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힌두교 신들과 부처의 부활. 그것도 아주 먼 미래, 지구와 동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그곳에는 과거 인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다만 실제 신들이 인간과 숨을 쉬고 전생을 밥먹는 하는 신화의 세계를 가장한 현실이다. 로저 젤라즈니가 아닌 누가 이처럼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눈빛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꿈의 세계로 끌어들여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저마다 놀라운 초능력을 한두가지씩 지닌 일단의 지구인들이 '인도의 별'이란 우주선을 타고 '멸망한 우라스'를 떠나 외딴 행성에 착륙한다.  

지구와 여러가지로 비슷한 지형적 환경. 그러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악마', '마녀' 등으로 지칭해 몰아내거나 지하에 가두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건설한다. 과학적인 전생 능력을 통해 수차례 몸을 바꿔가며 신과 같은 영원한 삶을 구가하는 이들. 소수인 그들에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샘' 즉 붓다, 싯타르타, 빛의 신이다. 이 소설은 신들의 특권을 버리고 그들이 지닌 놀라운 과학기술을 전봉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나눠줄 것을 주장하는 촉진주의와 신권주의의 대결을 그린다. 신권주의자, 즉 '하늘'의 신들에게 밀려 촉진주의자들을 대부분 전생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오직 샘만 살아남아 전쟁을 벌인다. 

촉진주의는 흡사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묘사하는 듯도 하고 한편으로 가톨릭에 맞선 프로테스탄드의 모습, 또는 미신과 종교에 맞선 과학기술자들의 지성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거창한 주제들을 마치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자신의 친구였던 신들에 대항하고,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고, 한때 적이었던 신들을 하나둘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한 대모험담이다.

 현대판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를 뺨치는 이런 기막힌 작품이 절판이란 사실이 아쉽다. 서둘러 복간되길 바랄 뿐이다. 

                                                                               *별빛처럼 

 

2009.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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