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재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올해가 도끼 옹의 탄생 200주년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소소하게 혼자서라도 기념해보기로 했다.
1,600쪽에 달하는『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격했던 건, 드디어 도끼 옹의 매력을 아는 이들을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2004년에 시작된 도끼 옹 전작 읽기는 꼭 10년이 걸렸다. 맘 잡고 읽었다면 더 빨리 읽었을 수도 있지만 읽기가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도끼 옹 작품을 읽는 사실 자체가 외로웠다. 너무 좋은데, 이 작품의 매력을 아는 이들이 없으니 혼자서 외롭게 읽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문학동네에서 출간 된『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나서 이런 번역이라면 사람들에게 도끼 옹의 매력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지 3년이 지나서 다시 재독했다. 소설은 많은 부분이 다르게 읽혔고, 도끼 옹의 매력을 발견한 이들과 이 작품에 대한 찬사를 나누다보니 행복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오랫동안 도끼 옹을 짝사랑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간의 일들이 스쳐지나갈 정도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다음 작품을 읽을 수 없어 안타깝지만 나름대로 계획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시작으로 『가난한 사람들』까지 거꾸로 전작을 해볼 생각이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착실하게 실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위대한 작품 앞에서, 도끼 옹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소소하게 실행해볼까 한다.
책장에서 도끼 옹 책들을 꺼내보았다. 빨간색 양장으로 된 18권의 전집이 절판될 즈음에 이 책을 발견한 터라 모두 모으는데는 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온라인서점에는 당연히 품절이 된 상태여서 직접 출판사에 문의해 책을 구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블로그 이웃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도끼 옹 전집을 모은다고 하니 근처 서점에서 구해서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내게 없는 책을 기꺼이 선물해준 분도 계셨다. 그 분들의 도움을 받아 빨간색 전집과 무선본을 모을 수 있었다.
이 책들이 내게로 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 분들의 도움과 정성과 마음이 모여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간 그 마음을 잊고 있었다. 이 시간을 빌어 다시 한 번 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다.
막상 이렇게 전시를 해보니 열린책들의 양장본과 무선본의 두께 차이가 확연하다. 양장본이 더 얇고 책을 펼치기가 좋았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도끼 옹의 전 작품을 출간해 준 사실은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도끼 옹 전집을 만난 20대에서 40대가 되어버렸으니 눈 건강을 위해서 큰 글씨 책을 읽고 싶다.^^
문학동네에서 출간 된『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죄와 벌』까지 더해지니 내가 소장하고 있는 도끼 옹 전집이 어마어마하다. 열린책들에서 무선본까지 절판이 된 뒤에 한정판으로 양장본이 출간된 적이 있었다. 도끼 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구입했었는데, 나도 그때 결재까지 갔다가 취소한 경험이 있다. 그때 취소를 하지 않았더라면 도끼 옹 전집이 세 질이 될 뻔 했다. 그때는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서 새롭게 번역된 도끼 옹 작품을 읽는 것이 더 반갑고 즐겁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도끼 옹 작품을 선택할 때 문학동네 번역본을 읽으면서 열린책들 번역본과 비교해 놓은 포스팅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아쉬운 건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품이 두 편 뿐이라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열린책들 세계문학에 포함된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번역을 선택할 때 개인의 성향이 들어가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보기를 통해서라도 조금씩 읽어보고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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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옹 책들을 책장에서 더 찾아봤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외』는 커버가 달라 그냥 구입해봤고, 나머지 책들은 도끼 옹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한 나나들』도 출판사에 문의해서 힘들게 구했는데 그나마 2018년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있으니(큰글자 책도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개정판을 읽어보시길!
내게 있는 도끼 옹의 책을 모두 모아봤다. 약간 욕심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장 애정하는 작가이니 예외를 두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도끼 옹의 작품이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다면 또 구입할 것이다. 번역에 따라 다르게 읽는 것도 너무 좋고, 도끼 옹의 작품이라면 기꺼이 언제라도 읽고 싶기 때문이다.
도끼 옹의 탄생 200주년에 부쳐, 소소하게 고백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격이 오래오래 지속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