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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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긍정성 과잉, 과잉활동 시대에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소진되고 결국 우울증에 빠지는 현대인의 초상. 멍 때리기. 가만히 있기. ‘쓸모 없음의 쓸모’- 우루사를 까 먹으면서 자기를 채찍질하기보다는 나는 계속 이렇게 누워서 책 읽으며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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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8-30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워서 책 읽으며 살란다, 라기에 누워서 책을 너무 많이 읽으시는 것 아닙니까. ㅋㅋㅋ 전혀 게으름과 상관없이 부지런히 책 읽는 자의 모습인데요?

잠자냥 2023-08-30 08:41   좋아요 1 | URL
성과주의는 아닌데 과잉활동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30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루사 효과 있나요?
이 책 오래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용 ㅎㅎㅎ

잠자냥 2023-08-30 09:56   좋아요 2 | URL
우루사 먹어본 적은 없어요. 우루사 이야기는 왜 꺼냈냐면 이 책에서 프로메테우스의 간 이야기가 나와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8-3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참 유명하죠. 두껍지도 않던데...특히 이 책은 경쟁이 극심한 우리 나라 사람이 읽으면 공감이 많이 될 거 같은데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잠자냥 2023-08-30 09:57   좋아요 1 | URL
네 100쪽이 안 되는 분량이라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나중에 재독, 삼독해도 될 거 같아요.

은오 2023-08-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냥오별! 역시 잠자냥님은 저랑 통하는군요...❤️

잠자냥 2023-08-30 11:27   좋아요 0 | URL
같은 책 읽고 별점 다른 경우가 더 많던데요......
밑줄도 다 다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8-30 11:57   좋아요 0 | URL
그런건 이미 다 까먹었습니다 ㅋ

건수하 2023-08-30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 마시고 앉아서 책 읽겠습니다. 누워서 책 읽는 건 힘들어요 ㅋㅋ

잠자냥 2023-08-30 14:07   좋아요 2 | URL
아 그 세계 경험하면 신세계인데…. 가끔 고양이한테 책도 떨어뜨리고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30 14:07   좋아요 2 | URL
어젠 3호가 소리 지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30 14:09   좋아요 2 | URL
또 떨어뜨리신 거예요? 불쌍한 3호 ㅠㅠ 3호야 집사2님 방으로 가렴...

잠자냥 2023-08-30 14:24   좋아요 2 | URL
음, 그 녀석 근처에 떨어뜨렸는데 꺅! 소리 지르더라고요.
녀석 오바하기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30 15:47   좋아요 1 | URL
누워있는 자냥 위에 나는 3호!!!ㅋㅋㅋ
 
엘리아스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그라치아 델레다 지음, 나윤덕 옮김 / 마르코폴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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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나약해서 사랑을 놓치고, 자신의 인생은 물론 타인의 삶마저 망친 못난 남자의 이야기. 이렇게 답답한 캐릭터도 또 간만이다. 여성 작가이며서도 여혐적 시선이 종종 보여서 좀 그랬다. <악의 길>은 좋았는데 이 작품은...... 노벨상을 이 작품으로 받은 게 아닌 것은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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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9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놓치지 말아야지...

잠자냥 2023-08-29 11:58   좋아요 1 | URL
응?
학교 안 ㄱ ㅏ니~~

은오 2023-08-29 19: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강제개강이라니!! 개강은 다음주 월요일입니다만......

잠자냥 2023-08-29 21:38   좋아요 1 | URL
낼부터 가자.
그리고 다부장 놓치지 마. 꼭 붙잡아. 이제 간단하게 먹으니까 식비도 줄어들 거야.

은오 2023-08-29 21:47   좋아요 1 | URL
나 반말 엄청 좋아하는구나.............
심장폭발
😳
😳
😳
🔥

잠자냥 2023-08-29 21:59   좋아요 0 | URL
심장 다시 꼬매~

다락방 2023-09-05 15:00   좋아요 2 | URL
간단하게 삼겹살!!

은오 2023-09-05 15: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귀여워!!

잠자냥 2023-09-05 15:45   좋아요 0 | URL
다부장 이 인간 오늘 삼겹살 먹고 싶나보네.....

Falstaff 2023-08-2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악의 길>을 쓴 사람이군요. 이름이 낯설지 않다, 했습니다.

잠자냥 2023-08-29 16:59   좋아요 0 | URL
네 이 출판사에서 최근에 이 작가의 대표작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도 나왔는데요.... 이걸 읽고 나니 읽을까 말까 기로에 서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라니 ㅋㅋㅋㅋ 제목이 겁나 웃긴대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9 21:39   좋아요 0 | URL
아 그거 제목 보니까 벌써부터 또 얼마나 우유부단하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려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품의 남주가 딱 그렇거든요…
 
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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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두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빌러비드 Beloved>는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에서 많이 언급되기에 꼭 읽어야 할 것 같았으나 두려움이 앞섰다. 이 책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이 충격적이라서 이걸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던 것이다. 이른바 ‘마거릿 가너 사건’- 1856년 흑인 노예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 사건이 <빌러비드>의 중심 소재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마거릿 가너가 흑인 노예였고 여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살해한 자식의 성별이 딸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노예였으므로 노동력 착취는 기본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상적으로 성 착취의 대상이었을 테고 그런 자신의 삶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구나,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제 손으로 자식을 죽일 수 있을까, 그것은 옳지 않다고, 부당하다고, 어머니로서 자격이 없다고 미치광이 살인마나 다름없다고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부모가 자신의 삶이 힘들어졌다고 자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분개한다. 자기들 마음대로 싸질러놓고 또 자기들 멋대로 목숨마저 가져가버리는 부모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 그 폭력에 진저리를 친다. 자식이 부모의 물건인가? 제 소유인가 싶어져서 그 어린 생명을 멋대로 가져가버린 부모라는 이들에게 분노하게 된다.

이런 나의 기준으로 마거릿 가너- 그녀의 행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딸에게도 똑같은 삶을 대물림 해 주고 싶지 않았을 엄마로서의 선택. 그렇지만 엄마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어린아이의 목숨이 가엾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딸이 만일 그 시절 미국의 어느 주(州)- 노예제도가 아주 견고한 지역에 태어나서 마거릿 가너와 다를 바 없는 전철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그 목숨은 과연 이 세상에서 부지해나갈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데…. 하지만 마거릿 가너는 당시만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지 않았던가. 그녀의 백인 주인은, 자신의 소유물이 또 다른 물건을 파괴함으로써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고 극노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빌러비드>를 펼쳤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의아했다. 흑인 여성 ‘베이비 석스’를 비롯해 ‘세서’, ‘덴버’ 등 여러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삶은 자못 평화로워 보여서 토니 모리슨 작품 중에서  아이를 살해한 노예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이 <빌러비드>가 아닌가? 다른 작품인데 내가 착각했나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랬다. 작품 초반 중년의 세서는 하나뿐인 딸 덴버와 살아가고 있다. 한때는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가 그들과 함께 살았는데 몇 해 전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단 둘이 남은 모녀. 그런데 그들은 노예 신분이 아니다. 베이비 석스 또한 자유인 신분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서의 남편이자 베이비 석스의 아들인 헬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어머니를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헬리가 돈으로 자유를 사준 사람은 베이비 석스 뿐인데, 세서와 덴버는 어떻게 이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오가는 이웃들도 없이 단둘이, 그렇지만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데 아기 유령이 나타난다는 말은 또 뭔가. 아리송할 때 그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폴 디’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세서가 오래전 그 이름도 참 얄궂기 짝이 없는 ‘스위트홈’라는 곳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지금은 행방불명이 된 남편 헬리와도 가까웠던 그, 그러니까 그들 모두가 그 시절 노예 생활을 하며 고충을 나누던 사이였던 것이다. 폴 디의 등장과 함께 세서의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세서’는 실존 인물이었던 마거릿 가너의 문학적 현신이다. 그렇다면 덴버가 세서의 손에 언젠가는 죽임당할 가여운 딸인가 싶은데, 그러기에 덴버는 이미 십대의 나이를 넘어선 소녀이다. 실제 사건과는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이때 불현듯 작품 초반에 세서와 덴버가 사는 집에 아기 유령이 같이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설정이 떠오른다. 게다가 이 세 사람, 세서, 덴버, 폴 디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한 처녀. 그녀의 이름은 빌러비드- 이 작품은 이렇게 유령이 등장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어떤 면에서는 스위트홈 시절, 친절한 얼굴의 백인 주인 가너 씨가 세상을 떠나고 다른 백인들이 등장하면서 망가져가는(그러나 실은 본디의 모습대로 돌아간) 스위트홈에서 일어나는, 노예를 향한 억압과 착취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이게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가. 이것이 도리어 꿈이라면, 악몽이라면, 현실이 아니었으면 싶어진다.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짙어.” 이렇게 말하며 그는 생각했다.
“너무 짙다고?” “사랑이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지. 옅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그래. 그렇지만 아무 소용없었잖아, 안 그래? 무슨 소용이 있었어?” 폴 디가 물었다. (272쪽)


세서는 폴 디가 보기에 위험했다. 정말 위험했다. 사랑이 너무 짙어서. 한때 노예였던 여자가 뭔가를 저토록 사랑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사랑하는 대상이 자식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조금만 사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 대상의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포대에 처넣는다 해도, 그다음을 위한 사랑이 조금은 남아 있을 테니까’(82쪽). 그런데 세서의 사랑은 너무 깊었다. 그 짙은 사랑 때문에 아이를 살해한다. 사랑이 덜했다면, 사랑이 없었다면 아이를 죽이지 않았을까. 이 무렵의 많은 노예 여성들이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백인 주인이나 백인에게 강간당해 낳은 자식도 많았을 것이다. 하나의 인격이 아닌 동물, 짐승, 재산으로 취급되었기에 자식을 많이 낳아서 주인의 재산을 불려주는 여성 노예는 환영 받았을 것이다. 세서는  착한 얼굴을 한 백인 주인을 만난 덕택에 헬리와 결혼할 수도 있었고, 너무나 운이 좋아서 그 남자의 아이만 낳을 수 있었다. 그건 정말 엄청난 행운이다. 세서의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만 하더라도 자식이 여덟인데 아이 아버지가 여섯이나 되지 않는가. 게다가 그 여덟 명의 자식 중 누구하나 그 곁에 남아 있지 않다. 넷은 빼앗기고, 넷은 달아나버렸다. 물건이기에, 재산이기에 짐승이나 마찬가지로 취급당하면서 늘 애비가 다른 자식들을 낳을 수밖에 없는 노예 여성.

한편 폴 디 같은 흑인 남자는 백인 주인이 남성성을 인정해줄 때만 남자가 된다. 스위트홈의 좋은 얼굴을 한 백인 주인 가너 씨는 자기 농장의 흑인 남자 노예들에게 ‘너희들은 남자’라며 남성성을 북돋는다. 그런데 헬리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이름은 대게 폴 에이, 폴 디, 폴 에프이다. ABCDEFGHIJK…. 그 농장의 흑인 남성들 이름은 아마도 이렇게 이어지리라. 물건은 아닐뿐더러 짐승도 아니지만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계면쩍은 것인가? 선량한 얼굴의 백인 주인 가너는 그의 노예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피부 빛깔이 허옇긴 하지만 괜찮은 흰둥이일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그가 자신의 노예들의 남성성을 북돋아준 것도 결국 자기가 지닌 노예들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게다가 그렇게 키워준 남성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폴 디의 경우만 보더라도 모순덩어리이다. 세서의 비밀을 알고 난 후, 그가 취하는 행동은 비겁하다. 그가 이제껏 주변에 뿌려온 다정하고 선한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는 정작 세서가 필요할 때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에 집중하느라, 술이나 퍼마시며 자기연민에 빠질 뿐이다. 물론 이것이 대다수 남성의 모습일 것이다. 토니 모리슨은 같은 억압을 받고 같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또 그 안에서 한 번 더 여성을 단죄하거나 멋대로 판단하는 남성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폴 디와의 관계를 지켜보노라면 제 손으로 딸의 목숨을 끊어버린 세서의 선택을 단순히 ‘모성’이라는 이름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녀가 그토록 모성이 절절한 여인이었다면 아이를 낳자고 부탁한 폴 디의 제안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또 다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두렵다. ‘그때처럼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만큼 착해지고, 기민해지고, 강해져야만 한다’는 생각, 또다시 ‘그만큼 더 오랫동안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절로 진저리를 친다. 사랑하는 남자가 아이를 갖자고 하는데, 그녀는 ‘오, 하느님, 저를 구원하소서’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서는 말한다. 모성애란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뭣 때문에 그는 그녀가 임신하길 원할까? 그녀를 떠나지 않으려고? 자기가 이 길을 지났다는 표시로? 그는 아마 사방에 애가 있을 것이다. 십팔 년 동안이나 떠돌아다녔으니, 틀림없이 몇 명은 싸질러놓았겠지.’(220쪽)

세서는 여성 노예로서 이중으로 착취당했다. 노예로서 쉴 틈 없이 일했고,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는커녕 백인 놈들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한다. 매를 맞고 학대당하고, 그러고도 일을 해야 했다. 남편이 사라지고 그나마 사람처럼 대우해주던 주인도 사라진 지금, 그녀가 시어머니처럼 아버지가 저마다 다른 아이를 낳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녀는 노예이므로 쾌락도 느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팔려가거나 도망가거나 그러다가 죽임당할 것이다. 그 아이들의 앞날을 알기에, 세서는 결심한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자신의 아기들을 ‘공책에 적거나 줄자로 잴 수’ 없도록 ‘애국자들이 흑인 학교에 불을 질러 부글부글 달구어진 여학생들 가운데 내 딸이 있는지, 백인 무리가 내 딸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고 허벅지를 더럽힌 후 마차 밖으로 내던지지는 않았는지’ 괴로워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은 도살장 마당에서 몸을 팔지언정, 딸에게는 결코 그런 삶을 물려주지 않도록, 그리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딸의 특징을 공책의 동물적인 특징 목록’(409쪽)에 적는 일이 더는 없도록 그녀는 그렇게 단행한 것이다. 이것을 단지 모성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추고 살아갈 수 없다면, 그리하여 다른 인간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그가 그런 길을 걸어가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더 짙은 사랑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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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8 17: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세서가 저지른 일이 너무..너무.. 이해가 되더라고요ㅠ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임신한 몸을 이끌고 탈출해서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 도망길에 배 위에서 태어난 내 딸이 다시 끌려가 내가 당한 짓, 혹은 그보다 더한 짓을 당할 것이 뻔히 보인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ㅠㅠ
백인들 진짜 백만번 사죄해도 마땅한 놈들이 아직도 깜둥이라며 차별하고 있으니.. 어휴.
그러고보니 이 책 너무 좋아서 더 읽으려고 토니모리슨 세권이나 사놓고 한권도 더 못 읽었다는요 ㅋㅋ

잠자냥 2023-08-28 17:22   좋아요 3 | URL
아이가 살면서 강간이 디폴트라고 생각한다면 저라도…..

덴버의 앞날도 딱히 밝지만은 않아보여 힘드네요. ㅠㅠ

근데 뭐뭐 샀어요?!

독서괭 2023-08-28 17:34   좋아요 2 | URL
재즈, 술라, 보이지않는잉크요 ㅋㅋㅋ

잠자냥 2023-08-28 17:44   좋아요 3 | URL
좋은 건 다 사둔괭 ㅋㅋㅋㅋ

미미 2023-08-28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읽다 말았는데 꼭 완독해봐야할 작품이네요.
요즘 아동살해와 당시의 상황은 분명 다를 거란 생각이 들어요.에휴..ㅠㅠ

잠자냥 2023-08-28 17:32   좋아요 2 | URL
완독 고고! <여전히 미쳐 있는> 읽기 전에 읽으세요!

유부만두 2023-08-28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모리슨 읽기 시작하신김에 “솔로몬의 노래”도 추천합니다. 자냥님의 멋진 리뷰가 읽고 싶어요.

잠자냥 2023-08-28 17:31   좋아요 2 | URL
네 이거 꺼내 읽다 보니 언제 사둔 건지 ㅋㅋㅋ 옆에 솔로몬의 노래도 있더라고요?! 깜놀 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8-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잠자냥님 이 책 안 읽으셨군요.
저도 사두고 몇 년을 그냥 묵히고 있는 책이에요. 역시 🌟 다섯이군요.

잠자냥 2023-08-29 11:58   좋아요 1 | URL
저 안 읽은 책 많아요!
얼마 전 쿨캣님이 극찬하신 <한밤의 아이들> 책장에서 잠든 지 어언.......ㅋㅋㅋㅋ

은오 2023-08-2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자평 보고 예상 못했는데 짙은 사랑의 대상이 자식이었다니.......!!!!!
안태어날 내 자식아 복받은줄알거라 널 너무 사랑해서 낳지않는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궁극의모성

잠자냥 2023-08-29 21:58   좋아요 0 | URL
딸자식. 세상에 안 내놓는 것이 더 큰 사랑~
이 책 <여전히 미쳐 있는> 등등에 많이 언급됩니다요.
 
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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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보뱅은 쓰네… 늦은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이 책을 읽는다면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죽음과 상실을 절절하게 고백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삶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거처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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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연애편지st인줄알았는데 상실과 애도가 주제군요.. 아악 슬플거같애

잠자냥 2023-08-28 12:14   좋아요 0 | URL
연애편지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상대가 이미 죽음.;;; 눈물 찔금납니다만...
은오 님은..... 너무 다자연애라 이 책을 쓴 보뱅의 심정에 공감이 가능할지? ㅋㅋㅋ
 
정치 무당 김어준 - 그 빛과 그림자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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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가에 음모론 대마왕 김어준(과 그 무리)이 민주당에게는 지독한 독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한국인들의 증오와 혐오 본능에 불을 붙이고 정치를 선악 대결 구도로 몰아간 방화범“이란 평가 또한 그렇다. 증오와 혐오를 파는 상인을 경계하라… 다만 강교수는 그 잣대를 보수에게도 똑같이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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