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때론 지나친 친절이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새빨간 사랑'의 순정만화풍 일러스트들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론 다섯 소녀이 그림은 모두 내용에 부합하고 '로맨틱 호러'라는 이 색다른 장르는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그림이다. 이 아름다운 표지 덕에 더 많은 독자의 눈길을 끄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익숙한 독자에게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그림은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괜한 딴지부터 부렸나 보다. 하지만 적어도 난 이 책표지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선택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니까. 자칫 이 매혹적인 소설을 놓칠 뻔한 아쉬움 때문임을 이해해 줬음 좋겠다.

이 책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 속에 앞서 일러스트로 표현된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글의 화자는 제각각이다. 특히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을 서술하듯 1인칭 시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첫번째 이야기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3인칭 시점이긴 하나 동생을 잃은 언니 사나에가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두번째 '유령소녀 주리'는 주리의 1인칭 시점. '레이니 엘렌'은 엘렌의 옛 남자친구 세가와의 1인칭,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음성편지' 형식의 R의 1인칭, '언젠가 고요한 바다에서'는 가스야의 1인칭.

이렇듯 1인칭 시점의 전개는, 지어낸 이야기면서 마치 누군가가 실제 경험한 '서프라이즈' 의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신체 일부가 절단된 사람에 사랑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를 다룬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심지어 유령 이야기를 다룬 '유령소녀 주리'조차 얼마전 화제가 된 '노숙소녀'나 가출소녀의 자살 문제 등 사회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시체사진사'라는 원제를 지닌 '영혼을 찍는 사진사'나 비오는날 모텔촌을 떠돈다는 유령을 그린 '레이니 엘렌', 돌을 사람으로 키운다는 설정의 '언젠가 고요한 바다에서'는 정통 기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하나같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분위기고 글 전개 자체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여타 호러물하고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호러의 특성을 가미한 멜러물이랄까. 비오는 한여름밤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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