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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패밀리즈
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양자역학, 양자물리학. 들어는 봤으나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라는 것만 안다.
그 양자역학이란 이론을 일부러 찾아봤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을 읽다보니 그 이론이 궁금해졌다.
찾아봐도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긴 마찬가지다.
양자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SF 소설이다. 서로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 가 있다는 이론. 자아와 물리적인 신체를 가진 ’나’ 는 양자회로를 통해 다른 세계의 나와 대체되어 또 다른 삶을 경험한다.
여기에 길다랗고 꽤 두꺼운 스티로폼이 있다고 치자. 상상하기 쉽게 라면박스 사이즈의 스티로폼이라고 생각하고, 이 스티로폼을 적당한 두께로 7~8조각이 되도록 세로로 자른다. 그 각각의 스티로폼을 하나의 세계로 본다면, 하나의 스티로폼 안에 n개의 사람생명이 존재하는데, 각 조각에는 비슷한 양의 사람생명이 존재하며 살아간다. 즉, A라는 인간이라면, 7~8조각 스티로폼 각각에 같은 A라는 동일인물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서로는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서로 다른 세계에 동일인물이 살고 있지만, 직업이라든지 성격, 살고있는 시대는 모두 다르다. ’검색성정체장애’ 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평행세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대부분이 모르고 살아간다. 주인공 유키토도 대부분의 부류에 속했었으나, 어느날 미래의 딸이 보낸 이메일을 통해 평행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서른다섯살의 아버지 유키토, 아내 유리카, 딸 후코, 아들 리키, 그리고 또다른 딸 시오코.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들이지만, 각자의 세계에서는 선별적으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즉, 유키토가 사는 2007년의 세계에서는 자식이 없고 아픈 아내 유리카와 둘만 살고,
딸 후코가 사는 2035년도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유리카는 재혼해서 따로 살아간다.
아들 리키가 사는 세계는 딸 후코대신 아들이 태어나고 부모는 이혼한채 살아간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유키토와 유리카가 여전히 부부인 사실만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없다. 그들이 타임머신을 탄듯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자회로가 장착된 컴퓨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후코는 일찍 돌아가신 아빠를 자세히 알고 싶어서, 아들 리키는 아빠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으로 평행세계에 관심을 갖고 관세계의 문을 연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아빠 유키토를 시간여행으로 호출한다. 논리적으로만 가능한 것이 실제 물리적으로도 가능한 것에 신기해 하면서도 놀랍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아직은 가설에 머물러 있고 연구가 진행중인 관계로 실제 연결되는 부분은 저자도 명확하게 이해시키진 못하고 있다. 사실적이라거나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에는 여전히 이해가 힘들고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
미래의 어떤 시점이 되어 양자이론의 구조나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분석해내는 순간이 온다면 저자가 쓴 소설속의 얘기가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동일한 하나의 생명체이지만 직업도 성향도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세계의 인간이 서로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른 세계의 나와 연결을 시도하고 개입하는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론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큰 혼란이 생길것이다. 다수의 세계에 존재하는 특정 생명체는 물론이고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까지도 모두 얽혀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혼란은 보다 증폭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호출하고, 특정시간으로 보내고 양자회로가 가능한 기술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재밌는 일도 있을 것 같다.
한 생명체가 그가 속한 세계에서 생활하다,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큰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좀 더 씩씩하고 능력있는 또 다른 나를 호출해서 위기를 모면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삶이 지루하고 따분할 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다른 세계의 나를 호출해서 1:1로 대체를 해서 살아보는 거다. 어떤가?
선택을 당하는 쪽은 혼란스럽고, 억울하겠지만 뭐... 내 생에 현실로 나타날 일은 없으니 머리 아픈 고민은 냅두고.
현실이 아닌 상상의 나래니까 마음껏! 긍정적으로! 펼쳐본다. 상상은 자유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