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열정이었는지... 아니, 열정까지도 필요없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홍대에 나갔다가 술만 진탕 마시고 날이 샐 즈음에 귀가. 어제의 큰 수확이라면 아담하고 자유롭고 조용한 술집을 2군데나 알게 됐다는 것.
4차까지 다니며 길거리를 방황. 알코올램프를 켜주고,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 앨범을 틀어준 그 집.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데, 조그마한 집이라 다시 가면 주인 부부가 바로 알아챌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진다.
잠이 전혀 안 왔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단, 너무 오래 눈을 뜨고 있었더니 좀 뻑뻑해지던데 그나마도 귀갓길에 하품을 해댔더니 괜찮아졌다. 바람이 정말 너무 차고, 알코올이 온 혈관을 타고 도는 시점엔 더욱 차게 느껴져서 이대로 동사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다.
연대 앞에서 내려야 하는데 잠깐 정신을 놓았다가 깨보니 이런이런 잘못하면 다리 건너서 강서구로 갈 뻔 했다. 심신이 다 지칠대로 지친 번개 같지도 않은 번개였지만, C비돌2님에 대해선 의외의 것을 많이 발견했고 소개팅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웃기기도 했다.
어제 카메라 가져갔으면 어여쁜 알코올램프 사진 찍어오는 건데, 오래도록 아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