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달에 책 사느라 지출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6월 중순도 되기 전에 평소 정해놨던 1달 평균 도서구입비를 훌쩍 넘어버린 것. 이대로 가다가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도 안 남을 것 같아 '6월엔 이제 그만'을 외쳤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휴가 시즌을 맞아 알록달록 장식한 갖가지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여기저기 서점들에서는 유혹적인 문구를 내걸고 할인 이벤트에 들어갔지만 나 홀로 외로이 '안돼, 참아야 하느니라..'를 되뇌며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고달팠던 6월이 다 가고 사랑스러운 7월이 시작되어 내 눈에도 생기가 돌고 지갑도 바빠졌다. 어제도 오프라인 서점(생활이 온라인 중심이다 보니 그냥 서점을 무조건 오프라인 서점이라고 부르는..; 참나) 두 군데에서 팔이 빠져라 책을 사들고 돌아왔고(대부분 만화책이었다) 오늘은 그동안 보관함, Wish List에 쌓아뒀던 애들을 내 품으로 몰아오는 날이었다.
M서점의 장바구니도 털어주고, K서점의 이벤트 도서들도 주섬주섬 집어넣고, 알라딘도 빼놓을 수 없으니 신간들 사주고.. 그러다 보니 1시간도 안 되어 카드를 네 번이나 긁어야 했다. 알라딘에서는 현재 S카드로 결제하면 무이자 할부도 해준다니까 S카드 써주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또 다른 카드로 긁어주고...(카드 리더기가 없는데 긁긴 어떻게 긁나..) 핸드폰에는 계속 딩동거리면서 '오모나, 또 이만큼 쓰셨네요'라며 SMS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고, 카드사에서는 '본인 맞습니까? 본인이 제정신 똑바로 박힌 상태에서 쓰신 거 맞죠?'라며 메일 날려주시고.. 그래, 맞다. 어쩔래? -_-
뭐 다 쓰자고 있는 돈이고 읽자고 있는 책이니 절대 후회 없지만, 이젠 정말 쌓아둘 데가 없는 게 큰 문제다. 책 살 돈 모아서 집 사야 되는데. 아아, 어느 세월에~~ 알라딘에서 살 때는 이제 25만원을 넘어선 적립금을 질러버릴까..하는 유혹도 들었지만 그건 30만원까지 모은 후, 새벽별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적립금 3% 미만의 책들을 살 때만 써야 한다. 아무렴~
오늘 산 책들은 마이클 무어 책이랑(이렇게 늦게 사서 미안해요 아저씨..) 에코 책이랑(왜 미네르바 성냥인지 뭔지는 나온 지 열흘이나 됐건만 리뷰 한 편 없을까? 다들 열린책들 욕만 하시고.. 리뷰 쓰기도 싫을 만큼 재미가 없나?) 추리소설 몇 권이랑(물론 최대한 안 무서워 보이는 것들로 골랐는데, 무서우면 큰일이다) 엔도 슈사쿠 책이랑(이건 엄마 드릴라구.. 어후, 내가 보기엔 정말정말 재미없어 보이던데 왜 이 사람을 좋아하실까아..) 판다님이 주시기로 한 카르티에 라탱에 맞춰 사토 겐이치 또다른 책이랑, 그 동안 안 사고 미뤄뒀던 김나경 만화책들이랑, 미술 관련 책 몇 권이랑(무식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친구 줄 동화책 몇 권이랑 등등이다.
택배 아저씨들이 박스 박스 들고 오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흐뭇 므흣하겠지만, 곧 꽂는 건 고사하고 쌓아둘 데도 없는 내 좁은 방에서 읽지도 않고 사모으기만 하는 책더미에 깔려 앙앙 울어댈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_-;; 몰라몰라. 카드는 이미 그어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의미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