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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슬럼독 밀리어네어 마지막 장면.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한 장면이다.
영화 제작편수에서 할리우드를 압도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이 바로 인도 발리우드다. 흔히 맛살라 무비라 불리며, 주인공들이 단체로 춤추고 노래하고 곧잘 화려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패턴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내게 90년대 종로 코아아트홀과 트레인스포팅으로 기억되는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은근히 기대했던 게 '영국판 맛살라 무비'였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좋게 어긋나는 듯 했다. 배경과 주인공들만 인도 뭄바이였을 뿐 전형적인 서구 영화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시 만나 화려한 군무를 추는 마지막 장면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엔딩 크레딧 직전 주연배우들의 소개자막과 함께 흐르는 번외 장면이었지만, 영화 전체를 함축하기에 충분했다. 바로 판. 타. 지.
그렇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제대로 고등 교육도 받아본 적 없는 인도 빈민가의 한 소년 자말이 범죄의 구렁텅이에 벗어나 'TV 퀴즈쇼'에서 인도 전체가 떠받드는 '퀴즈영웅'이 되어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그럴듯 하면서, 허무맹랑한 줄거리를 지닌 전형적인 할리우드 판타지다.
확률적으로 그의 퀴즈영웅 등극은 설명이 안된다. 대학교수도 통과 못했다는 그 어렵다는 퀴즈문제가 공교롭게 주인공이 아는 문제로만 딱딱 떨어진다는, 그것도 한두 문제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그러나 인도 빈민들의 그 판타지에 열광하고 그의 퀴즈영웅 등극을 기원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어느 순간 주인공의 성공을 기원한다. 여기에 교활한 퀴즈쇼 사회자와 '사기 자백'을 닥달하는 경찰은 멋진 조연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의 판타지가 뒤따른다. 주인공의 유일한 피붙이 형 살림과, 그에게 빼앗긴 그의 어릴적 로망, 라티카. 바로 사랑과 우정이다. 하지만 영웅이 득세하는 요즘, 빈민가 소년의 퀴즈영웅 등극보다 더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느 뮤지컬 장면처럼 평범한 역 플랫폼이 어느새 무대로 변하고 수많은 승객들은 앙상블로 변해 주인공의 몸짓에 맞춰 화려한 군무를 연출한다. 그리고 음악이 멈추는 순간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것이다... 내게 이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이 바로 할리우드와 또다른 발리우드 판타지에 보내는 대니 보일의 헌사로 보였다.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