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Terminator Salva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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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을 연달아 봤다. SF 대표격인 스타워즈부터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 등 초영웅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프리퀼은 이미 대세. 속편이면서도 시대적으로는 전편 이전 시대(또는 이전 상황)를 다루는 프리퀼의 유행에 이 두 시리즈가 빠질 리 없다. 이미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고 올 봄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다른 프리퀼과 달리 이 두 작품은 '시간 여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작부터 시간 여행이 뼈대인 터미네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스타트렉 프리퀼 역시 시간 여행을 배경으로 깔았다.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엔 여지없이 타임 패러독스가 따라 붙는다. 아직까지 SF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간관은 대부분 '단일 우주'다. 그 대표격이 <빽 투 더 퓨처>. 여기서는 과거로 간 주인공이 친아빠를 제치고 친엄마와 교제하는 순간 가족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묘사했다. 즉 미래 인물이 과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면 그로 인해 미래가 뒤바뀐다는 설정이다. 

터미네이터 역시 마찬가지. 1탄에서 스카이넷 기계군단은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의 출생 자체를 막기 위해 어머니를 없애려 과거로 터미네이터(T-800)를 파견하고, 존 코너는 어머니를 보호하려 부하 카일 리스를 보내는데, 그가 곧 그의 아버지가 된다. 2탄에서 스카이넷은 더 개량한 터미네이터 T-1000를 파견해 어린 존 코너를 죽이려 하나, 이에 맞서 저항군은 전향한 터미네이터(T-800)를 보내 맞선다. 이때 1탄에서 파괴한 터미네이터의 핵심 부품이 훗날 스카이넷을 만드는 단초가 되는 것을 알고 이를 파괴하려 한다. 3탄에선 청년 존 코너가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와 함께 '심판의 날'을 막으려 하나 결국 실패한다는 줄거리다.(아쉽게 3탄은 아직까지 보지않았다.)  

결국 터미네이터는 과거와 미래가 물고 물리는 타임 패러독스의 전형이다. 시간적으로는 미래인 4탄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보다 어리지만 과거로 돌아가 그 아버지가 되는 카일 리스를 없애려 혈안이다. 즉 카일 리스가 죽게 되면 존 코너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존 코너는 카일 리스를 구하려 목숨을 건다.    

 

그렇다면 스타트렉은 어떨까? 엔터프라이즈호 멤버들의 성장 과정을 그린 <스타트렉: 더 비기닝> 역시 시간여행을 뼈대로 한다. 블랙홀에 끌려 과거로 온 네로 함장은 스팍 부함장에게 복수하려 커크 함장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스팍의 고향인 불칸 행성을 파괴한다. 미래의 스팍 부함장이 자신의 행성 파괴를 방치했다는 이유다.  

터미네이터와 달리 스타트렉은 '타임 패러독스'를 극복했다. 즉 늙은 스팍 부함장이 살던 미래 우주에는 커크 함장의 아버지도 살아있고 불칸 행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트렉 전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과거(현재) 우주는 커크의 아버지도 불칸행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2개의 서로 다른 우주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임 패러독스를 깨려고 등장한 '평행우주' 개념이다.   

결국 <터미네이터: 미래의 전쟁의 시작>가 1탄부터 쭉 이어온 '타임 패러독스'를 사수하려 목숨을 거는 형국이라면, 전편에서 빚진 게 없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타임 패러독스를 역이용하여 재미를 톡톡히 본 케이스다.  

이 둘 가운데 어떤 게 더 그럴듯하고 과학적인지를 떠나(어차피 과학계에선 시간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타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한 SF계의 부단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타임 패러독스는 시간여행 영화 자체를 허무맹랑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복잡한 인과관계를 통해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뻥도 제대로 치는 영화가 재밌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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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힌두교 신들과 부처의 부활. 그것도 아주 먼 미래, 지구와 동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그곳에는 과거 인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다만 실제 신들이 인간과 숨을 쉬고 전생을 밥먹는 하는 신화의 세계를 가장한 현실이다. 로저 젤라즈니가 아닌 누가 이처럼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눈빛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꿈의 세계로 끌어들여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저마다 놀라운 초능력을 한두가지씩 지닌 일단의 지구인들이 '인도의 별'이란 우주선을 타고 '멸망한 우라스'를 떠나 외딴 행성에 착륙한다.  

지구와 여러가지로 비슷한 지형적 환경. 그러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악마', '마녀' 등으로 지칭해 몰아내거나 지하에 가두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건설한다. 과학적인 전생 능력을 통해 수차례 몸을 바꿔가며 신과 같은 영원한 삶을 구가하는 이들. 소수인 그들에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샘' 즉 붓다, 싯타르타, 빛의 신이다. 이 소설은 신들의 특권을 버리고 그들이 지닌 놀라운 과학기술을 전봉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나눠줄 것을 주장하는 촉진주의와 신권주의의 대결을 그린다. 신권주의자, 즉 '하늘'의 신들에게 밀려 촉진주의자들을 대부분 전생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오직 샘만 살아남아 전쟁을 벌인다. 

촉진주의는 흡사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묘사하는 듯도 하고 한편으로 가톨릭에 맞선 프로테스탄드의 모습, 또는 미신과 종교에 맞선 과학기술자들의 지성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거창한 주제들을 마치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자신의 친구였던 신들에 대항하고,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고, 한때 적이었던 신들을 하나둘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한 대모험담이다.

 현대판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를 뺨치는 이런 기막힌 작품이 절판이란 사실이 아쉽다. 서둘러 복간되길 바랄 뿐이다. 

                                                                               *별빛처럼 

 

2009.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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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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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마지막 장면.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한 장면이다.
    

영화 제작편수에서 할리우드를 압도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이 바로 인도 발리우드다. 흔히 맛살라 무비라 불리며, 주인공들이 단체로 춤추고 노래하고 곧잘 화려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패턴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내게 90년대  종로 코아아트홀과 트레인스포팅으로 기억되는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은근히 기대했던 게 '영국판 맛살라 무비'였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좋게 어긋나는 듯 했다. 배경과 주인공들만 인도 뭄바이였을 뿐 전형적인 서구 영화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시 만나 화려한 군무를 추는 마지막 장면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엔딩 크레딧 직전 주연배우들의 소개자막과 함께 흐르는 번외 장면이었지만, 영화 전체를 함축하기에 충분했다. 바로 판. 타. 지. 

그렇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제대로 고등 교육도 받아본 적 없는 인도 빈민가의 한 소년 자말이 범죄의 구렁텅이에 벗어나 'TV 퀴즈쇼'에서 인도 전체가 떠받드는 '퀴즈영웅'이 되어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그럴듯 하면서, 허무맹랑한 줄거리를 지닌 전형적인 할리우드 판타지다. 

확률적으로 그의 퀴즈영웅 등극은 설명이 안된다. 대학교수도 통과 못했다는 그 어렵다는 퀴즈문제가 공교롭게 주인공이 아는 문제로만 딱딱 떨어진다는, 그것도 한두 문제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그러나 인도 빈민들의 그 판타지에 열광하고 그의 퀴즈영웅 등극을 기원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어느 순간 주인공의 성공을 기원한다.  여기에 교활한 퀴즈쇼 사회자와 '사기 자백'을 닥달하는 경찰은 멋진 조연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의 판타지가 뒤따른다. 주인공의 유일한 피붙이 형 살림과, 그에게 빼앗긴 그의 어릴적 로망, 라티카. 바로 사랑과 우정이다. 하지만 영웅이 득세하는 요즘, 빈민가 소년의 퀴즈영웅 등극보다 더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느 뮤지컬 장면처럼 평범한 역 플랫폼이 어느새 무대로 변하고 수많은 승객들은 앙상블로 변해 주인공의 몸짓에 맞춰 화려한 군무를 연출한다. 그리고 음악이 멈추는 순간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것이다... 내게 이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이 바로 할리우드와 또다른 발리우드 판타지에 보내는 대니 보일의 헌사로 보였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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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하)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닐 게이먼 판타지의 매력은 친근함이다. 굳이 먼 미래나 가상 세계를 창조하지 않고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스타더스트'가 평범한 현실 세계와 월 너머의 마법 세계, '네버웨어'가 런던 지상세계와 지하세계를 넘나들었다면, '신들의 전쟁'은 미국에 동화된 과거의 신들과 그 내면에 깃든 신화세계를 넘나든다. 

과거 이주민을 통해 신대륙에 건너왔지만 이제 인류에게조차 잊혀진 과거의 신들. 믿음과 숭배를 잃은 그들은 미국 곳곳에서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들 앞에 웬즈데이(오딘)가 나타나 새로운 신들, TV 인터넷 신용카드 등등과 맞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독려하고, 우리 평범한 주인공 섀도가 그 신들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젠 숭배받지 못하는 옛 신화 속의 신과 현대인의 숭배를 받는 물신(物神)의 전쟁. 왠지 환상적이고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소설 속 싸움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피아 같은 갱단들의 피의 대결에 가까울 정도다.  

웬즈데이에게 고용된 섀도는 새로운 신들의 '추파'를 피해가며 다양한 신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신과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믿음이 사라진 신들의 삶이 얼마나 초라할 수 있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중간중간 '막간'을 이용한 신들의 신대륙 이주사도 색다른 읽을거리다. 오랜 항해 끝에 인디언과 조우한 바이킹 이야기, 유럽에서 죄를 짓고 팔려온 여자 죄수, 아프리카 노예선을 타고 온 주술사... 언뜻 줄거리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신의 존재와 믿음(숭배)의 가치라는 전체 흐름에 이어진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로드무비에 가까울 정도로 낯선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 대륙의 일상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닐 게이먼이 영국인이었기에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미국인의 일상이 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별빛처럼

 2009.3.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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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상)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구판절판


"난 진실인 것을 믿을 수 있고, 진실이 아닌 것을 믿을 수 있고, 사실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믿을 수 있어요. 산타클로스를 믿을 수 있고 부활절 토끼와 마릴린 먼로와 비틀즈와 엘비스와 미스터 에드를 믿을 수 있어요. 이봐요, 인간들이 완전해질 수 있다고도 믿고, 지식이 무한하다는 것도 믿고, 세상이 비밀 은행 카르텔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도 믿고, 정기적으로 외계인들이 방문한다는 것도 믿고, 주름진 여우원숭이 같이 생긴 착한 외계인들과 가축들을 못쓰게 만들고 물과 여자들을 원하는 나쁜 외계인들도 믿어요. 미래과 꽝이라는 것을 믿고 미래가 흔들린다는 것도 믿고, 어늘날 흰 버펄로 여자가 돌아와서 모든 사람들을 골탕먹일거라는 이야기도 믿어요. 모든 남자들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다 자란 애어른이라고 믿고, 아메리카에서 건전한 섹스가 쇠퇴한 게 이곳저곳 사방에 널려 있는 자동차 극장의 쇠퇴와 맞물려 있다는 것도 믿어요...-150쪽

...모든 정치인들이 훈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기꾼들이라는 것을 믿고, 그래도 그들이 다른 대안들보다는 낫다는 것도 믿어요. 큰 재앙이 닥치면 캘리포니아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거라는 것도 믿어요. 항박테리아 비누가 흙과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망쳐서 어느 날 '화성침공'의 화성인들처럼 감기로 멸종되고 말 것이라고 믿어요. 지난 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들이 에디스 시트웰과 돈 마키스라고 믿고, 옥이 용의 정자를 말린 것이라고 믿고, 수 천 년 전 전생에 내가 외팔이 시베리아 샤먼이었다는 걸 믿어요. 인간의 운명은 별에 있다는 걸 믿고, 공기 역학적으로 땅벌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빛은 하나의 파장과 입자이고, 어딘가에 있는 상자 안에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고양이가 있다는 것(상자를 열고 먹이를 주지않으면 그것도 결국 두 가지의 다른 죽음이 되겠지만)과 우주 자체보다 수십억 년 더 나이를 먹을 별들이 우주에 있다는 것을 믿어요. 나를 보살피고 걱정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굽어보는 신이 있다는 걸 믿이요. 나를 보살피고 걱정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굽어보는 신이 있다는 걸 믿어요. 우주를 돌게 하고 여자 친구들이랑..-151쪽

놀러 가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비인간적인 신에 대해서도 믿어요. 일상적인 혼돈의 신이 없는 텅 빈 우주와 백그라운드 소음과 순전한 요행을 믿어요. 섹스가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섹스를 적절히 하지 못해서 그런다고 믿어요. 세상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조그만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할 거라고 믿어요. 절대로 정직함과 센스 있는 사회적 거짓말을 믿어요. 여자들의 선택의 권리, 아이들의 삶의 권리를 믿으며, -151-2쪽

사법제도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인간의 목숨은 신성하면서도 사형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게 된다는 것을 믿어요. 인생이란 농담이고 잔인한 게임이며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생기는 것이고, 우리는 되받아 거짓말할 수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고 믿어요."-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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