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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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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그림과 글이 섞여 있는 짧은 글들의 모음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피터" 라는 파란나비가 주인공인 그림이 곁들여진 어른이 읽는 동화 였다.

 

지독하게 아프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받았던 저자가 전해주는 "위로" 여서 찐하게 다가온다.

나비, 오리, 나무, 사마귀, 거미, 전갈, 판다곰 가족 ...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는 한, 어른이 된 후에 이런 곤충들이 나오는 책을 읽을 일이 없다. 어른이 읽는 동화인 이 책을 통해 잠깐이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도 좋겠다.

 

주인공인 파란나비 "피터"를 따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다른 생명체들과 대화를 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자체는 쉽지만 해석하는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숨은 뜻이 뭘까 갸우뚱 해지기도 한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어떤 것을 설명할 때,

아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죽박죽에 말도 왔다갔다 하고 복잡하고 엉성한 설명을 한껏 늘어놓는 이도 있다.

본인도 이해하지 못한 것을 설명하려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아주 쉽게 사물에 빗대어 설명해주는 이는 100% 이해한 정도를 넘어 그 뒤에 숨겨진 본질까지도 파악한 사람일 거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세상의 이치에서 본질을 맛보고 상처를 받아 본 사람이 쓴 글이다. 많이 아파본 사람이 들려주는 아주 쉬운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럽게 경험했는지 이제는 허허~ 실없이 웃으며 얘기해 줄 수 있는 내공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어려운 말로, 복잡한 문장으로 독자를 현혹시키는게 오히려 더 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느낀 바와 깨달은 바를 조용한 말투로 예쁜 나비에 빗대어 부드럽게 설득한다.

 

처음 한 번은 쭉~ 읽혔고, 두 번째는 숨은 속뜻을 알아보려고 한번 더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100% 이해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요즘 내 상황이 <위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어서 그럴거라고 어설픈 이유를 달아본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동화를 읽고 나면 마음이 든든해 진다는 거다. 예쁘고 귀여운 그림과 정감가는 색채들로 마음 한켠이 따뜻해 진다.  상처받아 여기저기 마음에 상처 난 사람에게는 더 와닿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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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 박완서 이해인 정현종 등 40인의 마음 에세이
박완서.이해인.정현종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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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중식, 일식... 음식에는 여러가지 재료를 사용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든 다양한 요리를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뷔페처럼, 책 한 권으로 여러 작가의 다양한 색깔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뷔페 같은 책이다.

 

박완서, 성석제, 이해인, 정호승 처럼 유명한 작가나 시인도 있고, 김미화, 최불암 처럼 유명한 연예인의 글도 있다.

홍명보, 박세리처럼 스포츠 선수들도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다소 낯선 외국인도 디자이너도 공무원도 있다.

 

문학을 대표 하는 여러 문인과 유명인사 40명이 저마다의 색깔과 필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빈 백지를 쥐어주었을 때, 어떤이는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했고, 어떤이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떤이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명의 작가가 쓴 책이 지닌 장점이라면, 한 작가의 책보다 지루함이 덜 하다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경우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책 선택에 후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 책을 펼치면 정말 형편없는 책이라도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라 포기가 힘든데, 이런 책을 통해 느낌이 좋은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찾아보는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친숙한 마음으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읽어가면 된다.

 

큰 흐름이나 줄기가 있진 않고, 그저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살아가면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삶에 대한 이야기,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 어떤때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보다도 더 배움의 중요성이 느껴지기도 하는 항목이어서 간접체험을 하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살면서 문제에 부딪쳤을 때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현명함을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세월과 경험을 밑받침으로 쓰고, 올바른 마음가짐과 심사숙고 하는 노력을 갖고 있다면 다른사람보단 쉬운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까.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간접체험이다.

평소에 최악의 경험만 아니라면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는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없어 사는데 시행착오가 많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하고 상황을 머리속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당신의 간접체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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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살림과 육아, 맞벌이 때문에 덮어둔 나의 꿈을 되살리는 가슴 뛰는 메시지
김미경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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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강사이기도 한 저자의 책을 읽었다. 강의 만큼 책도 재밌게 읽히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강의도 마찬가지이지만 재밌게 읽고 거기서 끝나서는 안된다. 

바쁜 일상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꿈"을 찾아내서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반짝 반짝 광을 내야한다. 기억에서 멀어진 꿈을 다시 되찾아서 활~ 활~ 타오르도록 불을 지펴야 한다.

 

DREAMS /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 자신을 놀라게 한다
WORKS / 꿈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인생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LOVE /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꿈의 날개를 나눠 달자

 

크게 위의 3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진다. 

꿈과 일 그리고 가족을 조화롭게 공존시키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한 여러가지 조언들이 들어있다.

 

나 자신을 위해 사는 삶에서 잠시 쉬는 중이거나, 남편과 아이를 위한 삶이 허망하고 뭔가 잃어버린 듯 허한 아내들에게 

늦지 않을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고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꺼내 먼지를 털어내라고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쑤신다.

나를 위한 삶을 살라고 강조하는 저자가 밉지 않다. 변화를 하라는 얘기가 고통이 수반 되는 쉬운 길은 아닐테지만,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될거라는 걸 알기때문에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락을 소개해 보겠다.  여자들이 넘어야 하는 4개의 큰 산맥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도 4개 산맥을 두루 거쳐 온 터라 깊이 공감되었다.

4개의 큰 산맥이란, 신입사원으로 갓 취직한 여성들이 점점 시간이 갈수록 회사를 관두고 싶은 4가지 큰 유혹의 순간이다.  

꿈을 꾸는 여성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꿈을 포기하기 쉬운 4가지의 큰 장애물이다.  

① 처음 직장생활을 하며 3년차 쯤에 맞이하는 슬럼프.

② 결혼

③ 임신

④ 육아

 

남자는 20대에 사회생활을 하면 40대가 넘어서도 꾸준히 직장생활을 한다. 결혼, 임신, 육아의 단계를 경험하긴 하지만 직장생활에 위기를 가져다 줄 만큼 큰 고비는 아니다. 반면 남자들은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여자들은 힘겹게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한 고개 넘고나면 끝일거라 생각 했는데, 갈수록 더 큰게 기다리고 있다.

 

내 경우에 첫번째로 닥친 슬럼프와 매너리즘으로 인한 산맥은 큰 무리없이 넘어갔다.

두번째 산맥은 지금이야 사정이 다르지만, 내 가까운 선배들 세대에서는 결혼하면 으레 회사를 관두는 분위기였다. 나도 '결혼하면 회사 관두고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으로 알뜰하게 살아야지!' 했었다. IMF를 맞던 시기라 둘이 벌어 집 한칸이라도 마련하면 좋겠다 싶어 고민끝에 회사에 남는 선택을 했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임신할때 까지만 다니자!' 했다가... '애기 낳을 때 까지만 다니자!' 했다가... 애기 낳고 '1~2년만 더 다니자!' 로 바뀌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뒤돌아보니 네번째 '육아'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내 경우엔 친정엄마가 가까이서 봐줘서 조금 나았지만 아침마다 울며 이별하는 장면은 1년 가까이 되었다. 3살~4살이 가장 심했다. 운 좋으면 애가 잘 때 몰래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영락없이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야했다.

아침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이라면 그 정도가 더 심할거다.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회사를 나와야 되나?" "일이 아이보다 더 소중한가?"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기억이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이 산맥들이 지나고 나니 추억이긴 한데, 문제는 문제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육아휴직의 활성화 등으로 조금씩 인식이 변화되고, 관련된 제도가 생기면서 나아지고 있다.  이런 점들은 크게 반길 일이다. 갈길은 아직 한참 남았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작은 내 발자국 하나가, 내가 걷는 이 좁은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이용하다 보면, 큰 길이 되고 도로가 되고 차가 다니고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  딸을 가진 엄마라면 내 딸 아이의 역할 모델이 되고 거울이 될 수 있다. 뒤에서 따라오는 많은 딸들을 위해서 지금의 엄마들이 조금 더 멋진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

 

이 책이 엄마인, 아내인 당신의 꿈을 다시 부활 시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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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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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르신들의 생각에 "여자" 라는 성별은 배우지 않아도 되고, 그저 착실하고 조신하게 키워서 출가시키면 그만이다. 결혼해서 남편한테 이쁨 받고 소박 안 당하면 그만이었다. "여자가 배워서 어디에 써먹게?" 하는 버럭 할아버지의 외침을 한번쯤 들어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이신 아흔다섯살의 홍영녀 할머니도 한글을 배운적이 없다. 큰 아들이 장가가고 큰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손자의 어깨너머로 도둑공부한게 전부다. 그런 할머니가 몰래 써오던 일기장 8권이 우연하게 발견되면서 이 책의 태동이 시작되었다.

 

처음 "무남이" 얘기부터 시작이 되는데, 하마터면 책 읽는 버스 안에서 울 뻔 했다. 할머니 자신이 무식했던 자기자신을 나무라고 한탄하며 후회하는 대목에서 가슴이 많이 아렸다.

 

일찍이 남편을 먼저 보내고 여섯 형제를 꿋꿋하게 키워낸 이야기, 농사 지으며 자연과 대화나눈 이야기, 병마와 시달리며 외로움과 고독에 시달린 이야기, 보고싶은 자식들을 기다리며 사는 이야기, 귀여운 손자, 손녀들 이야기... 할머니의 후반부 인생이 눈에 그려지듯 담겨져 있다.  짧게 짧게 산문시도 들어있었는데, 나는 시 보다는 사는 이야기와 할머니의 감정을 담아놓은 부분이 더 좋았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꾸미거나 잘 보이려는 글이 아니어서 좋았다. 솔직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직접 내 눈 앞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조곤조곤 옛 이야기 들려주듯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10개월된 어린아들 무남이를 먼저 보낸이야기, 막 시집와서 매운 시집살이를 한 이야기는 도저히 무덤덤하게 읽어갈 수가 없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콕 콕 짚어내며 읽어야 할 부분이다.  옛날에는 왜 그리도 추웠는지, 왜 그리도 한결같이 가난했는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말이 아닌 글로 읽어서 일까. 흔히 하는 어른들의 레퍼토리 "왕년에 말야~!  내 어릴적엔 말야~! 옛날엔 말야~!" 하는 서두로 시작하는 한참의 잔소리로 이어질 그런 고리타분한 얘기로 들려오지 않는다. 

 

이 책은 글을 잘 써서 별 다섯개를 준게 아니다. 잘 쓴 글로 따지면 다른 책들에 비해 순위가 높진 않을거다. 하지만, 진실하고 솔직한 글이 마음을 울렸다. 콧날을 시큰하게 하고 시야를 흐리게 하는 글들이어서 내 할머니가 생각나고 내 엄마가 생각나 동감이 되었다. 그래서 별 다섯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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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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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7월 프랑스 파리.

한 밤중에 경찰이 문을 열라는 소리에 잠이 깬 사라의 가족들. 며칠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사라의 아버지는 몸을 숨겼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안전할 꺼라는 판단이었지만, 그 판단은 경찰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보기좋게 틀어졌다.

 

유태인 징집이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일어났고 파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일환으로 사라의 집에도 찾아 온 거였다. 독일 경찰이 아닌 프랑스 경찰이. 프랑스는 이미 독일 나치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고,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이행하고 있는 터였다. 온 가족이 끌려나가지만, 사라의 남동생인 미셸은 비밀벽장에 숨겠다고 했다.  사라는 그 숨바꼭질에 동참하고 밖에서 열 수 있는 벽장문을 잠근다.

"약속해! 돌아올게. 내가 널 꼭 구해줄게!"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는 부모님과 함게 끌려간다.

곧 돌아올 거라는 사라의 기대와는 달리 언제쯤 돌아갈수 있을지, 과연 돌아갈 수 는 있는지. 시간이 지날 수록 희미해져만 간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사라의 애간장은 타들어 가지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 도중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먼 곳으로 그들은 끌려가는데...

 

2002년 5월 프랑스 파리.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벨디브 사건" 이 발생한 뒤 60주년이 되는 해다. 벨디브 사건은 파리에 사는 유태인들을 프랑스 경찰이 끌고가 '벨디브 경륜장'에 일시적으로 모았다가 파리 근교 수용소로, 다시 최종 목적지인 아우슈비츠로 끌고 갔던 사건이다.

 

미국인 기자인 '줄리아'에게 이번 호에 할당된 기사는 바로 벨디브에 대한 내용이었다.  파리 한 복판에서 일어났던 일이지만 프랑스인들 조차 잘 모르는 사건이라 취재가 쉽지는 않다. 프랑스 정부는 그들이 숨기고 싶은 치부를 애써 알리려고 하지 않았고, 실제로 사건을 경험했던 어른들도 숨기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불의를 보고도 막지 않고 보고만 있었다는 자책이 그들을 괴롭혔다. 사실을 끄집어내 울적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그 와중에 줄리아네 가족이 새로 이사할 집이 사연 있는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집이 바로 유태인인 '사라네 가족'이 살았던 집이라는 점이다.  수십년간 시댁식구들이 살았던 집이기도 한 터라, 벨디브 사건은 간접적인 사건에서 직접적인 사건으로 줄리아의 삶에 파고든다.

 

취재를 해가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들. 사라는 살았을까? 살아서 동생을 구하러 왔을까?

 


몰입도와 흡인력이 뛰어난 소설이었다. 실제로도 있었던 벨디브 사건을 토대로 해서였는지, 사라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끔찍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좋았다.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적었지만 그 처참한 상황은 충분히 그려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역사였다.

 

피해자들의 분노가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도 있겠지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자신들은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해 억울하고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이런 사건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더 경악하고 분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줄리아나 했던 말... 사라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휴머니즘 이나 인본주의가 결여된, 일개 독재자의 말 한마디로 한 민족을 몰살의 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역사를 배워야 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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