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다산
김상홍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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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의 실학을 집대성한 큰 학자 다산 정약용.   국사시간에 들은 그의 저서와 업적 말고는 다산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이 딱히 없었다.  이 책을 통해 한 가정의 아버지인 인간 정약용에 대해 알게 된 점이 큰 소득이었다.

옛날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많이 미흡했다.  오히려 감정을 숨기는 것이 큰 미덕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근엄해야 하고, 여리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고, 따뜻한 사랑도 마음에는 품을 지언정 표현은 해서는 일이라고, 체신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옛날에 살았던 다산 은 여느 아버지와 달랐다.  아이들의 교육을 직접 시켰고,  어린 자식들이 다산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놓지 않으며 놀아달라고 하며, 계속 다산 곁에서 맴돌며 떠나질 않았다고 하는 일화를 보니 따뜻한 부정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현했던 아버지였음을 상상해 볼수 있다.  

1부 살아남은 자식들의 아버지
2부 가난한 아버지의 슬픈 도덕
3부 6남 3녀를 낳은 다산한 아버지
4부 요절한 자녀의 묘지명을 쓴 아버지
5부 며느리의 효심을 뒤늦게 듣다
6부 작은아버지 다산

1801년 신유사옥으로 셋째 형 정약종은 참수되고, 다산과 둘째형 정약전은 유배에 처해진다.  당시에 다산은 40세 였고, 자식들은 18세, 15세, 9세였다.  강진으로 떠난 유배가 무려 18년동안 이어졌고, 그 기간에 자식들의 교육은 편지로 이루어졌다.  요즘 말로 한다면 원격교육을 한 것이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꿈쩍 못하는 생활을 하게되고, 남은 가족들은 심한 가난에 허덕여야 했으며, 아버지로 인해 폐족이 된 두 아들은 벼슬길이 막히게 된다.  다산 자신 때문에 자식들의 앞길이 막혔다는 죄책감과, 가장으로서 처자식들이 배고픔에 굶주린 소식에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유배지에서 내내 다산을 괴롭혔을 것이다.  다산은 폐족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세워야 했고, 가난을 면할만한 실용적인 경제교육을 위해 뽕나무를 심어 양잠을 할 것등을 세세히 가르친다.  그리고 자신의 학문을 계승하고 먼 후일을 위해 학문에 전념하기를 염원한 내용이 아들에게 보내는 주된 편지 내용들이다.

다산은 15살때 홍화보의 딸 풍산 홍씨와 결혼했다.  결혼해서 6남 3녀를 낳았으나 불행하게도 4남2녀가 모두 3살을 못 넘기고 천연두를 앓아 죽고, 장성한 자식은 2남1녀 뿐이다.   4부에 요절한 자식들을 위해 직접 묘지명을 쓰기도 했는데,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1명도 아니고 무려 6명이나 되는, 자식의 3분의 2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말로는 표현이 안될 슬픔일 것이다.  자식이 죽으면 대못 수십개가 가슴을 뚫고 들어와 박히는 고통이라고들 비유를 한다.  다산의 가슴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큰 대못이 박혀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보기보다 쉽게 읽혀진다.  다산은 자식들을 가르칠 때 좋은 것과 나쁜 것, 가릴 것과 가리지 않아도 될 것 등을 항상 구분해서 일러 주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쉽게 쓰여지기도 했지만, 한문이 많이 나와 어렵게 느끼는 부분은 저자가 쉽게 설명해 준 때문이기도 하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소개되고, 그 편지를 시대상황이라든지 여러 정황을 유추해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있다. 

요즘 세대를 사는 아버지들이 읽고 아버지 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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