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인가 물감 님이 잠자냥의 서재가 궁금하다고 공개해달라고 요청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잠자냥의 마음속 한켠에는 언젠가는, 이 서재가 다 정리되는 날에는 꼭 공개할게요, 하는 부채감(아니 왜 ㅋㅋㅋㅋ)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잠자냥의 기준에 맞는 완벽한 정리를 마치는 날을 기다리다간 잠자냥이 죽어 저 책들이 다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 때까지 서재 공개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설 연휴를 앞두고 본격 설 특집(엥?!)으로, 여러분들 귀성 길에 작은 즐거움(뭐래, 이 사람 구닥다리 방송을 너무 많이 봤어!)을 드리고자 그냥 이대로 서재를 공개합니다. 처음엔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려고 찍어도 봤는데(!) 와 내 목소리 왜 이래! 급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보실까요?

서재 들어가기 전 모습입니다. 아니 이게 웬 감옥?! 하는 분이 계실 텐데, 저 하얀 창살은 네 그렇습니다. 공부를 다 마치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쇠창살입니다.... 는 아니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분이라며 아실 텐데, 방묘문입니다. 집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4호와 6호는 한 달 가까이 이 서재 방에서 생활을 했는데요, 기존에 있던 녀석들하고 얼굴과 냄새는 익히되 서로 마주치지는 말라고 분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나중에 알고 보니 4호는 저 정도 높이는 훌쩍 뛰어넘더라는. 물론 분리 중이던 한 달 동안은 자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암튼 이제는 쓸모가 없어(?)져서 치워도 될 텐데, 집사 2랑 실제로 공부 다 마치기 전에는 나오지 마라, 책 다 읽기 전에는 나오지 마라 하면서 장난치는 용도입니다.....는 아니고 가끔 격리가 필요한 녀석을 저 방으로 모십니다(예 병원 진료 전 금식해야 할 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문,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집 밖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고요, 이것은 워크스테이션이라고, 1인용 독서실입니다. 방 안의 방, 서재 안에 독서실- 제 공간은 아니고 집사 2의 공간이므로 이곳은 열지 않겠습니다.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없습니다. 집사 2가 구경시켜 줄 때 딱 한 번 본 적은 있습니다만- 집사 2의 공간은 소중하니까요. 그런데 괭이 녀석들(특히 1호와 6호)이 이 공간을 사랑해서 문을 스르륵 열고(6호가 특히 잘 엽니다) 들어가서 숙면 취하고 나오는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위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철제 서랍으로 저렇게 문을 못 열게 밀어둡니다. 집사만의 공간도 필요하니까요.

방문으로 딱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이기도 하고 서재 문을 열어두면 거실에서 살짝 보이기 때문에 나름 정리정돈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통일성을 줘서 나름 보기 좋으라고 주로 전집 위주로 꽂았습니다. 책 위에 저렇게 눕혀서 꽂아두는 거 하지 않기로 집사 2와 약속했는데 어느새 또 책이 쌓이고 있군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요렇습니다. 워크스테이션 앞쪽으로 CD수납장이 있습니다. 주로 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록 음반과 클래식음반입니다. 문화사대주의자 잠자냥이라서 국내 앨범은 거의 없습니다. 클래식앨범은 거실에 따로 좀 나가 있어서 여기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잠자냥은 이제 웬만한 CD는 사지 않습니다. 정말 다행이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산 앨범이 Yeah Yeah Yeahs의 최신작인 'Cool It Down'(2022)입니다. 여러분 이거 명반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시디장 앞에 저 나무통은 무엇이냐고요? 저것은 겨울한정 실내용 육고 화장실입니다. 아니 고양이 여섯 마리나 있는데 화장실이 딸랑 한 개냐! 묘권침해다! 하는 분은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베란다에 5개 더 있어............집사들이 날마다 감자 캐느라 허리가 굽습니다. 현타가 밀려오는 순간. 평소엔 베란다 문을 냥이들이 나갈 정도로 살짝 열어놓는데요, 겨울 밤 10시에서 아침까지는 베란다 봉쇄. 그때 이용하는 화장실입니다. 인간으로 치자면 요강? ㅋㅋㅋㅋㅋㅋ 시디장 위쪽 한쪽을 비워둔 까닭은, 요즘도 가끔 6호가 저곳을 디디고 워크스테이션 위에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걍 둡니다.

6호는 요즘 아주 가끔 놀이 삼아 이곳에 올라가 있습니다.
책장의 내용물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책장을 차례로 올려봅니다.




아, 그런데 이 책꽂이의 비밀은 언젠가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앞쪽 정렬로 책을 꽂으니까 뒤가 좀 비더라고요? 그래서 책꽂이마다 뒤에 빈 공간에도 책을 저런 방식으로 꽂아두었어요. 그랬더니 적게는 10권에서 많게는 15권까지(문고판일 경우) 들어가더라고요! 저렇게 뒤에 들어간 책들 중엔 이미 읽었는데 팔거나 버리기 아까운 책들이 들어가 있고 개중엔 신간도 있는데.... 문제는 어디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몰라서 찾아 읽을 수 없............ 다음에 이사 갈 때 새로운 발견을 하려나요!

사진 찍을 때 1호가 갑자기 나타나셔서 뭐하냐고 참견하더니 이윽고 들리는 저 폭포소리.... 아, 화장실- 이 좌식- 좀 전에 치웠더니 냉큼 싸네요. 1호는 1호 의식이 남달라서 화장실 치우면 제일 먼저 쓰는 걸 좋아합니다.

이 칸은 제가 좀 애정하는 코너- 책이 예뻐서?! ㅋㅋㅋ

현대문학 세계단편선 시리즈도 애정합니다. 그런데 단편이다 보니 완독하기 참 어려운 단점이... 게다가 책이 좀 두꺼워야죠! 이 시리즈 중 완독한 책이 드물다는.

정면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뭐 거의 고양이 방이네요; 저 커튼 뒤는 전면 통유리라 풍경이 멋진데요(특히 눈&비올 때), 사생활 보호를 위해 커튼은 걷지 않았습니다. 아참, 무엇보다 사진에서 고양이 밥그릇 있는 저 가운데에 원래 계획으로는 제 책상을 놓을 예정이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쓰던 제 책상은 낡아서 버렸고 마음에 드는 책상을 봐두었는데! 이 방을 4호와 6호가 쓰다 보니 책상 놓기를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고요. 한동안은 4호와 6호가 책꽂이 맨 위에서 뛰어내릴 때 받침대 역할밖엔 하지 못할 거 같아서요. 그랬더니 잠자냥이 찜해 둔 그 책상이 그새 품절이 되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이. 뭐 사실 저는 집에 가면 거의 침대에 누워서 책 읽다 자는 게 일이라서 책상이 굳이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투비를 하면서 집에서도 컴퓨터 자판을 칠 일이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요즘은 그래서 식탁이나 침대에 베드트레이 놓고 쓰고 있는데 이게 아무래도 좀 불편해서 곧 책상을 놓을 것 같습니다. 책상을 놓으면 또 그때 책상 샷을 보여드리도록......(누가 궁금하대?!)

커튼 타고 막 올라가던 4호-

저 위치에 책상을 두면 저 녀석들이 정말 좋아했겠지요? -_-;;

이쪽은 다른 쪽 벽면입니다. 한눈에 봐도 정리가 덜 되었죠? ㅋㅋㅋㅋㅋㅋ 문학&인문학&사회과학&예술이 마구 뒤섞여서 꽂혀 있습니다. 도서관처럼 분류해서 꽂을 예정이었으나 아 나도 모르겠다. 포기. 심지어 이쪽은 새로 산 책& 도서관에서 빌린& 책 곧 되팔 책이 뒤섞여 있어서 정리 불가 판단.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을 위해 나눠서 올려봅니다.



아, 여기 잠자냥 취향 아닌 책이 있는데 하고 놀란 분이 있을 듯요. 그렇습니다. 저 문제의 잭 리처- 누가 선물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 인간은 꼭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더라고요? ㅋㅋㅋㅋ 올해는 철 좀 들었는지 처음으로(!) 제가 갖고 싶던 책을 선물했습니다. ㅋㅋㅋㅋ

책꽂이 맨 아래쪽에는 주로 한국문학을 꽂습니다. 한국문학..... 신경숙에 이어 고은 따위 다시 받아들여주는 문학판이라면 맨 아래쪽에 꽂아두길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 근데 신형철 책이 있네? 내가 웬일이야........ 아, 동생 집에 있던 걸 갖고 와서 반납 안 했네요;;; 이상문학상 수상집도 동생 책으로 사료되옵니다.

이쪽은 제가 애정하는 코너- 언젠가 보여드린 적 있는데 수잔 손택 코너입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 이웃분들이 좀 궁금해 할 페미니즘 서적 코너인데요, 여러분들에 비하면 많지는 않습니다. 잠자냥이 가장 좋아하는 페미니스트인 잠자냥은 이미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쿨럭.......... 그나저나 띠지 버린다고 했는데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는 넘나 혼란스럽게 읽어서 띠지 버릴 생각도 못했군요. ㅋㅋㅋ

나쓰메 소세키 전집 코너도 아낍니다. 그런데 현암사의 이 전집은 책등이 금방 빛바래더라고요;; 슬프다.


요즘 알라딘에서 <반지의 제왕>북펀딩으로 시끌시끌하던데 저 이런 책도 있습니다요. 호빗 시리즈- 사실 저는 판타지는 좋아하지 않아서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 무관심인데요, 호빗은 집사 2가 좋아해서 요렇게 있습니다.
사진 찍고 있으려니 뭐하냐고 갑자기 나타난 3호-

3호 뒤에 보이는 저 남색 냄비받침- 뭔지 아시죠잉? ㅋㅋㅋ 쓸 때는 머리 빠지나 쓰고 나면 무용지물, 냄비받침 논문입니다. 다 처분하고 기념으로 간직한 잠자냥의 논문 한 권과 아직 다 처분하지 못한 집사 2의 논문 여러 개가 꽂혀있습니다. 고양이들이 가끔 스크래쳐로 이용해줍니다. ㅋㅋㅋ 참, 다락방 님 박사 가시죠! 집사 2도 서른 넘어서 석사 가고 박사 과정 진학했습니다. 언제 마칠지는 모른다는 것이 함정. ㅋㅋㅋㅋㅋ




서재 바깥으로 책이 나가지 않기로 집사 2와 약속했으나.... 그게 말이 쉽지요. 어느덧 제 방에도 야금야금 책이 차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과 서랍장 위에는 이런 책들이 있습니다. 주로 지금 읽거나 곧 읽을 예정이거나 아주 최근 산 책들 위주입니다. 나보코프 단편집은 하루 하나씩 읽을 예정이었으나........ ㅋㅋㅋㅋㅋ
여러분의 침대 주변엔 어떤 책이 있나요?
물감 님, 저 잘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