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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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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헌책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미스터리 여섯 편이 담겨 있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헌책방 주인 이와씨와 손자 미노루 콤비가 주인공이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표제작인 마지막 작품 '쓸쓸한 사냥꾼'이다. <모방범>의 원형이라 불릴 정도로, 그 습작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이 작품에선 명탐정이 곧잘 등장하는 정통 미스터리물에서 사이코패스처럼 예측불가능한 현실사회를 반영한 사회파 미스터리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엿볼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 후자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재밌는 대목이다.

작품에서 '쓸쓸한 사냥꾼'이란 미완성작품을 남겨두고 실종된 한 추리소설작가가 등장한다. 탐미적인 정통 미스터리물을 쓰지만 독자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던 그는 연쇄살인이 등장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물을 시도한 것이다. 결말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자신은 그 결말을 알고 있다며 이 작품에 묘사된 그대로 살인을 따라하는 '모방범'이 등장한다. 

이 작품과 월간 판타스틱에도 실렸던 '유월은 이름뿐인 달' 정도를 제외하곤 끔찍한 살인사건보단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바로 정통 미스터리물를 향한 미야베 미유키의 '향수'다. 

                                                                                   *별빛처럼

2009년 2월 13일~15일 서울-대전간 왕복 열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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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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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을 칠한 듯 붉은 입술에 추파춥스를 빨고 있는 미남 의사. 책표지를 장식한 인물이 바로 제너럴 루주라 불리는 피투성이 장군 하야미 부장이다.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도조대학병원 구명구급센터의 사령관. 바로 신들린 사나이다. 

 사건은 단순하다. 열악한 재정상태에서 구급센터를 지탱하고 있는 하야미 부장의 뇌물 스캔들. 병원은 발칵 뒤집히고 에식스 커미티, 즉 윤리위원회가 소집된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다구치의 친구이자 정의로운 하야미 부장의 '부정'은 만년적자구조인 구급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던 것. 하지만 윤리위를 이끄는 이들은 이번 기회에 하야미 부장을 '제거'하기 위해 불을 켜고 이에 맞서 하야미를 지키려는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활약이 펼쳐진다. 

연이은 위원회 생중계여서 지루할 법 하지만 일본 병원과 의학계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생생한 논쟁은 흡사 진중권 노회찬 같은 대표논객들끼리 맞붙은 100분 토론을 보는 듯해 짜릿하다. 무엇보다 대형재해사고에 임하는 구급센터 의사 간호사들의 눈물겨운 현장도 실감나게 접할 수 있다.  

전편인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으로, 분량 문제로 별개의 작품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꼭 2권을 동시에 읽기를 권한다. 다구치-시라토리 콤비 4탄이 어서 나오기를. 그리고 이 작품에서 처음 선보인 얼음공주 하메미야의 본격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나전미궁도 기다려진다.   

                                                                        *별빛처럼

 2009.1.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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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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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각. 노래를 들으며 영상을 떠올리는 청각과 시각의 결합. SF 소설의 신소재 가운데 하나인 공감각이 가장 합리적 분야인 '의학'과 버무려진다. 이 책에는 이런 능력(?)을 지닌 두 나이팅게일이 등장한다. 노래를 불러야하는 운명을 타고난 새 나이팅게일과 간호사를 상징하는 나이팅게일. 두 가지 의미가 교묘하게 결합돼 있다. 

 표면적으론 엽기적인 토막살해사건을 둘러싼 병원의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일반 추리소설처럼 범인의 치밀한 트릭과 이를 파헤치는 형사 또는 공무원(?) 간의 두뇌싸움이 전부는 아니다.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사실상 범인이 누군지 드러난다. 다만 이를 둘러싼 의사, 간호사, 환자, 경찰, 공무원 등 다양한 군상들이 저마다 다른 대응방식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 결정적 실마리는 '공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한 간호사의 노래다. 

 전작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보다 긴박함을 떨어질 수 있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묘사에 공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 그리고 이 작품의 이란성 쌍둥이인 <제너럴 루주의 개선>의 장면 일부를 공유하는 묘미도 있다. 꼭 함께 읽어보도록. 

시라토리-다구치 콤비 두번째 작품. 

                                                                                 *별빛처럼

 2009.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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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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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라? 그렇다. 미야베 미유키 대표작 '화차'는 신용사회의 덫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리이자 범죄물치곤 독특한 소재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1992년 일본사회를 놓고 보면.  

하지만 10년하고도 7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신용카드 문제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사채, 카드빚, 은행대출 등 부동산거품과 더불어 한국에도 광풍으로 몰아쳤고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7년 전 일본의 한 소설가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카드 빚과 그로인한 범죄는 우리 사회에 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빚에 떠밀린 일가족 자살 소식은 낯설지 않고 모든 흉악범죄의 이면에도 카드 빚이나 사채가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를 초월에 인간 내면에 도사린 원초적인 욕망. 그것이 카드빚으로 구현되든, 흉악범죄로 표출되든, 그 원천적인 원인인 인간의 내면,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물신 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좀더 최근작인 '모방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수많은 주변인물이 등장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그들 내면으로 접근해 간다. 모방범처럼 뚜렷이 정해진 답은 없다. 혼마 슌스케가 추리해 나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실마리일뿐이다. 여기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인 듯도 하다.  

세상 일에 정답이 있을까? 용산 철거민 참사 같은 미스터리가 여전한 지금. 우리는 살아있는 진실에 최대한 접근하려 노력할 뿐, 그 정확한 정답을 유추하긴 어렵다.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17년 전 카드빚으로 인한 범죄처럼 2009년 1월 한국에 부동산과 개발독재 광풍에 쓰려져가는 민초들의 끔찍한 삶만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별빛처럼

2009.1.12-15 은평구립도서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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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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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미스터리 스릴러는 낯선 영역이다. 그나마 외과 수술 장면을 생생하게 담았던 드라마들 덕에 그 현장감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쉬웠다. 주인공 콤비 다구치와 시라토리 못지않게 장준혁을 떠올리는 외과의사 기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환자의 생명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은, 실제 그런 의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존경스럽다. 

판타스틱에서 가이도 다케루의 단편을 본뒤 점찍어둔 작품이었는데, 도서관 서가에서 보는 순간 서슴없이 집어들었다. 440쪽이 넘는 장편이지만 출퇴근길에 오가며 단숨에 읽었다. 추리소설이면서도 논리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재미가 있다. '패시브 페이즈'로 표현되는 전반부 다구치의 카운셀러식 면담법과 공격적인 후반부 시라토리의 '액티브 페이즈'를 비교해 보는 묘미가 바로 그것. 

하얀거탑에서 일부 맛봤던 의료계의 내부 병폐나 권력투쟁을 지켜보는 데자뷰도 잠시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긴 했지만 정성들인 삽화들은 책 자체를 갖고 싶게 만든다. 가이도의 다음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별빛처럼 

2008.12.29-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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