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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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뭘까?  도대체 사랑이란 녀석의 정체는 뭘까?   도대체 사랑이란 게 무엇이길래 사랑때문에 살고, 사랑때문에 일희일비하며 사랑때문에 목숨도 거는 걸까?  사랑은 언제 어느때 어떤 식으로 시작되는 걸까? 
어찌보면 딱히 뭐라 정의 할 수 없는게 사랑이 가진 제일 큰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상대에 대한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둘 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일거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함께 먹고, 얘기하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사랑을 키워가는 수순일거다.  같은 경험을 하고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온 사람이라면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튼튼한 매듭으로 묶여있는 사랑하는 사이일거다.


어느 지방 소도시의 응급실에 낯선 여자와 낯선 남자가 서울에서 급히 연락을 받고 내려와 초조한 가운데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서로의 배우자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낯선 도시의 한 병원에서 긴 시간의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차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서영과 인수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시간이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각자의 배우자들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다.  서영의 남편과 인수의 아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함께 몰래 여행을 하다 사고가 났고, 이 사고를 통해 그들의 애정행각이 발각되었다.  서영도 인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내 남편과 내 아내는 나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한 치의 의심도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과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으로 그들을 몰아갔다.  

"너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니?"

아무 문제가 없던 부부였는데, 하루밤 사이에 배우자의 배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만당한채 살아왔는지 모를 시간들이 억울하고 분하고 분노하게 한다.  미동도 하지 않은 배우자를 향해 주워담지 못할 말을 한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두 사람.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자신을 보는 것처럼 느꼈을 거다.  자신과 견주어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연민도 느끼고 했을 거다.  수면제를 사러 간 약국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음식점에서, 맥주를 사러 간 가게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다.  같은 병원, 같은 숙소를 묵으며 자주 스치고 눈 마주치며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익숙해지며 점차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던가보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늘었고, 이야기하고 때로 한탄도 하며 점점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대부분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한 비슷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두사람. 

"우리, 그냥 사귈래요?  두 사람 기절하게."

그러다 정말 정이 들어버린 두 사람.  병실에 누워있는 남편이나 아내보다 상대방이 더 궁금해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걱정되고, 점차 서로를 보며 웃는 일도 늘어만 간다.

영화를 봤을때와 책으로 읽을때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영화를 볼때는 움직이는 화면과 남.녀 주인공이 연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반해 책은 그 내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 내면들을 쭉 따라가다보면 공감도 하고 이해도 되고 주인공의 심정에 고스란히 마음이 담긴다.  마치 내가 겪은 내 일인 것처럼.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터라 배용준과 손예진이 각각 서영과 인수가 되어서 머리속에서 한편의 영화가 재방송된다.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그들이 다시 만나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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