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얼굴이 찌푸려졌다. 책이 재미없다거나 책 자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작가들의 몹시 비루하고도, 때로는 인간 이하로 보이는 행동들에 기가차서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작가들이 그렇지는 않다. 드물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고,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랑을 하는 작가도 있다. 작가 자신에게는 문제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상대를 잘못 만난 덕분에 톡톡히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대다수 작가들의 너무나도 찌질하고 때로는 충격적일 정도로 쓰레기 같은 행태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누가 더 쓰레기인지 경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중 단연 으뜸을 꼽으라면....... 궁금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타인의 연애에 관심이 많다. 아니라고 말하는 당신도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잘 알려진 유명인(주로 이럴 땐 남녀 이름이 동시에 오른다) 이름이 등장하면 누가 누구랑 사귀나? 결혼하나? 생각하고는 무심결에 그 이름을 클릭하게 된다. 어떤 정치 뉴스도 유명인이 연애한다거나, 결혼한다거나, 파혼했다거나하는 소식보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누군가의 연애사를 궁금해 한다. 하물며 이럴진대,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작가의 연애사와 결혼 스캔들이라니!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책에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서 어떤 이들에게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들도 여럿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라든가, 톨스토이의 결혼 생활, 헤밍웨이의 여성 편력, 아서 밀러와 마를린 먼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등.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런 커플 이야기들이 곧잘 보인다. 그런데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 보다는 좀 더 내밀하다. 더 인간적으로 찌질함을 폭로한다고나 할까.

젤다 피츠제럴드의 <젤다>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 이제는 그리 놀랍지도 않지만 스콧의 찌질함은 다시 봐도 분노가 치민다. 이 책에서도 스콧이 젤다의 작품을 여러 차례 표절한 사실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 부부의 파티에 참석한 한 연극평론가가 우연히 젤다의 일기를 읽고 관심을 보이면서 출판 의사를 비치자, 스콧은 당장 반대하고 나선다. 자신의 소설과 단편 작품 재료로 써야 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뒷말은 어찌나 하고 다니기 좋아하는지, 스콧의 성기 크기가 작다는 사실을 터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헤밍웨이에 따르면 한번은 젤다가 스콧에게 “당신은 어떤 여자도 침대에서 만족시켜줄 수 없는 무능한 남자”라고 자존심을 깔아뭉갰다고 한다. 고민에 쌓인 스콧은 “내 사이즈가 문제라고 그러더군요.”하면서 하필이면 헤밍웨이에게 상담을 한다. 그랬더니 이 못난 남자들은 파리의 어느 레스토랑 화장실에 들어가 스콧의 물건 크기를 가늠해본다. 그러고나서 헤밍웨이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토닥여주며 젤다가 미친년이라고 판결했다나. 이보세요, 헤밍웨이 씨 젤다를 그렇게 말하기 전에 자기 인생부터 돌아보시지요.

마초 헤밍웨이는 여러 차례 결혼한 전력으로 유명하다. 상대가 조금만 마음에 들면 결혼하자고 졸라댄 인간이다. 헤밍웨이의 세 번째 부인이었던 마사는 헤밍웨이가 욕정 넘치는 연인이었으며 때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한판 치를 기세로 바지를 내린 채 문간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오 마이갓! 욕정 넘치는 거야 상관없지만, 헤밍웨이가 그 얼굴에 바지를 내린 채 문간에 나타난 모습을 상상하니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렇지 않은가? 헤밍웨이는 마사가 자기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접근해놓고도 결혼 뒤로는 그녀의 커리어를 망치는 일에 앞장선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마사에게 유럽 특파원으로 가 전쟁 특보를 쓸 기회가 왔다. 그때 마사가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잡지사는 공식 특파원을 한 사람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헤밍웨이는 자기가 가겠다고 나서면서 마사가 떠나지 못하도록 손을 쓴다. 당시 이미 유명작가였던 헤밍웨이가 몸소 특파원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잡지사로서는 마사보다는 헤밍웨이가 더 입맛이 당겼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헤밍웨이는 마사가 공식 특파원 자격으로 전쟁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이런 방해에도 마사가 특파원 자리를 얻어 유럽으로 떠나자 이번에는 거짓말을 한다. 자동차 사고로 뇌진탕을 일으켰다고 해서 결국 마사가 집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돌아와 보니 헤밍웨이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기는 한데, 병원 침대에 누워 샴페인과 위스키를 마시면서 문병객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다. 결국 마사는 헤밍웨이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녀는 헤밍웨이 아내들 중 유일하게 먼저 그를 떠난 여자였고 그런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던 헤밍웨이는 작품을 통해 그녀를 악의적으로 그리면서 복수한다.

톨스토이의 찌질함도 이에 못지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톨스토이는 악처를 만난 불행한 남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밝혀지는 바에 따르면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는 여러 모로 톨스토이에게 착취당하면서도 그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여인이었다. 그의 작품을 정서하느라 눈을 혹사하다가 실명 위험에 처한 적도 여러 차례였으며, <전쟁과 평화>에서 장황한 역사 서술은 줄이고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라는 등 꽤 유용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남편 대신 출판사 사장들과 협상 했으며 톨스토이의 작품이 금서로 지정됐을 때 그를 대신해 러시아 황제에게 읍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녀는 톨스토이의 뮤즈이자 개인 비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집안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주부였다. 수많은 역할에 따르는 체력적인 한계만으로도 버거운데, 소피아는 엄청난 감정적 고통까지 견뎌야 했다.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그렇게 잘 이해하고 동정했던 톨스토이였지만 현실에서는 더없이 매정하고 자기중심적이었으며 특히 아내를 그렇게 못마땅해 했다. 마흔을 넘어 톨스토이는 청빈한 삶이라든가 성적 금욕주의 같은 미덕을 극찬하면서 자신이 주창한 종교관을 열성적으로 실천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데 여기서 일어나는 뒷감당은 또다시 소피아의 몫이었다. 야스나야 폴랴나로 자꾸만 몰려드는 추종자들을 접대하는 일까지 도맡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소피아가 가장 못 견딘 것은 톨스토이의 위선이었다. 그렇게 공공연히 개탄했으면서도 톨스토이는 계속 풍족한 삶을 누렸고, 금욕주의를 설파하면서도 뒤에서는 자꾸 그녀를 임신시키고 있다고 소피아는 일기장에 쏟아놓았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아내가 자꾸 자기를 유혹해 그가 이상적 가치로 여기는 금욕을 지키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사람이다.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드거 앨런 포가 어린 소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면, 콜레트 또한 이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글로 쓰는 모든 일이 실제로도 일어난다.” 콜레트가 자신의 외설적인 소설 <셰리>를 두고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1920년대 한 청년이 은퇴한 고급 매춘부의 손에 의해 성적 본능을 일깨워가는 줄거리의 이 소설은 작가 본인이 열여섯 살 양아들을 유혹한 실화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무렵 마흔일곱 살이었던 그녀는 직접 사인한 초판본을 어린 양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아들에게 “이제 너도 남자가 될 때가 됐다”고 선언하더니 그의 침실로 쳐들어가 첫 경험을 시켜주었다. 그 하룻밤은 5년에 걸친 밀회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진저리나는 인간은 누구일까? 뭐니 뭐니 해도 노먼 메일러가 아닐까? 나는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아서 아직까지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에 그려진 그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영원히 그의 작품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는 고집불통인데다가 자기밖에 모르는 괴팍한 마초 같다. 연인이 보낸 연애시 한 편을 빨간 펜으로 온통 첨삭해서 돌려보낸 일은 귀엽게 봐줄 정도다. 결혼한 상태에서 또 다른 여성 여러 명과 바람을 피우는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자들에게 매우 폭력적으로 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의 아내 아델은 노먼 메일러에게 칼로 여러 차례 찔리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는 온갖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놓고도 예술가라는 이유로 용서받고는 했다. 그의 담당편집자의 말에 따르면 그가 폭력성을 발산하면서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고 하니 어떤 인간일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도 이런 인간 주변에 여성들이 끊임없이 있었다고 하니 그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대체 젊은 시절 어떻게 생겨 먹었나 싶어 책을 읽다 말고 노먼 메일러의 사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노먼 메일러- 정말 얄미운, 뭐랄까 성격 파탄자 마초 같이 생겼다. 한 대 때려주고 싶게 생긴 얼굴이다.



노먼 메일러 말고도 폭력을 연인에게 휘두른 작가는 꽤 많다. D.H.로렌스는 툭하면 아내를 두들겨 패는 것은 물론 레스토랑에서 아내에게 와인병을 집어던지기도 했고 아내의 목을 조르며 이렇게 악을 쓴 적도 있다. “어딜 감히 네 주인님한테!” 오 마이 갓! 없던 정까지 뚝 떨어진다. 이렇게 <미친 사랑의 서>에는 작가들의 치부라고 할 만한 미친, 광기어린, 타인을 망가뜨리는 것으로도 부족해 급기야 자기 자신까지 망가뜨리고 마는 온갖 사랑, 치정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작가의 아내 중에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수감되기도 하고(T.S.엘리엇의 아내 ‘비비언 엘리엇’, ‘젤다 피츠제럴드’ 등), 아내나 연인의 재능에 열등감을 느껴 아내 또는 연인을 집안에 가두거나 그 재능을 착취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면서도 글 솜씨는 다들 대단해서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글을 통해 작품에서 복수하듯이 폭로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자유로운 연애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사르트르-보부아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드물게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또는 한쪽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다른 한쪽이 성장하는 관계가 보이기도 한다. 나쁜 연인을 벗어나 자기를 성장시키는 좋은 연인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끝내 그런 이로부터 응답받지 못하는 쓸쓸한 사랑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카슨 매컬러스가 캐서린 앤 포터를 그토록 숭배했다는 사실은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다!).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건 당신이었을 거예요. 우리 둘은 세상 어느 커플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  레너드 울프는 어떤 의미로는 좋은 동반자였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의미로는 아내를 돌본다는 미명아래 한 사람의 자유를 구속했던 남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훗날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울프를 잔인하게 억누른 주범이라며 레너드를 맹비난 했던 게 아닐까. 그래도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이 제공한 안정과 끊임없는 격려가 그녀의 창의력을 꽃피게 해주었다고 그의 공을 인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두 연인,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은 애초에 제3자가 이러쿵저러쿵 판단 내리기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봐주기 어려운 작가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노먼 메일러! 노먼 메일러!).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쓴 그 위대한 작가의 환상을 깨뜨리는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한없이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이며, 지나치게 감정적인 성격이 비록 연인으로서는 낙제점을 받게 한 요인이었을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사랑을 했던, 감정의 폭발을 했던 이들이었기에 인간의 다양한 모순을 담은 명작들을 빚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긍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작가들의 그런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수많은 작품 목록이 등장한다. <크로이처소나타>, <레베카>, <암초>, <아웃 오브 아프리카>, <밤은 부드러워라>, <황무지>, <보바리 부인>, <두 도시 이야기>, <길 위에서>, <율리시스>, <캐롤>, <올랜도> 등등. 손에 다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 책에는 앨런 긴즈버그가 케루악에게 보낸 편지 중 한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인간의 형상을 갖고 태어난 건 사랑과 고뇌를 인간의 문자로 배우기 위해서야. 그러니 사랑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건 의무나 마찬가지라고.” (146쪽) <미친 사랑의 서>는 그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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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2019-08-1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로 찔렀다고요? 세상에나!!! 무슨 저딴 인간이? 얼굴도 재수없게 생겨선!!! 그나저나 톨스토이가 금욕 주장하며 부인 계속 임신시킨 얘기와 바지벗고 서 있는 헤밍웨이 생각이 계속나서 헛웃음 ㅋㅋㅋㅋㅋㅋ 특히 헤밍웨이 바지 벗은 모습은 제 정신 건강에 너무 해롭네요. (저 지금 사무실에서 혼자 막 웃고 있어요. 미친 사람처럼 ㅋㅋㅋㅋ) 이 책 저는 못 읽을 거 같지만 리뷰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19-08-12 14:10   좋아요 1 | URL
정말 놀랍죠?!!!! 전 노먼 메일러가 마초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런 쓰레기 인간인 줄은 몰랐어요. 칼로 아내 복부도 찌르고 등도 찔렀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이 더 놀라워요. 구글에서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영어 이름으로 이미지 검색해보면 여자들하고 같이 있는 사진 주르륵 나오는데요. 그중 칼에 찔린 아내도 있어요. 참...... 헤밍웨이 정말 그 얼굴에 바지 어쩔 것인지.... 에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나무 2019-08-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진짜 작가들은 왜이리 찌질한 건가요.
김수영 시인의 <죄와벌>이란 시와 아내를 구타한 사연은 명함도 못 내밀겠네요. --;;
톨스토이의 문란한 성생활이야 뭐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다른 작가들도 만만치가 않네요.
영화 <더 와이프>도 생각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요건이 저런 쓰레기 같은 인성은 아닐텐데 말이죠. -.-

잠자냥 2019-08-12 16:57   좋아요 1 | URL
인간이 대부분 찌질한 것이겠지요. ㅎㅎ 이 책 읽다가 사실 저는 (작가는 아니지만) 제 모습도 좀 반성했거든요. 하하하하- 자기들 자체가 모순덩어리라, 그토록 인간의 모순을 잘 꼬집어냈나 싶기도 하지만, 작가라고 해서 범죄와도 같은 행태를 이해받는 것은 용서하기 어렵더라고요(노먼 메일러!!!!!).

cyrus 2019-08-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에 노먼 메일러의 소설들을 인용한 문장이 나옵니다. 문장 묘사가 역겨워요.

잠자냥 2019-08-12 16:55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노먼 메일러가 자기가 왜 반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지 의아하다고 말하니까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당신 책을 제대로 읽어보라고 비꼬는 내용이 있습니다. 노먼 메일러 작품은 한 권쯤 읽어볼까 싶었는데, 에휴, 그냥 패스해도 되겠다 싶어지더라고요.

카알벨루치 2019-08-13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잼나요 ㅎㅎ

coolcat329 2019-08-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너무 재밌어요!

잠자냥 2019-08-18 13:51   좋아요 0 | URL
실제 책에는 더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ㅎㅎ

Falstaff 2021-07-29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톨백작, 넘 웃겼어요. 위대한 헤밍웨이는 원래부터 그런 새낀줄 알고 있었는데, 아이고, 노먼 메일러, 아이고 야...
어쩐지 책들도 참 정 안 생기게 쓰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웃으며 읽으면 안 되는데, 이게 다 알고도 웃지 않을 수 없게 재미나게 쓰신 잠자냥 님 잘못입니닷!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9 10:24   좋아요 1 | URL
노먼 메일러 진짜.... 저 젊은 사진 한대 콱! 쥐어박고 싶게 생겼어요. 성격 정말 드러워 보임;;
 
미친 사랑의 서 - 작가의 밀애, 책 속의 밀어
섀넌 매케나 슈미트.조니 렌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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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당신은 각오해야 한다. 좋아하고 흠모했던 작가의 인간적인, 너무나 찌질할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을 마주하고 당혹해 하거나, 몹시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의 작품이 더는 읽기 싫어질 수도 있으므로. 그런데 이토록 미치광이처럼 사랑했기에 그런 작품들을 썼겠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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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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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좀 읽기 힘들었지만 2권에서 미친듯이 폭발하는 이야기. 사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1권에서 많은 것들을 짐작해낼 수 있는데..... 그게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는 참담하고 가슴 아프다.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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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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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참담한 역사와 세계의 비참한 역사가 날줄과 씨줄처럼 교묘히, 여성의 목소리로 재현된다. 표면적으로는 세 개의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결혼제도, 전쟁, 폭력, 악과도 같은 자본주의..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마거릿 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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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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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채 150쪽을 넘지 않는 이 작은 책은 많은 것을 공감하고 생각하게 한다. 가벼운 부피감 때문에 휴가 때 손쉽게 읽을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호기롭게 펼쳐들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쉬이 나가지 않았다. 낯선 작가의 익숙하지 않은 화법때문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 그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때문에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꽃이 피고 모든 것이 분주하게 시작된다. 마치 삶이 시작되듯이……. 그러나 아침에 솟아오른 해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저물고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감하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다. 어둠이 찾아오고 꽃도 어느새 졌다. 삶이 끝나듯이……. 

<아침 그리고 저녁>도 어느 한 사람의 ‘아침’을 그리면서 시작된다. ‘올라이’라는 이름의 어부, ‘마르타’라는 아내를 둔 그는 이제 곧 자식을 얻을 예정이다. 아이는 지금 제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기 위해 씨름 중이다.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어머니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는 엄마와 떨어져 혼자가 된다.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내아이라는 산파의 말에 올라이는 아이에게 제 아버지의 이름, 그러니까 아이에게는 할아버지의 이름인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꽃이 피듯 새 생명의 탄생한 것이다.

이제 어부 올라이의 아들, ‘요한네스’의 삶이 그려지는가 싶은데, 작품은 훌쩍 모든 것을 뛰어넘어 ‘저녁’ 그러니까 황혼에 접어든 그의 삶을 보여준다. 낮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생략한 채 벌써 해가 저물 때가 된 것이다. 아버지처럼 마찬가지로 조용한 바닷가에서 어부로 살아가고 있는 ‘요한네스’. 늘그막에 접어든 그는 아내도, 자식도 없는 집에서 홀로 아침을 맞이해 빵과 커피를 먹으며 오늘 하루는 어찌 보낼까 궁리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오늘은 여느 날과 왠지 다른 느낌이다. 집밖을 나서니 이미 죽은 친구인 페테르가 보인다. 그럼에도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아서, 그와 함께 돌아다니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에르나’를 만나기도 하고, 한때 마음을 주기도 했던 그러나 이루어지지 못했던 여인 ‘페테르센’을 만나기도 한다. 가까이 살면서 매일 같이 찾아오는 딸 ‘싱네’는 그가 바로 곁을 지나가는데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참 이상한 하루다. 이런 장면들을 지켜보노라면 황혼에 접어든 요한네스의 이 기묘하고도 특별한 하루는 사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하루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요한네스가 태어나던 순간, 그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올라이가 했던 생각,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그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순간.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는 순간. <아침 그리고 저녁>은 탄생과 죽음의 순간을 더없이 담담하게 그리면서 책을 읽는 이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의 죽음의 순간은 어떠할 것 같으냐고. 저세상이 있다면, 저세상의 모습은 또 어떠할 것 같으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그녀가 늘 쓰던 빨래통은 여전히 요한네스 곁에 남아 있듯이, 누군가 죽으면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요한네스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집을 찾은 딸 싱네 또한 아버지의 물건이 고스란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목격한다. 사람은 무로 돌아가도, 사물들은 온전히 남아 그 사람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한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언젠가는 모두에게 찾아올 일이다.

요한네스는 그래도 행복했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가 직접 찾아와 그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줬으니까. 요한네스는 페테르의 고깃배를 타고 그와 함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 다른 세상은 좋은 곳일까? 그는 궁금하다. 페테르는 말한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고. 그렇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난다’고, ‘환하기도’하다고(132쪽). 더구나 그곳은 한기도 들지 않고, 무섭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요한네스가 사랑하는 건 모두 거기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세상은 꽤 괜찮은 모습일 것만 같다. 요한네스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페테르와 함께. 그 잔잔한, 무서우리만치 담백한 죽음의 장면이 왠지 더 마음을 울린다.

‘올라이’는 아버지 이름인 ‘요한네스’를 아들에게 붙여주었고, 그 ‘요한네스’는 아버지의 이름을 자신의 일곱 자식 중 한 아이에게 붙여주었다.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계속 이어지는 이름. 삶과 죽음의 영원한 이어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침표 없이 죽 이어진 이 작품의 문장처럼 말이다. 책을 덮고 가만히 내가 머무는 공간을 둘러본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질 물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죽음을 맞이하는 그날, 나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서 세상에 이별을 고하게 될까. 그리고 정말 저세상은 페테르의 말과 비슷할까? 한여름 휴가에 나는 잠시 죽음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저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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