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1 펭귄클래식 121
에밀 졸라 지음, 윤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제르베즈, 그녀의 삶은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좀 더 세세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 본 영화를 또 볼 때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장면들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목로주점>을 다시 읽노라니, 아, 제르베즈 이 여자야, 이때 이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지! 옆에 있었다면 뜯어말리고 싶어지는 장면이 여럿 있다.

첫 번째 잘못된 선택- 그 남자 아니야, 아니라고
제르베즈, 그녀가 무려 열네 살에 애를 낳게 만든 그 남자, 랑티에. 작품 초반부터 독자는 이 두 연인(?)의 비참한 생활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여보시오, 제르베즈, 젊은 처자여, 랑티에 그 남자는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니까! 소리를 치고 싶어진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애가 둘이나 딸렸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제르베즈 열네 살, 랑티에 열여덟이다. 제르베즈 또한 잘 알고 있다. “랑티에는 아내가 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그녀는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 ‘마카르’를 피해 집밖으로 쏘다니기를 좋아하고 그러던 중에 이 랑티에와 살림까지 차린다. 파리는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랑티에와 함께 이 거친 도시의 허름한 호텔 구석방에서 살림살이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발칙한 모자장이 랑티에는 열심히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다가 결국 그중 한 여자와 달아난다. 랑티에가 잘한(?) 일이라곤 ‘아델’과 달아난 덕분에 졸라가 제르베즈와 아델의 언니 ‘비르지니’ 사이의 그 불멸의 빨래터 싸움 장면을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을 선사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아무튼 제르베즈가 이 형편없는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한테 의지하고 매달리는 장면을 읽다 보면 그녀의 인생은 첫 단추부터 아주 잘못 꿰어졌음을 알 수 있다. 랑티에가 달아난 뒤 제르베즈 또한 ‘이제부터 자기의 삶이 도축장과 병원 사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만’(1권 45쪽) 같다고 불길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두 번째 잘못된 선택- 그러니까 그 남자도 아니라고!  
랑티에한테 질려버린 제르베즈는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는 그저 두 아이들을 잘 키우고자 마음을 다잡고 세탁부로 부지런히 일한다. 그런데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이 처자에게 남자가 꼬이지 않을 리가 없다. 함석공 ‘쿠포’는 끈질기게 제르베즈에게 구애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면서도 그녀는 서서히 그에게 마음을 연다. 발을 동동 구르며 그녀를 말리고만 싶어진다. 대부분의 독자가 그러할 것이다. 아니야, 이 처자야, 그도 아니라고! 쿠포가 독자를 위해 <목로주점>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면 제르베즈에게 청혼하고, 그녀와 결혼식을 치른다는 점이랄까. 졸라는 빨래터 싸움 장면에 이어, 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또 기가 막히게 묘사한다. 가히 불멸의 명장면이다.

이 결혼식은 제르베즈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도 모자라, 그녀가 앞으로 모진 비바람에 시달릴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혼식 당일 퍼붓는 소나기를 보라!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지친 하객들은 우스꽝스러운 차림으로(그러나 그 점을 그들만 모른다), 이렇게 잘 차려 입었으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루브르 박물관 구경에 나선다. 거기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예술 작품을 둘러보며 키득거리기도 하고 지루해 짝이 없어 하면서 박물관 안을 헤매고 또 헤맨다. 결혼식을 다룬 두 그림,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과 루벤스의 <시골 마을 결혼식>을 보고도 아무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 그저 음란한 장면을 찾아서 키득거리고, 농담을 주고받을 뿐이다. “여기 좀 봐요. 여기 이놈은 토하고 있고, 이놈들은 민들레에게 물을 주고 있구먼, 그리고 또 이놈은…… 세상에 아주 다들 난리가 났군.” 그들의 눈에는 그저 먹고 마시고, 음란한 것만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제르베즈나 쿠포의 일생,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의 일생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가까스로 밖으로 나와 센강의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는 일행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의미심장하다. 강물은 ‘기름에 찌든 쓰레기, 낡은 병마개, 야채 껍질’ 따위를 실어 날랐고, ‘오물 더미는 강물이 소용돌이치는 곳, 다리의 아치가 둥근 지붕처럼 덮고 있는 어두컴컴하고 왠지 불길한 지점’에서 잠시 멈추고는 한다. 이제 막 결혼식을 치른 신부와 신랑, 하객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런 것들이라니 제르베즈와 쿠포의 앞날이 밝을 리가 없다. 심지어 결혼식 당일 제르베즈의 길을 막아선 이는 장의사 일꾼 ‘바주즈’가 아닌가! 게다가 결혼식 당일 밤, 제르베즈에게 ‘자기가 데려다 주러 올라가면 고마워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말까지 한다. 아아, 불길하기 짝이 없다.

세 번째 잘못된 선택- 쿠포를 우쭈쭈하다니!
‘오 분 만에 묶여서 평생을 가야’한다는 결혼을 해버린 제르베즈. 그럼에도 그녀의 인생에 봄이 찾아온다. 한때지만 틀림없이 그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이었으리라. 제르베즈는 열심히 일한 덕분에 돈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세탁소를 차릴 꿈에 부푼다. 쿠포는 오랫동안 구애한 끝에 결혼했기에 제르베즈를 사랑하고, 둘 사이에 귀여운 아이, 그 문제의 딸래미 ‘나나’도 태어난다(<나나>의 주인공). 하지만 이 행복한 나날도 잠시. 쿠포가 일하던 중 지붕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크게 다치고, 제르베즈는 그를 치료하느라 가진 돈을 몽땅 날려버린다. 그래도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남몰래 제르베즈를 연모하던 옆집 청년 구제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려고 가게를 차릴 비용을 빌려준다. 그 덕분에 제르베즈는 드디어 자신만의 가게를 열게 되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가게는 날로 번창한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후로 게을러진 쿠포는 서서히 술독에 빠져서는 아내가 벌어오는 돈을 몽땅 술값으로 날리곤 한다. 제르베즈는 이 못난 남편을 초기에 잡았어야 하는데, 쿠포의 몸이 아직 회복이 덜 된 거라 그런 거라면서 늘 우쭈쭈 어르고 달래며 술값을 쥐어준다. 게으름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남편을 더 북돋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때도 제르베즈, 그녀의 불길한 운명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졸라는 여러 복선으로 암시한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쿠포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던 노파의 눈길이라던가, 성공의 상징인 세탁소 안에서 제르베즈가 술에 취한 쿠포와 키스하는 것을 ‘첫 추락’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추락은 걷잡을 수 없다. 랑티에, 그놈이 돌아온 것이다.

네 번째 잘못된 선택- 서방을 둘이나 두다니!
눈치 빠른 독자라면 다른 여자와 야반도주했던 랑티에가 언젠가는 제르베즈 앞에 나타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랑티에는 제르베즈가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다가 놀랍게도 게으름뱅이 주정꾼 쿠포와 가까워져서 제르베즈와 쿠포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이때 제르베즈는 반쯤은 정신 나간 쿠포를 뜯어말렸어야 했다. 일하지 않고 늘 술에 취해 살고 있는 남편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예의바른 태도 등으로 동네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랑티에. 그러나 제르베즈는 랑티에의 짐 가방에서 ‘담배 냄새를, 겉만 번지르르하게 차리고 다닐 뿐, 사실은 더러운 남자의 냄새’를 느낀다. 랑티에는 <목로주점>에서 가장 혐오스런 인물로, 그가 세탁소에 또 다른 기둥서방으로 눌러 앉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랑티에는 ‘치마들 틈에서 여자들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게’ 너무나 좋다. 자기는 계속 예의바르게 말하면서도 세탁소 여인들이 주고받는 천박한 얘기들이 좋아서 일부러 여자들이 천박한 말들을 쓰도록 부추긴다. 졸라는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세탁소 냄새, 땀에 젖은 맨팔을 드러내고 다림질을 하는 여자들이 있는 곳, 은밀한 규방처럼 동네 여자들의 은밀한 속옷들이 다 까발려 있는 이곳은 바로 그가 꿈꾸던 곳, 오랫동안 찾아 헤맨 나태와 쾌락의 피난처’라고(2권 25쪽). 이런 놈을 또 다시 집안에 들이다니, 제르베즈 오, 이 바보! 이후로 제르베즈의 추락은 끝을 모른다. 그녀의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편이 가로막고’ 있고, 뒤에는 그녀의 ‘불행을 이용해서 다시 자기를 가지려고 혈안이 된 더러운 인간이 막고’ 서 있는 형국으로 흘러간다.

제르베즈는 랑티에가 자신에게 혹시 손이라도 대지 않을까 경계하는데, 그는 의외로 점잖게 군다. 물론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이 몹쓸 인간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제르베즈도 그와 함께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쿠포가 술에 잔뜩 취해 온 방 안에 토사물을 쏟아놓은 그날, 일은 벌어지고 만다. 이때도 제르베즈, 그녀는 과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 장면을 졸라는 참으로 또 기막히게 묘사한다. 요맘때부터 싹수가 노란 ‘나나’가 하필이면 그 장면을 보는 것이다. ‘아이는 아버지가 토사물 위에서 뒹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유리에 얼굴을 대고는 어머니의 속치마가 다른 남자의 방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나는 아주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미 사악한 쾌락에 눈을 뜬 아이의 크게 뜬 두 눈에는 색정의 호기심이 달아오르고 있었다.’(2권 59쪽)

다섯 번째 잘못된 선택-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어

그래도 제르베즈에게는 다시 정신을 차릴 만한 기회가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기에 한없이 선량하게 군 ‘구제’의 친절과 제르베즈보다 더 처참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던 이웃집 어린 소녀 ‘랄리’를 보고 무언가 깨달을 만한 점이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구제의 존중과 배려를 받을 때마다 몸 둘 바를 모르며 자신의 타락한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굶주림에 허덕이면서도 어린 두 동생을 보살피고 집 안을 늘 깨끗하게 정돈하던 랄리의 모습을 보면서도 연민과 함께, 저토록 불행한 환경에서도 희망의 한 자락이라도 붙잡으려 애쓰는 아이를 기특하고 안쓰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한때뿐이다. 그녀는 구제와 그의 어머니의 도움의 손길을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당연하게 여기고, 그들에게 빚진 돈에 무감각해진다. 구제의 어머니는 이런 그녀의 타락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구제 또한 그랬을 터이지만 그는 제르베즈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그런 모습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쿠포와 랑티에 두 남자들과 함께 살면서 타락해버린 제르베즈의 도덕성은 이제 되살릴 수가 없다. 그녀 또한 그들과 같이 먹고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탕진한다. 그녀 또한 술에 입을 대면서 쿠포와 마찬가지로 주정뱅이의 길을 걷는다. 제르베즈에게 얼마쯤 의지하던 랄리는 그녀의 취한 모습을 보고 뒷걸음질 친다. ‘독주 냄새를 풍기는 숨결, 흐리멍덩한 눈, 일그러진 입,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자신의 주정뱅이 아버지와 다름없이 제르베즈 또한 술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간에 선 랄리는 어두운 눈길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 본다(2권 163쪽). 마치 지붕에서 떨어지던 쿠포를 지켜보던 그 노파처럼.

여섯 번째 잘못된 선택- 그만 좀 먹고 마시라고!

<목로주점>에서는 진탕 먹고 마시는 장면이 무수히 많이 나온다. 파리 하층민의 삶에서 먹고 마시고, 섹스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인생의 즐거움이란 없어 보일 정도이다. 한때는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제르베즈도 이런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혼식 피로연때부터 질리도록 먹고 마시고, 생일파티랍시고 또 진탕 먹어댄다. 이렇게 먹고 마시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일을 게을리 하고, 세탁소가 기울어갈 때도 두 기둥서방 쿠포와 랑티에는 제르베즈에게 받은 돈으로 이 술집 저 술집을 전전하면서 이런저런 음식과 술을 먹어댄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감각마저 잃어버린 제르베즈도 서서히 먹고 마시는 일에만 몰두해 간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섹스하고. 일차원적인 만족, 동물적인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이 무슨 일에든 익숙해진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먹지 않고 지내는 것만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2권 222쪽) 그들은 가난한 시궁창 속에서도 먹고 마시는 일 만큼은 멈추지 못한다.

가세는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져 이제는 먹을 것조차 없다. 어린 나나는 이런 집안을 이렇게 묘사한다. ‘아버지도 주정뱅이, 어머니도 주정뱅이, 거지같은 집구석엔 빵 한 조각 없이 술 냄새만 진동’(2권 188쪽)한다고. 그리고 먹을 것이 없는 더러운 집안에서 가족들은 서로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치고 박고 쿠포와 제르베즈 두 사람은 종일 으르렁거린다. 나나는 이런 집구석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집밖이 더 편해진다. 마치 저 옛날 아버지의 손찌검을 피해 집을 달아나고만 싶었던 제르베즈의 삶과 판박이다. 이 거리의 아이들은 대부분 나나와 같다. ‘가난과 악덕을 뒤집어쓴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뒤범벅이 되어 모두 함께 타락해 간다. ‘사과 바구니에 썩은 사과가 들어 있을 때와 같은 이치’(2권 175쪽)이다. 제르베즈는 다시 날품빨래 일을 하게 된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그 모든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내던 부지런했던 여자에서 어느덧 ‘더러운 물속에서 더러운 때와 싸우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여자로서의 긍지도 사라지고, 그 옛날 지니고 있던 자부심과 상냥한 애교도 잃어버린 제르베즈. 감정을 느끼고 예의를 차리고 존중받는 것들에 대한 욕구도 사라져 버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인생이 참으로 처참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누추한 봉쾨르 호텔 구석에서 시작된 이 지긋지긋한 삶. 과연 잘못은 누구에게, 어디에 있을까? 졸라는 ‘제르베즈는 비참한 가난 때문에, 엉망으로 망쳐버린 삶의 불결함과 고단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로리유 부부의 말을 그대로 쓰자면 그녀는 게으르게 아무렇게나 살았기 때문에’ (2권 284쪽) 그렇게 비참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손찌검을 하던 제르베즈의 아버지 ‘마카르’- 주정뱅이 마카르. 그가 빚어낸 비참한 환경과 유전은 그대로 이렇게 되물림 되어 제르베즈의 삶을 망가뜨린다. 아버지를 피해 파리로 달아났고, 하필이면 또 쓸모없는 두 남자를 만났고, 그중 한 인간은 또 하필이면 주정뱅이가 되고, 그런 그와 살다 보니 마찬가지로 주정뱅이가 되어 삶을 놓아버린다. 제르베즈와 쿠포 이 두 부부는 제르베즈의 아버지 마카르가 그러했듯이 나나를 비참한 환경 속에 방치한다. 나나는 제 엄마 제르베즈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것이다. 가난하고 비참한 환경도, 알코올 중독 같은 좋지 않은 유전적 요인도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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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21 1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섯번째 실수가 두번 나와욤!ㅎㅎㅎ 하.. 근데 다 저에게 하시는 말씀인 거 같이 콕콕 와닿네요. 특히 그 남자 아니야! 와 그만 좀 먹고 마시라고!(오늘도 먹고 마실 예정에 신난 상태~ 또르르~~ㅠㅠ)

잠자냥 2021-10-21 12:38   좋아요 4 | URL
어머 쌤 고마워요~ ㅋㅋㅋ 역시 쌤은 그런 거 잘 보시는구낭! 수정할게요~
저도 이 책 보니까 먹고 마시는 거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능 ㅋㅋㅋㅋ

프레이야 2021-10-21 1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리뷰 넘 재미나요 ㅎㅎ

잠자냥 2021-10-21 14:16   좋아요 4 | URL
재미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없군요!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10-21 14: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읽어보니까, 햐, 되게 많은 부분을 잊고 있었구먼요. ㅋㅋㅋㅋ
이렇게 19세기는 프랑스 소설의 시대가 되는 거 아니겄습니까.

잠자냥 2021-10-21 14:18   좋아요 5 | URL
맞아요. 다시 읽어보니 으잉 이랬던가 싶더라고요. 이 책 다시 읽은 덕분에 클로드 랑티에(<작품>)나 에티엔 랑티에(<제르미날>) 등 제르베즈 자식들 이야기는 좀더 생생하게 읽을 것 같습니다.
19세기 프랑스 소설 정말 대단합니다~~~

새파랑 2021-10-21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지같은 집구석‘은 에밀졸라의 다른 작품인 <집구석>이랑 연결되는 건가요? ㅎㅎ

˝제르베즈˝도 어떻게 보면 좀 나태해지고,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한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하긴 하루하루 사는것 말고는 생긱할 여유가 없었으니~~ 두명의 남편과 같이 사는건 저는 좀 쇼킹 했어요 ㅋ 게다가 두 남펀끼리 더 친하다니 이건 프랑스식 개방적 사고 ? 😅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다음책은 에밀졸라로~!!

잠자냥 2021-10-21 15:28   좋아요 4 | URL
쿠포 그 사람도 참 어처구니 없지만, 전 랑티에가 너무너무 싫어요. 세탁소 망하니까, 사탕 가게에 죽치고 앉아서 이젠 사탕 쪽쪽 빨아먹는 그 기생충 같은 인간!!!! 으으..... 랑티에 성을 가진 그 아들들이 랑티에의 이런 면모는 안 닮았는지(유전이 안 됐는지) 저도 곧 <작품>이나 <제르미날>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1-10-21 16: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엄청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잠자냥 님 리뷰도 또 엄청 재미있네요. 재미있는 책으로부터 재미있는 리뷰는 탄생하는 것인가 봅니다.

저는 쿠포가 처음에 되게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었잖아요. 근데 지붕에서 떨어지고 나서 게으름에 익숙해지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이 성실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매일 알게 모르게 노력에 의한 것이었나 싶고요. 그렇게 성실했던, 또 제르베즈를 사랑했던, 잘 살아보고자 했던 사람이, 일 안해버릇 하니 거기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부인이 번 돈을 탕진하기만 하다니. 어쩌면 이쪽이 더 가기 쉬운 길이기 때문에 앗차 하는 순간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근데 나나 는 왜그렇게 재미없을까요, 잠자냥 님... 왜... 왜... 왜.............

잠자냥 2021-10-21 16:24   좋아요 4 | URL
맞아요. 징글징글 막장드라마! 넘나 재밌는 그것. ㅎㅎㅎ
쿠포 정말 의외로 성실해서 어허 요놈 봐라? 그럴 리가 없어.... 하면서 지켜봤더니, 역시나... 지붕에서 떨어지고 난 뒤 끝없는 추락..... 근데 정말 사람들이 실의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좀 어려운가봐요. 왜 바쁠 때 사람들이 더 바짝 이것저것 하잖아요. 게을러지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인간의 본성! 졸라가 그걸 잘 포착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참 어렵다는 것도 잘 안 것 같기도 해요.

<나나>는 정말 의외죠. <목로주점>에서 그려진 나나의 성격이나 묘사만 보면 <나나>도 엄청 생동감 있게 재미날 거 같은데... 왜 재미없는지 제가 다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다음 달에?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0-21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르베즈라는 여자를 모르지만 이 여자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십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러고 저러고 하다가 어떤 경우와 경계를 넘어가버리면 ‘에라 모르겠다‘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그런걸 불행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은데 조만간은 아니고 내년 초쯤 에밀 졸라 만나고 싶어요^^

잠자냥 2021-10-21 16:51   좋아요 5 | URL
맞아요. 정말, 제르베즈 ‘에라 모르겠다‘의 끝판왕.... ㅠㅠ

2021-10-2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1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10-21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 장문의 제르베즈 지적글은 제가 책을 읽고 읽겠습니다.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

잠자냥 2021-10-21 22:05   좋아요 4 | URL
네~ 이 글은 책 다 읽으신 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mini74 2021-10-22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여자야 그게 아니라고 ㅎㅎ에서 잠자냥님의 진심이 확 읽혀집니다 ㅎㅎ 마지막 그만 좀 막고 마시라고 ㅠㅠ는 제 이야기인줄 뜨끔했습니다 ㅠㅠ

잠자냥 2021-10-22 10:34   좋아요 3 | URL
아이고, 정말 제르베즈 지켜보니 복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그 나쁜 남자들을 재워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ㅠㅠ
그만 좀 먹고 마시라는 말은 제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ㅋㅋㅋㅋ

공쟝쟝 2021-10-25 1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눈으로 아주 거칠게 제목만 읽었습니다. 뭔가 소설 읽은 후에 찬찬히 살펴보고 싶은 리뷰라서.... 이놈의 에밀졸라 열풍은 올해 안에는 발 꼬락이라도 담가놔야지.. 안되겠어여...!!

잠자냥 2021-10-25 16:56   좋아요 3 | URL
그래요~ 그래. 이 글은 책 다 읽으신 분을 대상으로 쓴 글이었습니다요!
책 다 읽고 보세요~

독서괭 2021-10-26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막장드라마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소개해주는 프로그램 같아요 ㅎㅎ 재밌지만 가슴을 치게 될 것 같네요. 아이고 답답아 답답아 한치 앞을 못 보냐.. 하면서요. 위에 다 읽은 분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셨지만 전 그냥 다 읽었습니다. 책 읽고 읽어야지 하다가는 읽을 글이 남아나질 않겠어서요 ㅎㅎ

잠자냥 2021-10-26 16: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괭님 오늘 밀린 숙제하느라 바쁘시겠어요! ㅎㅎ

독서괭 2021-10-26 16:45   좋아요 1 | URL
네 너무 밀려서 일단 좋아요부터 눌러놨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