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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CE - OST + 시나리오집 + 엽서 + 핸드폰줄 + 감독 배우 랜덤 친필싸인 3,000장 한정판
정윤철 감독, 조승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말아톤은? 백만불짜리 영화! DVD는? 끝내줘요!'
예약하고 한 달 넘게 기다린 끝에 받은 첫 DVD이어선지 애착이 남다릅니다. 더구나 영화 말아톤은 제가 어설프게나마 마라톤에 뛰어든 계기가 된 영화여서 더 그런 듯 합니다.
오랜 기다린 보답인 듯 이번 한정판 패키지는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우선 마라톤 풀코스를 뜻하는 '42.195km' 글자를 큼지막하게 뚫어새긴 박스 디자인부터, 초원이가 누워있던 잔디밭을 연상시키는 초록색 스포츠타월이 그렇습니다. 한정판에만 포함된 OST와 시나리오북, 엽서 5장, 앙증맞은 얼룩말 핸드폰고리도 빼놓을 수 없겠죠.
말아톤, 레퍼런스급 그 이상의 무엇
이미 5월 중순에 나오긴 했지만 말아톤SE 본편을 얘기하는 게 순서겠죠. 이미 많은 분들이 평한 대로 DVD 자체의 화질과 음질만으로도 레퍼런스급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 DVD 가운데 레퍼런스급으로 손꼽히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 이상의 품질을 보여줬고, 최신 외국영화 타이틀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말아톤DVD에는 국내외 어떤 타이틀도 흉내낼 수 없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청각장애인용 한글 자막과 시각장애인용 영상해설이 그것입니다.
막연히 얘기로만 들었을 때는 실감이 잘 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PC로 DVD를 보면서 언어와 자막 선택메뉴를 보고, 직접 제 눈으로 제 귀로 체험하는 순간 그 소중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용 한글 자막은 단순한 장식용 한글 자막이 아니었습니다. 영어자막, 일반 한글 자막과 별도로, 화자, 효과음까지 세세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용 영상해설 역시 배우들의 대사 중간중간 빈틈을 이용해 장면 묘사와 함께 상황 설명을 친절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정말 극장영화가 아닌 DVD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가장 멋지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밖에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스탭과 출연배우들의 오디오 코멘터리에도 큰 기대를 해봅니다.
자폐아 형진이와 마라톤에 한걸음 다가가기
또 DVD의 또 하나의 결정적 메리트. 부가영상을 빼놓을 수 없겠죠. 말아톤SE의 두 번째 디스크에 담긴 부가영상은 크게 ▲45분짜리 영화제작과정 다큐멘터리 ▲초원이 옛 여자친구와의 만남 등 삭제장면 5개 ▲웃음만발 뒷이야기 영상물 ▲배형진군과 자폐아, 마라톤 이야기 등을 담은 '형진이야기' ▲시사회, 예고편, 포스터촬영현장 등 말아톤 관련 영상 ▲정윤철 감독 단편영화 '기념사진(1997)'과 '동면(1999)' 2편 등입니다.
이 가운데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영상물은 주요 스탭과 배우들이 총출동한 45분짜리 제작 다큐멘터리입니다. 배형진군 실화를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 영화제작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데요. 마라톤대회 장면을 찍기 위해 인천 송도에서 직접 마라톤 대회를 여는 장면과 실제 춘천마라톤대회 현장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눈길을 끄네요. 추운 날씨에 무리한 조승우가 탈진해 쓰러지자 모든 스탭들이 달려들어 팔, 다리를 주무르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습니다.
5개 삭제장면도 재밌습니다. 영화에서 왜 빠졌을까 싶게 완성도를 갖추고 있고요. 삭제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는 정윤철 감독의 얘기도 재밌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 초원이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장면과 동생 중원이가 한밤중에 혼자 연습하는 초원이를 찾아가 '화이팅!'을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네요. 또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초원이가 말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똑같은 신발을 신었다며 "똑같다! 똑같다!" 되뇌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역시 부가영상의 백미는 초원이의 실제인물 배형진군과 조승우가 처음 만나는 장면 등이 담긴 '형진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영화 촬영 전에 배형진군을 모델로 만든 말아톤 영화 예고편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또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는 재밌는 모습도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마라톤 입문자를 배려해 준비운동부터 주법을 소개한 영상물 '말아톤? 마라톤!'도 관심을 끄는군요. 무엇보다 다른 자폐아와 부모들의 애환을 담은 '초원이는 자폐증'과 '형진 뮤직비디오'는 독립적인 다큐멘터리로도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정윤철 감독의 단편영화도 인상적입니다. 97년 만든 '기념사진'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무학여고 여학생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뤘고, 99년에 만든 '동면'은 IMF 당시 심각한 실업문제를 냉동인간이라는 첨단과학기술에 접목시킨 사회성 짙은 작품입니다. 모두 놓치지 마세요.
마무리하며...
500만 관객동원이란 말이 무색치 않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 영화 본편 DVD이 갖고 있는 영상, 음향 등 품질적인 면, 장식용에 그치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해 여러 가지 배려, 그리고 풍부한 부가영상 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감히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 DVD 가운데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부디 말아톤DVD를 계기로 앞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한국영화 DVD가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별빛처럼(김시연) 200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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