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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은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까 한참을 망설인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내 이해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거다. 하지만, 한권의 책을 읽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란 그다지 많지 않을거라고 위로를 해본다.
서른과 마흔 사이. 한두살의 오차는 있겠지만 작가는 딱 내 나이의 사람인가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똑같지 않은 일상을 너도 나도 모두들 살아내고 있다. 그런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사색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겨운 밥벌이의 생활,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의 따분함, 만나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 참석하고 싶지 않은 모임. 그런 것들에 대한 속마음 표현들이 공감이 간다.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한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당신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비슷 비슷한 상황들이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마세요!" 하는 위로.
힘든 일상을 푸념하고, 때로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운 기억으로 안타까워 한다. 추억을 되돌아보며 여행을 하고, 힘들었던 과거의 위로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는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오늘부터는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음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중략)
아팠네요
한 달 동안 너무 아팠네요.
허리, 머리, 다리, 어깨 모두 다.
이토록 온몸이 한꺼번에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아프면서,
어느덧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으면서 괜찮은 표현이나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페이지의 한쪽 귀퉁이를 새끼 손톱 만큼씩 접어놓는 버릇이 생겼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후루룩~ 넘겨보니 접혀진 귀퉁이들이 많기도 하다. 닮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표현들, 마음을 흔든 글귀들이 그만큼 많았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하나를 던졌을때 일어나는 파문처럼 크지 않지만 은은한 여운이 계속 남게 해주는 글들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편안한 의자와 역시 따뜻하게 데운 차 한잔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음악 악보에 안단테라는 말이 있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말이다. 모데라토와 아다지오의 중간 속도로, 걷는 정도의 속도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딱 안단테의 속도로 읽어야 할 책이다.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걷는 정도의 딱 그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