겠어요.
 
교만의 요새 - 성폭력, 책임, 화해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박선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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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책같이읽기 9월의 책. 


MBTI 중 S 성향이라 그런가, 페미니즘을 생각할 때도 제도적 장치로 보장받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인간의 선함을 별로 믿지 않기에 제도가 생기면 의식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도가 생기려면 많은 사람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하기에 제도가 먼저 생기는 일은 없을거라 절망적이라고. 


이 책은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칸트를 얘기했던가? 나도 원리원칙주의자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그러면 뭘하나 현실이 아닌데. 마사 누스바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매우 정제된 언어로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더러운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세상을 먼저 떠난 딸에게 바친다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고 원래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다. 마사 누스바움 자신도 '나는 다르고 싶은' 교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서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나는 모두를 위해 존재하고 모두에게 공정한, 어떤 서사보다도 위에 있어서(있어야만 해서) 편견이나 편애로부터 면역력을 가진 체제를 만들겠다는 더 큰 목표를 독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관념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이 작업이 고결한 도덕관념을 구체화하는 일이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14쪽)



나도 그런 도덕관념이 구체화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근시일내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실은 영원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가능하길 바란다. 


이 바로 뒤에 나오는 문장에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지만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닌, 모두를 화해시키고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결과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14쪽)



그렇지만 이 문장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모든 여성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페미니즘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나는 그러고 싶지만. 사실 모두는 아니다, 모두를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내가 이렇게 더러움을 참고 난 더럽지 않으려고 공부하고 애쓰고 있는데 기왕이면 아름다운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그것도 안되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성폭력의 피해자이든 아니든, 가부장제의 억압을 받든 아니든, 왜 여성은 항상 바르고 아름다운 결과를 추구해야 하나? 왜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행동해야 하나? 


타이틀 세븐이 일찍이 통과되고 개정되어 타이틀 나인까지 만들어진 미국에서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차별금지법도 통과되지 않은 한국에서 아직 모두의 화해는 당연히 이르다. 

누스바움은 8장 스포츠 업계에 관한 부분에서 '이 업계 전체를 좀먹는 성적 부패와 학계의 부패는 고칠 수도 없다.' 라고 했다. 문제를 고칠 수도 없고 구조화되어 있어서라고. '꾸준히 노력하면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등한 존중과 배려의 문화' 라는게 가능한 곳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다. (사실 미국에서도 안 될 것 같지만)


'교만' 이라는 개념을 다루는 초반부도 좋았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점잖아서, 적어도 페미니스트들에게만 이 책을 권할 생각이다. 아, 남성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을 생각이다. 더 교만해지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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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0-07 18: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고 갸웃했던 부분들을 수하님이 날카롭게 적어주셨네요!
˝더 교만해지면 안되니까˝ ㅋㅋㅋㅋ 아 너무 좋네요 ㅋㅋ
저도 첨에 연옥 나오고 교만 나오고 할 때는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음.. 너무 모두를 안아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법치주의, 제도화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뭐랄까.. 너무 ‘중립적이어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것 같기도 하고. 모두를 안고 가려다가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고런 느낌...
그리고 뒤에 업계 관련은 지루했어요. 저는 <혐오와 수치심>이 더 관심이 가네용

건수하 2024-10-09 08:48   좋아요 1 | URL
뒤에 업계 부분은..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본인이 잘 알 것 같은 극 분야 외에는 정말 그 분야 사람들도 동의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혐오와 수치심> 하나 더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4-10-07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수하 님의 리뷰가 참 좋네요. 꼬집을 건 꼬집지만 점잖은 리뷰에요. 잘 읽었습니다!

건수하 2024-10-07 21:31   좋아요 0 | URL
사실 이 글을 쓸 때 전 꽤 화가 난 상태였거든요. 그래야 이 정도 쓰는 거라서.. 그래서 저도 교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어요. 🥲

잠자냥 2024-10-08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는 누스바움 언니... 좋아하는 이유가 그 온건함 때문인 거 같기도 해요. 책 읽다 보면 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역시 착한 사람인가... 싶어서 어느 순간 그냥 마음이 녹아짐 =_=

건수하 2024-10-08 10:51   좋아요 0 | URL
저도 싫은 건 아니고... 이상이 있다는 건 좋은거죠. 법이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는데 법 관련해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사실이 좀 슬프네요. 좋은 책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 책 읽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할까봐 권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누스바움 책을 하나 더 읽는다면 잠자냥님은 뭘 추천하시겠나요?

라고 쓰고 찾아보니 누스바움의 마니아 1위시네요!

잠자냥 2024-10-08 10: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추천하기에는 저도 누스바움 언니 책 사놓기만 하고 안 읽은 게 수두룩해서;;
<교만의 요새> 읽기 전에 <타인에 대한 연민>, <혐오에서 인류애로> 이거 두 개 읽었는데요,ㅡ 제목에서부터 약간 순한 맛인 거 예상되지 않나요? ㅋㅋㅋㅋ <혐오에서 인류애로>가 <교만> 포함해서 3권 중에는 가장 좋았어요. 근데 저는 왠지 수하 님이 읽고 싶다던 <혐오와 수치심> 이거 재밌을 거 같아서 다음에 누스바움 책 읽는다면 이것부터 읽을 것 같습니다... <동물을 위한 정의>는 제가 반려동물하고 같이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누스바움 언니가 너무 뻔한 소리할 거 같아서;;; 책조차 안 사게 되네요;

엥?! 제가 마니아 1위라니 ㅋㅋㅋㅋ (산 책 소개를 많이해서 그런 듯요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08 11:02   좋아요 0 | URL
아, <동물을 위한 정의>가 딸이 하던 작업인 것 같네요...

<혐오와 수치심> 위에 독서괭님이 말씀하셨는데 흥미로울 것 같아서.. 그럼 저도 그걸 기억해둬야겠어요. 다른 건 읽더라도 나중에.. :)


건수하 2024-10-08 15:35   좋아요 1 | URL
혐오와 수치심... 728쪽... ;;;

2024-10-10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0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0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