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교양하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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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웃 나라] 의 저자 이원복교수와 그의 만화이야기, 세계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박세현 작가가 질문하고, 이원복 교수가 답변하는 식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유명한 만화여서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교양만화책, 학습만화책 <먼 나라, 이웃나라>는 연재한지 벌써 30년이 넘었고 지금도 연재는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만화는 책으로 치지도 않고 게임이나 오락의 성격이 강해서, 만화책 보고 있으면 ’공부 안하고 만화책 보고 있다고’ 혼나던 시절에 출간되었던 터라 큰 반향과 함께 이슈가 되었던가 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큰 히트를 치며 만화에 대한 선입견까지 바꿔놓았던, 만화의 역사로 보면 큰 전환점이 된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교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만화를 그린다고 하는 특이한 이력도 한몫 했을거라고 이원복 교수는 말한다.

대한민국 인구를 5,000만 이라고 계산했을때 이 만화책이 1,500만부가 팔렸다 하니 갓난아이를 포함해서 인구 세명당 한명꼴로 이 책을 봤었고,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30년이면 부모님 세대에서 읽고 내가 읽고 다시 자식들에게 물려주며 3대가 읽혀지기도 하겠다.  세대를 뛰어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1부 다시보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 나라
2부 먼 이원복 vs 이웃 이원복

크게 두개의 장으로 나뉘고 1부에서는 지금까지 출간된 나라별로 인터뷰한 내용이 묶여져 있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일본, 미국, 대한민국 까지 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의 나라들까지... 만화책을 읽는게 아니라 재미있는 역사 강의를 듣는 것 같다.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민족성에 대해 특징에 대해 간결하게 핵심을 찌르며 알려준다.  국가별로 문화나 분위기가 틀릴텐데 그렇게 정착되기까지, 그런 문화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배경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들려준다. ’아~  그렇구나!’ 고개 끄덕이게 된다.  세계사에 무지하거나 역사에 좀 약한 사람이라면 이 만화책으로도 충분히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제목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2부에서는 내용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제목을 보면서 개인 이원복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기대했었나보다.  아버지 이원복, 남편 이원복, 이웃사람 이원복 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서 그랬나보다. 

어렷을 때 완독했던 것 같지는 않고 몇 권을 띄엄 띄엄 본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는 <먼나라 이웃나라> 책을 이 기회에 다시한번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학습만화니까 이왕이면 주연군과도 함께하면 더 좋을 것이다.  요즘 해리포터에 빠져있는 주연군이 호응을 할까 문제이긴 하는데, 만화를 좋아하니까!  엄마가 읽고 있으면 따라 읽지 않을까.  다른 책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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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1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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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이후 이야기인 이 영화를 한번 찾아봐야지 하다가 계속 미뤄졌었는데 드디어 봤다. 
해가 뜨기전에 헤어졌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 는 6개월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뒷얘기가 이 영화 <비포선셋>이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하루를 보내고 사랑인지 아닌지 감정의 혼란을 느끼는 두사람.  현실로 돌아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고, 사랑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또 만나고 싶다면 6개월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연락처 교환도 서로 하지 않은 채 헤어진다.   이게 전편의 이야기였다. 

6개월 뒤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뒤로 훌쩍 시간은 지나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시는 셀린느와의 만남을 소설로 펴냈고, 미국에서 잘 나가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소설을 출간하게 되었고, 프랑스의 한 서점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하는 자리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소설을 펴낸 것은 제시의 의도대로라면 셀린느를 만나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었다.  한번은 꼭 만나고 싶었을 거다.  그리고 인터뷰 자리에서 거짓말처럼 나타난 셀린느.  그렇게 두 사람은 9년만에 재회를 한다.

20대의 풋풋하고 활기차 보였던, 설레이는 모습의 두사람이었는데, 9년이 지난 지금의 그들에게서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주름살도 생기고.  안정적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어쩐지 쓸쓸한 모습이었다.  6개월뒤에 만남의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제시 혼자였다.  오지 않은 셀린느를 기다리며 걷기도 하고 며칠을 근처에서 머물고 떠난다.  그 뒤로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내와 아들이 있다.  셀린느는 몇 명의 남자친구가 있었긴 하지만 현재는 싱글로 혼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낸다.

다시 만난 그들의 기억속에는 여전히 서로에 대한 호감이 충만한 상태이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오랜 인연처럼 딱 맞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유난히 대화도 잘 통하면서 생각도 비슷한 사람이 있다.  그 둘은 그런 사이였다.  떨어져 있던 긴 시간동안에 길을 걷다가 누굴 기다리다가, 이따금씩 상대를 떠올리며 지냈다는 걸 확인한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 셀린느가 그 장소에 나왔더라면 지금의 그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자꾸 생각나게 한다.  안타깝게 한다.  물론 셀린느가 만남의 장소에 나왔고, 만약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해서 ’해피엔딩’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서로 싸우고 다투고, 오해하고 권태기로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살면서 항상 미련이 남는 법이니까.  그런 ’만약이라는~’ 가정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흘러간 시간을 더 애절하게 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


전편에 이어서 후편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만나서 걷고 차 마시며 계속 대화를 한다.  대화하고 또 대화한다.  
실제로 영화를 찍고 난 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궁금하다.  감독도 배우들도 예전의 그들이어서 다시 만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 셀린느가 들려주는 ’왈츠’ 노래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  비행기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떠나야하는 제시인데 셀린느의 노래를 들으며 과연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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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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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작가와 만나는 네번째 작품으로 <꽃피는 고래>를 읽었다.  이 책은 10대 소녀 ’주니은’ 이 겪은 상처를 스스로 다독이며 더디긴 하지만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을 깊이있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사람의 심리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기역 니은 디귿 할때의 그 니은을 이름으로 가진 소녀는 열일곱살이다.  열일곱살이 되던해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다.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여서 울음도 채 나오지 않는 상실감이었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부엌에서 밥 짓는 엄마가 보일 것 같고, 산책을 하러가면 커다란 나무 뒤에서 ’니은아~!’ 하고 부르며 숨어있던 아빠가 튀어나올 것 같은데 세상은, 주위 어른들은 엄마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라 한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니은이는 이유없이 모든 것에 분노하고 화나고 삶의 의욕도 없다.  왜 그렇지 않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웃고 대화하고 장난치던 가족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위로를 해줄 수 있겠고, 따뜻한 말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니은이에게는 모두 잘난척 하는 소리 같다.  부모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질투가 나고 화가 난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도 모든 말이 하나같이 거슬리고 분노를 느끼게 한다.  니은이도 머리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뾰족한 말을 되돌려주곤 한다.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를 꽂게된다.

이모네집으로, 다시 고모네집으로 왔다갔다 하지만 마음을 잡지 못한다.  엄마와 아빠의 고향인 처용포에 오면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용포에는 대왕고래라고 불리우는 장포수 할아버지가 있고, 왕고래집 할머니가 계신다.  가족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니은이를 친손녀처럼 대해주신다.  그 두 어르신을 통해 니은이의 깊은 상실감은 조금씩 조금씩 치유되어 간다.  

어느 일정한 시간을 살아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상실감을 경험하고, 패배도 맛보고, 힘든 시기와 고난의 시기도 겪게 되는가 보다.  장포수 할아버지도, 왕고래집 할머니도 나름대로의 슬픔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슬픔을 애써 없애려 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점들을 알게 되면서 니은이도 자신만의 슬퍼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내가 아직도 슬퍼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게 문제 같았다.  왕고래집 할머니가 개와 고양이를 돌보듯, 장포수 할아버지가 뒷산에 나무를 가꾸듯이. 내게도 그런 일거리가 있다면 이 시간들을 잘 넘길 수 있을 텐데 싶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는 말처럼 큰 일을 겪은 니은이는 이제 어른이 되기로 한다.  처음엔 아무말도 없이 나 혼자 버려두고 떠나버린 부모님을 원망하고 분노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거듭할 수록 자식을 홀로 두고 떠나는 부모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시간이 갈수록 하나씩 하나씩 오해를 풀어갈 수록 니은이의 마음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일년전인 작년 2월첫째날에 아빠를 보내드렸다.  병상에 오래 계셨던 터라 가족들 모두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는 해온 상태였다.  한 해 두해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준비가 흐려지긴 했지만 언제든 떠나실 분이라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터였다.  한해씩 연장했던 삶은 15년째가 되던해에 현실로 나타났다.  오래된 마음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실로 맞닥뜨리게 됐을때의 상실감과 허전함, 끓어오르는 슬픔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런 내 경우가 아닌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마주해야하는 상실감은 얼마나 클지 도저히 상상을 못하겠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견주지 못할만큼 큰 몇 배의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 니은이에게 힘내라는 말 밖에는 그저 손 잡아주는 것 밖에는 해줄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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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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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뭘까?  도대체 사랑이란 녀석의 정체는 뭘까?   도대체 사랑이란 게 무엇이길래 사랑때문에 살고, 사랑때문에 일희일비하며 사랑때문에 목숨도 거는 걸까?  사랑은 언제 어느때 어떤 식으로 시작되는 걸까? 
어찌보면 딱히 뭐라 정의 할 수 없는게 사랑이 가진 제일 큰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상대에 대한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둘 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일거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함께 먹고, 얘기하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사랑을 키워가는 수순일거다.  같은 경험을 하고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온 사람이라면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튼튼한 매듭으로 묶여있는 사랑하는 사이일거다.


어느 지방 소도시의 응급실에 낯선 여자와 낯선 남자가 서울에서 급히 연락을 받고 내려와 초조한 가운데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서로의 배우자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낯선 도시의 한 병원에서 긴 시간의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차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서영과 인수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시간이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각자의 배우자들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다.  서영의 남편과 인수의 아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함께 몰래 여행을 하다 사고가 났고, 이 사고를 통해 그들의 애정행각이 발각되었다.  서영도 인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내 남편과 내 아내는 나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한 치의 의심도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과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으로 그들을 몰아갔다.  

"너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니?"

아무 문제가 없던 부부였는데, 하루밤 사이에 배우자의 배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만당한채 살아왔는지 모를 시간들이 억울하고 분하고 분노하게 한다.  미동도 하지 않은 배우자를 향해 주워담지 못할 말을 한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두 사람.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자신을 보는 것처럼 느꼈을 거다.  자신과 견주어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연민도 느끼고 했을 거다.  수면제를 사러 간 약국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음식점에서, 맥주를 사러 간 가게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다.  같은 병원, 같은 숙소를 묵으며 자주 스치고 눈 마주치며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익숙해지며 점차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던가보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늘었고, 이야기하고 때로 한탄도 하며 점점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대부분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한 비슷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두사람. 

"우리, 그냥 사귈래요?  두 사람 기절하게."

그러다 정말 정이 들어버린 두 사람.  병실에 누워있는 남편이나 아내보다 상대방이 더 궁금해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걱정되고, 점차 서로를 보며 웃는 일도 늘어만 간다.

영화를 봤을때와 책으로 읽을때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영화를 볼때는 움직이는 화면과 남.녀 주인공이 연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반해 책은 그 내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 내면들을 쭉 따라가다보면 공감도 하고 이해도 되고 주인공의 심정에 고스란히 마음이 담긴다.  마치 내가 겪은 내 일인 것처럼.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터라 배용준과 손예진이 각각 서영과 인수가 되어서 머리속에서 한편의 영화가 재방송된다.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그들이 다시 만나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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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은 키가 작다
김형경 지음 / 아침바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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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작가의 작품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통해서 처음으로 만났다.  너무 괜찮게 읽은 소설이었어서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게 된 두번째가 바로 이 책이다.  1990년대에 작가는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빈 시간을 이용해 쓰여진 단편 소설이라고 한다.  12년 뒤인 2003년에 다시 재출간을 했다는데, 지금이 2011년이니 재출간한 뒤로도 비슷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첫 창작집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장들을 엿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편소설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1. 단종은 키가 작다
2. 돌의 사랑
3. 동절작용
4. 경우의 수
5. 태풍주의보
6. 벽과 창문
7. 민달팽이
8. 죽음잔치
9. 무거운 어둠
10. 모든 꽃씨는 까맣다 

내가 느낀 각 단편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1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글이고,  각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사회적인 사람이거나 주변의 특정한 사람에 대한 욕구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욕구불만이 때론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 될 수도 있다.  단편 마다 시사점을 하나씩 던져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열가지의 단편 중에 기억에 남는 얘기는 <단종은 키가 작다>와 <죽음 잔치>이다.

<단종은 키가 작다> 에서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미쳐 깨닫지 못한 점을 발견했다.  단종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리는 의미로 해마다 영월에서는 행사가 열리는데, 그 행사의 규모나 참여도가 갈 수록 축소되고 변질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단종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왕인데, 해를 더해갈수록 그 도시의 축제 분위기로 행사는 변해가고 있었다.  도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년중에 제일 장사가 잘되는, 년간 관광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성수기인 셈이지만 주인공이 보기에 그 행사는 어르신들의 제사상을 차려두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기뻐하는 형국이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된다.

<죽음 잔치>의 주인공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딸을 키우고 있다.  남편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살아가는데, 어느순간부터 남편은 "죽음" 이라는 명제에 관심을 갖는다.  아내를 상대로 설정된 죽음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사이코’ 처럼 보여지는 기이한 행동이지만 ’예술’ 이란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난다.  ’죽음’이란 극단적인 주제를 잘 못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정도의 강렬한 자극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번에는 그보다는 더 센 강도여야만 만족을 한다.  더 큰 만족을 위해, 더 강력한 자극을 위해, 설정이 아닌 실제 죽음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하게 되고 드디어 남편은 여자모델을 독살하는데에 이른다.  

단편들이 대체적으로 시크하다.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비겁함. 그리고 그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갈등이 공통적인 주제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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