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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머니’ 라는 단어보다 ’엄마’가 한결 더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조용히 ’엄마’라는 이름을 부를 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콧날이 시큰해지고 시야가 흐려지면서 속에서 뭔가 뭉클함이 치솟는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의 엄마 이야기이면서, 내 엄마 이야기이며, 이 땅의 모든 엄마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엄마에게도 갓난 아이였을 때가 있었고,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여고시절이 있었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던 풋풋한 아가씨 시절이 있었고, 사랑때문에 두근 두근 설레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여인을 엄마로 상상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성장하며 겪은 감정과 생각을 가졌던 똑같은 여자라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렵다.
엄마는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였고, 그이전의 엄마가 여자였다고는 생각 해본 일이 없다. 뜨거운 것도, 더러운 것도 잘 만지고, 무거운 것도 거뜬히 들고, 무서운 것도 없는 게 엄마다. 늘 내 등 뒤에서 지켜봐주며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좋은 길로 가라고, 잘 되라고 응원해주는 언제나 내 편인 씩씩한 엄마다.
그런 엄마로부터 우리는 ’당연하다’ 는 듯이 계속적인 희생과 넓은 사랑을 기대한다. 어렷을때는 물론 다 큰 어른이 되서도.
그렇게 씩씩하던 엄마였는데, 점점 힘이 빠지고 깜빡 깜빡하고, 흰머리는 늘고 낡고 기운없어진다. 내가 크고 자라는 세월에 엄마는 점점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저자의 엄마는 3년전에 돌아가셨다. 엄마한테 한번도 좋은 딸인 적이 없다고 자책 한다. 돌아가실때 까지도 걱정을 끼쳐드리던 딸로 많은 후회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하지 못한 일들로, 서른가지를 뽑아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나 처럼 안 계시고 후회하지 말고 살아계실 때 함께 꼭 하라고!, 꼭 해드리라고! 강조한다.
이 책 중에서 제일 슬펐던 장면이 하나 있었다. <생일상 차려 드리기> 라는 제목으로 된 내용이었는데, 엄마가 평소 좋아하시던 냉면을 아침부터 정성으로 준비해서 엄마를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7분 거리에 있는 엄마한테 드리려 택시를 타고 가는 대목이었는데, 엄마는 딸이 정성으로 준비해간 냉면을 끝내 드시지 못한다.
"엄마가 있어 참 좋다. 더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솜씨 발휘 좀 해봤으니까 식구들 먹다 남은 찬밥 먹지 말고 냉면 좀 드셔 보세요."
냉면이 불기 전에, 얼음이 녹기 전에 부랴부랴 가져왔지만 동그란 봉분 위에서 말 한마디, 인자한 미소 한 조각 보여주지 못한다. 준비해 간 카드를 읽어드리며 저자도 아버지도 눈물을 흘린다.
그러고 보니 내 손으로 직접 생일상을 차려드린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펑펑 눈물이 흘렀다.
다행인건 우리 엄마는 아직 살아계시니까 난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거다. 시어머니나 남편, 아들 생일상은 매년 차리지만, 친정엄마 생일상은 한번도 차려드린 적이 없는 못된 딸이라는 생각에 넘 죄송해졌다.
책을 읽다가 이 책은 어쩌면 나를 위한 이기심에서 출발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엄마 안계시고 후회될 것들을 만들지 말고 미리 하라는 얘기여서, 가슴속에 한 이 되지 않도록, 내가 덜 슬프기 위해서 엄마와 시간을 더 보내라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이 안계시면 어떻게든 슬픔은 밀려온다는 거다.
"함께 얘기를 많이 들어드릴껄..." "함께 여행 좀 다닐껄..." "이것 좀 사드릴껄, 저것 좀 해드릴껄..." 하는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도 슬프지만, "그땐 정말 좋았는데...", "정말 행복한 추억이었는데..." 하면서 좋았던 추억도 슬픔이 되긴 마찬가지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다시는 함께 할수 없다는 생각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엄마와 함께할 리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엄마의 의견도 물론 반영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