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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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용카드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라? 그렇다. 미야베 미유키 대표작 '화차'는 신용사회의 덫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리이자 범죄물치곤 독특한 소재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1992년 일본사회를 놓고 보면.  

하지만 10년하고도 7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신용카드 문제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사채, 카드빚, 은행대출 등 부동산거품과 더불어 한국에도 광풍으로 몰아쳤고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7년 전 일본의 한 소설가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카드 빚과 그로인한 범죄는 우리 사회에 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빚에 떠밀린 일가족 자살 소식은 낯설지 않고 모든 흉악범죄의 이면에도 카드 빚이나 사채가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를 초월에 인간 내면에 도사린 원초적인 욕망. 그것이 카드빚으로 구현되든, 흉악범죄로 표출되든, 그 원천적인 원인인 인간의 내면,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물신 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좀더 최근작인 '모방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수많은 주변인물이 등장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그들 내면으로 접근해 간다. 모방범처럼 뚜렷이 정해진 답은 없다. 혼마 슌스케가 추리해 나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실마리일뿐이다. 여기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인 듯도 하다.  

세상 일에 정답이 있을까? 용산 철거민 참사 같은 미스터리가 여전한 지금. 우리는 살아있는 진실에 최대한 접근하려 노력할 뿐, 그 정확한 정답을 유추하긴 어렵다.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17년 전 카드빚으로 인한 범죄처럼 2009년 1월 한국에 부동산과 개발독재 광풍에 쓰려져가는 민초들의 끔찍한 삶만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별빛처럼

2009.1.12-15 은평구립도서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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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의 전쟁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2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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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간둥이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우주 활극 SF. 월간 판타스틱(올해부터는 계간)에 실린 중편 라비린스로 이미 마일즈 네이스미스 보르코시건 경의 일화를 접한 덕에 그 과거를 역추적해가는 재미도 있었다. 

스타워즈, 스타트랙 류의 우주 영웅담과 달리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작고 야위고 보잘것없는 '뮤턴트'다. 그런 면이 이 작품의 매력을 더하는지도 모르지만. 대신 명문 귀족 가문의 후손이면서 빼어난 두뇌를 지녀 신체적 단점을 극복해 나간다. 

시리즈의 1편격인 '마일즈의 전쟁'은 마일즈의 첫 모험담이다. 사관학교 시험에 떨어지고 가신들과 함께 무작정 떠난 모험에서 하나둘 친구(부하)들을 만들고, 막강한 적을 상대해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 켄사스 회오리바람을 타고 떨어진 낯선 세계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나는 도로시를 연상하면 딱이다. 겁장이 사자, 양철나뭇꾼, 허수아비를 연상시큰 인물도 하나씩 등장하고, 마일즈를 그들을 빼어난 용사로 만든다. 다만 노란길 대신 웜홀과 드넓은 우주가 그 앞에 놓여있다. 

인생은 모험이다. 마일즈의 동화적인 모험은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별빛처럼

은평구립도서관 대출. 2009.1.3-1.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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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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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미스터리 스릴러는 낯선 영역이다. 그나마 외과 수술 장면을 생생하게 담았던 드라마들 덕에 그 현장감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쉬웠다. 주인공 콤비 다구치와 시라토리 못지않게 장준혁을 떠올리는 외과의사 기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환자의 생명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은, 실제 그런 의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존경스럽다. 

판타스틱에서 가이도 다케루의 단편을 본뒤 점찍어둔 작품이었는데, 도서관 서가에서 보는 순간 서슴없이 집어들었다. 440쪽이 넘는 장편이지만 출퇴근길에 오가며 단숨에 읽었다. 추리소설이면서도 논리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재미가 있다. '패시브 페이즈'로 표현되는 전반부 다구치의 카운셀러식 면담법과 공격적인 후반부 시라토리의 '액티브 페이즈'를 비교해 보는 묘미가 바로 그것. 

하얀거탑에서 일부 맛봤던 의료계의 내부 병폐나 권력투쟁을 지켜보는 데자뷰도 잠시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긴 했지만 정성들인 삽화들은 책 자체를 갖고 싶게 만든다. 가이도의 다음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별빛처럼 

2008.12.29-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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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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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빛의 제국, 민들레공책에 이은 온다 리쿠 세번째 도전작. 아무래도 도코노일족을 다룬 이전 작품들과는 범주가 다르겠지만 온다 리쿠 특유의 포근함은 여전하다. 도코노 이야기가 옛 시골읍내를 연상시킨다면 이번 작품집은 번잡하지 않은 도시의 한 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 한잔 곁들이며 조용히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전직 판사 세키네 다카오 가족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단편들이지만, 미스터리한 느낌보다는 판타지한 느낌이 강했다. 명확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도 명확하지 않다. 마약매매사건 정도가 분명할까, 어정쩡한 살인사건, 자살사건처럼 '미제사건'으로 시작해 역시 불분명한 추리로만 끝맺는다.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류에 익숙한 고전적 추리소설 마니아에겐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짤막짤막하게 이어가는 색다른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는 남아있으니, 온다 리쿠 팬이라면 큰 후회는 없을 듯 하다. 

                                                                           *별빛처럼  

~200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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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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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월간 판타스틱에서 만난 단편을 맛보고 점 찍어놓았던 미야베 월드 도전 첫 작품이다. 구립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해진 책일지라도 속도감을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크리스마스 낀 사흘짜리 겨울휴가 동안 전 3권을 독파해 버렸으니...  

기대대로 소문대로 숨가쁘게 읽었다. 신문연재소설의 특성일까? 피해자의 시점과 가해자의 시점을 구분한 1, 2부와 그 두 시점이 맞닥뜨린 3부에 이르기까지 도중에 손뗄수 없었다. 범인이 베일에 가려진 1부만은 못해도 2부와 3부 역시 책속 인물의 심리와 동일시되면서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다만 3부 후반부의 빠른 전개는 묘한 여운과 함께 아쉬움도 남긴다. 3부 초중반까지 너무나 완벽했던 사이코패스 피스의 갑작스런 몰락이 다소 작위적인 느낌. 2002년에 만들었다는 영화도 궁금해진다.  

                                                                                          *별빛처럼 

모방범 1,2,3권 2008.1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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