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77년 인왕산 허리 아래 위치한 "동구"네 집.  동구와 6살 터울의 여동생 '영주'가 태어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동구네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는 큰 삐걱거림이 있다.  하루에도 여러번 큰 소리가 나고... 울고... 욕하고...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할머니에게 어머니가 당하는 꼴이지만... )고부간의 관계는 더 이상 나빠 질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하다. 그런 동구네 집에 동생 영주가 태어나면서 가끔이지만 웃음꽃이 피는 집으로 변해간다.  보통의 평범한 집처럼. 동구를 비롯해 어머니, 아버지는 두말할 필요없고, 까칠하고 정 없는 할머니까지도 영주라면 껌뻑 죽었다.  영주가 두 팔 벌려 달려가 안아달라고 하고, 뽀뽀세례를 퍼붓기라도 하면, 동구네 가족 누구라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다. 동구는 한번도 업혀 본 적이 없지만, 영주는 매일같이 할머니 등에서 산다.
 
동구에게는 '난독증' 이라는 병(?)이 있다.  지능은 정상인과 똑같으나, 글을 읽고 쓰는데 문제가 있다.  난독증 때문에 지옥같은 수업시간을 견뎌야 하는 터라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다. 그런 그에게 학교가고 싶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천사가 방금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같은 예쁘고 착한 "박영은" 선생님이다.  한심한 멍청이로 학교와 집에서 온갖 구박을 달고 살았는데, 오히려 난독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동구에게 더디긴 하지만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선생님 이기도 하다. 그런 박선생님을 동구는 많이 따른다. 
 
여동생 영주와 예쁜 박영은 선생님의 존재로 동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온 몸을 희생해서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그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오는데... 
열 한살! 어린 나이에 겪게 되는 상실감은 동구가 견뎌 내기엔 너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수투성이에 지지리 공부도 못하는 한심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동구는 또래에 비해 속이 깊고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다.  어머니 입장도 아버지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고, 괴팍한 할머니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현명한 아이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 아프고, 힘들고, 무기력하지만 세상을 향해 기꺼이 한걸음 내딛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이였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건 동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구는 고독한 자아를 찾아 부딪치고 깨지고 찢어지면서, 어렵게 그러나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많이 안쓰럽고 또 그만큼 대견스럽다. 


p.s  이 책을 읽고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지 했던 점 두 가지.  ^*^
     ① 아이 앞에서는 부부싸움 하면 안되겠다.
     ② 책을 많이 읽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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