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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라인 : 비밀의 문 - Coral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코렐라인'은 아이들이 꿈꾸는 판타지 세계다. 보라, 외딴 곳에 있는 낡은 집에 이사왔건만 부모는 모두 제 할 일 하느라 코렐라인에겐 눈꼽만큼도 관심도 없다. 또래 친구라고 해봐야 해골을 뒤집어쓴 스토커 같은 말많은 꼬마에, 이웃들도 하나 같이 괴상하다. 집과 주변도 온통 회색빛깔이고 넓은 정원도 삭막하다.
코렐라인이 발견한 막힌 문은 탈출구다. 이 심심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원은 기가 막히게 이뤄졌다. 상냥하고 사랑 넘치는 '딴 세상' 엄마 아빠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가는 진수성찬, 윗집 꺾다리 아저씨의 새앙쥐 서커스, 아랫집 노파들의 공중그네타기, 여기에 '말없는' 착한 꼬마 친구까지. 집도 따뜻한 빛깔로 충만하고 화려한 정원은 눈이 휘둥그래진다.
어떤 아이가 이 '딴 세상'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딴세상 사람들은 모두 눈 대신 '단추'를 달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또 너무 친절하고 너무 사랑스러워 거북할 정도다. 이쯤 되면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까 걱정될 수밖에.
그랬다. 이 모든 세계가 코렐라인을 끌어들이려는 마녀의 음모였다. 검은고양이의 도움으로 이 비밀을 알게 된 코렐라인은 '딴 세상' 마녀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기를 걸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허물어지는 판타지 세계를 목격한다. 제대로된 세상이라면 그렇게 상냥한 부모, 친절한 이웃들은 존재할 리 없는 것이다.
닐 게이먼 특유의 딴 세상 넘나들기는 이 작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엔 아이들의 머릿 속 판타지 세계다. 아이들은 정많은 부모와 따뜻한 저녁식사, 친절한 이웃들, 속깊은 또래친구를 꿈꾼다. 이미 수많은 동화책을 통해 경험한 착한 세계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부모는 늘 일에 쫓기고, 이웃들은 서로 관심이 없다. 친구들도 다 제 잘난 맛이다. 그래서 늘 탈출을 꿈꾼다. 그게 영화 속 '딴 세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화가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어른의 교훈으로 끝마치는 듯하다. 아무리 딴세상이 좋고 화려해도 진짜 부모, 진짜 이웃, 진짜 친구만 못하다고.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부모와 이웃들을 되돌아오게 만든 건 코렐라인의 힘이다. 즉 아이가 판타지를 깨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기가 꿈꾸던 부모와 이웃들을 모습을 현실로 끄집어낸 것이다. 이 부분이 전형적인 동화 판타지와 달리 느껴진다.
영화는 시종일관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회색빛 현실과 대비된 화려한 딴세상의 모습은 '크리스마스 악몽'의 할로윈 마을과 대비된 크리스마스 마을을 떠올린다. '유령 신부'도 마찬가지다. 인간 세계는 회색빛인 반면 유령들의 세계는 화려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하나같이 화려한 판타지세계를 꿈꾼다. 실제 사람도 그림도 아닌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 주인공이란 점도 이런 판타지를 더 부추긴다.
이래저래 '코렐라인'은 어린이들만 즐기기엔 아까운 영화다. 그런데 개봉한 지 얼마 됐다고 극장엔 오전 타임만 남은 걸까. 그것도 우리말 더빙만. 어른들에게도 제발 기회를 달라!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