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말 많이 나는데, 나도 화낼 줄 아는데... 허공에 하릴없이 흩어지는 악한 기운을 무찌를 수가 없다. 그에 걸맞는 무기를 찾지 못했다. 성난 상대방 앞에서 나는 순한 양이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친 것 같은 성난 상대방의 악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명상하려 애쓴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제 끝이다."

너무 많아 넘치는 썩은 내를 질리도록 다  맡아버린 어린 양들을 사악한 눈으로 무시하며, 이제사 조금은 후회가 되는지 뿜어댄 기운을 애써 주워담으려 하는 그를 뿌리치며 힘없이 돌아선다. 처진 어깨와 힘빠진 걸음걸이와 두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삶은 정말 힘들다.

어젯밤, 9시가 넘은 시각 청계천이 시작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났다. 연휴 내내 청계천을 TV로만 구경하다가 실물을 보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였다. 나는 이미 서울시민이 아니므로, 그저 눈과 귀와 몸을 놀리기만 하면 된다는 게 더 좋았다.

예전에 'TV, 책을 말하다'에 도올 김용옥이 나와 청계천은 西出東流라고 했다. 그런데, 친구에게 잘난 체 한답시고 동출서류라고 해버렸다. 나의 얕은 지식이 어디 가겠는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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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까이거 뭘... 내가 언제하고 우기세요^^;;;

마태우스 2005-10-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고 비슷하시군요. 전 "이 순간만 지나면 다신 안본다.."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성난 말들을 견뎌냅니다.

2005-10-06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나 2005-10-06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정말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살면 살 수록 더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그래도 너무너무 쉬우면 권태롭기만 하겠죠? ^^;
청계천 보고 오셨다니 부러워요. 게으른 나는 언제나 가볼까나..

moonnight 2005-10-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하루님. 토닥.. 청계천, 저는 언제쯤이나 실물로 보게 될지 ^^;

하루(春) 2005-10-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우기라구요? ^^

2005-10-0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09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5-10-1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사는 게 가끔은 힘들도 화가 나죠.
분노의 절정에서 명상이라... 좋네요.
전 '인생 길어야 100년... 좀 있으면 너도나도 흙이 되어... 어쩌구...'하면서 참는 편인데.. ^^;

하루(春) 2005-10-1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좀 있으면, 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길지 않나요? 어떨 땐 하루가 1주일처럼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