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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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설레는데 글쓴이들을 보고 있자니 더 읽고 싶어진다. 나도 혼자 일하고 있는 셈인데 동질감과 용기를 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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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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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이 행복의 기준이 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머뭇거리다가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시원하게 인정하자 싶어 여행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준비 자체부터 피곤하다고, 잠은 집에서 자고 반나절 정도 나들이가 딱 좋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이 금지가 된 현재는 조금 후회도 된다.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때 돌아다닐 걸. 뭐가 그리 피곤하다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는지 인생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만 든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갈 때가 많은 듯하다. 나 좋다고 하는 여행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67쪽

어쩌면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부분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도움을 받고자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데, 과시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개인의 즐거움을 과시로 오해하지 않게 되면서 나 또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남들이 가는 곳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겠노라고 찜해둔 곳이 몇 군데 있다. 해외 문학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지명이 뇌리에 꽂히는 곳이 있다. 이를테면 텔아비브, 지브롤터 해협, 파타고니아 등이다. 순전히 발음이 주는 매력 때문인 것 같은데, 실망 혹은 혼란을 느끼더라도 이 책은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더 가보고 싶게 만들어줬다.

여행을 아예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나다 보니 의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대리여행을 해준 책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여행준비 단계를 즐기는 책은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취미가 뭔지 몰랐다던 저자처럼 나에겐 독서가 그러한데, 읽은 책도 꽤 되지만 읽으려고 쌓아둔 책이 더 많은 것과 비슷해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준비가 취미가 되면서 화제가 풍부해져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는 저자의 말에(아쉽게도 책은 여행보다는 이야깃거리가 한정 되는 게 서글프다) 부럽기도 하면서, 집에서도 즐겁게 여행 루트도 짜고 심지어 가보지도 않은 곳을 타인에게 추천하고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생생함이 대단했다(어느 회사 대표와의 미팅을 앞두고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여행 얘기를 꺼냈고, 직접 노르웨이를 다녀 온 그 분과 여행지 얘기를 실감나게 했지만 정작 가본 적이 없다는 저자의 말에 더 화기애애 졌다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여행준비를 즐길 정도라면 저자가 ‘플렉스’했던 경험이 분명 있을 거라 여겼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외로 <세계 최고 식당의 자격>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나오는데,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하고 가 본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플렉스’한 경험은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을 찾아가는 것인데, 예약 자체가 어렵고 복잡한 것은 둘째 치고 예약 오픈이 열리자마자 품절 되는 게 낯설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미식가들에게 ‘성지’ 중 하나라는 것도 그렇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그런 식당을 가서 음식을 맛보고,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받고 온 경험을 보면서 정말 ‘찐’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다고 말한 나도 설득되어 가능하다면 인생에 한 번은 저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아, 이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무조건 무시할 수 없는 건가?).

여행준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이 풍성해지는 게 아니라 추억이 풍성해지는 거다. 여행을 앞두고 그 나라 말을 조금만 공부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36쪽


이 책의 힘은 진정성이었다. 여행이 목적이지만 삶 곳곳에 퍼져있는 여행의 의미가 잘 녹아있어서인지 다양한 접근이 좋았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김영하 작가가 말해준 가장 사치스런 독서인 현장독서(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을 읽으러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 요크셔로 가 바람 부는 언덕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_이하 <랄랄라 하우스> 중에서)가 저자에게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장소에 여행을 가서 좋아하는 또 다를 것을 행하는 것(저자는 스포츠 관람)처럼 여행지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기념품을 모으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정신을 붙들 수 있었던 건 독서였고, 책의 종류에 따라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열정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나대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지명을 찾고, 그곳을 가보기를 꿈꾸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이왕이면 내가 잘 모르는 나라의 지명이 나오는 낯선 책을 만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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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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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여행준비만으로도 설렐 수 있다니! 이 책을 읽는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충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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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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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열자마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일이 후회 되었다. 저자의 이름에 몰두하다보니『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을 간과했으며, 무방비 상태의 훅 들어온 사진과 그림들은 곧바로 제목을 실감케 했다. 그 순간 책을 덮고 싶었다. 이제껏 전쟁에 관한 잔인한 영상과 묘사를 요리조리 피해왔던 터라 굳이 마주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의무감처럼, 미뤄둔 숙제처럼 더 이상 피할 도리가 없다는 기분 또한 들었다. 여러 의미로 속을 뒤집는 사진과 글을 마주하면서 가능하다면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 책을 덮었을 땐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찝찝함과 나약함, 무기력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폭력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을 숨을 쉬는 생생한 인간에서 사물로 변형되어 버린다.

30쪽 _「<일리아드>, 또는 무력의 시」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한 인간’이었다가 ‘사물로 변형되어 버린’ 인간을 마주하는 일은 마치 내 영혼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오로지 ‘타인의 고통’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지켜보는 위선과 싸우는 일 자체도 힘이 들었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결국 저자도 어떠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잔악함과 전쟁의 의미 없음을 지켜봐야 했다. 전쟁의 잔혹함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드러났다(카메라가 등장하지 않았던 이전에는 그림으로 남아 있지만 그림도 잔혹하긴 마찬가지다). 사진은 ‘그저 우리는 기록해야 할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주장’과 함께 ‘리얼리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주제와 동맹을 맺게’ 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언제나 특정한 시점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때론 극적인 상황을 위해 전쟁 중에도 사진은 조작되기도 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알릴 의무와 ‘연출됐던 그토록 많은 사진들이 그 순수하지 못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증거가 되어버’린 상황에 잘잘못을 따질 여력도 없었다. 그것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찾지 못해 마음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154쪽


나의 연민이 방관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언제든지 나도 고통에 ‘연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진에 찍혀야만 그 전쟁이 ‘현실적’인 것이 되는” 것처럼 내가 고통의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 되지 못한 상황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게 얽히고설켜, 고통은 고통대로 무거운 마음은 마음대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또 다시, 우리는 누구를 비난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잔악 행위들 중 도대체 어떤 잔악 행위를 우리가 다시 되돌아 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142쪽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든 대상이 또렷한 경우에는 온갖 비난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잔인한 사진을 보면 볼수록 감각이 무뎌져가고,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관음증적인 향락(나는 안전하다는 ‘그럴싸한 만족감’)”에 젖어 타인의 시련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해 깊게 개입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순간 이미 찍는 사람의 의도가 담겨버린 것처럼 저자도 이 글을 쓰면서 의도하는 바가 있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무겁고 복잡하고 답이 없는 문제를 낱낱이 보여주고 슬그머니 자리를 뜬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책을 읽는 나만 괴롭다. ‘타인의 고통’을 목도했다는 충격과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은 환멸이 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관자이며, 안전한 연민을 느끼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겁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 언젠간 이 느낌마저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것이며, 책 속의 끔찍한 사진의 환영이 종종 나를 괴롭힐 거라는,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보게 될 거라는 예감만 확실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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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듣고 계시죠? - 구작가의 솔직 담백 배우자 기도 이야기
구작가 지음 / 두란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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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하나님을 제대로 믿게 되면서부터 배우자에 대한 고민이 너무 무거웠다. 꼭 믿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배우자에 대한 기도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하다 시들해졌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보내주시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애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살던 곳에선 도저히 남편감을 못 만나겠는지, 서른이 넘어서 이직한 타지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같은 교회 청년부였고, 소개팅을 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남편을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어요.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신 약속의 말씀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금방 잊어버려요. 약속을 기억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요. 하지만 나는 잊어버려도 하나님은 절대 잊는 법이 없으세요. 159쪽

저자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과정에서 이 말씀을 실감했다고 한다. 나 또한 잊고 있었던 ‘약속의 말씀’을 떠올리게 되었고, 잊다 못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결혼 전에는 믿는 배우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믿는 가정을 이루고, 타지의 삶이 힘들어져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 기도가 다 이루어졌음에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얼토당토않은 떼를 쓰면서 게으름에 빠져 있는 내 자신이 보여 너무 창피했다.

내가 했던 배우자에 대한 기도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부끄러워서 저자처럼 드러낼 수가 없다. 그래서 저자의 기도의 과정들이 솔직해서 놀랐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나도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믿는 배우자를 찾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고비 넘겼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소홀히 하고, 더 함부로 하는 건 아닌가하는 반성을 했다. 내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들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건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있는 내가 오늘만큼은 부끄러웠다. 믿음의 가정을 꾸린 이들을 정말 부러워할 때가 있었고, 그러지 못해 우울할 때도, 자꾸 내 안으로 파고들 때가 있었는데 그런 과정들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어서 감사했다.

분명한 건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는 것에 반드시 응답하신다는 거예요.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합하게 믿고 구하기만 한다면요. 169쪽

응답의 시기는 하나님만 아시지만, 때론 응답이 늦어 조급하고 원망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구함이 ‘하나님의 뜻에 합’한 것인지를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응답도 응답이라는 말씀처럼 응답을 기대하기보다, 하나님과의 예민한 소통을 하고 싶다. 저자의 그림 중에서 털썩 쓰러져 있을 때 하나님의 손이 감싸주신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때가 분명히 있었고, 항상 내 곁에 계신다는 사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에 젖어 하나님의 손길도, 하나님과의 대화도 너무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하나님과 자주 예민한 소통을 하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이 잠들 시간이라 재우려고 함께 누웠는데 6살 둘째가 기도를 해 달라고 했다. 귀찮아서 대충 해줄 때도 많았는데 오늘은 내 아이들과 함께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이 건강한 것, 오늘도 무사히 잠들 수 있는 것, 무엇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내가 거친 과정을 더듬을 수 있지 않을까 펼쳤던 책이었는데,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감사함이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작가님도, 나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이되길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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