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을 보면서 참 책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욕심이 지나치다 vs 책에 대한 사랑이다'라는 정답 없는 고민을 해본다.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어 책들을 숨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마음 같아서는 내 잠잘 공간을 줄여서라도 책들에게 쉼터를 주고 싶지만), 현재에 감사하자는 마음과 늘 싸운다.



그러다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거라고!



정말 속이 후련하고, 그간의 죄책감을 다 잊게 해주는 명언(?)이었다.^^



그렇게 읽은 책 혹은 골라서 읽으려고 한 책들이 꽤 되는데 어쩌다 보니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다.


오늘은 그 책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 뿌쉬낀 - 뿌쉬낀






고등학교 시절 어려워했던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전집을 통해 새로이 탐독하고 있을 때였다. 책을 펼칠 때마다 나오는 수많은 러시아 작가와 작품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고 궁금했던 게 고골의 <외투>, 폰비진의 <미성년>, 그리고 뿌쉬낀의 작품들이었다. 그 가운데 뿌쉬낀을 가장 궁금해 했던 이유는 다른 작가들은 한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나온 반면 뿌쉬낀은 정말 여러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작품을 검색해 봤는데, 한 권으로 된 전집은 절판이 된 후였고 단행본으로 몇 권이 있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소설집을 사서 읽고 다른 단행본을 사려고 하는 중에, 우연히 광주의 한 서점에서 뿌쉬낀의 한권으로 된 전집을 보게 되었다. 손때가 타고, 너널너덜 하고, 굉장히 두껍고, 3만 9천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지만, 이미 내게는 그런 악조건 보다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때는 그 책을 살 여건이 안 되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자꾸 눈에 밟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틀 후에 광주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책을 구해 달라고 했다. 아, 그 말을 하고 나니 왜 그렇게 가슴이 뛰던지. 정말 설렜다. 그러나 친구에게서 날아온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서점은 가보았으나 그 책을 누가 사 가버렸고 주문을 하려해도 절판된 책이라 구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니 그 책이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불현듯 출판사에 문의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출판사 홈피에지에 글을 올렸더니 재고 문의를 해보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알려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재고가 있었다. 책이 약간 더럽다며 9천원이나 깎아준 책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책이 내게 왔을 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마다 이거 책 맞냐는 핀잔도, 집으로 들고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의 힐끔거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냥 기뻤다. 그렇게 내 생애 가장 두꺼웠던 책, 무려 1793페이지짜리의 뿌쉬낀 전집을 손에 쥐게(너무 두꺼워서 다 못 쥐었다. ㅋ)되었다. 2005년 1월 21일 금요일의 일이었다.


이 책은 1999년 뿌쉬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책들에서 발행된 책이다. 1999년이면 나는 고3. 그때 러시아 작품에는 관심도 없었고 뿌쉬낀을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알았다고 해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살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뿌쉬낀 200주년 탄생 기념이라는 이름 앞에 전집을 발행해준 열린책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가 뿌쉬낀이 썼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러시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 외에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많아져 갔다.

 

이 책을 받고 가장 놀랐던 건 엄청난 양의 작품 수였다. 이 전집에서 크게 서정시, 장편 서사시, 희곡, 민담, 운문 소설, 소설로 나뉘어져 있다. 서정지가 약 400페이지 장편 서사시가 360여 페이지, 희곡은 190여 페이지, 민담은 46페이지, 운문소설 270여 페이지, 소설은 370페이지, 해설 및 연보가 146페이지로 된 엄청나고 방대한 전집이다. 페이지 수로만 따져 보더라도 시인이라는 뿌쉬낀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인데, 거기다 다양한 장르와 운문소설이라는 새로운 시도까지 한 뿌쉬낀의 역량이 느껴져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해설의 제목을 번역자 석영중 씨가 '아, 뿌쉬낀' 이라고 한 것처럼, 나도 '아, 뿌쉬낀'이라는 감탄사에 많은 것들을 내포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감탄하고 감탄했다.




2. 율리시스 - 제임스 조이스




*11년 전에 큰맘을 먹고 <율리시스>를 구입했는데, 얼마 뒤에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똑같은 책이 한 권이 더 왔다.

그래서 이 책을 너무 갖고 싶어 하던 친구에게 선물로 줬던 기억이 난다.




한 때 독자들 사이에 퍼졌던 <율리시스>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갖는 나름대로의 완독 불가능 이유를 들었는데, 하룻밤 이야기라면서 1,324쪽은 너무 하지 않냐는 말을 듣고 나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11년 전에 구입해 놓았음에도 여전히 책장에 장식처럼 꽂혀 있고, 여전히 읽을 계획이 없어 그 핑계를 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청소년이 읽을 수 있게 축약본으로 나온 <오디세이아>를 읽고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완역 <오뒷세이아>를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얼마 전에 완역본을 구입해 놓은 터라 이렇게 마음이 생겼을 때 읽어보자 싶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율리시스>가 오디세이아의 영어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소름이 돋았다. 여기저기서 듣고는 언젠가 읽을 것 같아 구입해 놓은 책들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묵혔으니 이제 읽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만간 <오뒷세이아>든 <율리시스>든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이렇게 계기가 될 때, 동기부여가 될 때 읽는 독서가 즐겁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동일한 번역자의 <율리시스>가 어문학사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있다. 책이 절판되었을 때는 기존의 번역자를 따라서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내게는 세 가지 버전의 <롤리타>가 있다. 가장 먼저 구입한 책은 민음사세계문학전집의 <롤리타>고, 그 다음에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의 <롤리타>다. 현재 민음사 출판사의 <롤리타>는 절판된 책이라 내 나름대로 희귀본이라 여기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은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의 <롤리타>였고, 다 읽은 뒤에 <롤리타> 특별판을 선물 받아 총 세권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로 다짐 한건 책이 세 권이어서가 아니라 김영하 작가의 『읽다』때문이었다.



김영하 작가는 『읽다』에서『롤리타』의 첫 장 두번째 단락부터 도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 독자는 밀란 쿤데라가 '소설은 도덕적 판단이 중지된 땅'이라고 정의한, 바로 그 의미를 실감하게 됩니다. 자, 도덕적 판단을 중지하기 싫다면 여기서 책장을 덮으시오, 라고 나보코프가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독자는 작가와 일종의 합의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작가인 당신의 도덕적 판단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가 아니라 '이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일단 도덕적 판단은 유보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이 합의를 번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번복을 하고 책장을 덮어버립니다. 『읽다』 123쪽


과연 나의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계속 지켜볼 것인지 아니면 책장을 덮어버릴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롤리타』를 꺼내들고 싶어졌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 용기가 날 것 같아 고전 읽기 모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었다. 

결국 나는 롤리타를 향한 험버트의 사랑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이 소설이 내게 남긴 건 무엇인가, 이 소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소설이 내게 불쑥 다가오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강하지만, 아마 다른 분들과 함께 읽으면서 그 분들이 용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 소설을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히 장담하건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자 다른 롤리타, 각자 다른 험버트를 만날 것이다. 나는 여러분을 시샘한다.



옮긴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빌려보자면, 우리가 만난 롤리타와 험버트는 역시나 각자 다른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각자 만나고 있으면서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읽어보라고 이끌어 주었다. 그래서 나처럼 낙오될 뻔 한 독자도 완독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때론 완독하기 버거운 책을 함께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 토지 - 박경리





무려 12년 전에 사 놓은 토지 세트 도서다. 책을 구입하고 약 2년 뒤에 저자가 돌아가셔서 이 책을 읽기가 더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책을 읽어버리면 저자와 영원히 이별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 이해가 갈까?


이 책은 나의 부족한 설명보다 너무 익히 들어온 명성 때문에 꼭 소장하고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고, 솔직하게 읽을 계획이 없다. <율리시스>처럼 어떠한 동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그렇게 왔을 때 순식간에 읽어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세트도서는 이제 만날 수가 없다. 저자가 사망하고 난 뒤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들었고 출판사가 바뀌었다. 이 세트 도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는데, 좀 더 비싸졌고 디자인도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절판된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좀 더 있다. 이 책으로 <토지>를 읽을 것이고, 오랫동안 묵혀뒀던 마음의 짐을 말끔히 털어내고 싶다. 어서 그날이 오길 바랄 뿐!





5. 코기빌 3부작 - 타샤 튜더






나는 타샤 할머니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개정판은 제외). 그 가운데서 타샤 할머니의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코기빌 3부작 책이 특히 그랬다. 이 책으로 인해 코기도 알게 되었고, 종종 코기를 발견하면 자연스레 타샤 할머니가 키웠던 개들이 생각났다. 그만큼 특별한 책이라 책 속의 내용이 진짜처럼 느껴지고, 그림도 생생해서 아끼는 책이다.


현재는 품절되었지만(중고도서는 있다), 자꾸 표지가 쪼글쪼글 변해가는 게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활발하게 번역되고 출간되던 타샤 할머니의 책이 요즘엔 출간되지 않는 게 아쉽다. 그래서 그냥 번역되지 않은 해외도서를 사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게 있는 타샤 할머니 책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꼭 10년이 되었다. 할머니가 가꾸었던 정원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고, 그림들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그림 속의 세계가 어디선가 존재하는 것 같아 즐겁고 신비롭다.


타샤 할머니의 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 이렇게 절판 혹은 품절 된 책들(다른 판본이 존재하고, 중고로 구입할 수 있는)을 살펴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마 뒤져보면 이런 책들이 더 있을 듯 한데, 딱 떠오르는 책 다섯 권만 골라보았다. 


개정판은 언제나 반갑지만 절판 혹은 품절은 마음 아프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희귀본이 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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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8-27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세트 그리고 율리시즈는 저도 갖고 있네요 율리시즈는 읽기 매우 어려운 것이 번역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온갖 은유와 표징을 무수히 많은 고전에서 빌려와서 기초지식이 상당해야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율리시즈는 아직이에요 뿌쉬킨은 탐나네요 열린책들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도 전설이라던데 구할 수가 없네요

안녕반짝 2018-08-27 00:48   좋아요 2 | URL
우와! 겹치는 책이 있군요^^
<율리시스>는 솔직히 아직 엄두가 안나요. 그래서 전 얼마 전에 구입한 천병희 교수님의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먼저 도전해 보고 그 다음에 읽어보려고 해요. 기초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ㅜㅜ
열린책들의 도끼 옹 전집을 전 두 질이나 갖고 있는데 전설을 품고 있는 걸까요?^^ 절판될 무렵 구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도끼 옹 전집을 내주어서 정말 도끼 옹 작품은 열린책들이다, 맹신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얼마전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문학동네 번역을 읽고 다른 부분이 많아 혼란이 오고 있습니다.
도끼 옹 작품의 새 번역이 나오면 찾아서 보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북프리쿠키 2018-08-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책들이네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어쩔 수 없이 출판사별로 여러권 욕심나는 게 정상인가 봅니다ㅎㅎ 책장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책들 언제 깨울 수 있으려나요.ㅎ 반짝님 말씀처럼 들었다 놨다 하다가 과감히 펼치는 날이 오겠죠.~

안녕반짝 2018-08-30 23:40   좋아요 0 | URL
저도요. 국외든 국내든 번역자, 출판사, 판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들입니다.
일단 쟁여놓고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8-08-27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저도 저거 구입해놓고 쳐다보고만 있네요 ㅎㅎ 언젠가는.......^^

안녕반짝 2018-08-30 23:41   좋아요 1 | URL
앗! 똑같은 책인가요? 저도 오랫동안 묵히고 있는 중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8-30 23:54   좋아요 0 | URL
우리 숙성시켜 나중에 된장재료로 쓰지요 ㅋㅋ
 

 

 

태풍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갇혀 있었던 어제!


긴긴 하루를 버티려면 아이들에겐 간식,

나에겐 커피와 책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각자 놀게 하고

나는 뒹굴뒹굴 책을 읽었다.


물론 글로만 보면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겠구나 싶지만,

사이 사이 아이들에게 짜증도 내고, 혼내고, 먹이고, 낮잠 재우고, 목욕시키고,

절대 평화롭지 않았다.


휴, 정말 어제는 잊고 싶을 만큼 힘든 하루였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커피 두 잔에

책을 몽땅 읽었다.



1. 잘 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영화감독의 에세이인데,

며칠 전에 카페에서 이 책 읽다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내가 카페에 갔던 시간이 사람들이 많은 점심 시간 직후라 정말 사람이많았다.

넓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던 중이라

내 앞, 옆, 뒤까지 사람이 빽빽하게 있었는데,

여기서 혼자 웃으면 정신 나간 여자 취급 당할까봐

책을 급하게 덮고

천장을 보며 겨우겨우 웃음을 참았다.


분명 유쾌한 이야기들이 아닌데,

절대 기분이 가라앉지 않은 맛깔 나는 글이었다.


정말 너무 즐겁게 읽었다.


2. 슬램덩크 1~3

 

 

 

간지 난다는 말을 잘 쓰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간지 난다'고 말했다.

저런 고등학생이라니!

정말 가질 수 없는 너! ㅋ

 

 

 

만화를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잘 읽지도 않지만 정말 서태웅, 강백호는 멋있다.

강백호의 상식을 뛰어 넘는 B급 감성?)에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정말 <슬램덩크>는 다 모아야지!

다 읽어야지!




3. 피터 래빗 전집


책을 구입하자마자 80% 정도 읽고

흐름이 끊겨 버렸다.

어제 필 받은 김에 나머지도 완독했다.

정말 그림이 사랑스럽고,

저자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다른 버전의 책을 또 사고 싶을 정도다.




오늘은 어제 읽은 책들 리뷰쓰고,

먼저 읽어야 할 책들 위주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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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
장 줄리앙 지음,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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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까다로운 사람인데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도 무척 많다. 그렇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해대서 주위에 있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느니, 내 작업을 통해 이런 것들을 코미디로 바꿔보기로 했다.


 

짜증을 코미디로 바꾸려는 시도가 어떤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급기야는 낄낄대다 박장대소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유머를 발견하려 애쓰는 일은 곧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짜증이 이 책을 보는 동안에는 깡그리 잊혔다. 양복을 입고 태연히 발표를 하고 있지만 아랫도리가 축축한 그림이나, 한 남자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반대편 남자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그림, 의자 괴물을 나타낸 그림들은 흔히 마주할 수 있지만 세심한 관찰이 아니면 코미디와 연결 지을 수 없는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 유머가 왜 즐거운지를 아는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속 상황과 배경이 우리 정서와 좀 다를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하고, 피곤하고,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생각의 전환으로 별 일 아닌 걸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거나 시선이 두려워 해보지 못한 일탈(?)들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후련함을 느끼면서 불쾌한 감정들을 시원히 날려버리는 기분. 글이 거의 없는 그림으로 이런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또한 저자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면 한 시간 남짓 주변 물건들을 갖고 논다고 했다. ‘창의력 체조’라 부른다고 하는데, 사물을 완전히 새로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세상 속의 예술가’라는 제목이 붙은, 앞선 그림들과 좀 더 다른 창작물을 보고 있으면 주변 사물들도 얼마든지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 두 잔이 선글라스를 낀 사람으로 변할 때나, 하얀 붓이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변할 수 있는 모습들은 기발했다. 내가 매일 마주 하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친구처럼 혹은 동지처럼 대할 수 있는 시선과 생각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나 혼자 늙어가는 게 아니구나(읭?), 혼자가 아니구나 하며 사물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생긴다면 일상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집에 책이 많지만 대부분 글씨가 빽빽한 책들이라 아이들은 내 책을 잠깐 열어보고는 닫는다. 그런데 이 책을 다 본 뒤에 침대에 올려뒀는데 4살인 둘째가 책을 계속 넘겨보고 있었다. 책을 아이에게 잘 주지 않는 편인데(조심한다 해도 구기고 접어버리는 걸 많이 봐서), 이 책은 그냥 보게 두었다. 그래서 결국 구겨진 페이지가 생겨버렸지만 왜 저렇게 유심히 보는지 궁금했다. 엄마가 주로 보던, 글씨가 빽빽한 책이 아닌 그림이 가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 묻었으나 대답 불가! 그리고 이튿날인 오늘도 눈 뜨자마자 침대에 있는 이 책을 또 열어서 보고 있었다. 이 책은 오래 소장하고 있어야겠다. 다음에 둘째와 대화가 되면 보면서 뭘 느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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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
가스통 르루 지음, 김욱동 옮김, 이신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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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3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건 다소 두툼한 완역판이었고, 이 책은 청소년들이 소화하기 쉽게 다듬은 책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13년 사이 내가 많이 변해 버린 탓일까? 분명 처음 읽었을 때는 에릭이 가여워서 어쩔 줄 몰랐는데, 다시 읽으니 에릭이 너무 이상하게 보였다. 크리스틴에게 음악의 세계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스토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때론 납치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섬뜩했다. 시대가 변해 자극적인 범죄에 노출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의 변화가 그저 혼란스럽기만 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20대 중반의 솔로였고, 다시 읽었을 때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밝고 안정된 사람을 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에릭이 그려내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세계가 실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어둡고 암울하게 보였다. 그의 외모 때문에 그를 낳아준 어머니까지도 그를 버릴 정도였으니 그의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았을지 그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름의 특출난 재주도 있어서 외모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더라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수도 있었을 사람이었다. 그랬다면 억지로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강요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쓸쓸하게 죽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부분에서 자꾸 미안해진다. 사회적 약자였던 에릭을 감싸 안아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 크리스틴은 에릭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키스를 하지만 진심의 여부를 굳이 따져보기 전에 라울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 오페라 극장 구조의 신비스러움과 에릭의 동선을 따라다가 보면 자연스레 추리를 하며 어떻게 그런 신기한 능력들이 가능했는지를(후에 그의 과거를 통해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오페라 극장 안에서만큼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을 다루는 모습이 괴이한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또한 이런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이 나를 비롯한 우리에게 있을까? 에릭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게 나를 비롯한 평범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배려 부족에서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나를 잡아끄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의 인생과 그의 마지막은 쓸쓸하고 씁쓸하다. 그토록 바라던 크리스틴이 진심을 다해(그렇다고 믿고 싶다) 키스하고, 사랑을 확인하자 그녀가 정말 사랑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라울에게로 보낸다. 둘은 많은 소문과 추측을 뒤로 한 채 조용히 국외로 떠나지만 곧 그의 부음을 듣는다. 훗날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서 발견된 유골에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에릭의 유골임을, 크리스틴이 찾아와 그에게 반지를 끼워주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에릭의 마지막은 행복했을까, 쓸쓸했을까? 방법은 조금 괴이했을지라도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다는 사실, 크리스틴 또한 그 순간만큼은 에릭을 진심으로 위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행복했으면 싶었다. 그렇기에 크리스틴을 온전히 차지하고 싶은 순간에 라울에게 돌려보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그들에게 알려 달라는 부탁 뒤에는 안심하고 맘껏 사랑하라는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오래전에 처음 읽었을 때와 시선이 많이 달라져 버렸지만 그때와 달리 오로지 사랑만 보는 것이 아닌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것들이 보이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진실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진실 되지 못하고 왜곡되어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와 오해와 싸움들. 에릭의 방법 또한 온전히 옳다고 볼 수 없지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주었기에 그런 진심을 닮았으면 싶었다. 우리에겐 사랑할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마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쩌면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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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그림 친구들 작은 곰자리 7
크리스 투가스 지음, 박수현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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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림을 정말 못 그린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미술학원에 보낼 거라고 지인들에게 말하곤 했다. 나의 그림 실력을 그대로 타고 날까봐 무서웠다고나 할까? 그만큼 그림은 나에게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에 자신이 없고 창피하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되면 나도 미술수업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행히 6살 딸아이는 나보다 그림 실력이 좀 낫다.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고 오는 것 같아 항상 나보다 훨씬 잘 그린다고 칭찬 해준다.

그래서 표지의 아이만 봐도 아찔해진다. 아이는 온통 물감이 묻은 옷을 입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하고 있는데, 그림 그리는 걸 두려워하는 나는 그저 어지러운 기분만 든다. 아이는 즐겁게 자신의 친구들이 집을 어지럽혔다고 말하며 방 안을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다양한 그림도구들로 빽빽하다. 어떻게 저렇게 붓과 물감과 도구들이 많은지 의아할 정도다. 하긴, 좁은 집에 내 책이 3,000권이 넘는 것과 비교해보면 아이의 마음이 크게 공감이 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큰 도화지 앞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도화지에는 ‘내 화판에서 잔치한다. 미.도.알.챙’ 이라고 적혀 있다.

도무지 미.도.알.챙이 뭔 뜻인지 추측이 되지 않는 가운데 연필들과 지우개가 신나게 떠들며 이야기 하고 있다. 연필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다른 연필의 칭찬에 ‘근데 사실, 난 엉덩이가 잘 돌아가거든.’ 하며 뾰족한 연필심을 가리키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픽, 하고 나왔다. 이어서 크레용, 매직펜, 파스텔, 잉크들이 각자를 뽐내며 잔치에 임하는 모습에 아이와 그림 도구들 모두가 정말 즐거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위와 테이프는 퀴즈를 내며 즐거워하고, 풀은 가위에게 입(가위 날)을 다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타인이 자신에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화룡정점은 물감과 붓과 팔레트 칼이었다. 모두 합세해서 맘껏 놀다 보니 멋진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아이는 무척 만족스러워 하고 기뻐하지만 곧 ‘보시다시피, 너무 바빠서 청소는 엄두도 못 냈어요.’ 하는 부분에서 내가 도리어 한숨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아마 내 아이들이 저렇게 방을 만들어 놨다면 분명 혼을 냈을 것 같아 만감이 교차했다.

그럼에도 아무리 바빠도 다시 잔치를 벌일 시간은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정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그림 도구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사실에 괜히 흐뭇해졌다. 그리고 뒤표지에 미.도.알.챙의 뜻이 드러난다. ‘미술 도구는 알아서 챙겨 올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낙서를 할까 펜, 사인펜, 크레파스를 높은 곳에 올려둔 내가 좀 계면쩍어졌다. 그래도 꿋꿋하게 종이에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는 딸아이와 옆에서 자기도 하겠다며 고집 피우는 둘째를 보며 나의 그림 실력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청소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이를 과하게 제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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