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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커피
원재훈 지음 / 늘푸른소나무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은 커피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난 하루에 커피만 두 잔 이상은 마시는 것 같다. 식사를 하고 나면 당연하게 커피 한잔을 타서 자리에 앉는다.
나의 커피 취향도 처음엔 달달하게 프림, 설탕 모두 들어간 커피믹스에서, 지금은 연하게 물을 많이 탄 블랙커피가 좋다. 깔끔하면서 텁텁한 맛도 남지 않는 뒷끝이 좋아서 커피알만 넣어 물처럼 마신다. 휴일엔 집에 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최연소 바리스타인 아들이 요즘은 게으름을 피운다. 기분에 따라 내려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더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책 <바다와 커피>에는 커피얘기가 한가득이다. 커피와 찐~한 에스프레소 같은 사랑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소설이다.
작은 섬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 섬에는 유난히 상처를 가진 사람이 많이 산다. 아이를 잃고 세상과, 사람과 단절하며 현관문 처럼 마음의 문도 꽁꽁 걸어놓고 사는 송곡아저씨. 의료사고 이후 정신적인 내상을 입고 도망치듯 섬에 들어와 사는 다빈이네 가족.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등대지기 아저씨. 그리고 해군장교로 발령 받아 섬에 근무중인 누리네 가족. 다빈이와 누리는 그렇게 섬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만난 그들은 중학교에 입학하며 헤어진다. 섬에는 중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10년후에 커피나 한잔 하자며 헤어진 그들! 그들은 편지로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니어서 아쉬움과 안타깝다. 다빈과 누리의 사랑은 에스프레소를 닮았다. 에스프레소 처럼 강렬하지만 작은 잔에 적은 양을 홀짝 마셔 버리는 찐~한 커피 말이다.
누리와 다빈의 사랑이야기 면서, 주변 인물들이 상처를 치료해 가는 얘기가 들어있다. 미련스럽게 자신의 일생을 기다리는 삶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질투와 분노, 그리움으로 자신을 학대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다빈이와 누리도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함께 있을 운명은 아닌지 계속 어긋난다.
커피에는 단맛, 신맛, 쓴맛 등 여러가지 맛이 난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 인생을 모두 맛 보는 것과 같다고 그러던데... 우리네 인생도 소설속 인물들의 일생도 여러 맛이 들어있다. 유난히 쓴맛 나는 인생이 있고, 처음은 신맛과 씁쓸함에서 시작했다가 인생후반부에 달콤한 인생도 있다. 단맛도 보고 쓴맛도 있고, 달콤 쌉싸름한 인생이다.
커피 나무는 흰색의 꽃이 피고 빨간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가 짙은 갈색이나 검정에 가까운 걸 보면 겉과 속이 다른 열매라 하겠다. 또 겉은 비슷하게 생겼더래도 향기나 맛은 모두 다르다. 원산지와 자라난 환경에 따라 무척 다양하다. 겉과 속이 다른게 어디 커피 뿐일까 마는, 소설속에 계속 등장하는 커피인 만큼 커피에 인생을 견주어 보게된다. 종류와 맛이 모두 다른 다양함을 가진 커피처럼 우리의 인생도, 사랑도 여러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맛있는 커피를 한잔 마시기 위해서는 여러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생두를 구해오고, 타지않게 덜 익지도 않게 알맞게 볶는 과정을 거쳐, 92도의 온도와 정성으로 한잔을 내린다. 고유의 향을 먼저 후각으로 마시고, 맛을 음미하는 과정으로 우리 몸에 흡수된다.
보통은 쉽게 커피 한잔을 말 한마디로 시켜 마시지만, 그런 복잡하고 더딘 과정을 통해 나에게 오는 게 커피다.
인생도, 사랑도 그 커피 한잔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로스팅하고, 분쇄하고, 추출하고, 최적의 온도로 내리고... 공정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정성을 기울이고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원하는 커피가 만들어 지지 않는다.
인스턴트 커피처럼 쉽고, 짧은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다. 짧게 짧게. 쉽게 쉽게.
하지만 인스턴트 같은 사랑 말고, 좋은 향과 맛이 나는 하우스커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