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새 책이 나왔다. 책을 굳이 여기 올리고 싶지는 않다. 전에는 엄마 어쩌고 찾더니 이젠 아버지한테 가는 내용인가. 뭐 암튼 그런가 보다. 이 책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작가 자체에 대한 양심이야 그렇다 치고(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창비 출판사 자체의 뻔뻔함도 그렇다 치고. 어제 이 책 출간 소식에 도서 정보를 클릭해 보면서 좀 의아했다. 100자평은 이 작가와 출판사의 양심 없음에 대한 비난으로 별 하나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리뷰를 보자. 알라딘 책 소개 창에는 출간일이 '2021-03-05'로 되어 있다. 어제 내가 봤을 때도 그랬다. 어제 세일즈 포인트는 10이었다. 오늘 보니 3,410포인트로 훌쩍 올랐다. 곧 죽어도 신경숙인지, 세일즈포인트는 순식간에 올라가긴 한다. 그걸 믿고 창비도 그런 뻔뻔한 수작을 하는 것이겠지. 아, 물론 작가도.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제 내가 봤을 땐 리뷰가 2개 있었는데 둘 다 별 다섯을 줬더라. 오늘 보니 리뷰가 7개다. 어제 2개에 이어 5개 더 추가. 근데 다들 별 다섯, 별 넷이다. 세일즈 포인트 10일 때도 벌써 책 읽고 리뷰 쓴 분들인가? 아, 오프라인 서점이나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 사서 봤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왠지 그런 거 같지 않다. 창비가 서평단 모집해서 책 뿌렸을 테고 그분들은 그에 응해 별 다섯이 아닌 책인데도 별 다섯을 주는 거다. 그게 공정한 평가일까? '공짜'로 읽은 값이다. 출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에 극찬하는 리뷰가 줄줄 달리고, 그런데 실구매자 리뷰는 도대체 볼 수 없는 기묘한 행태. 난 사실 그럴 때 그 독자들의 양심에 더 화가 난다. 책 뿌리는 출판사나 작가보다도 더.



덧. 요즘 미시마 유키오 <봄눈>을 읽고 있다. 더럽게 잘 썼다. 그 작가를 좋아하지 않아도 정말 인정한다. 미치도록 잘 썼다. 신경숙이 얼마나 그의 문장을 표절하고 싶었을지 이해가 간다. 물론 신경숙이 <봄눈>을 표절한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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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3-03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인데, 100자평을 구매자가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구매자의 100자평이 땡스투 적립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책을 사지 않았고, 책을 읽지도 않은 독자의 100자 기대평이 땡스투 적립금을 받는다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요.

잠자냥 2021-03-03 11:43   좋아요 4 | URL
읽지도 않은 사람들의 ‘기대평‘으로만 가득 채워진 100자평도 참 그렇긴 하죠. 저는 물론 단순 기대평이 아닌 100자평이나 리뷰는 꼭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가 대상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도 있고, 다른 서점에서 샀을 수도 있고, 선물 받은 책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뭐랄까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 받은 티가 ‘뚜렷하게‘ 나고 그 대가로 좋은 평 써주는건 좀 보기 그래요. 전 그래서 그런 리뷰는 다 거르기는 합니다.

다락방 2021-03-03 13:30   좋아요 2 | URL
사이러스님, 현재 ‘구매자‘의 백자평에만 땡스투가 적립되고 있습니다. 구매자 표시가 붙지 않은 백자평은 땡스투를 아무리 눌러도 적립되지 않습니다.

cyrus 2021-03-03 14:5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

Falstaff 2021-03-03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하야, 제가 서평단 응모를 여태 한 번도 하지 않은 겁니다.
영숙이 쟨 좀 어디가 모자른 거 같기도 하고, 영숙이 하면 미쳐 넘어가는 영숙이 빠들은 확실하게 뭔가가 빠졌고, 아직도 유사성 운운하는 일반 팬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연한 문자적 유사성‘을 확신하고 있고, 유럽과 아메리카에선 표절을 한 작가들을 확실하게 매장시키고 있는데, 오호라, 진짜로 대한민국은 글 도둑놈, 글 도둑년 입장에서 별유천지비인간입니다.
한 번 만 더 강조하자면, 영숙이....는 초성자음 부끄럼 탈락 현상입니다아아아.....

잠자냥 2021-03-03 12:29   좋아요 1 | URL
영숙잌ㅋㅋㅋㅋㅋ 초성자음 부끄럼 탈락 현상ㅋㅋㅋㅋㅋㅋㅋㅋ
영숙이 문학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blanca 2021-03-03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을 읽고 저도 소름이 돋았어요. 그의 행적 자체는 논란이 될지라도 필력은 넘사벽이더라고요. 글 쓰는 사람들이 읽고 어떤 유혹을 느낄 정도로. 잠자냥님 생각하신 그대로 저도 생각했어요. 이래서 그랬구나. 그런--;;

잠자냥 2021-03-03 18:18   좋아요 0 | URL
와 정말 소름 돋는다는 말이 딱입니다. 어쩜 그렇게 쓰죠? 그런 문장이 가능하다니 놀랍습니다(비록 번역문일지라도).

행복한책읽기 2021-03-0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경숙 창비 디스 페이퍼서 미시마 유키오를 낚아갑니다.^^ 그 책을 올려주시지. ㅋ 근데 창비 대표가 작가 남편 아닌가요??

잠자냥 2021-03-03 20:11   좋아요 0 | URL
미시마 유키오 <봄눈>은 저도 아직 읽는 중이라 리뷰 쓰기는 뭐했고요. 다 읽으면 꼭 올리겠습니다. 넘나 잘 쓴 것....

잠자냥 2021-03-03 20:20   좋아요 0 | URL
창비 대표는 아니고 신경숙 남편은 남진우 시인인데요. 문학평론가이자 교수로 문학권력이 꽤 있는 사람이죠. 신경숙 표절 사태 때도 참 어처구니 없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부창부수.

행복한책읽기 2021-03-0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 바보였군요. 금각사 저자였다니. ^^;;;

잠자냥 2021-03-03 20:18   좋아요 0 | URL
넵. 그리고 신경숙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지요.

2021-03-04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4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4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4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의 나락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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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 너무나 평온해서 그 평온함이 행복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 그런 일상에 미세한 균열이 가거나, 조금 흔들리거나, 깨어질 때 사람들은 그 평온함을, 행복인지 깨닫지조차 못한 그 나날을 안타까이 여기며 그런 순간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잃어버리거나, 잃게 될 위험에 처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의 소중하게 깨닫는다. 요즘 내 평화롭던 일상, 그래서 미처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날들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마음이 심란해서 책도 잘 읽히지 않는데, 그럼에도, 그럴수록 책으로 피신하고자 책을 들고 읽으려 애쓰곤 한다. 피츠제럴드의 《행복의 나락》은 제목 때문이었을까 요즘의 내 눈길을 더 사로잡는다.

《행복의 나락》에는 한때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던 아름다운 순간들, 미처 행복인지 깨닫지 못했으나 잃어버린 후에야, 놓치고 나서야 그것이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알게 되는 이들. 그래서 그 행복했던 순간을, 빛나던 한때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 그러나 다시 올 수 없음을 알기에 그런 순간을 가슴 깊이 묻고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행복의 나락>의 ‘록산’과 ‘제프리’ 두 사람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플이다. 그들은 젊고, 아름다우며, 건강하고, 풍족한 데다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 둘만 지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니 오히려 둘만 있을 때 더 즐거운 완벽한 한 쌍이다. 이 행복하기 짝이 없는 커플에게 일상의 행복,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시작은 아주 미세하기 짝이 없다. 포커 게임에 몰두한 제프리의 어깨에 얹으려고 록산은 손을 뻗는다. 그런데 제프리는 손이 닿자마자 벌컥 화를 내며 거칠게 팔을 휘둘러 그 손을 뿌리친다. 록산에게는 생애 최대의 충격이다. 그 상냥하고 배려심 많은 제프리가 이렇게 본능적으로 거친 동작을 보이다니. 제프리 또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자신이 록산에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지? 그러나 이 일은 시작, 전조에 불과하다. 두 사람의 삶은 그때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말미암아 행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록산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와 록산이 대체 무엇을 했기에 삶은 이들에게 치명타를 날리는 걸까?’(99쪽). 록산에게 삶은 너무 빨리 왔다가 가버린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쓰라림이 아니라 연민’이며 ‘환멸이 아니라 오직 고통’이다’(115쪽). <행복의 나락>은 삶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음을, 인생의 발아래에는 언제든, 누구의 인생이든 ‘거센 물결이 철썩거리고 있음’을 ‘지도에도 없는 갈라진 틈이 번뜩이는 깊은 아가리를 드러낼 수 있음’(88쪽)을 보여준다.

만일 록산의 삶에 제프리가 들어옴으로써 그녀의 저 행복한 나날들이 언젠가 나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누군가 경고했다면, 그렇다면 록산은 자기 인생에서 제프리를 지워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록산은 그런 경고를 가벼이 넘기면서 제프리의 환한 웃음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을 것이다. 록산만이 아니다. 《행복의 나락》에 등장하는 대다수 남녀들은 자신에게는 버거운 존재임을 알면서도 그런 상대를 사랑하기를, 선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겨울 꿈>의 ‘덱스터’는 ‘주디’라는 이름의 화려하고 제멋대로인 소녀를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그녀로 말미암아 삶이 휘둘리더라도 주디에게 자기를 던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덱스터는 어릴 때부터 반짝이는 것 자체를 원한다. 종종 그는 자신이 왜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가장 좋은 것을 잡으려 손을 뻗었고 그로 인해 때로는 알 수 없는 거절과 금지를 맛보기도 한다. 주디는 완벽하게 반짝이는 것이다. 덱스터를 사랑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는 있지만 결코 사랑하지는 않는 주디. 덱스터는 그럼에도 주디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이 어긋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주디는 덱스터가 늘 꿈꿔온 반짝이는 그것 자체이기 때문이며, 그가 ‘잠시 장악하고 소유하는 들뜨고 열광적인 설렘’(191쪽)이기 때문이다.

<오, 붉은 머리의 마녀>의 ‘멀린’에게도 ‘주디’ 같은 존재가 있다. 어느 날 서점에 불쑥 들어와 그에게 잠깐 동안의 일탈을 선사하고 사라진 여자 ‘캐롤라인’이 그렇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서점 일에 잠시 일탈과 소란, 즐거움과 반짝이는 한때를 선사한 그녀 캐롤라인.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워서 멀린 같은 평범하고 소박한 남자에게는 결코 꿈을 꿀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저 먼 별 같은 존재인 캐롤라인. 그럼에도 멀린은 그 한때를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평생 간직하며 살아간다. 잊을만하면 캐롤라인은 그의 앞에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 그 반짝이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환상은 너무나 멀리, 저 멀리에 있고, 현실은 그의 발아래 자리하고 있기에 멀린은 환상의 여인 대신 현실 속 여인인 ‘올리브’와 결혼해 그럭저럭 살아간다. 덱스터가 주디 대신 ‘아일린’이라는 평범한 여자와 결혼을 약속하듯이……. 덱스터는 아일린이 ‘자신 뒤에 드리워진 커튼, 빛나는 찻잔을 젓는 손, 아이들을 부르는 목소리 정도’의 존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아일린과의 평범한 삶을 선택함으로써 ‘이제 불꽃과 사랑스러움은 가버렸고, 밤의 마법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간과 계절에 대한 경이감, 가냘픈 입술이 아래로 드리워지며 그의 입술에 다가와 그를 눈동자의 천국까지 인도해 주는 일, 그런 것들은 마음속 깊이’ 묻혀버린다. 많은 이들의 삶이 그렇듯이…….

덱스터와 멀린 같은 남자들만이 반짝이는 것, 환상에 자기 자신을 기꺼이 던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 돋은 잎>의 ‘줄리아’ 역시 너무나 잘생긴, 그래서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남자 ‘딕’을 마음속에서 내치지 못한다. 그토록 주변에서 말리는 상대임에도 그와 함께 하기를 기꺼이 선택한다. 심지어 딕은 줄리아가 생각한 사람과 아주 거리가  먼데도 그녀는 끝까지 딕이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그 믿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줄리아의 이 환상을 깨지 않으려고 애쓰는 ‘필’은 어쩌면 환상이 깨진 뒤의 환멸을, 그 환멸이 주는 고통의 씁쓸함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아닐까. 그래서 나 또한 멀린이 캐롤라인의 진실을 알게 되지 않기를, 어쩌면 나조차도 알게 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때로 ‘진실이란 아주 진부’하기에.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된 후에는 찬란하게 빛나던 한순간 대신 ‘쑥대밭이 된 서점’ ‘엉망이된 책들, 한때 아름다웠으나 찢어진 진홍빛 램프의 잔해들. 반짝이는 부서진 유리 입자들’(28쪽)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서른다섯 살에서 예순다섯 살까지의 세월은 설명할 필요 없는 혼란스러운 회전목마처럼 수동적으로 사는 멀린 앞을 스쳐 돌아갔다. (...) 대부분의 남녀들에게 이 30년의 세월은 점차 인생에서 물러나는 일로 채워진다. 처음에는 젊음의 무수한 즐길 거리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많은 피난저가 있는 앞자리에서 물러나서는, 피난처가 훨씬 줄어든 줄로 후퇴하는 것이다. 여러 야망이 사라지며 한 가지 야망만이 남게 되고, 여러 오락거리가 한 가지 오락거리로 줄고, 많은 친구들이 소수의 친구로 줄어들다가 그들에게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하지 않은데 강한 자가 되어 고독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포탄들이 지긋지긋한 휘파람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고, 두려움과 피로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린다. (<오, 붉은 머리의 마녀>, 53~54쪽)


생의 초반은 반짝이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반짝이는 것들을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때로는 그 반짝이는 것 자체가 결코 반짝이는 것이 아니었음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삶은 잿빛 우울함만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환멸의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반짝이는 것, 덱스터의 ‘겨울 꿈’과도 같은 것들은 그래서 저 멀리, 결코 닿지 않을 곳에 둔 채 살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갖지 못했기에 환상이 깨지는 일도 없을 테니까. 덱스터는 주디와 결혼해서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서 시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더라면 더 많은 것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덱스터에게 주디는 언제나 늘 영원히 반짝이는 존재로 있어야 했다. 그 실체가 환멸을 불러일으켜 삶의 쓸쓸함과 비애를 더욱 배가해줄 뿐이라면 반짝이는 것 자체로 있어야 하리라. ‘삶의 후반전이란 삶에서 이것저것을 잃어가는 기나긴 과정’(131쪽)이므로 이 지상에서의 삶을 버티기 위해서는 그 짧고 깊은 행복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반짝이는 것 자체에 감춰진 진실과 그 진실이 보여주는 환멸도 삶은 아닐까. 그 환멸의 고통조차 삶은 아닐까. 만일 그런 환멸과 그것이 주는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덱스터도, 멀린도, 줄리아도, 또 록산도 자신들의 ‘겨울 꿈’이 언젠가는 사라지기에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더 찬란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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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리뷰 보니 읽고싶어지네요~!
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 단편선이랑 중복된게 몇개 있는거 같아서 고민됩니다 ㅋ

잠자냥 2021-03-02 12:14   좋아요 2 | URL
피츠제럴드 단편선은 곳곳에서 많이 나와 있어요. 양으로 따지자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 , 2>가 아마 가장 많은 양을 수록하고 있을 것 같고요(같은 출판사에서 최근 나온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는 미출간 단편모음집입니다). 펭귄클래식 문고의 <아가씨와 철학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피츠제럴드 단편모음집입니다. 저는 예전에 펭귄클래식하고, 현대문학 단편선으로 읽었는데요, 최근 이 책으로 다시 읽으면서 느낀 이 책만의 장점이라면 일단 장정이 무척 예쁘고 ㅎㅎ ‘잃어버린 것들‘에 초점을 맞춰 다섯 편 엄선해 실었다는 점일 것 같아요. 그래서 여운이 남달랐습니다.

새파랑 2021-03-02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ㅋ 댓글보니 확 가지고 싶어지네요. 설명 너무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3-02 12:38   좋아요 3 | URL
녹색광선 이 시리즈 한 번 잘 눈여겨보세요. 장정이 일단 참 아름답고요(소장각), 현재까지 나온 다섯 권 모두 추천합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다 리뷰를 쓴 적 있는 책들이라 관심 있는 작품부터 리뷰 보시고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1-03-02 12:43   좋아요 2 | URL
피츠제럴드 단편 읽고 마음에 드신다면 이 시리즈의 푸시킨 단편선 <눈보라> 추천하는데요. 푸시킨 단편선은 민음사판 <벨킨이야기/스페이드 여왕>으로도 있는데, 이건 정말 비추입니다. 번역 문장이 정말 엉망이거든요. 암튼 푸시킨 단편선 읽으신다면 <눈보라>로...

Falstaff 2021-03-02 13:57   좋아요 1 | URL
앗, 제가 그래서 푸시킨 단편하고 척이 졌나요? 민음사.... 전 여태 왜들 푸시킨, 푸시킨 하는지 좀 이해가 덜 갔었거든요.
그리고.... 이 페이퍼는 잠자냥님 낚시가 분명한데, 읽은 단편도 포함되어 있는데 또 읽어, 말어... 괴민, 괴멸입니닷!

잠자냥 2021-03-02 14:29   좋아요 2 | URL
푸시킨 민음사판은 정말 정말 그 민음 세계문학 시리즈 중 비추입니다.
아, 그리고 폴스타프 님은 워낙 많이 읽으신 분인 데다가, 꽉찬 책을 좋아하시니까 이 낚시밥은 물지 않으시는 게 좋을 듯하옵니다.

새파랑 2021-03-0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달에 녹색광선에서 나온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샀는데 ㅋ (가지고만 다니고 아직 읽진 못했습니다ㅜㅜ)
진짜 장정이 예쁘더라고요 ^^ 다섯권 밖에 안된다니 수집욕구가생기네요 ㅎ

잠자냥 2021-03-02 14:27   좋아요 1 | URL
아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사셨군요. 그 시리즈 중에 재미로는 <감정의 혼란>, 피츠제럴드 같은 단편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고 싶다면 <눈보라> 추천드려요.

coolcat329 2021-03-02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리즈...저도 3권 갖고 있는데, 참 이쁘죠. 작품도 다 좋았어요. 올해는 책 그만 사고 갖고 있는 책 읽자고 다짐했는데...😭

잠자냥 2021-03-02 14:28   좋아요 1 | URL
그럼 이 책은 내년에 사세요. 쿨럭; ㅋㅋㅋ

그레이스 2021-03-02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천이 찢어질까봐 비닐로 싸놓았는데...원래 장정 의도를 못살리고 있어요 ㅎㅎ

Falstaff 2021-03-02 13:54   좋아요 2 | URL
책을 비닐로 싸시면, 2~30년 지나면 책 망가집니다. 경험자예요. 오정희 <불의 강> 초판본, 흑흑....

그레이스 2021-03-02 13:57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새책을 그냥 못봐요.
버릇이 되서... ㅠ

잠자냥 2021-03-02 14:2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저는 이 책 장정 재질이 천이라 그런지 고양이 털이 잘 붙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Book] 토카레바 단편집
빅토리야 토카레바 지음, 김서연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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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랑과 죽음 그리고 결국은 쉽지 않은 삶에 관한 이야기. 꾸밈없는 담백한 문체로 쓰인 너무나 심오한 단편들. 이로써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국내 번역작을 다 읽고 말았다니 너무나 아쉽다. 새로운 작품이 하루 빨리 또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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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3-01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지만지는 eBook 입니다!!

라로 2021-03-0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은 바로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단편집입니까? 티끌같은 나의 바로 그??? 잠자냥님의 별 5개,,,땡투 할게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잠자냥 2021-03-02 00:02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행복의 나락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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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겨울꿈’ 같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애수 어리고 낭만적인 피츠제럴드의 단편들. 그래서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이따금 다시 펼쳐 읽어야 한다. 그 잃어버린 ‘겨울 꿈’을 때때로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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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구지 지게사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진한 초콜릿 한모금 마시고 나면 느껴지는 은은한 딸기향. 커피잔에도 봄이 찾아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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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2-2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에서 딸기향이요? 오 ...요건 마셔봐야겠어요.

잠자냥 2021-02-28 10:05   좋아요 0 | URL
ㅎㅎ 네~ 딸기향 꼭 맡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