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역부터 봄꽃 축제들이 이어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천안함을 비롯한 비보들이 전해지면서 주춤하는 기색이지만, 그 당당하고 활기찬 봄 기운마저 막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산야에서 봄기운은 어느 곳부터 찾아 올가요.

   아마도 이곳, '과수원'이 아닐가 싶습니다. 매실꽃, 배꽃, 복숭아꽃, 살구꽃, 자두꽃, 사과꽃 등 각종 과일 꽃들이 가장 먼저 화사한 봄기운을 풍기고, 사람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각종 봄꽃 축제들도 이 과수원의 언덕들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고흐가 전하는 연분홍빛 꽃 만발한 과수원의 봄 기운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과수원의 그런 봄기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여린 가슴에 찾아온 화사한 봄빛과 과수원의 따듯한 색채를 화폭 가득,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오늘은 가장 먼저 찾아온 과수원의 봄 기운을 그대로 그려낸 고흐 말년의 완성된 작품들을 함께 나누고 감상하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고흐 그림과 아래 간략한 약력은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위키백과, "A R C(http://www.artrenewal.org)", "반고흐 미술관(http://www.vangoghmuseum.nl)", 문화 예술사(http://windshoes.new21.org)의 정보들을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반고흐, 영혼의 편지(Dear Theo: The Autobiography of Vincent Van Gogh, 도서출판 예담 1999)"와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민길호 지음, 2006, 학고재)",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였습니다. 더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 귀를 붕대로 감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and Pipe), Oil on Canvas, Arles, 1889년, 1월, 니아초스 컬렉션(Collection Niarchos)


   고흐는 화가로서의 마지막 생애 10여 년 동안에 동생 테오(Theo van Gogh, 네덜란드, 1857-1891)의 전적인 지원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생전에 1작품을 제외하고는 팔린 작품도 거의 없었으며, 모델도 쉽게 살 수 없었던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자신을 주제로 한 다양한 느낌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습니다. 더불어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과정의 자화상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 자화상도 고흐의 말년에 가까운 1889년에 고흐의 가장 유명한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과의 일화까지 전해주는 인상이 깊은 작품입니다.

   "제 앞에 닥친 현실을 비겁하게 피하거나 잊어버리려 하지는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때로는 감사하고 분노하며 슬퍼합니다. 절대적인 불행은 없습니다. 그 불행을 참고 이기면 결국 행복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는 진리를 믿기에 참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통과 슬픔이 갉아먹은 저의 얼굴도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듯할 때는 또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합니다. 아무 죄도 없이 불쌍한 인간들을 구제하려다 온갖 수모 속에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신 그분을 생각합니다. 그 고통에 비하면 제 고통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주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곤 합니다. 당신의 자비로 힘과 용기를 주소서." 

   윗 글은 이 시기에 고흐가 남긴 신에 대한 고백입니다. 고갱과의 일화를 전해주는 위 특이한 자화상을 보면, 하얀 붕대로 귀를 동여맨 얼굴이 고통스러워 보이며, 눈이 쏙 들어가 생기도 없으며, 핏기도 사라져 더 늙어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지를 불태우며 희망을 놓지 않았던 아래 고백을 통하여 그런 심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의 뜻이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저의 눈은 살아 불타고 있습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영혼은 아직 시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그린 위 초상화는, 창백하고 늙은 얼굴이 빨간색, 오렌지색 뒷배경과 함께 사그라들지 않은 저의 정열을 나타낸 것입니다."

   굳게 다문 입에 꽂힌 파이프에서 뿜어대는 연기는 하얀 물결 같은 원을 그리며 붉은 벽을 가로질러 허공으로 향해 흩어집니다. 이것을 통해 고흐의 숨결과 영혼의 움직임을 표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탁한 녹색의 겨울 외투와 검은 털이 달린 어두운 색깔의 모자가 분위기를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죽음의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더라도 헤쳐나갈 힘과 영혼의 부르짖음이 아직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자화상입니다.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류로 밝고 강렬한 화풍을 완성하다

   빈센트 반 고흐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의 브라반트 지방에 있는 '포르트 춘데르트(Zundert)'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운명처럼,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이 곳은 천주교 신자가 더 많은 보수적인 마을이었지만, 할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났으며, 훗날 이 아름다운 곳과 배경이 화가의 꿈을 안고 그림을 시작하던 고흐에게도 적쟎은 영향을 미친 근원이기도 합니다.

   중등학교 과정을 마친 1569년, 16살이 되던 고흐는 센트 삼촌이 경영하고 헤이그와 런던, 파리에 지점을 두고 있던 구필 화랑에서 일하면서 이후 화가로서의 꿈을 키웁니다. 동생 테오(Theo van Gogh, 네덜란드, 1857-1891)도 헤이그 지점의 이 화랑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화가의 길을 가는 고흐의 삶에 큰 밑거름이 되었고, 27살이 된 1880년 가을, 브뤼셀(Brussel)에 하숙집과 미술 학원을 정하면서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시작합니다.

   1886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들과 교류하였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18301903)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 밀레(Jean 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프랑스, 1796~1875), 고갱 등을 만났고 그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어둡던 그림의 채색은 점차 밝아졌고 붓 터치도 여느 인상파 화가들처럼 짧고 간결하며 강렬해졌던 것입니다.

   1888년 2월, 아를(Arles)에 정착하면서 후기 인상파 화가인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과 교류하였으나, 그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합니다. 큰 다툼 끝에 결국 고갱은 아를을 떠났고, 고흐는 오늘의 위 자화상에서 그 모습을 그대로 남긴 것처럼, 자신의 귓불을 잘랐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 시기는 고흐가 극심한 고독과 극빈했던 삶에 지쳐 현실에 대한 용기를 잃고, 예민한 신경증과 갑작스런  발작 증상, 폭력성으로 인하여 심히 고통스러워 하였습니다.

   1890년, 결국은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접고 아를(Arles)을 떠나,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원에 자진해서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했던 때입니다. 많이 좋아지면서 퇴원하였고 요양에 들어갔지만, 결국 1890년 7월 27일, 당시 고흐의 나이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 있는 아름다운 황금 밀밭 언덕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을 겨누어 자살함으로써, 영혼의 예술가로서의 열정적이었던 삶을 마감합니다.



    

자두꽃이 만발한 과수원(Orchard in Blossom, Plum Trees), Oil on Canvas, Arles, April, 1888,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Scotland, Europe



    

살구나무 꽃이 활짝 핀 과수원(Orchard with Blossoming Apricot Trees), Oil on canvas, Arles, March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Europe

   

   

연분홍빛 꽃이 활짝 핀 복숭아나무(Pink Peach Tree in Blossom (Reminiscence of Mauve)), Oil on Canvas, Arles, March 1888, Kroller-Muller Museum, Otterlo, The Netherlands, Europe



   1988년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이나 동료들과 함께 그림에 관해 밤샘 토론을 자주 하면서 건강도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파리의 생활을 접고 요양을 위해 햇볕이 온종일 내리쬐는 프랑스 남부의 아를로 이사합니다. 오늘 소개한 위 자화상을 포함한 7작품들을 비롯하여, 앞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해바라기 그림이나 황금빛 밀밭이 소용돌이치는 그만의 독창성으로 완성된 그 아름다운 작품들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던 것입다.

     마음의 평화와 희망을 기원했던 꽃 만발한 과수원 풍경

   고흐가 요양을 위해 아를로 이주하면서, 시골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친구 고갱을 아를의 화실로 불러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예민하고 소심했던 성격 탓에 고흐는 주변 사람이나 친구와도 바라는 만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인지 고갱과의 관계도 불행하게도 그 결말이 좋지 못했습니다. 1888년 말, 결국 큰 다툼 끝에 고갱은 아를을 떠났고, 고흐도 역시 자신의 귓불을 잘라 마음을 다스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테오의 경제적인 도움으로 고흐의 생활과 창작활동을 유지했던 이 시기에, 동생 테오의 결혼이 있었습니다. 물론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축하해줬으며, 진실로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닥칠 경제적인 어려움과 걱정하는 마음에 불안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때입니다. 이렇듯 불안한 미래와 아무 준비도 없는 병든 몸과 생각이 돌처럼 가슴을 짓누르면, 숨도 쉴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조이기도 했던 힘든 시기입니다.

   "저는 이대로 버려져도 좋으나, 새로 태어난 생명, 조카 빈센트에게는 절대로 저와 같은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 하나로 그 고통은 충분합니다..... 어떤 고통이든 저에게 주소서. 그리고 저의 모든 가족들에게는 당신의 평화를 내려 주소서."    

   고흐의 말년인 1890년 1월 31일, 드디어 조카가 순산했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미치더라도 창조하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고흐는 정신병적 증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곧바로 화폭 앞에 앉았으며, 자신의 영혼에게 온힘을 모아 소리쳤습니다. 계속되는 환각과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잠깐씩 제정신이 돌아올 때는, 어김없이 먼저 추억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마음의 평화와 희망을 얻곤 하였습니다.


      

  

 꽃 만발한 과수원(Orchard in Blossom), Oil on Canvas, Arles, April, 1888, Private collecion, Seitzerland, Europe
  

 

활짝 꽃핀 배나무(Blossoming Pear Tree), OIl on canvas, Arles, France, March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Europe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가지들(Branches of Almond tree in Bloom), Saint-Rémy, 1890년 2월, Oil on canvas, Vincent van Gogh Foundation, 빈센트 반 고흐 국립미술관(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the Netherlands, Europe


    사랑하는 어머니께
 
   아침부터 밤까지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며칠 전부터 답장하려던 편지를 이제야 씁니다.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요. 어머니께서도 요즘의 저처럼 테오와 제수씨 생각을 많이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수씨가 무사히 분만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저는 태어난 조카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르기를 무척 원했습니다. 요즘 제가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제 이름을 땄다고 하니, 그 아이의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몬드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가 있는 그림이랍니다. 이곳 의사들 덕분에 이곳에 올 때보다 더 차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병원 밖의 세상에 익숙해지려고, 떠 다시 자유롭게 지내면서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890년 2월 15일, 아들 빈센트.

   위 여러 과일나무들의 화사한 봄빛을 담아낸 고흐의 과수원 풍경은, 한결같이 수정처럼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각종 과일 꽃들이 막 피어나 있으며, 청결하고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봄기운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고 있습니다. 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특히 마지막 배꽃과 아몬드꽃 그림에서, 이리저리 뻗친 나뭇가지마다 하얀 꽃과 꽃망울이 탐스럽고 복스럽게 맺혀 있습니다.

     가족과 조카를 향한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과수원 풍경

   마치 여러 개의 팔을 가진 신이 봄날을 축복하며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외로운 영혼들을 안아주는 것처럼 포근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이미 고흐는 먼 꿈의 나라와 평안만이 존재하는 죽음 후의 세계를 바라고 예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평화와 희망만이 존재하는 고흐가 바라는 그 어떤 따스하고 평온한 꿈의 나라를 그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고통은 보이지 않으며, 희망의 파란 하늘 아래 활짝 핀 꽃들만이 사랑의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조카 빈센트의 탄생을 축복하는 삼촌의 영원한 자비가 가득하며, 조카를 향한 진심어린 사랑이 충만한 작품입니다. 실제 마치 판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간결하면서도 화사하고, 가지들과 꽃들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동생 테오 부부도 아기가 침대 위에 걸어 둔 이 그림을 "매료되어" 쳐다본다는 답장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애초에 고흐도 이 그림과 관련한 연작을 구상하였으나, 그런 계획대로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그림이 완성된 직후 발작이 다시 시작되어 작업을 계속할 수 없었으며, 몸이 다시 회복되었을 때에는 이미 개화가 끝난 뒤였고, 이 봄 기운이 고흐 생애의 마지막 봄이었기 때문입니다.

   고흐가 전하려고 했던 봄기운을 찾아 각종 자두꽃, 살구나무 꽃, 복숭아꽃, 배나무 꽃, 아몬드꽃 등이 만발한 과수원 풍경으로 떠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자연이 과수원에 선물하는 봄 풍경을 결코 놓치지 않았던 따듯한 고흐의 마음이 가득 담긴, 살아 생전에 그토록 갈구했던 평화와 사랑에 대한 고흐의 희망이 그대로 느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맑고 부드러운 그 봄빛과 따스한 봄햇살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가요. 바로 봄소풍 계획을 세워보시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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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연분홍빛 화사한 꽃 만발한 과수원 풍경 - 고흐(네덜란드, 1853-1890)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4-07 15:10 
    남부 지역부터 봄꽃 축제들이 이어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천안함을 비롯한 비보들이 전해지면서 주춤하는 기색이지만, 그 당당하고 활기찬 봄 기운마저 막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산야에서 봄기운은 어느 곳부터 찾아 올가요. 아마도 이곳, '과수원'이 아닐가 싶습니다. 매실꽃, 배꽃, 복숭아꽃, 살구꽃, 자두꽃, 사과꽃 등 각종 과일 꽃들이 가장 먼저 화사한 봄기운을 풍기고, 사람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각종 봄꽃 축제들도 이..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의 흐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유시장 체제'로 집약할 수 있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렵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특히 수학과 경제학이 더 어렵습니다.

   저는 모든 이야기의 흐름과 보이는 대상을 주로 느낌이나 인상, 즉 어떤 전체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편이고 숫자를 특히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는 수학이나 경제학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경제학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어 오고 있는데, 점차 아주 조금씩 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로운 세계경제 시장을 위한 이몬 버틀러의 해결 방법

   오늘도 경제 관련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 '시장경제의 법칙(The Best Book on the Market)'에서 지은이 이몬 버틀러(Eamon Butler)는, 자유 시장은 역사상 가장 합리적인 체제라고 옹호합니다. 시장의 실패는 자유시장 체제를 악용하는 소수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계 시장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시장의 원리를 제시합니다.


   우선 이몬 버틀러는 영국 애덤스미스 연구소(Adam Smith Institute)의 설립자로, 영국 자유시장 정책의 원로 연구자이며, 현재 애덤스미스 기념관 건립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1974년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St.Andrews) 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 석사 학위를, 1977년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미국 하원의 연금,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였으며,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브리티시 인슈어런스 브로커(British Insurance Broker)' 지(誌) 편집장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애덤스미스연구소를 창설하여 사회 경제적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강연가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세계 시장경제의 국영산업 민영화와 공공부문 개혁, 정부지도자 교육에 힘써 오고 있습니다.


   이몬 버틀러의 '시장경제의 법칙'은 모두 9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전문용어도 우리 생활과 관련된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필요한 지식과 정보들도 따로 묶어 보기 편리하고 쉽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양장 표지에 길이도 207쪽, 188×128mm(B6) 크기로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으며, 비교적 짧은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감상 후기와 느낌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제1장, "시장이라는 놀라운 세계'에서버틀러는, '시장은 세상의 모든 곳에 있다. 수많은 고객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원하는 것을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p. 17)"고 강조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설명합니다. 심지어 중국처럼 권위주의적인 국가에서조차 개인의 선택과 동의한 가격, 불완전, 불균형이 시장의 모습을 결정하고 협력관계를 이끌어 내는 시장의 중요성과 시장이 바로 부의 창조 기기임 강조합니다.



   제2장, "전문화와 교환이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
"에서는, 고대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며, 물물 교환과 화폐가 시장을 더 크게 활성화한다고 전제하고, 가치에 대한 견해 차이가 협력과 교환을 더 크게 활성화한다고 강조합니다. 세계 경제에서 자급자족 체계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1776년에 애덤 스미스(Adam Amith, 영국, 1723-1790)가 인간은 전문화된 교환 체계의 거대한 시장 규모로 협력한다며 시장 경쟁의 이점과 자본 투자를 통한 이익이 오늘날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킨다고 강조합니다.

   제3장, "가격은 실시간 메시지 전달 시스템이다"에서는, 시장 상황을 알리는 지표가 되는 가격에 대해 판매자와 구매자는 정반대로 반응하며,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에 따라 균형가격 곡선이 결정되지만, 현실은 교과서의 그래프와는 다르며 완전한 정보도 불가능하고 상품들에 대한 가치와 환경, 소비자들의 기대에 따라 변화하고 '적당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처럼 역동적입니다. 또한 가격 체계는 자원의 효율성과 가치의 이익에 집중시키며, 판매자들이 서로 한곳에 모이면 득이 됨을 강조합니다.


   제4장, "메신저 죽이기
"에서 버틀러는 '40세기 동안의 임금과 가격 통제의 역사'라는 책에서 밝혔듯이 가격은 통제할 수 없으며, 이윤이 없이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음을 전제하고, 정부 보조금 지원, 면허증 새 발급 정지, 암시장, 국가지원 독점과 같은 정책이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고 강조합니다. 독점은 오늘날에도 특허권과 저작권, 미국의 의료업계, 영국의 변호사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하는데, 가격 체계를 방해하거나 규제하지 말 것을 지적합니다.

   제5장, "경쟁의 힘"에서는, 모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발적인 교환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의 즐거움을 주며, 자유로운 경쟁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그  이익을 촉진하고 상품의 진정한 가치 범위 안에 가격이 존재할수 있게 하며 품질을 향상시키는 영향도 설명합니다. 또한 경쟁이 기존의 계획을 버리고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게 한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를 가능하게 한다고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것처럼,경쟁은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제6장, "시장의 규칙"에서는 시장 거래의 핵심은 '신용'이 바탕이 되며 평판이나 브랜드와 같은 평가 방법을 통하여 품질을 확신하고 거래를 결정하는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그래서 기업은 전통과 오랜 역사를 선전하여 고객들이 믿고 찾아 왔다다는 사실을 알리며, 큰 건물과 사무실, 전문적인 자격증을 걸어 두는 것도, 광고를 하는 것도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며, 신뢰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유형의 자산뿐만 아니라 노력과 같은 노동력과 지적 자산까지도 신뢰를 통하여 교환하고 협력하는 곳이며 사적 소유의 재산권을 인정할 때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합니다.



   제7장, "시장의 실패, 그리고 정부의 실패"
에서는, 시장도 서로 다른 가치에 신뢰하는 인간의 변하는 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시장의 실패'라고 부릅니다. 또한 한 사람이 상대방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정치의 실패'가 시장의 상활을 악화시키거나 어렵게 만들 수 있으나, 시장 자체의 자연스러운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 하며, 매연 배출권이나 혼잡도료 사용권, 물 사용권, 낚시권, 어획권, 사냥권 등을 활용하여 시장 원리가 환경을 조절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8장, "시장의 윤리"에서 버틀러는, 시장 체계가 인간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 원리에 필요한 주요 요소로 부도덕한 일은 아니며 탐욕과 혼동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시장 체계는 구매자에게도 이익을 주어야만 판매자도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도덕적이어서 적대적일 수 있는 국가 사이의 협력도 증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시장 경제의 민주적인 원동력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을 인정하고 보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합니다.

   제9장, "시장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기초로, 부유함으로 가는 유일한 시장경제의 성공 비법, 7가지 요소를 제안합니다. 첫째,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환을 꼽았으며, 둘째,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지는 자유로운 가격 체계입니다. 셋째, 널리 이용 가능한 정보의 광범위한 공유가 커질수록 시장은 역동적으로 작동합니다. 넷째,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 행사의 자유입니다. 다섯째, 혁신과 다양성을 촉진하며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규제 없이 평등한 경쟁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많은 세월 동안 쌓인 신용이 시장의 교환에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일곱째, 시장의 규칙이 일상처럼 익숙한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 7가지 요소만 갖추어진다면 온라인 공간에서도 시장은 성장할 수 있고, 자율적인 시장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로써 시장 경제의 자율적인 원동력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이라는 '시장 원리의 장점'을 중요시하고 강조한 이몬 버틀러의 경제 이론을 정리하였습니다. 그 책 '시장경제의 법칙'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6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 체계의 원동력과 역동성을 강조한 책 

   첫째,
이 책 '시장경제의 법칙'은 이몬 버틀러가 시장의 원리를 우리 일상과 주변의 실례를 들어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경제학 기본서입니다. 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무척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중, 고등학생을 비롯하여 경제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모든 분들의 첫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둘째, 이 버틀러의 책은 경제 전문가답게 정말 쉽게 잘 풀어 쓴 경제학 원론입니다. 특히 지은이의 글 솜씨가 돋보이며, 개인적으로도 무척 마음에 들고 정말 잘 쓴 책이라고 평가합니다. 번역서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글 쓰기 연습에도 도움이 될 교과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207쪽이고, 크기도 188×128mm(B6)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그리 길지 않고 짧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경제 관련 책입니다. 전체 가로 폭이 12.8cm이고 인쇄된 글자 너비가 8.8cm이며, 다른 책들에 비해 좁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동자를 많이 굴리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었으므로, 책을 읽는 내내 무척 편했고, 속독이 용이해서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었으며, 더욱 좋았습니다. 제 블로그의 글 읽는 영역을 좁게 편집하고 전체적인 다른 목록이나 기능들과 구분을 하는 개인적인 이유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더불어 종이의 재질도 두꺼워서 뒷 장의 글씨가 비치지 않았고, 헝겊으로 된 노란 책갈피까지 구성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중간, 다른 책갈피나 포스트잇 (Post-It)과 같은 접착식 메모지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책 읽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책 뒷 장의 글씨가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이지 않았으며, 책장 끝 가장자리도 상대적으로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아 읽기에 무척 편리했습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번역된 책이어서인지 단지 어법어색한 부분과 편집 과정에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p. 134)이 발견되었습니다. 얼마 전인 2009년 8월 20일에 초판 발행된 최근의 신간인데, '시아출판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편집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인쇄소에서 인쇄용필름을 만들어 책 내용을 인쇄하게 되면, 가지런히 제단을 한 다음(제본을 해서 제단을 하거나), 책 등 쪽으로 한 쪽을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여 제본을 합니다.

   이 때 이 작은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책 글씨가 있는 쪽으로 흘러 나온 곳이 많았고, 처음부터 끝 장까지 다음 장과 붙어 있는 곳이 많았으며, 그래서 읽는 내내 무척 불편하였습니다. 다 읽고 나니, 책이 틀어졌을 정도입니다. 서평을 위해 제공된 책이어서 그냥 보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판매되는 다른 책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편집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여섯째, 이 책은 영국 애덤스미스 연구소의 설립자인 이몬 버틀러가 '시장 경제의 역동적인 원리'에 대해 예찬한 책입니다. 경제학 책으로는 이보다 더 쉽게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집중해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을 만큼, 쉬운 경제학 교양서입니다.

   특히 읽으면 술술 읽힐 정도로 문장도 매끄럽게 간략하게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상과 주변의 실례를 들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경제학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싶은 분이라면 먼저 읽어 보아야 할 기본서로 추천하며, '시장경제의 법칙'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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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통방통 곱셈구구 신통방통 수학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소개했던 "알라딘 6기 신간 평가단" 발표 이후에, 처음으로 책 2권을 먼저 택배로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첫 독서 후기인 셈입니다.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 동화책입니다. 곱셈 구구단 암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공감을 느끼고, 아주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좋은책어린이" 출판사에서 '저학년문고 시리즈 20권'을 기획하여 완결한 알찬 책들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출간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지은이 서지원의 재미있는 글 내용과 조현숙의 적절한 그림이 조화로운 동화책입니다.

   곱셈 구구단, 동화를 읽으며 저절로 외워지는 동화책

   글쓴이, 서지원은 강릉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을 했으며, 신문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동화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신통방통 곱셈구구'는 곱셈구구를 잘 못 외우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재미있는 동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수학 마녀의 백점 수학', '원리를 잡아라! 수학왕이 보인다', '나누면 커지는 마음 배려',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훈민정음 구출 작전', '원더랜드 전쟁과 법의 심판', '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 외에 많은 책이 있습니다. 최근의 신간으로는  '욕심과 유혹을 이기는 힘 절제'와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 그리고 '수학 마녀의 백점 수학'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린 조현숙은 단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으며, 어린이 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책의 그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 '신통방통 곱셈구구'의 그림을 그릴 때 모든 어린이가 처음 시작하는 곱셈구구를 잘 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좁쌀영감 오병수'와 '엄마 친구 딸은 괴물','재미', '마녀 옷을 입은 우리 엄마' 등이 있습니다. 최근의 신작으로 '양말을 꿀꺽 삼켜 버린 수학 1, 2'와 '방귀쟁이랑은 결혼 안해', '역사 속에서 건진 과학' 등이 있습니다.

   꽤 똑똑한 어린이, 명호는 곱셈구구만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모양인지, 아무리 외우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모두 다 외웠는데, 명호는 아무리 해도 외워지지가 않습니다. 한 개를 외우면 두 개를 까먹고 두 개를 외우면 모두 까먹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곱셈구구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꺄악!" 명호가 온통 숫자와 × 표시로 가득찬 방안을 보고 비명을 지른 것입니다. 방안에는 곱셈구구들이, 냉장고에는 2단들이 우르르 쌓여있고, 변기 뚜껑에는 4단들이, 수도꼭지에는 8단들이, 창밖에는 3단들이 둥둥 떠다니거나 새처럼 날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명호는 곱셈구구를 헤치고 식탁에 앉았는데, 엄마가 차려주는 밥과 국, 반찬들이 모두 곱셈구구입니다. 엄마와 아빠도 곱셈구구를 맛있게 먹고 있으며, 이마에도 반짝반짝 나타났다가 곧 사라집니다. 하지만 명호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에 곱셈구구 두드러기가 돋을 것 같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곱셈구구 괴물로 변했습니다.

   엄마가 주걱만큼이나 큰 숟가락을 들고 "어서 먹어라. 안 먹으면 강제로 먹일 거야.", 깜짝 놀라 눈을 뜨니, "휴..." 꿈이었습니다.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꿈에 나타났던 일이 실제 진짜로 일어났습니다. 화장실 문에도 엄마가 붙여 놓은 곰셈구구 표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깨만큼이나 많은 숫자가 빼곡합니다. 그렇게 명호에게 곱셈구구의 저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명호에게 곱셈구구는 지구에서, 아니 우주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주문 같은 것입니다. 외우면 외울수록 머릿속만 뒤죽박죽입니다. 친구 동구의 말처럼, 똥을 누면서 곱셈구구 외운 게 똥으로 쏙-- 빠져나가서 그런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수요일, 교실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공기의 갯수를 세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쉽게 "묶어 세기"를 하자고 합니다. 같은 색깔끼리 5개씩 묶어 3묶음이 있으니, 3×5=15개라고 세는 방법입니다. 선생님께서 곱셈구구를 다 외울 때까지 집에 못간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명호와 동구만 덩그러니 남아서 3단을 외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공책에 3단을 10번씩 쓰고, 간신히 교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깊은 고민 끝에, 마음이 무거운 명호는 큰마음을 먹고 동네 의사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왠지 이 "곱셈구구의 저주"를 풀 방법을 알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명호를 반갑게 맞아 줍니다. "너 혼자 왔어? 용감하구나, 어디가 아프니?" "가슴이 답답하구요, 과자를 먹어도 맛이 없어요. 코도 맹맹한 것 같고, 머리도 아파요." 의사 선생님은 체온계로 열을 재고, 청진기로 숨소리도 들어 봤습니다. "열은 없구나,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언제부터 그랬니?"

   "곱셈구구의 저주에 걸렸을 때부터요." 솔직한 명호의 말에 "곱셈구구가 안 외워지나 보구나."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명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손뼉을 '탁' 치며, 서랍을 뒤져 투명한 약병 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주셨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 곱셈구구의 저주에 빠졌는데, 이 약을 먹고 다 외웠단다. 한 알에 1단씩 외워지니, 8알만 먹으면 9단까지 다 외워지는 거야. 우선 5단 알약부터 먹어보자." 
  
   의사 선생님께서 손바닥을 쫙 펼쳐서 "우리 손은 손가락이 몇 개지?" "5개요." "그럼, 손이 2개가 있으면 손가락 수는 몇 개?" "10개요." "손이 3개 있으면 몇 개?" "15개요." "자 따라해 봐라. 손이 4개면 20개, 손이 5개면 25개, 손이 6개면..." 이렇게 술술 말했습니다. "잘했다! 이제 넌 5단을 다 외운 거야. 약이 아주 효과가 좋구나." 이렇게 명호는 손가락을 떠올리며 5단을 외우니, 놀랍게도 입에서 술술 나왔고, 5단은 외우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 신기해요. 다른 알략도 주세요!" 의사 선생님이 노란 알약을 꺼내 주었습니다. 병아리를 생각하며 외우니 외우기가 쉬웠습니다. "이건 4단 알약이란다." 빨간 알약을 삼키고,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바퀴가 4개씩 있는 것을 생각하며 4단도 쉽게 외웠습니다. 다음은 문어 모양의 보라색 알약을 주며, "이건 8단 알약이란다." 수산 시장에 있는 문어의 8개씩 있는 다리를 생각하며 외우니 쉬웠습니다.

   명호는 공중을 날아갈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배꼽 인사를 했습니다. "잠깐! 똑 알아 두어야 할 게 있어. 곱셈구구 알약은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진단다. 그러니 공책에 손바닥과 병아리, 자동차, 문어를 그리면서 곱셈구구를 외워 보거라. 절대 약효가 떨어지지 않을 거야." 토요일인 다음날에도 명호는 또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어제 먹은 곱셉구구 알약은 효과가 어땠니?"

   기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정말 좋았어요! 엄마가 깜짝 놀랐어요." 의사 선생님은 또다시 곱셈구구 약병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약을 먹을까? 옳지. 세발 자전거 모양이 좋겠구나." 명호는 기분 좋게 알약을 삼키고 자전거의 바퀴 수를 생각하며 3단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6단을 외우는 예쁜 알약이란다. 나비의 다리는 6개지." 이렇게 나비 다리를 생각하며 명호는 6단도 쉽게 외웠습니다.

   "이번에는 9단을 외우는 알약이란다. 9장씩 있는 목련 꽃잎 모양이지." 이렇게 9단도 외웁니다. 의사 선생님은 알약 안에서 별 모양이 7개가 그려진 국자 모양의 알약을 내밀었습니다. "이건 네가 마지막으로 먹을 7단 알약이야. 북쪽 밤하늘에 반짝이는 북두칠성이란다." "북두칠성이 1개 떠 있으면 몇 개일까?" "7개요." "2개가 떠 있으면 별은 몇 개?" "14개요." 이렇게 명호는 7단도 쉽게 외웠습니다.

   "명호야, 너는 이제 곱셈구구의 저주에서 완전히 풀렸단다. 앞으로는 입만 열면 곱셈구구가 술술 나올 거야." 의사 선생님이 축하해주었습니다. 명호는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어 엄마, 아빠와 소풍을 나왔습니다. 알약에서 보았던 병아리 2단, 세발자전거 3단, 자동차바퀴 4단, 손바닥 5단, 나비다리 6단, 북두칠성 7단, 문어다리 8단, 목련꽃잎 9단, 이렇게 곱셈구구가 번개처럼 지나가며 외워졌습니다. 

   명호가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꿈이었어요. "이제 곱셈구구의 저주 따위는 두렵지 않아!" 명호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곱셈구구를 외울 자신이 생겼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으며, 어서 월요일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곱셈구구의 저주의 풀 심리치유 비법서  

   이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인 명호를 통하여 '곱셈구구가 잘 외워지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그 비법을 제시한 창작 동화책에 대한 모든 정리를 마무리합니다. 그 ''신통방통 곱셈구구" 심리치료 동화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첫째, 이 책은, 지은이 서지원이 '곱셈구구' 암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곱셈구구 암기 비법서이자, 심리치유 안내서"입니다. 그러므로 곱셈구구를 외우는 일에 자신이 없는 자녀들을 위한 '신통방통한 곱셈구구 응용 활용서'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둘째,
또한 62쪽의 얇은 책이어서 저학년 초등학생이 읽고 적절히 활용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또는 저학년 자녀가 있는 부모가 읽고 "자녀들의 곱셈구구 암기 방법을 돕는데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로 추천합니다. 실제 고민하고 있는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은 '좋은책어린이' 출판사에서 "좋은책어린이 저학년 문고 20"이라는 기획 아래, 마지막으로 출간된 연속 기획물(시리즈)입니다. '말 잘 듣는 약'을 비롯하여 '선생님 몰래', '나팔귀와 땅콩 귀', '도깨비가 보낸 초대장', '춤추는 시계', '뻐꾸기 시계의 비밀' 등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시선에서 심리 치유와 고민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더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반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62이고, 크기는 260×190mm로 가장 넓고 큰 형태의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도 그리 길지 않지만, 오로지 곱셈구구에 대한 고민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2010년 3월 12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도서출판, '좋은책어린이'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먹은 곱셈구구 알약은 효과아 어땠니?"

   의사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엄마가 깜짝 놀라던 걸요!"

   다만 위와 같은 본문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46쪽에 맨 아래 부분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너무'라는 부사어는 부정문에 쓰이는 강조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문에 구별 없이 쓰인 점은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동화책이므로 특히 더 신경 써 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다만 이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저 자신이 어린 독자가 아니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던 그 시절에 이 곱셈구구가 잘 외워지지 않아서 고민하거나 고통을 받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곱셈구구가 잘 외워지지 않는 저학년 초등 학생이 읽는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래서 명호가 찾아간 의사 선생님이 명호에게 저주를 풀 알약이 있다며 도와주셨듯이,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이 읽고 활용해도 좋을 "산수 교과서 활용 실용서"로 추천합니다. 또한 단 한명일지라도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히 활용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실용서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산수를 두려워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과 그런 학생을 둔 부모,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중에 있는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곱셈구구 암기 활용서'에 대한 모든 후기 글을 갈무리합니다. 이 외에도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알라딘 유야/어린이/청소년 도서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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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책어린이 저학년 문고시리즈 20, '신통방통 곱셈구구' - 서지원, 조현숙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10-04-06 20:36 
    며칠 전 소개했던 "알라딘 6기 신간 평가단" 발표 이후에, 처음으로 책 2권을 먼저 택배로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첫 독서 후기인 셈입니다.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 동화책입니다. 곱셈 구구단 암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공감을 느끼고, 아주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좋은책어린이" 출판사에서 '저학년문고 시리즈 20권'을 기획하여 완결한 알찬 책들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출간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지은이 서..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직은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만, 배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떤 모양의 책일지... 정말 기대됩니다.  

그 제목은 1,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과 2, "신통방통 곱셈구구" 2권입니다.  


 

 

 

 

 

 

 

 

 

- 책 보내는 날짜 : 4월 5일(월), 오늘이었구요.
- 리뷰 마감 날짜 : 4월 18일(일)로, 2주 정도의 여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받으시는 분들 : 유아/어린이/청소년 A조로,  저도 이 조에 속합니다. 모두 20명으로 아래와 같은 분들이 함께 후기 글을 나눌 예정입니다.

건희채빈, sophiako, 백년고독, 클립통, 얼쑤, imsilyelim, ymwoopi, yung4444, 이슬, 낡은구두
쭌이맘, 빨강앙마, 엄마유치원, 흐르는강물, 제리맘, 후니미니마미, yeonv6, 동화세상, 나는 새, 희망으로 (20명)
 

알라딘 운영측에서는,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도서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보니, 제 자신에게 맞지 않는 도서를 받을 가능성이 어느 카테고리보다 많다고 미리 걱정하십니다. 저의 경우, 다양한 어린이, 청소년 도서에 관심이 많으니, 그럴 걱정은 안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한 조로 특정 연령대 도서가 쏠림 없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다짐 글이 함께 올라와 있으니, 기대해봅니다. 수고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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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가운데에서도 기념 절기들은 찾아옵니다. 기독교에서의 부활절은 교회력(敎會歷, 라틴어: Annus Ecclesiasticus), 절기 중 하나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올해는 오는 4월 4일 일요일을 부활 절기로, 이번 한 주를 고난 주간으로, 그리고 오늘 4월 2일 금요일을 대부분 고난일로 지킵니다.

   기독교를 종교로 받아들였던 화가,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과 관련한 그림들을 선보였는데, 그 숫자가 많지는 않기에, 오늘은 종교와 관련하여 다소 희귀한 그의 그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연과 주변 환경에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상황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고흐 그림과 아래 간략한 약력은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위키백과, "A R C(http://www.artrenewal.org)", "반고흐 미술관(http://www.vangoghmuseum.nl)", 문화 예술사(http://windshoes.new21.org)의 정보들을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반고흐, 영혼의 편지(Dear Theo: The Autobiography of Vincent Van Gogh, 도서출판 예담 1999)"와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민길호 지음, 2006, 학고재)",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였습니다. 더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고흐의 자화상(Self-Portrait), 1889년 9월, Oil on Canvas, Paris Musee d'Orsay, France


   고흐는 모델을 쉽게 살 수 없었던, 그를 평생 괴롭혔던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자기 자신을 주제로 한 다양한 느낌의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며, 또한 그런 유작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 자화상도 고흐의 말년에 가까운 1889년에 그린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작품으로, 고흐 특유의 거친 붓질과 인상적인 화풍이 그대로 드러난 생기 넘치는 명작입니다.

   이 시기는 고흐가 극심한 고독과 극빈했던 삶에 지쳐 현실에 대한 용기를 잃고, 예민한 신경증과 발작적 폭력성으로 인하여 고통스러워 했으며, 결국은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많이 좋아지면서 퇴원하였지만, 1890년 7월 27일, 당시 고흐의 나이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 있는 밀밭 언덕(언저리)에서 영혼의 마지막 안식처를 찾아 예술가로서의 삶을 마감합니다.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놓치 않았던 말년의 고흐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아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글을 통하여 고흐의 심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흐가 병원에서 1889년에 완성한 위 자화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당시의 정신 병원에 입원하면서 삶에 대해 불태웠던 의지와 굳건한 심경을 진솔하고 희망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그림을 그리다 지쳐서 쉬는 틈틈이 조금씩 쓰고 있어. 그림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지. 요즘은 내가 아프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고, 또 화가라는 초라한 직업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단다. 건강을 위해 정신 병원에 조금더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파리에 있을 때의 어중간한 상태보다는 이렇게 확실하게 아픈 쪽이 더 나은 것 같아. 너도 이곳에서 막 완성한 환한 바탕의 자화상을 파리에 있을 때 그린 자화상 옆에 두고 본다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건강해 보인다고 생각할 것이야. 사실 나는 훨씬 건강해졌단다.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어. 그 희망이 뭔지 아니? 가정이 너에게 의미하는 것이, 나에게 흙, 풀, 노란 밀, 농부 등 자연이 갖는 의미와 같기를 바라는 것이야. 다시 말해서 너에게 가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할 이유이며, 필요할 때는 너를 위로하고 회복시켜 주는 것이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부탁하건데, 너무 일에 찌들지 말고 너 자신을 돌봐라. 아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당시 고흐는 주변에서 늘 감상하던 과수원 풍경 가운데, 올리브나무들도 유심히 관찰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런 감성을 다양한 느낌과 분위기로 묘사한 연작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래처럼 푸른 하늘에 이글거리는 듯 정열적인 올리브나무와 높은 산을 배경으로 구름 낀 하늘 아래 무거운 느낌의 올리브나무, 그리고 마지막에 찬란한 정적이 흐르는 올리브 과수원을 통하여 당시 고흐의 심경과 느낌을 색다르게 표현하였습니다.



    

올리브 과수원(Olive Grove), Oil on Canvas, Saint-Remy, June-mid, 1889,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The Netherlands, Europe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올리브 과수원(Olive Grove), Oil on Canvas, Saint-Remy, 11-12, 1889,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Europe



    

오렌지색 하늘에 올리브 나무(Olive Grove, Orange Sky), Oil on Canvas, Saint-Remy, 11, 1889, Goteborgs Konstmuseum, Goteborg, Sweden, Europe

 
   바로 위 올리브 밭을 묘사한 찬란한 정적이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오렌지 색채의 밝은 하늘에 푸른색과 밝은 노란색의 노을을 찬란하고 화려하게 채색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밝고 환한 하늘 아래 올리브나무들은 마치 고요한 정적에라도 빠진 듯, 어둡고 진한 녹색으로 대조적으로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땅의 정적과 고요가 한층 더 강조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두운 붉은 색채의 땅도 진한 색으로 올리브나무와 통일하였으며, 그 땅에 드리운 올리브나무들의 그늘에 드리운 그림자들도 역시 더 진한 푸른색채로 어둡게 표현하였습니다. 이 붉은 땅은 우리를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고통의 피가 올리브나무와 함께 아직도 여전히 그 땅에 남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고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피 흘리며 죽으시던 그날의 저녁 노을이 위 그림과 같았을 것이라는 고흐의 생각과 신념을 대변합니다. 또한 오렌지빛 하늘에 그 찬란한 노란색의 노을빛찬란한 슬픔을 통하여 예수의 죽음이 우리를 위한 죽음이었으며, 3일 뒤 영광스러운 부활을 약속하였던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올리브나무들을 그림 고흐의 작품은 더 많습니다. 빛의 흐름과 대기의 흐름, 각기 배경이 조금씩 다른 유사한 연작들을 찾아 감상하는 것도 고흐의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런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그린 그림 외에도 직접 '그리스도의 시체를 끌어안고 탄식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그린 유작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덤에 장사된 예수 그리스도

   제구시 즈음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질러 가라사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하는 뜻이라.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다. 백부장과 및 함께 예수를 지키던 자들이 지진과 그 되는 일들을 보고 심히 두려워하여 가로되,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예수를 섬기며 갈릴리에서부터 좇아 온 많은 여자가 거기 있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더라.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어 주라 분부하거늘,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정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마태복음 27장 46-61절)




  

  ▲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프랑스, 1793-1863), 비탄에 빠진 성모 마리아(Pieta), 1850년 경. Oil on canvas. Nasjonalgalleriet, Oslo, Norway



 

   ▲ 예수의 시체를 안고 탄식하는 성모 마리아(Pietà, After Delacroix), 1889, Oil on canvas. Vincent van Gogh Foundation,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the Netherlands.


   위 세번 째의 올리브 나무에서 고흐가 묘사한 찬란한 슬픔은 이 '성모 마리아의 탄식'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밝은 노란 색채를 통하여,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당한 온갖 수난과 고통, 십자가에 못박히는 참혹한 운명을 대조적으로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고통을 견디다 죽음으로 사색이 된 예수의 얼굴은 안스럽기도 하고 평온해 보이기도 합니다.

     찬한한 슬픔이 가슴을 파고드는 고흐의 '비탄의 마리아'

   꾹 다문 입은 불평 한마디 없고, 만신창이가 된 몸도 인간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느껴지며, 진정 가슴으로 슬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예수를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얼굴과 표정이 더 침통하고 구슬퍼 일그러졌습니다. 낭만주의 화가로 파리에서 태어나 보르도(Bordeaux)에서 공부한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프랑스, 1793-1863)의 같은 그림과도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처럼 같은 주제의 위 두 그림을 비교해 볼 때, 색채도 고흐는 들라크루아보다 훨씬 밝고 환한 노란색을 상용하였지만, 훨씬 더 찬란한 슬픔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고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인간의 고통을 온전히 체험했던 예수를 가슴과 두 팔로 받아 안으려는 마리아에게 그 고통과 비탄이 그대로 전해진 듯 합니다.

   자식의 고통을 보며 슬퍼하지 않을 부모가 세상 그 어디에 있겠습니까? 더구나 아무 죄도 없이 그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아들의 육체적인 고통에 그 어머니는 얼마나 상심이 크겠습니끼?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그 어머니의 사랑은 "숭고한 사랑의 징표"로 묘사되었습니다. 이제는 속세를 벗어나 초연해진 듯 보이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인 숨어있는 예수의 고통과 슬픔을 붉은 피로 물들여 묘사했습니다.

   이때도 건강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괴로울 때면 보면서 위안을 삼으며, 언젠가는 해보고 싶던 들라크루아의 흑백 판화 '피에타(Pieta, 탄식하는 성모 마리아)'를 화폭에 그려보기로 합니다. 고흐는 좋아하는 화가들의 복제화를 보고 다시 그리는 작업을 많이 하였는데, 꿈 속에 나타난 천사같은 소녀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이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운명처럼 그렸던 복제화지만, 그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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