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 들고 갈, 한 권의 책!
두 용의 대격돌! 『테메레르』vs『퍼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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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ㅣ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2003년 겨울 호빗과 반지의 제왕, 2006년 여름 어스시의 전설, 그리고 1년만에 다시잡은 소설 역시 공교롭게 용 이야기였다. 하지만 세대가 바뀐 탓일까?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톨킨이나 어슐라 르 귄의 용과 신세대 작가 나오미 노빅의 용은 전혀 달랐다. 적어도 가운데땅과 어스시에서조차 자취를 감춰가던 전설속의 신비한 용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대신 테메레르에는 서양 용과 동양 용을 교묘하게 결합해 전쟁용으로 적합하게 만든 퓨전 용들이 등장한다. 임페리얼 종, 롱윙 종, 그랑 슈발리에 종 등 다양한 종족명이 마치 명마의 품종이나 비행기 기종을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때는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반. 유럽 대륙에 난데없는 공중전이 펼쳐진다. 단지 20세기에나 등장한 비행기 자리를 수십마리의 거대한 용들이 대신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 용들이 시공을 초월해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이미 수천년부터 존재해온 '생물병기'인 것이다.
대체역사물. 즉 철저한 상상의 세계인 가운데땅이나 어스시를 내세운 판타지 소설과 궤 자체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판타지에 익숙한 내겐 오히려 낯설게 다가왔다. 차라리 비행기의 자리를, 말하는 생물체가 대신할 뿐 나폴레옹전쟁 이야기의 확장판 버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실제 전반적인 전쟁 흐름이나 무기, 군사체계는 역사서를 고스란히 따른다. 따라서 단순 전쟁이야기에 방점을 둔다면 오히려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생물체인 비행기가 아닌 3개 국어에 능통하고 인간 못지않은 사유체계를 지니며, 무엇보다 강력한 전투력과 비행능력, 나아가 비행사에 대한 애틋한 감정까지 지닌 이 매력덩어리가 주인공이라는 것이야말로 이 색다른 소설이 지닌 미덕이다.
해리포터 등과 마찬가지로 시리즈물을 전재로 만든 소설인 탓에 첫 권에는 다양한 등장인물과 용의 품종에 대한 설명에 치중해 실제 전투장면은 많지않다. 주인공 테메레르와 그 파트너 로렌스 대령 역시 막판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긴 하지만 400쪽까지 읽는 내내 열심히 훈련하면서 교감을 쌓아가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다소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펼쳐질 두 주인공의 활약의 서곡이기에 이정도는 감수해야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테메레르 시리즈가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감질맛나게 1권만 달랑 나왔다는 사실. 이어지는 세 권이 올해 안으로 나온다고 하니 서둘러 나오길 기대해 본다. 사실 1권에 맛을 들인 독자들을 너무 오래 감질맛나게 하는 것도 출판사의 미덕은 아니다.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