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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ㅣ 사계절 아동문고 19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사계절 / 2006년 11월
평점 :
때때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가 있다.
깊은 우울증에 빠지거나, 너무 큰 고통을 당했을 때, 충동적인 마음으로 순간의 고통을 못 이겨내고 죽음을 부를때가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사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천사와 악마를 ’생명’과 ’죽음’이라고 부른다.
우리 마음속에 사는 생명과 죽음이란 녀석에게 어떤 영양분을 주고, 어떤 먹이를 주느냐에 따라 죽음의 힘이 셀때도 있고, 생명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한쪽의 힘이 강해지면 다른쪽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어져서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게 된다.
한밤중에 울고있는 토담이.
토담이의 슬픈 눈물에, ’죽고 싶다!’는 혼잣말에 힘이 강해진 ’죽음’이 슬며시 찾아오고, 죽음이는 토담이를 꼬득인다.
"나는 다 알고 있어. 엄마 아빠는 널 사랑하지 않아. 미워한다구. 왠지 알아?"
"엄마 아빠는 공부 잘하는 아이만 좋아해. 너는 형보다 공부를 못하잖니?"
"엄마 아빠는 위선자야. 겉으로는 너를 사랑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미워하고 있다구! 난 정말 네가 가여워. 만일 네가 엄마 아빠한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난 기꺼이 도와줄 거야."
토담이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죽음은 하나씩 상기시켜 준다. 서운하거나 속상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생각들이다. 나약하고 자신없는 생각들, 비관적이고 나쁜 생각들은 죽음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지? 난 엄마가 뼈저리게 뉘우치는 꼴을 보고 싶어. 흥, 그까짓 장화 한 켤레 때문에 아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면, 평생을 두고 뉘우치겠지."
토담이는 죽음의 꼬임에 넘어가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통과 힘든 시기에 찾아온 죽음이란 녀석은 이처럼 간사하게 사람을 잘 꼬득여서 나약한 인간은 그 꼬임에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이험천만한 상황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생명’이. 생명이가 아니었다면 토담이는 어떻게 됐을까?
생명이의 등장으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토담이에게 ’생명’이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1부에 들어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해주는 얘기, 생명을 하찮게 여기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해준다.
1부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2부 사과는 누가 가져야 옳은가 외 3편의 이야기
3부 도깨비 방망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2부에서는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시험에 들게한, 한 아버지의 지혜로운 이야기와 가난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가 재밌게 구성되어있다. 이 세상은 혼자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곳이고, 또 나 혼자만 잘 산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 함께 어울려서 모두 잘 살아야 한다는 주제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기만 하는 환경오염, 공해, 자연의 훼손, 동물들의 개체수가 오염된 자연때문에 줄어들고 멸종위기에 처한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도 아이들의 시각으로 이해하기 쉽게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특정 생명체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마치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를 한다.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나무도 함부로 베어가고, 산을 깍아 집도 짓고, 도로도 만들고, 공장에서는 폐수를 아무 거리낌없이 내버려 물을 오염시키고, 물에서 사는 생명들을 위협한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먹이사슬로 연결된 천적들도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정작 인간은 그 심각성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책 내용은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재밌게 읽으면서 감동과 교훈을 준다.
책 머리에서 저자는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이 소중한 만큼 다른이의 삶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재미있게 읽고, 가슴 뭉클하게 읽다보면, 저자가 소망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들어와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나 자신의 생명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삶도 소중한 것이란 점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