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은 키가 작다
김형경 지음 / 아침바다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형경 작가의 작품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통해서 처음으로 만났다.  너무 괜찮게 읽은 소설이었어서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게 된 두번째가 바로 이 책이다.  1990년대에 작가는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빈 시간을 이용해 쓰여진 단편 소설이라고 한다.  12년 뒤인 2003년에 다시 재출간을 했다는데, 지금이 2011년이니 재출간한 뒤로도 비슷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첫 창작집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장들을 엿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편소설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1. 단종은 키가 작다
2. 돌의 사랑
3. 동절작용
4. 경우의 수
5. 태풍주의보
6. 벽과 창문
7. 민달팽이
8. 죽음잔치
9. 무거운 어둠
10. 모든 꽃씨는 까맣다 

내가 느낀 각 단편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1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글이고,  각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사회적인 사람이거나 주변의 특정한 사람에 대한 욕구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욕구불만이 때론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 될 수도 있다.  단편 마다 시사점을 하나씩 던져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열가지의 단편 중에 기억에 남는 얘기는 <단종은 키가 작다>와 <죽음 잔치>이다.

<단종은 키가 작다> 에서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미쳐 깨닫지 못한 점을 발견했다.  단종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리는 의미로 해마다 영월에서는 행사가 열리는데, 그 행사의 규모나 참여도가 갈 수록 축소되고 변질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단종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왕인데, 해를 더해갈수록 그 도시의 축제 분위기로 행사는 변해가고 있었다.  도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년중에 제일 장사가 잘되는, 년간 관광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성수기인 셈이지만 주인공이 보기에 그 행사는 어르신들의 제사상을 차려두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기뻐하는 형국이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된다.

<죽음 잔치>의 주인공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딸을 키우고 있다.  남편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살아가는데, 어느순간부터 남편은 "죽음" 이라는 명제에 관심을 갖는다.  아내를 상대로 설정된 죽음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사이코’ 처럼 보여지는 기이한 행동이지만 ’예술’ 이란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난다.  ’죽음’이란 극단적인 주제를 잘 못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정도의 강렬한 자극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번에는 그보다는 더 센 강도여야만 만족을 한다.  더 큰 만족을 위해, 더 강력한 자극을 위해, 설정이 아닌 실제 죽음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하게 되고 드디어 남편은 여자모델을 독살하는데에 이른다.  

단편들이 대체적으로 시크하다.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비겁함. 그리고 그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갈등이 공통적인 주제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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