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섭섭한 것 있다면

우리의 시선이 일주일째 비켜 가고 있어.
그사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어.
너와 함께 은행잎을 밟고 싶었는데.
침묵이 불편하지 않아야 가까운 사이라는 말.
그건 아닌 것 같아.
우린 이미 충분히 가깝지만
난 우리 사이에 놓인 침묵이 불편하기만 한걸.
여섯 개의 점,
말줄임표,
’......’
난 이게 싫기만 한걸.

그러니까 내게 섭섭한 것 있다면 꼭 말해줘.

 
                                         - 최갑수 <잘 지내나요, 내 인생> -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의 침묵과  가까운 사이에서의 침묵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서의 침묵은 뻘쭘하고, 어색하고, 가식을 떨어야 할 것 같고, 조심조심하며 말을 섞으려 시도를 한다.
가까운 사이에서의 침묵은 다툼이 있은후의 후유증이요, 서운한 감정의 실타래를 아직 다 못 풀은 상황이 침묵으로 이어진 것이다.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침묵이 길어질 경우  더 이상은 마주볼 일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거다.

전자의 관계라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후자의 관계라면 상실감과 가슴앓이로 이어진다.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후회하는 꺼리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섭섭한 것이 있다면 꼭 말로써 풀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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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마음

외로움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어차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당신이 아니라 당신과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아냐, 추억은 거추장스럽기만 한 거야.
어쩌면 인생은 시간 때우기인지도 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연인의 절반은 싸우거나 헤어지고 있을 거야.
우리는 일생을 다하여도 행복해 질 수 없어.
우리도 한때 사랑이라는 걸 했지, 했었지.
아, 지긋지긋한 연애의 윤회. 완벽한 열애 따위는 없는 걸 알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오전 내내 우울했는데
’빗방울은 내내 나뭇가지를 맴돈다’라는 문장을 쓴 후 
기분이 좋아졌다.

                                      - 최갑수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중에서 -



이 글에서 ’어쩌면 인생은 시간 때우기인지도 몰라’  이 부분이 가슴에 콕 박혔다.   
인생을 하나의 연극이나 영화에 비유한다면 극이나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은 자신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한다.  하지만 주인공보다는 조연이 더 많고, 시시한 조연들은 한번 휙~ 하고 지나는 엑스트라가 더 많다.  

조물주나 신이란 존재가 있다고 하면, 아니 우주에 사는 어떤 생명체의 시각으로 내려 본다면,
인간은 하나의 먼지나 티끌조차로도 여겨지지 못한다.   
인간이 하루살이 곤충을 보듯이 우주의 생명체는 인간을 똑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만이 스스로를 고귀하게, 중요한 뭐라도 되는 것처럼 여긴다.  영원을 사는 것 처럼 진지한 착각속에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간의 사소한 감정싸움에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낭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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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은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까 한참을 망설인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내 이해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거다.  하지만, 한권의 책을 읽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란 그다지 많지 않을거라고 위로를 해본다. 

서른과 마흔 사이.  한두살의 오차는 있겠지만 작가는 딱 내 나이의 사람인가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똑같지 않은 일상을 너도 나도 모두들 살아내고 있다.  그런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사색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겨운 밥벌이의 생활,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의 따분함, 만나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 참석하고 싶지 않은 모임.  그런 것들에 대한 속마음 표현들이 공감이 간다.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한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당신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비슷 비슷한 상황들이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마세요!" 하는 위로.

힘든 일상을 푸념하고, 때로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운 기억으로 안타까워 한다.  추억을 되돌아보며 여행을 하고, 힘들었던 과거의 위로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는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오늘부터는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음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중략)


아팠네요

한 달 동안 너무 아팠네요.
허리, 머리, 다리, 어깨 모두 다.
이토록 온몸이 한꺼번에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아프면서,
어느덧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으면서 괜찮은 표현이나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페이지의 한쪽 귀퉁이를 새끼 손톱 만큼씩 접어놓는 버릇이 생겼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후루룩~  넘겨보니 접혀진 귀퉁이들이 많기도 하다.  닮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표현들, 마음을 흔든 글귀들이 그만큼 많았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하나를 던졌을때 일어나는 파문처럼 크지 않지만 은은한 여운이 계속 남게 해주는 글들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편안한 의자와 역시 따뜻하게 데운 차 한잔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음악 악보에 안단테라는 말이 있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말이다. 모데라토와 아다지오의 중간 속도로, 걷는 정도의 속도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딱 안단테의 속도로 읽어야 할 책이다.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걷는 정도의 딱 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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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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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꾸만 그들을 잊어버린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몇 초에 한명씩 죽어간다는 어린아이들. 실감은 못 하지만 엄연한 현실인데 TV나 광고를 볼 때 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그들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는 월드비전의 직원으로서, 또한 직업으로서 매일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그의 눈에는 이 사실이 몹시도 안타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절대빈곤이라 불리우는 몇 몇 나라들의 경우는 정말로 심한 경우가 많다.  깨끗한 물을 먹는 것만으로, 하루에 죽 한 그릇만 제공해도 여러 목숨을 살릴 수 있다. 간단한 치료약이면 죽어가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내가 가진 것들에서 조금만 손길을 베푼다면 생각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가 있다.

나라별로 지역별로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지원을 해주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  물이 시급하면 우선은 깨끗한 물을 공급해줘야겠지만, 길게 봐서는 우물이나 공동수도시설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필요하다. 병원이 필요하면 보건소를, 교육이 필요한 마을에는 학교를 지어주는 일을 몇 년을 걸쳐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한다. 그게 그들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그런 사업들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남자라 크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절절한 글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아이들을 인터뷰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대목들이 나온다. 대체로 담담한 문체들이 이어지다, 중간에 눈물 흘리는 남자들때문에 두배로 더 가슴에 와닿아 함께 눈물짓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보겠다.  
볼리비아에 사는 열다섯살의 아밧이야기다. 그들은 보통의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잘도 견뎌낸다. 아밧은 탄광촌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막장의 벽을 뚫어놔야 어른들이 들어가서 이후 작업을 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3분안에 탈출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그런 위험한 일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자체도 납득이 안가지만,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등짝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3분안에 못 나온다면? 끔찍한 일이다.  목숨을 바친 대가 치고는 받는 돈이 너무 형편없어 또 한번 가슴이 쓰라린다.  그러나 그들은 그나마도 직업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 하는 눈치다. 

(...)
아이가 매일 목숨을 걸고, 막장에 들어가 가족들을 위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살아서 돌아오면 받는 돈이 1달러를 가까스로 넘는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고작 껌 두 통 값에 아이는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에게 일상은 어쩌면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하루씩 연장되는 딜레마 같았다. 
(...)


이 아이보다 천배, 만배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나 자신을 떠올려본다.  그동안 내가 해오던 불평들이 얼마나 사치인지 깨닫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아밧 이라는 이 아이한테 큰 죄를 진 것 같은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양치하면서 습관적으로 흘려버리는 수돗물 과 반찬이 입에 안맞는다거나 다이어트를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들.  지구촌 어딘가에선 물 한방울과 음식 한덩이가 없어 죽어가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우리는 자꾸 잊어버린다. 

이 책을 덮으며 한 아이를 더 후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동안 망설여 온 제일 큰 이유는 계속적으로 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왔을때는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하루아침에 후원금이 끊기게 되면 다시 밥 굶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려서였었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가서 걱정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후원하는 아이가 비록 월드비전은 아니지만, 기존에 해오던 동일한 단체에 한명을 더 후원하기로 했다.  꼭 월드비전이어야 하는건 아닐테니 저자도 별다른 이견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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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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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때는 도시가 주는 편리하고 빠른 느낌이 좋지만, 인생을 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게 사람의 본능인가 보다.  흙냄새가 그리워지고, 푸른 나무와 향긋한 꽃향기가 만발하는 시골의 전원생활을 찾아서 사람들은 이동한다.  도시를 떠난다.  

도시의 생활을 완벽하게 접고 귀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귀농을 결정하고나면 여러가지 포기해야할 것들이 많아진다.  아이의 교육이 제일 먼저 걸리고, 시장이나 병원등 생활이 주는 편리함에서도 멀어진다.  무엇보다도 몸이 힘들어진다.  전원생활에서의 삶은 도시생활자보다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자연이 주는 혜택 대신에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귀농을 선택하는 대신에, 도시의 밥벌이는 그대로 유지한 채 집만 시골로 옮겨갔다.  두가지를 나름대로 절충한 셈이다.  아침저녁으로 도시로 출근을 하는 불편함 대신에 자연이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며 산다.  출퇴근을 위해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몸의 피곤함을 자연이 주는 선물과 바꾼 셈이다.  



 

책 속에 풍경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시골 특유의 흙냄새와 나무냄새, 꽃 향기가 맡아지는 느낌이다.  비 오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추적추적 비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촉촉하게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비에 섞인 특유의 흙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다.  내 기억속에 들어있는 추억의 소리와 냄새겠지만 말이다.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나이지만, 조각기억 한토막과 조우하는 경험을 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한해, 두해 시골 생활에 적응하며 도시와 시골을 오간 세월이 벌써 10년이라고 한다.   동네에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햇살 따뜻한 오후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탄하는 나를 상상해본다.  가을이면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한적한 길을 산책하는 우리가족을 떠올려본다.  솜처럼 푹신해 보이는 풍성한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내린 집 주변의 풍경들, 밤새 소리없이 내려 아침에 문을 여는 순간 ’짜잔~!’  하고 만나게 되는 느닷없는 눈손님이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흙냄새 맡으며 사계절을 풍성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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