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를 떠올린 건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초원이와 같은 '자폐인' 루 애런데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원이에게 마라톤과 어머니, 코치가 있듯이 루에게는 펜싱과 펜싱클럽 친구들이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1980년대에 태어난 초원이와 달리 가까운 미래에 태어난 루는 의료기술의 발달 덕에 초기에 '치료'내지는 재활교육을 받아, 비장애인처럼 다른이의 도움없이 혼자 살며, 차도 운전할 수 있고 직장도 다닌다. 그래도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정상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독자는 시종 그 루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루 애런데일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사실 내게 익숙한 SF소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말한 정도 말고는 과학적으로 획기적인 설정도 없고, 주인공의 신출기몰한 모험이나 액션도 없다. 적어도 비장애인의 시선에서는...

루가 맞닥뜨린 문제는 2가지다. 루와 친구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복지혜택을 비용으로 간주해 '정상인'이 되게 하는 자폐인 치료를 받도록 강요하는 상사에 맞서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고 불확실한 선택을 두려워하는 자신과의 갈등. 그리고 뛰어난 펜싱 실력을 발휘하며 비장애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친구들과의 사랑, 우정, 질투, 갈등을 '자폐인'으로서 감당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비장애인이 보기엔 별로 대단치 않은 사건이지만 자폐인인 루에게는 자신을 협박하거나 해치려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그걸 이겨나가는 방식조차 비장애인들과 많이 다르고 그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다. 그리고 독자는 어느 순간 루의 처지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아를 입양해 키우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폐인에 대한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접근이 매력이다. 그 이야기는 책 말미 작가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네뷸러상 최우수 장편이란 수식어는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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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빛처럼 2007-07-02 13:2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렇게 기억해 주셔서 더욱.
저도 자주 인사드릴게요

비로그인 2007-07-1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 자폐아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군요. 이 책 머릿속에 담아두고 나중에 꼭~ 찾아봐야 겠습니다.

별빛처럼 2007-07-18 15:17   좋아요 0 | URL
SF적인 재미는 좀 덜할지 몰라도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권할만한 작품입니다. 언젠가 좋은 경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