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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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엄마의 편지"로 검색하면 자세한 편지 내용과 관련 기사, 다큐멘터리 등 여러 정보가 나온다. 
오래전 신문기사로 이미 봤던 내용이나, 이 내용이 모티브가 되어 이 책 ’능소화’ 가 씌어졌다는 건 몰랐었다. 

1556년 에 태어난 ’이응태’ 라는 사람은 31살의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였던 그들에게는  원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뱃속의 작은 아들을 품고 있었다 한다.  오랜 세월 땅 속에 있었으면서도 썩지 않은 미라와 그  아내의 편지가 발견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사실적인 배경에 저자가 앞뒤 내용에 살을 붙여서 이야기로 만들어 놓은 게 이 소설의 탄생이다.

조선 명종 때, 만석꾼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이응태는 어려서부터 여러분야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며 주위 사람들 입에서 끊임없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었다.  공부면 공부, 사냥이면 사냥 못 하는게 없었고 글재주도 남다른데다, 착실하고 곧은 성품과 겸손한 자세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응태를 아버지는 늘 못 마땅해 한다. 

응태가 태어났을 때 하운스님이 했던 말이 귀에 계속 맴돌아 아버지의 머리속에는 걱정과 근심이 태산이다.  
"아드님이 장차 소화꽃을 들고 집으로 오실 것입니다."
"소화는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원래 이 세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꽃이었으나, 
하늘정원에 있던 꽃을 누군가가 훔쳐 인간세상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 
사람은 소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 십상이나 그 속에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독이 있습니다."
"아드님이 소화꽃의 독을 피할 수 있다면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하고 큰 공을 세울 것입니다. (...) 
그러나 그에 앞서 소화꽃의 독을 피해야 하옵니다. (...)"

그랬다.  소화꽃은 멀리서 바라만 보는 꽃이지 냄새를 맡거나 만지면 독으로 인해 미친병에 걸리거나 눈을 멀게하는 위험스런 꽃이다.  그 소화꽃을 피하지 못하면 응태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다는 청천벽력의 운명이었다.  믿고 싶지는 않으나 평소의 신의가 두터운 스님의 말이 틀릴리 없고,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아버지는 께름칙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응태가 점점 커 갈수록 스님의 말이 척척 들어맞는터라 아버지의 걱정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일찍 죽을 운명이라는데, 공부는 잘해서 뭣하며, 활쏘기를 잘해서 뭣에 쓴단 말이냐! 하며 한탄 하며 화를 낸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걱정에 속만 타들어 간다. 

한편 여늬(원이 엄마)는 다섯살때 죽을 운명이었으나, 동네사람 종니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살아난 이후로 어느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하는 사주를 가졌으나, 또다른 운명은 여늬와 응태를 부부의 인연으로 장난같은 운명을 만들어낸다.

일찍 떠나려고 그랬는지, 남편은 조선시대 양반 체면에 어울리지 않게 장인을 도와 농사도 짓고,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없이 다정다감하고 믿음직한 사위요 남편이다.  부지런하고 불평하지 않으며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한다.  여늬에게 검은머리가 흰머리가 될때까지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주리라 작정한 것 처럼 많은 사랑을 베풀고 떠난다.  그런 남편이어서 이별의 고통은 더 크게 다가왔으리라.

행복하기만 하던 그들 부부에게 불행의 그림자는 소리없이 서서히 다가오고, 예견되었듯이 응태는 병에 걸리고 만다.  하늘정원에 소화꽃을 훔쳐간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팔목수라’ 라는 괴물에게 화를 당한 것이다.  온갖 약을 써보고 용한 의원을 불러오고, 무당을 불러 굿을 해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하운스님의 당부는 여늬를 만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치밀한 예방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미래의 불운을 미리 알았다 한들,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는 막을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 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고 하니, 애절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는 오래된 주제이며 끊임없이 사랑받는 확실한 테마 인것 같다.

450여년전의 슬픈 사랑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라우?  
한번 책을 집어 들면 쏙~ 빠져들어 끝까지 손을 못 놓게 하는 흡인력이 최고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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