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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로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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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진 못 했지만 기대감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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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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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과학소설?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 이런 말의 성찬은 일단 좀 제껴 놓자. 이 소설은 그냥 재.밌.다. 재미란 걸 느끼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도중 지하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쉽고, 읽고 난 뒤엔 가슴 깊은 곳에 뭔가 한방 맞은 느낌을 받을 때 난 '재미'라고 한다.  

'타워'는 그런 소설이다. 바벨탑 같은 674층 빌딩 국가와 주인공 대신 '감정'을 전하는 로봇, 사막에 떨어진 사람도 찾아내는 위성기술을 등장시켜 과학소설 분위기를 살짝 풍기기도 하고 열반에 들려는 코끼리처럼 판타지적 요소도 버무렸지만 아주 그럴듯한 '뻥'이기에 억지스러움은 없다.  

한편으론 고급술병에 전자태그 붙여 권력 지도 그리기, 좌우파 뺨치는 수평주의-수직주의 이념 대결 등 사회 풍자적 요소가 짙지만, 가자지구 폭격을 연상시키는 빈스타워의 테러와의 전쟁, 용산사태처럼 엘리베이터 증설 진압 과정에서 죽는 철거민, 박연차 수사 같은 권력자의 정적 먼지 털기 수사, 시청 광장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대와 경비대의 혈투 등 너무 직접적이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소설 6편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앙증맞은 소품 같은 4편의 부록까지, 소설가 박민규의 추천사처럼 굳이 100년 뒤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내겐 충분히 고마운 소설이건만 안타깝게도 옥에 티는 있다. 바로 책 말미에 붙은 소설가 이인화의 서평이다.   

이인화에 대한 개인적 선입견 탓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 서평은 이 책과 너무 동떨어지고, 무엇보다 재.미.없.다.  

'날카롭고 불온하다'는 첫 화두는 그렇다 치자. '불온하다'는 평가도 조선일보가 하냐, 한겨레가 하냐에 따라 전혀 상반되게 들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작품 소개'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비판소설을 쓰다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먼지 털이'가 두려워 자연주의로 전향한 작가 K의 이야기를 다룬 <자연예찬>. 이 시대 소설가라면 마땅히 뜨끔했을 이 작품에 대해 이인화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예찬>에서처럼 아무리 자본의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우리 존재의 어머니인 가이아, 지구의 생태적 모성을 지키고 싶은 희망은 사라지지않는다." 

한마디로 뜬금없다. 결국 '먼지 털리기'를 각오하고 빈스토크 권력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작가 생명을 마감한 K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초고층빌딩에 갇혀 자연에 발을 디딜 수 조차 없으면서도 '자연예찬'을 강요받아야 했던 K의 모습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같은 소설가로서 이를 직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겨웠을까? 

이 서평 만큼은 노무현 서거 뒤에 쓴 글인 모양이다.  

"대통령이 자살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자주 비통한 무감각 속에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세상은 본래 어지럽고 비현실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허구라는 안경을 쓰고 간신히 현실을 본다. 좀처럼 믿기지않는 거짓말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다른 작가 책 말미에 붙는 서평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목에서 작가 K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현상만 볼 뿐 그 근저에 깔린 권력의 비정함은 애써 외면하는, 뭔가 있는 듯 적당히 얼버무리기. 거꾸로 배명훈 소설에선 날카롭게 드러냈던 그 '날 것' 말이다. 

그래서 이인화의 훈수 역시 마뜩치 않다. 

"배명훈의 흥미진진한 알레고리들은 앞으로 보다 따뜻해져서 현재의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과 함께 가승 뭉클한 인간적 감동으로 확대되어가리라 생각한다." 

불편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후배 작가의 날 것을 본 노회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시각에서 그 날카로움은 계속 닳고 닳아 '보다 따뜻해져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가는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게 현실적인 충고였을 것이다. 그게 작가란 직업인으로서 살아남는 이땅의 법칙이기에.  

그런 닳고닳은 베스트셀러보다는 이처럼 덜 다듬어진 날 것을 더 즐기는 걸 보니 난 너무 가학적이거나 어쩔 수 없는 '골수 수평주의자'인 모양이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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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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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에선 월을 넘어 마법의 세계로, '네버웨어'에선 땅을 뚫고 지하 세계로, '신들의 전쟁(원제: 미국의 신)'에선 신의 세계로 넘나들었던 닐 게이먼이 이번에 인비트윈을 넘어 다차원 우주로 뛰어들었다.  

사실 '인터월드'는 이들과 비교해 치밀해 보이진 않는다. '청소년용'이란 딱지를 애써 붙인다면 모를까. 닐 게이먼 특유의 상상력으로 복잡해 보이는 다차원 우주와 마법과 과학이 경쟁하는 흥미로운 세계를 창조해 SF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야기 뼈대는 평범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형적인 성장소설 내지 모험소설이다.  

주인공 조이 하커는 현실세계에선 '길치'다. 그러나 다차원 우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워킹 능력을 지닌 뛰어난 워커다. 다차원 우주엔 우리 지구와 비슷한 수천 수만, 아니 수조개에 이르는 또다른 지구가 존재하고, 각각 다른 지구에 또다른 조이 하커가 존재한다. 워킹 능력을 지닌 수많은 조이 워커가 모인 게릴라 조직이 바로 인터월드다. 

이 세계엔 마법을 앞세운 헥스제국과 과학을 앞세운 바이너리제국이 존재하고 서로 세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리고 다차원 세계를 넘나들며 세계를 지배하려면 워킹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 워커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 남보다 뛰어난 워킹 능력을 지난 조이 하커가 끼어든다. 역시 두 제국은 서로 조이 하커를 차지하려고 혈안이고, 다행히 인터월드의 베테랑 워커, 제이가 먼저 조이 하커를 구해낸다. 우여곡절 끝에 조이 하커는 워커가 되는 훈련을 받고 동료들의 오해와 냉대를 뚫고 최고의 대원으로 성장하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적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저자들도 밝혔듯 작품 자체는 치밀한 소설보다는 TV시리즈물을 위한 상세한 시놉시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자체로 완결성은 갖추고 있지만, 적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고 조이 하커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 다음 작품들을 위한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둔 셈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영상물로 만들 계획은 없는 듯 하다. 극장판 영화감으로 좀 부족하겠지만 TV시리즈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는 꽤 흥미있는 그릇이 될 듯 하다. '인터월드-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에 이은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 
 

                                                                              *별빛처럼 

2009.6.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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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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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 신들과 부처의 부활. 그것도 아주 먼 미래, 지구와 동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그곳에는 과거 인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다만 실제 신들이 인간과 숨을 쉬고 전생을 밥먹는 하는 신화의 세계를 가장한 현실이다. 로저 젤라즈니가 아닌 누가 이처럼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눈빛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꿈의 세계로 끌어들여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저마다 놀라운 초능력을 한두가지씩 지닌 일단의 지구인들이 '인도의 별'이란 우주선을 타고 '멸망한 우라스'를 떠나 외딴 행성에 착륙한다.  

지구와 여러가지로 비슷한 지형적 환경. 그러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악마', '마녀' 등으로 지칭해 몰아내거나 지하에 가두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건설한다. 과학적인 전생 능력을 통해 수차례 몸을 바꿔가며 신과 같은 영원한 삶을 구가하는 이들. 소수인 그들에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샘' 즉 붓다, 싯타르타, 빛의 신이다. 이 소설은 신들의 특권을 버리고 그들이 지닌 놀라운 과학기술을 전봉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나눠줄 것을 주장하는 촉진주의와 신권주의의 대결을 그린다. 신권주의자, 즉 '하늘'의 신들에게 밀려 촉진주의자들을 대부분 전생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오직 샘만 살아남아 전쟁을 벌인다. 

촉진주의는 흡사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묘사하는 듯도 하고 한편으로 가톨릭에 맞선 프로테스탄드의 모습, 또는 미신과 종교에 맞선 과학기술자들의 지성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거창한 주제들을 마치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자신의 친구였던 신들에 대항하고,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고, 한때 적이었던 신들을 하나둘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한 대모험담이다.

 현대판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를 뺨치는 이런 기막힌 작품이 절판이란 사실이 아쉽다. 서둘러 복간되길 바랄 뿐이다. 

                                                                               *별빛처럼 

 

2009.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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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하)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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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 판타지의 매력은 친근함이다. 굳이 먼 미래나 가상 세계를 창조하지 않고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스타더스트'가 평범한 현실 세계와 월 너머의 마법 세계, '네버웨어'가 런던 지상세계와 지하세계를 넘나들었다면, '신들의 전쟁'은 미국에 동화된 과거의 신들과 그 내면에 깃든 신화세계를 넘나든다. 

과거 이주민을 통해 신대륙에 건너왔지만 이제 인류에게조차 잊혀진 과거의 신들. 믿음과 숭배를 잃은 그들은 미국 곳곳에서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들 앞에 웬즈데이(오딘)가 나타나 새로운 신들, TV 인터넷 신용카드 등등과 맞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독려하고, 우리 평범한 주인공 섀도가 그 신들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젠 숭배받지 못하는 옛 신화 속의 신과 현대인의 숭배를 받는 물신(物神)의 전쟁. 왠지 환상적이고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소설 속 싸움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피아 같은 갱단들의 피의 대결에 가까울 정도다.  

웬즈데이에게 고용된 섀도는 새로운 신들의 '추파'를 피해가며 다양한 신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신과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믿음이 사라진 신들의 삶이 얼마나 초라할 수 있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중간중간 '막간'을 이용한 신들의 신대륙 이주사도 색다른 읽을거리다. 오랜 항해 끝에 인디언과 조우한 바이킹 이야기, 유럽에서 죄를 짓고 팔려온 여자 죄수, 아프리카 노예선을 타고 온 주술사... 언뜻 줄거리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신의 존재와 믿음(숭배)의 가치라는 전체 흐름에 이어진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로드무비에 가까울 정도로 낯선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 대륙의 일상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닐 게이먼이 영국인이었기에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미국인의 일상이 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별빛처럼

 2009.3.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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