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폴 비룡소의 그림동화 189
센우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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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기지의 유일한 요리사 이언은 우연히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기 펭귄을 보게 된다. 안쓰러워서 음식을 나눠주고 폴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그리고 빨간 머플러를 둘러 주고 둘은 친구가 되었다. 매일 찾아오는 폴로 인해 이언은 요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쓰레기 봉지를 들고 기지 밖으로 나가는 폴을 발견하기 전까지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로만 여겼다. 이언과 친구들이 폴을 따라가기 전까지 왜 혼자서 기지를 찾아왔는지 의문을 품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폴을 따라가다 보니 얼음동산 끝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제대로 된 남극의 풍경을 보게 된다. 폴의 흔적을 따라 얼음동산을 내려오던 이언과 친구들은 눈 덮인 평지를 뒤덮고 있는 수많은 알들을 발견한다. 그 알들은 깨진 채로 얼어붙어 있었다. 어디에도 펭귄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한 친구가 이유를 말해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한쪽은 녹아내리지만 다른 한쪽은 더 추워져서 바다가 얼어붙어 버렸고, 먹이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던 펭귄들이 얼어붙은 바다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고 알들은 버려지는 거라고 말이다.

그러다 이언과 친구들은 뭔가 반짝이는 걸 발견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건 기지에서 버려진 온갖 쓰레기였다. 그리고 그곳에 폴이 있었다. 폴은 깨지지 않은 알들을 한 곳에 모아 기지에서 가져온 쓰레기로 집을 만들고 따뜻하게 지켜 주고 있었다. 이언과 친구들은 폴을 도와주기로 하고 알을 모두 기지로 옮긴다. 알이 얼어버릴까 노심초사 하면서 소중히 알들을 옮기는 데 성공한다. 기지의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알을 옮기고 즉시 펭귄 알 부화작전을 시작한다. 따뜻한 장소라면 개의치 않고 침대 밑, 장화 속, 주방, 심지어 밀가루로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아픈 알들은 따로 정성스레 치료를 해준다.

알 속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그림을 보면서 곧 펭귄들이 부화할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언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고 온통 펭귄들로 가득 찬 주방을 발견한다. 기지 밖은 더 요란했다. 펭귄들로 가득 찼고, 기지 사람들과 섞여 있는 펭귄이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다. 굳이 사람과 펭귄을 구별할 필요 없이 그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말해주듯 말이다. 사람들의 얼굴엔 기쁨이 넘쳐났고 비로소 행복한 남극이 되었다. 펭귄과 뒤엉킨 주방에서 이언은 어느 때보다 더 신나게 요리를 한다.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저 펭귄 덕분에 반성도 많이 했지만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착각만 하지 않아도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이 그림책 속으로 모든 사람을 초대하고 싶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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