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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침대
김경원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의 주인공은 서른세살의 싱글인 채다현이란 여성이다. 프리랜서이며 독신녀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독신주의자들은 자유스럽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다.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고, 갖고 싶은게 있으면 꼭 갖고야 마는 스타일일 거다.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고, 떠나는 사랑에 구차하게 매달리지 않고 흔히 말하는 cool한 사랑을 하는 cool한 사람일 것이다.
채다현!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의 가족은 젊은 여제자와 사랑에 빠져 엄마와 딸을 버린 아버지, 남편을 떠나고 진한 화장과 늘어나는 체중을 껴안으며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가는 엄마가 있다.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인터뷰하고 짧은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인 그녀. 어느날 ’항공관제사’ 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그와의 인터뷰가 있었고, 그녀는 앞으로의 그녀의 삶이 어느정도 변화가 있을거란 예상을 한다. 그전에 만났던 몇명의 남자들과는 다른 새로운 사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은 그만을 상징하는 id를 하나씩 만들어준다. 항공관제사의 그는 ’와인’이란 닉네임으로 등장한다.
와인에 대한 박식함이기도 하지만, 그녀와 그가 사랑을 나눌때는 항상 와인이 곁들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
새벽이 되면서 눈은 점차적으로 함박눈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반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눈발이 창턱에 앉았다가 서서히 형체를 잃어간다. 눈의 결정은 육각형이지만 하나도 똑같은 형체는 없다고 한다. 눈은 절대로 작은 결정으로 떨어지지 않고, 솜털 같은 작은 덩어리로 뭉쳐서 제멋대로의 모양으로 이 지상에 내린다. 눈송이처럼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도 언어학적으로는 두 글자의 단어지만 그 형태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와인 역시 마시는 사람에 따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그 맛은 모두 제각각인 것처럼.
(...)
떨어지는 눈송이가 모두 제각각의 형체를 지닌 것 처럼, 그녀에게 왔던 사랑도 현재 진행형인 사랑도 무지개 색깔처럼 제각각이다. 모두 다른 사랑으로 다가온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와인을 소재로 사랑과 결부시켜 이끌어가는 내용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나도 와인은 몇 번 마셔본 적이 있지만 익숙하지는 않다. 처음엔 달콤한 듯 하면서도 씁쓸하며 시큼한 뒷 맛이 ’내 취향이 아닌가봐!’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게 하는 와인. 일반적으로 먹는 맥주나 소주보다 와인을 마시면 왠지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이는 느낌이 나는 술... 와인에 대한 느낌은 그게 전부다.
- 이탈리아 페라가모 사가 일보르 라는 마을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페라가모’ 와인은 구두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구두 대신 선물하기 좋은 와인이라고 한다.
- ’프렌치 키스 와인’ 또는 ’신비의 와인’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샤토 네프 뒤 파프 폴자볼레 03’ 와인은 영화 <프렌치 키스>에서 케빈 클라인이 포도밭에서 연인과 키스를 하며 나눈 와인이라고 한다.
- 좋아하는 와인을 알면 그 사람의 개성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카베르네 쇼비뇽’을 좋아하는 사람은 카리스마가 있는 자수성가한 중년의 남자들이고, 유명한 ’로마테 콩티’는 까다롭지만 섬세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이름도 발음도 어렵고 귀에, 눈에 낯설지만 이야기와 곁들여 보게되니 친근한 마음이 생긴다. 한번쯤 마셔보면 좋겠다 하는 호기심도 일게 되고... ^^
대체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머리 아플때, 복잡할 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