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암보스 문도스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기리노 나쓰오에 대해 잘 모른 채 무심코 잔학기와 이책을 집어들었다. 못생긴 데다 일시적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갖고 있는 여자, 30대 노숙자, 가정이 있는 편집자의 정부... 하나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인생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읽은 이의 마음을 시종 불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특별한 미스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릴러적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그들의 일상을 그저 담담하게 또는 삐딱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고 읽어가다보면 다소 뜻밖의 결말로 독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건, 일종의 사회소설처럼 평소 관심을 갖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대리경험하는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의 낯설지 않은, 내 삶의 일부인 듯한 기시감...

7편의 단편을 아직 전부 읽진 못했다. 하지만 한번에 모두 읽고 털어버리기엔 왠지 허전한, 그래서 한편 한편 곱씹어 보고 생각해보며 읽어야할 작품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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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Fantastique 판타스틱 2007.7 - Vol.3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5월 교보문고에서 부록 T셔츠와 스크림 가면에 혹해 '판타스틱' 창간호를 집어들 때만 해도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그간 장르소설을 종종 접하면서도 SF잡지를 표방하고 꾸준히 이어간 예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였다.

역시나 창간호에서 가장 먼저 만화 2편에 눈길이 갔지만, 그닥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듀나와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조금씩 '판타스틱'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다시 연재를 시작한 복거일의 역사 속의 나그네와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결국 며칠만에 잡지를 뗐다.

지금 시사와 뮤지컬 관련 2권의 월간지를 정기구독하고 있지만 잡지를 이렇게 속속들이 완독한 건 처음이다. 결국 6월호가 무사히 나온 걸 보고 바로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정기구독 선물 '어둠의 속도'까지.

7월호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가장 먼저 지난달부터 이어진 조지 마틴의 샌드킹 후편을 읽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외계 애완벌레를 이용한 일종의 병정놀이 이야기인데 단순 호러에 그치지 않고 신과 인간세상을 은근히 비꼬는 발상이 기가막힌 작품이다. 이밖에 톨킨이 단편 니글의 이파리도 수작이었다. 7월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서 톨킨의 단편을 엮은 환상동화집이 나온다니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오늘 로저 젤라즈니의 단편 '유니콘의 전주곡'을 읽었다. 체스와 술집, 유니콘이란 세 가지 소재를 단지 여러 단편집에 동시 기고할 목적으로 묶어 멋진 단편을 만들어낸 작가의 프로근성과 기발한 창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거의 무작위의 조합인데도 줄거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게 놀랍다.

이밖에 7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만화 라비린스도 앞으로 기대를 걸게 만든다. 장르문학 북페어에서 엿보는 여름 출판 동향, 한여름밤의 판타지, 추리소설 속 황당무계한 살인법 등 색다른 특집기사도 눈길을 끈다. 벌써부터 8월호가 기다려진다.

반갑다 판타스틱!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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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때론 지나친 친절이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새빨간 사랑'의 순정만화풍 일러스트들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론 다섯 소녀이 그림은 모두 내용에 부합하고 '로맨틱 호러'라는 이 색다른 장르는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그림이다. 이 아름다운 표지 덕에 더 많은 독자의 눈길을 끄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익숙한 독자에게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그림은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괜한 딴지부터 부렸나 보다. 하지만 적어도 난 이 책표지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선택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니까. 자칫 이 매혹적인 소설을 놓칠 뻔한 아쉬움 때문임을 이해해 줬음 좋겠다.

이 책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 속에 앞서 일러스트로 표현된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글의 화자는 제각각이다. 특히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을 서술하듯 1인칭 시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첫번째 이야기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3인칭 시점이긴 하나 동생을 잃은 언니 사나에가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두번째 '유령소녀 주리'는 주리의 1인칭 시점. '레이니 엘렌'은 엘렌의 옛 남자친구 세가와의 1인칭,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음성편지' 형식의 R의 1인칭, '언젠가 고요한 바다에서'는 가스야의 1인칭.

이렇듯 1인칭 시점의 전개는, 지어낸 이야기면서 마치 누군가가 실제 경험한 '서프라이즈' 의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신체 일부가 절단된 사람에 사랑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를 다룬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심지어 유령 이야기를 다룬 '유령소녀 주리'조차 얼마전 화제가 된 '노숙소녀'나 가출소녀의 자살 문제 등 사회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시체사진사'라는 원제를 지닌 '영혼을 찍는 사진사'나 비오는날 모텔촌을 떠돈다는 유령을 그린 '레이니 엘렌', 돌을 사람으로 키운다는 설정의 '언젠가 고요한 바다에서'는 정통 기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하나같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분위기고 글 전개 자체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여타 호러물하고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호러의 특성을 가미한 멜러물이랄까. 비오는 한여름밤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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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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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담류 소설에서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허무맹랑한 듯하면서도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섬세한 전율. 우연히 접한 온다 리쿠의 소설 빛의 제국이 그랬다.

사실 일본소설 자체가 낯설다. 온다 리쿠나 '미미' 같은 작가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지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동안 접한 SF소설나 판타지 역시 어슐라 르 귄이나 톨킨 같은 서양 작가의 작품 일색이었다. 이른바 용과 기사의 전설에 길들여져 온 것이다. 하지만 괜찮은 일본인디영화들을 심심찮게 접하면서 자연스레 일본소설에도 눈길이 갔다. 그 첫번째 책이 바로 '빛의 제국'이다.

이 소설은 저마다 신비한 초능력을 지닌 도코노 일족 이야기 10편을 담은 연작소설이다. 무엇이든 '집어넣는' 능력을 지닌 가족에서, 천리안이나 축지법을 쓰는 인물 등등 모두 개별적인 이야기면서도 결국 하나로 모이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도코노 일족이 지닌 이런 초능력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단시되고 죽임을 당하고 계속 쫓겨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다 못해 그들을 멸족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주류사회의 속성을 날카롭게 꼬집는 사회비판소설이기도 하다.

도코노 이야기 두번째 <민들레공책>은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다고 한다.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이 많이 나와 있음에도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내가 어느새 도코노 일족에 푹 빠져든 탓인 듯 하다. 서둘러 두번째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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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도노코 이야기의 시리즈가 출간된다고 하더군요. 빛의 제국은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해서 주목하고 있었는데, 민들레 공책과 앤드 게임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늦기 전에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빛이 제국에 실려있는 열편의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하네요.

별빛처럼 2007-07-18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소식 들었어요.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를 한꺼번에 접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
 
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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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를 떠올린 건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초원이와 같은 '자폐인' 루 애런데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원이에게 마라톤과 어머니, 코치가 있듯이 루에게는 펜싱과 펜싱클럽 친구들이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1980년대에 태어난 초원이와 달리 가까운 미래에 태어난 루는 의료기술의 발달 덕에 초기에 '치료'내지는 재활교육을 받아, 비장애인처럼 다른이의 도움없이 혼자 살며, 차도 운전할 수 있고 직장도 다닌다. 그래도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정상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독자는 시종 그 루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루 애런데일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사실 내게 익숙한 SF소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말한 정도 말고는 과학적으로 획기적인 설정도 없고, 주인공의 신출기몰한 모험이나 액션도 없다. 적어도 비장애인의 시선에서는...

루가 맞닥뜨린 문제는 2가지다. 루와 친구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복지혜택을 비용으로 간주해 '정상인'이 되게 하는 자폐인 치료를 받도록 강요하는 상사에 맞서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고 불확실한 선택을 두려워하는 자신과의 갈등. 그리고 뛰어난 펜싱 실력을 발휘하며 비장애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친구들과의 사랑, 우정, 질투, 갈등을 '자폐인'으로서 감당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비장애인이 보기엔 별로 대단치 않은 사건이지만 자폐인인 루에게는 자신을 협박하거나 해치려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그걸 이겨나가는 방식조차 비장애인들과 많이 다르고 그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다. 그리고 독자는 어느 순간 루의 처지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아를 입양해 키우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폐인에 대한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접근이 매력이다. 그 이야기는 책 말미 작가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네뷸러상 최우수 장편이란 수식어는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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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빛처럼 2007-07-02 13:2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렇게 기억해 주셔서 더욱.
저도 자주 인사드릴게요

비로그인 2007-07-1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 자폐아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군요. 이 책 머릿속에 담아두고 나중에 꼭~ 찾아봐야 겠습니다.

별빛처럼 2007-07-18 15:17   좋아요 0 | URL
SF적인 재미는 좀 덜할지 몰라도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권할만한 작품입니다. 언젠가 좋은 경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