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무리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어서 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복권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과 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그렇지 않겠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 보렴.
                                                                                                   1882년 10월 1일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무조건 한심하다고, 아까운 돈을 낭비한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음식을 살 돈으로, 마지막남은 절박한 심정으로 복권이란 걸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흐의 말대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없다라고 하는 내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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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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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도 훨씬 전에 살았던 사람으로, 영혼과 자신의 생명을 바쳐 그림을 그린 화가가 있었다.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른 것으로도 유명한 화가 반 고흐 이다.  

빈센트 윌렘 반 고흐는 1853년 3월에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스무살무렵부터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평생에 걸친 두 사람의 편지 왕래가 시작되었다.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668통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중 120여통의 편지들을 묶어 놓았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흐, 그의 제일 젊고 활발했던 십여년 세월에 대한 흔적과 그가 품었던 생각, 그림에 대한 열정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평생을 가난과 싸우며 힘든 날을 보냈지만, 삼십대 후반 부터는 그의 병마인 발작과 광기가 더해져 두배로 힘겨운 싸움을 하며 보낸다.  그런 힘든 싸움은 1890년 7월에 자살로 막을 내린다.  그의 나이 37세 였다.  그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그림에서 보여지는 고흐의 나이는 50대로 보이기도 해서 놀랍기도 했다.  그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낸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고흐가 처음부터 화가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화랑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스물두살에는 파리로 가서 종교에 몰입하며 신학공부를 하기도 하며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1879년 여름, 고흐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때부터 전업화가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동생 테오는 고흐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그의 화가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이다.  짧은 생명을 예감이라도 했는지, 무섭도록 그림에 몰입하고 많은 그림들을 창작해 낸다.  체계적으로 그림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없는 그였지만, 화가로서의 그의 실력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지금이야 고흐의 작품이 고가에 팔리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의 생전에는 고작 1점만이 팔렸을 뿐이었다.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팔리지 않아서일까?  자신의 그림 실력에 대한 평가를 늘 궁금해 한다.  때때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에 대해 조급해 하기도 한다.


그의 사적인 편지와 함께 고흐의 그림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중에서도 고갱이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해바라기 그림이 나도 갖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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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힘찬 왕자 아이앤북 인성동화 6
송언 지음, 경하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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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할때는 틀림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한다. 
주연이는 그리 산만한 아이는 아니었는데, 요즘 조금 바뀌었다.  요즘은 많이 허둥대고, 자주 잊어버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데 조심성도 없고 집중력도 많이 분산되는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해서 요즘은 아무리 꼬셔도 싫어하는 것은 안하려고 한다.   주연이 말고 조카녀석이 하나 있는데, 올해 5살이다.  가족들 모임 있을때 한번씩 얼굴을 보는데, 절.대 통제불가능하다.  어떨때는 어른 말씀을 잘 듣는 것 같다가도, 뭔가 수가 틀리면 아무것도 안보이는 모양이다.  제 엄마가 매를 들고 한바탕 혼나고 나서야 말을 듣는다.  제 엄마 외에는 누구도 통제가 힘들다.  이 책은 주연이와 조카 녀석의 심리를 컨닝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읽게 되었다.

힘내라! 힘찬 왕자.   책 표지 그림에서 보듯이 장난끼 많아 보이는 아이가 힘찬 왕자다.
책 속에 힘찬 왕자를 보면서 짜증이 났다.  내 자식도 아닌데, 왜이리 화가 나는지...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수업을 방해하고, 말도 안 듣고, 수시로 장난 치고, 심지어 선생님 머리까지 때리고 하는 아이가 있다면 절.대 내 인내심이 가만 두질 않을 거다. 



교실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계속 부르는가 하면, 선생님을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고, 선생님한테 ’할아범’ 하고 부르며 버릇없이 굴기까지 한다.  친구한테 뭘 물어보는데, 그 친구가 대답을 안한다고 대답할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한테 혼나 울면서도 질문을 멈추질 않는다.  고개가 저절로 좌우로 흔들어지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어른들이 딱! 싫어하는 전형적인 아이다. 

책 속에 선생님은 실제로도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기도 하는데, 힘찬 왕자의 이런 행동들을 참을성과 끈기를 가지고 받아주신다.  대단한 선생님이시다.  

그런 선생님도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드디어 힘찬 왕자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힘찬 왕자는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둘이 사는 아이였다.  엄마의 빈 자리를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채우려고 한다.  그제서야 아이의 행동이 안쓰럽게 보였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그런 행동을 할까 싶은 생각에 짠~ 해졌다.  제 딴에는 좋은 표현을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럼 조카녀석은 어떤 이유일까?  다음번엔 눈여겨 봐야겠다. 도대체 뭘 원하는건지?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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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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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젊음!  어른의 길로 막 접어든 초보 어른.  그들은 고민이 많다.  장르도 제각각이고, 비슷한 것 같지만 개인마다 다른 고민을 하는 청춘들에게 주는 희망, 격려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 들어있는 책이다.

나를 누군가가 청춘이라고 불러준다면 "진짜?", "정말?"  하고 되물어 보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내가 꽃다운 나이였을때 고민했던 일이나 지금도 진행중인 고민을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이다.   조금 더 용기낼 수 있게 해주고,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마중물 같은 글이다.  직접적인 해결책을 주는게 아니라 내 머리속에 생각을, 내 의견을 정리할 촉매제 역할 같은 느낌을 받는다.

1장 백조면 어떠하고 오리면 어떠한가
2장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아픔을 느낀다
3장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4장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별볼일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얘기한다.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사람에 따라 또는 어떤 군을 이루는 집단에 따라 틀린 잣대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대들이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폄하하고, 별볼일 없는 인간이라 스스로 여기며 엉뚱한 생각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잣대에 다양성을 갖추고 자신에게 맞는 것과 비교를 하라고, 잘못된 도량법으로 계측하는 것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얘기한다.  인간의 장애를 크게 네 종류로 분류해 놓았다.  
1. 신체는 멀쩡한데 정신이 고장난 경우
2. 정신은 멀쩡한데 신체가 고장난 경우
3. 신체와 정신이 모두 고장난 경우
4. 신체와 정신이 모두 멀쩡한 경우

네번째도 장애로 분류한 이유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에서 과연 성인이 신체와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신체와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살아가자면 얼마나 인생이 불편하겠는가.  인생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분명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네가지 분류에 가장 가까운곳에 자신을 위치시켜 보자.  
결국 내 자신도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내 얼굴에 묻은 변을 못 보고 상대방 바지에 묻은 겨를 보며 손가락질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각 단락에 맞춰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 노트> 라고 해서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짤막하게 이어진다.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기도 하고,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라 생각하니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책 맨 뒷표지에 이런 글이 쓰여있다.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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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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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성균관 유생, 규장각 각신들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를 끝으로 이제 잘금4인방과는 안녕을 해야 한다.   혹시 세번째 이야기가 작가의 계획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예정은 없는 것 같아 아쉽고, 허전하고 그렇다.  

第六章 모모(?母) 부인
第七章 청벽서
第八章 추문(醜聞)
第九章 홍점화(點化)
終章 승천(昇天)... 

규장각에 들어가서도 그들 4인방은 여전히, 여인들의 부러운 시선과 남자들의 시기와 질투를 함께 받는다.  윤희는 변함없이 윤식의 이름을 빌어 남자가 되서 규장각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선준과의 혼사는 좌의정의 또다른 제안으로 새로운 국면에 맞는다.   좌의정의 제안은 한달안에 규장각에서 사임을 하고 나와 여인의 몸으로 돌아와야 며느리로 받아들여주겠다는 것이다.  윤희도 사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은 그녀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홍벽서가 누구인지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인 채로 있는데,  활동이 뜸한 홍벽서를 다시 불러내기 위해 청벽서가 등장한다.  홍벽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4인방은 머리를 맞대고 비밀리에 청벽서를 찾기위해 움직인다.

규장각에서 정해진 업무를 하랴, 청벽서를 찾기 위한 일을 하랴, 임금이 시킨 숙제를 하랴 한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틈에 왕은 또다른 숙제를 내준다.   암행어사로 윤식을 제외한 나머지 용하, 선준, 재신 3인방을 모두 지방으로 출장을 내보낸 것이다.   혼자 남은 윤식은 외로워할 틈도 없이 세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혼자 힘든 날을 보낸다.  

윤식이 혼자 있는 규장각내에서 또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궁궐내의 한 궁녀의 스토커(!) 짓으로 인해 또다른 추문이 김윤식을 파면의 길로 인도하는데... 

결론을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   궁금함과 설레임을 갖고 끝까지 행복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바라며 요약내용은 요기까지... ^__^


여러가지 재밌는 사건과 흥미진진한 해결과정, 답이 없어 보이는 골칫거리 문제들도 속 시원히 풀리는 걸 보다보면 어느새 한권을 거의 다 읽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읽게되는 소설이다.   TV에서도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각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행동을 통해 드라마를 보듯이 눈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드라마와 책 내용이 혼돈되는 부작용도 있다.  이 내용은 책에서만 나오던가?  드라마에서만 나오던가?  하는 부분이 그런 부작용이다. ㅎㅎㅎ

<성균관 스캔들>에 푹 빠져있는 독자라면 꼭 권해주고 싶은, 올해가 가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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