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거리 - 일러스트레이터의 눈에 비친 그곳, 보통 사람들
정인하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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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둘째의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일주일 내내 나만의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저녁 설거지도 미뤄둔 채 후다닥 챙겨서 카페로 왔다. 큰 아이도 흔쾌히 카페 다녀오라고 하고(대신 올 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남편은 설거지를 하다 나가는 나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가라고 했다. 둘째만 곧 울듯이 엄마 어디가냐고 묻기에 조용히 빠져나왔다. 2018년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저녁의 카페는 생각보다 덜 북적거리지만 확실히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나 혼자 빠져나온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일주일을 좀 열심히 살아보고자(?) 나름대로의 다짐이니 이 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창가자리는 아니지만 카페의 널찍한 책상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으니 이 책의 저자가 생각난다. 저자도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자리에서 창밖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했는데 즐기는 부분이 다를 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주로 카페에 책을 읽거나 리뷰를 쓰러 오지만 언제나 집중이 잘 되는 건 아니다. 그날의 기분과 카페의 상황에 따라 계획이 틀어질 때도 많고, 그럴 때면 다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간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집에서는 자꾸 잠만 자고 텔레비전만 보게 되어서 억지로 카페에 오는 경우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카페는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며 부지런히 감성을 키워준다.

내가 선호하는 자리는 카페 가운데 차지한 널찍한 책상이라 창밖의 모습은 거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어쩌다 창가에 앉게 되면 창밖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꼭 창 안에서가 아니더라도 횡단보도 앞에서나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저자가 그린 그림 중에서 아저씨들의 하이웨스트 스타일, 노인들의 모습, 자전거 탄 사람들 등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 모습인데도 제대로 관찰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스케치한 느낌이 드러나면서도 유심히, 날카롭게 관찰하지 않으면 그려낼 수 없는 그림이라는 건 언뜻 봐도 느껴졌다. 그런 그럼들을 보면서 무언가를 관찰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길을 걷거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 관찰을 잘 안하는 편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거나 뻘쭘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성격이라 관찰은커녕 볼일만 보고 훌쩍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나와 반대로 사람을 비롯해 건물과 풍경을 세세히 관찰하는 저자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느긋해졌다. 바쁜 일도 없는데 늘 걷기 바빴던 날들에 여유가 찾아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날선 경계심도 무너진 것 같았다. 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왜 저럴까’가 아닌 그럴 수도 있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그림들을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신기했다.

그럼에도 관계 앞에서 서툰 나를 인정한다. 그리고 서투름 속에서 여유를 갖는 법을 배운다.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경계하고 벽을 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유심히 살펴보려 한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 새로워질 수 있음을, 별거 아닌 일에 내 주변이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나에게 가르쳐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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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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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게 실체가 없는 거란 걸 나중에 깨달았어요. 단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가 행복했구나’ 정도밖에 없잖아요? 170쪽

아이를 재워놓고 스탠드를 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옆으로 온다. 그리곤 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까지 계속 내 옆에서 독서를 방해한다. 그럼 아이를 다시 재우고 독서를 하면 되지만 아이가 혼자 잠들기를 기다리다 별거 아닌 행동에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화를 냈다. 아이는 서럽게 울고 감정 조절을 못하는 내 모습에 나도 한참 토라져 있다 겨우 아이를 달래서 재웠다. 늘 끝은 내 혐오로 끝난다. 화를 참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이렇게 엄마를 찾는 순간이 금방 지나갈 텐데 왜 좀 더 너그럽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 순간들을 누리지 못하는지에 대한 후회가 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어려 나를 찾던 시기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행복했다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21쪽

한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법은 단 한 줄이다. 누구나 동등하다는 법. 그렇게 여기면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이 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쉽게 일어나는 갈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처럼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곳이니 반대 개념의 상황도 훨씬 적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이렇게 간단한 진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수많은 법과 규칙이 있음에도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도시의 모순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짧은 연작 소설이지만 나는 섬에 사는 사람인지, 아니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당연히 도시에서 세상에 적당히 묻혀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염두에 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나는 그 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부정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반성은 하지만 섬에서 살아갈 용기가 없음을 인정하는 건지도 말이다.

화산폭발로 인해 섬을 떠난 사람들이 잠시 육지에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특히 그랬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기에 도시 사람들이 외면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만족을 느낀다. 오히려 도시 사람들이 삶의 방식이 다른 그들을 신기해하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겠거니 의심한다. 그들이 다시 섬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한 가족과 육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쿠니라는 여자만 남게 된다. 그들이 그곳에서 겪는 일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모습이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아이지만 틀에 묶으려 하고, 그 아이는 그 안에서 흥미를 잃어버린다. 생소한 매력에 끌려 결혼했지만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혼자가 된 쿠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우연히 하게 된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면서 더 성황을 이루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했다. 얼마나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공감하고 동조해 주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걸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게 잘못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옳은 것을 지키는 것이 규칙이어야 하죠. 133쪽


절정은 화물선에 실려 섬으로 돌아가는 섬사람들과 선장의 갈등이었다. 섬으로 향하는 도중 거센 돌풍을 만나고 바닷길을 좀 더 알고 있는 섬사람들이 선장에게 조언을 하려고 하지만 만날 수도 없고, 선장이 내세운 규칙대로 행동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트린다. 결과는 처참했다. 섬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면 가축들의 죽음도, 서로의 고통도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거센 폭풍보다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한 사람의 생각에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가려는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밀어 올렸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 좀 다르다고 말하지만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속도가 좀 느려지고 방향이 다르면 금세 불안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미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것들에 젖어버린 내가 사람다워지기 위해 외딴 섬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섬사람들이 도시 사람들과 섞여 있음에도 자신의 본질과 방향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을 때 그럭저럭 내 방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익히 봤던 것처럼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어디서건 혼자서 적절한 방향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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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책 소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입니다.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건강과 행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반짝 2019-01-02 17: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올 한해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psyche 2019-01-0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재워놓고 겨우 내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금방 일어나서 자지 않는 아이와 화내는 엄마. 아 옛날 생각나네요. 큰 아이가 어릴때 꼭 엄마랑 같이 자려고 해 서 아이 자기를 기다리다 나도 잠들어버리거나 모처럼 살짝 나와 책을 폈는데 엄마부르며 나오는 아이가 얼마나 밉던지요. 버럭하는 성질이라 아이에게 화도 많이 냈었는데... 나는 왜이렇게 생겨먹은 것인가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그냥 나중에는 이런 성질의 엄마를 가진 것이 내 아이의 운명인거다. 엄마라고 해도 인간인지라 완벽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는가로 결국 자기 위안 자기 합리화로 안정?을 찾았었죠.
지금은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는데 그때가 그립지 않아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근데 뒤돌아보니 정말 짧은 시간이긴 했더라고요. 그때는 평생인 거 같았는데..

안녕반짝 2019-01-02 17:34   좋아요 0 | URL
전 요즘 신생아들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안아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예쁜데 다시 키우라고 하면 저도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것 같아요. 순간은 예쁘지만 기나긴 그 과정을 다시 밟는다는 게 생각만 해도....!^^
둘째가 이제 다섯 살이 되었는데 늦되어서 더 힘들게 하지만 하루하루 같이 커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이라는 건 지금도 느끼고 있고 이상해요.^^
 
쿠루네코 15 - 고양이패밀리 좌충우돌 일상 다이어리
쿠루네코 야마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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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뒤로 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말을 걸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쳐버렸는데 꼭 멈춰서 불러보고 허락하면 만져보기까지 한다. 그래서 만화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되었고 고양이들의 몸짓 하나에도 괜히 흐뭇해했다. 17권의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이렇게 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고양이들과의 생활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애정이 생겨버렸다.

여전히 고양이들을 돌보다 입양을 하기도 하고 키우기도 하는 저자의 일상을 보며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아이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음과 그럼에도 지극적성으로 돌보고, 애정으로 품어주는 모습을 보며 정말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린 고양이 몽씨도 종종 등장해서 슬픔이 아닌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었고 매일이 새로운 날들임을 성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런 일상을 멀리서도 책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웠다.

저자는 더 이상 살고 있는 집에 머물 수 없어 이사를 하게 되는데, 고양이들을 위해 집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며 그곳에서 부디 모두가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라게 되었다. 갇혀 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보며 안심이 되었고,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되었다. 때론 많은 고양이들을 돌본다는 사실이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의 일상이 반성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고양이들의 마음을 미리 알고 헤아려 줄 때였다. 각각의 고양이들이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어떤 자리를 좋아하고, 어떤 자세로 있을 때 편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기꺼이 어깨든 다리든 이불이든 내주는 모습에 배려를 보았다. 집에서 내 모습이 편하자고 드러눕고, 말로 시키고,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배려하면 고양이들도 와서 편히 기대고, 마음을 연다는 사실을 봤으면서도 왜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존심을 세우고 상처를 주는지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이런 반성 이전에 고양이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더 많다. 그림으로 고양이들을 만나고 종종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고양이와 사람이란 경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미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마음가짐이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 많은 고양이들이 저자의 집에 머물고 머물다 새로운 가족에게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그런 보금자리를 기꺼이 내어준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부디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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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 - 하나님의 지혜로 인생을 항해하다
팀 켈러.캐시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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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의 주제가 믿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데 있다면, 잠언의 주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그 믿음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에 있다. 7쪽


두 달 전에 성경 읽기를 다짐했으면서도 얼마 지키지 못하고 중단해버렸다. 마음의 짐을 해결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히지 않게 하려면 성경을 다시 읽으면 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일독하리라 마음먹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잠언을 정말 깊이 읽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성경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성경을 연결해서 읽는 소양이 부족해서 이 또한 늘 마음에 짐이었다. 그러다 ‘잠언은 전체 성경의 일부’라며 각 주제별로 분류하고 섬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록한 이 책을 통해 말씀이 내 삶의 깊이 들어오는 것을 경험하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예수님도 그분의 모든 행동의 기초를 성경에 두셨고, 성경을 인용해 자신의 죽음을 설명하고 맞이하셨다. 하물며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푹 잠기지 않고서 어찌 지혜로워질 수 있겠는가? 22쪽

잠언에 대해, 성경에 대한 기초가 부족하다고 해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말씀을 접하면 그 말씀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옴을 느낄 것이다. 현재의 내 믿음에 따라, 고민과 현재의 상태에 따라 각각의 다르게 들어오는 것을 보며 성경이 살아 있는 말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인, 성경구절을 읽고 저자의 해설과 또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질문, ‘오늘의 마중물 기도’ 부분을 읽어 내는 것 자체가 녹록하지 않다. 이상하게도 짤막한 글을 읽음에도 자꾸 다른 생각이 들고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사탄이 방해하는 것인지 나의 마음자세가 틀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하나님께 방해하는 세력을 없애게 해 달라고, 이 말씀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읽을 때마다 기도했다. 즉, 말씀을 읽는 것부터가 나와의 싸움이었다.

고난은 지혜를 자라게 하는 징계이기도 하다. 고난으로 우리는 하나님과 가까워져 더 강인하고 사랑이 많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그분으로부터 멀어져 마음이 완고해질 수도 있다. 42쪽

아무래도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고난을 받고 있는지, 받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는지 묵상하는 시간이 많았다. 성경 말씀에 대한 설명도 날카로웠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질문은 더 냉정하다. 그리고 마중물 기도는 정곡을 콕 찌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에 악하고 바르지 못한 것들을 제대로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후련했고, 하나님께 올바르게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 그리고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짐을 느꼈다. 기복주의 신앙으로 보면 하나님을 잘 믿고, 열심히 일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살면 분명 하나님의 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복음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이유와 과정을 제대로 바라보면 내가 당하는 모든 일들 앞에 원망과 불평이 나올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유독 시편과 잠언의 말씀을 마주하면서 더 명료해졌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말씀으로 인해 목적은 또렷해졌다.

그분은 자격에 절대 못 미치는 삶을 받으시고도 불평하지 않으셨는데, 우리는 왜 자격도 없이 무한히 나은 삶을 얻고도 불평하는가? 146쪽

이 말씀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이 주제별로 말씀을 묶었던 것처럼 지혜를 알고, 하나님을 알고, 사람의 마음과 타인을 알게 하면서 나를 겸손하게 하고, 시대를 알고 삶의 현장을 깊이 알게 되면서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오는 구성을 완독하고 나면 나에게 가장 와 닿는 말씀들이 남게 된다. 천천히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을 생각하며, 치열한 내 삶의 현장에서 위로와 해결책을 받았다. 특히 결혼, 성, 자녀 양육, 돈과 일에 대해 알려준 부분에서 많은 반성과 함께 가야 할 길을 부여 받은 기분이 들어 굉장히 든든하고 평안해졌다. 배우자에게 “당신은 항상”이나 “당신은 한번도”라는 말로 시작되는 잔소리가 다툼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 얼마나 찔림을 받았는지 모른다. 자녀 양육에 관한 부분은 더 반성거리가 넘쳐났지만 하나님 말씀으로 철저히 키워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돈에 관해서는 어떠한가? ‘돈을 베풀수록 더 많이 번다는 약속은 아니다.(327쪽)’라는 말처럼 해석에 따라 말씀이 다르게 다가옴을 안다. 돈의 힘을 꺾으려면 ‘하나님께 철저히 드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후히 베푸는 것이 중대한 출발점이다.(325쪽)’라는 말처럼 서로 맞지 않는 말씀에서 오히려 많은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절대란 결코 없으며, 모든 걸 하나님의 뜻에 맡기되, 그것이 어떠한 계획인지 모르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사실이 답답하고, 비이성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들은 안다. 오히려 하나님께 모든 게 붙들려 있을 때 어떠한 두려움과 걱정, 악한 마음에 휩쓸리지 않음을 말이다. 이 책의 구성처럼 매일 매일 말씀을 묵상할 수 있다면 내가 정말 제대로 살아있음을 알게 될 거란 희망을 가져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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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저도 이 책 구매했네요~메리 크리스마스! 기쁜 성탄절 보내소서!

안녕반짝 2018-12-26 13:26   좋아요 1 | URL
이 책 새해에 읽기 좋은 구성이더라고요^^
새해에 잠언으로 더욱 은혜로운 한 해 되시길!^^
성탄은 지나갔으니 전 새해 인사 미디 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닥터 지바고>가 문.동.세.문으로 출간되었다.

이렇게 책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1.~2. 닥터 지바고 1~2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무엇보다 표지를 보고 깜짝놀랐다.

원고를 읽으면서 느낀 분위기와 비슷하달까?

표지에서 책 속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서 정말 좋았다.


약 900쪽의 소설은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이다.

고통이 느껴지지만 꼭 알았으면 하는 고통이라면 이상할까?

굉장히 좋았던 소설이다.

 

 

부끄럽고 감사하게도 독자모니터로 참여해 이름이 실렸다.



이젠 리뷰를 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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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터지바고 동화책으로 읽었는데도 가슴이 짠하던데 문동판으로 읽으면 아...어쩔까요! 독자모니터도 하시고 대단하세요! 문동이랑 민음이랑 위아래로 놓여 있어 아름답네요! 민음이랑 문동은 늘 붙여 배열하는 듯 합니다 고전이 너무 좋아요!

안녕반짝 2018-12-11 13:48   좋아요 1 | URL
정말 여러 감정이 들어요. 전쟁은 부부도, 자식도 아무렇지 않게 갈라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계문학전집은 붙여놓다 보니 문동과 민음사가 함께 있네요.^^

서니데이 2018-12-1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안녕반짝 2018-12-20 23:32   좋아요 1 | URL
앗! 기쁜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 며칠 바빠서 못 들어왔는데 서니데이 님 덧글 보고 알았어요^^
부족하지만 올 한해 이웃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